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99화
34. 차력쇼(3)
푹!
마지막 로마 병사가 화살을 맞고 쓰러진다.
“하아…… 하아…… 다 죽였네.”
“아몬드 지렸다.”
팡어가 엄지를 치켜세워 주더니.
부러져 버린 각궁을 내던진다. 아까 큰 부상을 당할 때 휘말려서 각궁까지 부러진 모양이다.
“이거 어쩌냐. 이제 얘네 무기로 싸워야겠다.”
팡어는 적들 중 하나가 쏘던 석궁을 집어 든다.
“형 살아 있었어요?”
아몬드가 그를 보며 의아한 듯 갸웃댄다.
“왜 죽길 바라는 표정이냐.”
“죽는 게 낫죠. 그냥.”
-ㅁㅊㅋㅋㅋㅋ
-맞긴한데 ㅋㅋㅋㅋㅈㄹ웃기네
-무친 판단력
팡어는 부상이 심한 편이라 죽어서 다시 부활해 본대에 힘을 실어주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떡하나? 살았는데.
“참내. 으른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네.”
팡어는 피식 웃으며 쇠뇌를 어깨에 걸쳤다.
“아니, 나도 죽을까 했는데. 누가 이미 적군을 쓸어버리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냥 미친 듯이 쏴 재꼈다. 뭐…….”
그는 하늘 위를 바라봤다.
보아하니 지휘관은 이쪽을 거의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본대 쪽에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가기 전에 로마 일꾼 한 마리 정도는 괜찮잖냐? 가자.”
팡어가 앞장서서 걸었다.
이제 정말로 금광을 무력화시킬 차례였다.
‘만약 보고 있었다면 날 소집 해제시키거나 했을 텐데.’
시빌엠엔 소집 해제라는 기능이 있다.
극단적 표현으로는 ‘자살’인데. 여튼 병사를 무효화하고 다시 병영에서 모집하기 위해 쓰는 기능이다.
만약 쿠키가 팡어가 필요했다면 그 기능을 썼을 터.
“저깄다!”
조금 걷다 보니 금세 금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로마 역시 더 이상 이곳에 지원 병력을 보내긴 힘들었는지, 병사들은 없었다.
조선의 궁병들은 일꾼을 무참히 쓸어버렸다.
“자. 이제 여기 멀티를 싹 다 불태우는 일만 남았다.”
그 후, 팡어는 남은 병사를 다 모아서 지시를 내렸다.
[공성추 제작]조선은 병사들이 현장에서 공성 무기를 간이로 제작할 수 있었는데.
불 지르기 등의 공성을 할 수 없는 원거리 병사들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이었다.
심지어 제작 속도도 병사만 충분하다면 원래 생산 속도보다 빨라서 히트 앤 런 작전에 굉장히 유리했다.
[완료]쿵!
커다란 공성추가 매달린 마차 같은 것이 생겨났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차가 아니라, 인차라는 것이다.
“자. 밀어!”
구르르르릉……!
이 공성추를 운용하는 데에는 최소 3명이 필요했다.
양쪽에서 밀어주는 병사 둘, 그리고 공성추를 당겼다가 밀어 넣는 병사 하나.
물론 이건 최소 인원이고 원한다면 다섯이서 쓸 수도 있고, 심지어 8명까지도 탑승이 가능했다.
탑승? 사람 뛰는 거보다 느린 이 공성추에 대체 왜 타? 라고 물을 수도 있겠으나.
‘건물 판정이라 원거리 방어력이 좋거든.’
다 이유가 있다.
“온다. 타!”
“타!”
피유웅!
마을회관 근처로 가자 엄청난 개수의 화살들이 날아온다.
하지만 화살들은 병사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병사들이 순식간에 전원 공성추 안으로 탑승했기 때문.
“내려!”
팡어의 명령에 따라 다시 내린 병사들이 공성추를 민다.
“내려!”
드르르르르륵……!
워낙에 느리고 무거우나, 상관없었다. 어찌 됐든 마을회관 건물까지 가기만 한다면 전부 부서지니까.
“타!”
“내려!”
병사들은 마을회관 화살이 쏘아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고.
결국 공성차는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땡겨어어!”
뒤로 끝까지 땡겨진 무지막지한 쇳덩이.
끼이이이이──
“놔!”
그것을 일제히 놓으니, 엄청난 가속이 붙으며 추가 마을회관 건물의 기둥을 때렸다.
──쿠우우웅!
“으아아아아아아아!”
“사, 사람 살려!”
마을 회관이 공격받자 일꾼 NPC들이 패닉하기 시작했다.
회관 안에서 일하던 일꾼들도 죄다 튀어나와서 모두 대피하기 시작한다.
이는 굳이 총지휘관의 명령이 없이도 자동으로 나오는 행동이었다.
“땡겨어어어어! 놔!”
공성추의 공격이 그리 많이 필요하진 않았다.
아주 느리지만, 너덧 번이면 건물 하나가 반파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기둥 두 개가 무너지자, 마을 회관은 속절없이 쓰러져 내렸다.
화르륵.
무너지며 떨어진 잔해들이 불을 내기 시작했다.
“2시는 이제 우리 거다!”
고작 10명이서 멀티 하나를 함락시켰다.
환희의 함성이 터졌다.
아몬드도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활짝 웃었다.
“와아아아아아!”
* * *
“와아아아아아……!”
모든 경기가 끝난 후, 넓은 광장.
아직 관중들의 열기가 식지 않았는지 옅은 함성이나마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리포터가 마이크를 들이댔다.
“오늘 승리하시고, 또 MVP로 선정되셨는데. 소감을 말해주세요!”
그녀의 마이크를 받은 남자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다.
“아. 마지막 본대 전투에서 활약을 좋게 봐주신 거 같은데. 사실 영광은 지휘관님께 돌리고 싶습니다.”
“아. 그렇죠? 사실 투표가 박빙이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MVP는 보통 병사들에게 주는 게 관례이다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사실상 지휘관이 이긴 거죠.”
“아. 지휘관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잘 느껴지네요. 오늘 매치 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임하셨나요?”
남자는 망설임 하나 없이 대답했다.
“저희는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고 왔습니다.”
“이야. 역시 명실상부 조 1위 자리를 굳히게 된 로마다운 자신감입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감사를 전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굵게 휘어진 검은 머리를 넘긴다.
각진 이목구비와 대비되는 따스한 녹색 눈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닉네임은 피에르.
그의 본명이기도 했다.
“피에르. 일단 지금 최고 상승세였던 조선과 경기를 치르셨는데요. 인상적이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예를 들어, 이래서 이 팀이 지금 돌풍을 일으키고 있구나…… 라든가?”
“음…….”
피에르는 잠시 고민하더니.
“제가 마지막에 거의 뚫지 못할 뻔한 고비가 있었습니다.”
“아…… 자료 화면 나오네요?”
로마 본대가 조선의 본진으로 향할 때.
시빌엠이 늘 그렇듯 조선도 마지막 항전을 보여줬었다.
리포터는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여기서 거의 역전이 일어날 뻔했던 거! 저도 기억나요!”
경기가 끝난 시점이 3시대 막바지라서 다행이지, 사실 여기서 조금만 더 시간이 끌렸다면 바로 역전이 나올 상황이었다.
다른 RTS하고는 다르게 시빌엠은 맵이 넓어 전투 흐름이 비교적 느리기 때문에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예. 그때 마지막까지 항전하던 궁수가 있었는데. 정말 나아가기 어려웠습니다. 그 선수가 아마…… 이번 7chans 웹진에서 신인 랭킹에 올랐다고 하는데…….”
“아! 아아몬드! 굉장히 잘생긴!”
분명 로마 팬들밖에 안 남았을 관중석에서 ‘오오오오……!’ 하는 함성이 들려온다.
이에 피에르가 웃으며 끄덕였다.
“오. 맞아요. 그 선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 랭킹 10위권이신 피에르 님이 그렇게 언급하시니까. 정말 대단했었나 본데요? 좋습니다. 그럼…….”
핑.
검은 화면이 된 모니터엔 주혁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후우.”
한숨을 내쉰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자식 괜찮은 건가.”
걱정스러운 듯 상현이 아직 나오지 않은 방을 들여다보지만.
상현은 아직 캡슐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뭐, 이겼을 때도 바로 나온 적은 별로 없었으니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었다.
‘승부욕이 엄청난데.’
세간의 평가로는 조선은 이미 기적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 정도면 아마 꿈에 그리던 본선에는 진출할 확률이 높았다.
어쩌면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었다.
사실 대부분 플레이어들은 만족했을 것이다.
‘저놈만 빼고.’
가짜 국대에서 봤던 상현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 많은 멤버들 중에 희철을 제외하면 오로지 상현만 우승을 언급했었다.
계산기 두드리는데 능숙한 주혁은 그 욕망이 위험하다고 느꼈다.
냉정하게 조선이 우승할 확률은 제로였다.
언젠가 상현이 그걸 정말로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올 것이다.
입으로는 맨날 자기도 안다고 하지만, 눈을 보면 주혁은 알 수 있었다.
상현은 정말 이 팀의 우승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우승을.
장 피디에게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예? 아, 그 제목이요? 그거 놀랍게도 상현 씨 아이디어였어요.」
가짜 국대.
비록 가짜라는 말이 앞에 오지만, 뒤엔 분명하게 국대가 붙는다.
이 제목을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유상현이었다.
치승이 버스에 올라타면서 했던 말이 인상적이라면서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반응은 좋았다. 사람들은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혁은 그 제목이 재밌는 제목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딘가 몸 한구석을 계속 찌르는 듯한 아련한 고통이었다.
‘사람들은 모를 거야.’
사람들은 모른다.
매사에 별 관심 없고 쿨해 보이는 상현의 안에 어떤 꿈이 자라고 있었는지.
‘국가대표가 쟤한테 무슨 의미인지.’
그것이 얼마나 처참히 짓밟혔었는지.
그것에 얼마나 슬퍼했는지.
주혁도 그 시절에 상현을 본 것은 아니었다만, 그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처음 가상 현실에서 활을 쏜 후 캡슐에서 나오지 못하던 상현을.
「야. 나올 줄 모르…….」
그때 다가갔던 주혁은 유리 안으로 봤던 상현의 모습을 절대 잊지 못한다.
그는 목놓아 울고 있었다.
아무도 들을 리 없고, 오직 혼자만 있는 캡슐 안에서 시리도록 서럽게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었다.
“…….”
주혁은 잠시 캡슐을 쳐다본다.
아직 나올 기미는 없다.
아마 피드백 받고 회의까지 진행하려면 더 걸리겠지.
주혁은 현관을 열고 마당으로 향해, 습관처럼 담뱃불을 붙였다.
치익.
“그나저나…….”
담배 연기가 하얀 입김과 함께 섞여 하늘로 올라간다.
그는 멍하니 올려보며 물어봤다.
“난 그렇게 울 수 있을까?”
* * *
다음 날.
조선과 로마의 게임은 이번 대회의 꽤 큰 화젯거리였다.
국내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국내 게임 언론, 심지어 해외의 게임 언론에서도 이번 매치에 대해 다뤘다.
[언더독의 반란을 잠재운 ‘엘리트 로마’의 한 방] [지나가 버린 폭풍. 그러나 불씨는 남았다.] [결국엔 클래식의 승리.]아무래도 이번 경기가 화제가 된 이유는 양극단에 있는 듯한 두 팀의 대결 때문이었다.
시빌엠 국제전 경기의 최상위권에서 내려온 적이 별로 없는 로마와 한 번도 상위권에 가 보지 못한 조선.
탄탄하게 뻗은 로마의 대로처럼 정석적인 빌드업으로 맵을 점령해 나가는 로마.
오프로드를 타듯 험악한 길을 택하지만, 상대를 빠르게 곤경에 빠뜨리는 조선.
이런 대조적인 대결 구도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무엇보다 조선이 이번 대회 ‘언더독’들 중에 가장 큰 이변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 컸다.
언론에서 표현하는 말 그대로 ‘언더독 돌풍’이었다.
[난 일본인이지만 조선을 응원하는 중. 진짜 재밌다.] [조선 경기가 진짜 재밌다. 조선 화이팅] [역시 게임은 ‘K’다.] [로마전도 거의 이길 뻔했다. 진짜 미라클]덕분에 해외에서도 조선 팬이 생기며, 해외 커뮤니티에 관련 게시물이 종종 올라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조선과 로마 경기에 대한 기사 외.
아몬드에 대한 기사가 단독으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아몬드, 패배 와중의 “차력쇼” 아직 조선의 돌풍은 끝나지 않았다]기사의 원문은 해외 웹진에 올라온 것이지만, 한국의 이스포츠 언론에도 번역되어 개재되었다.
-차력쇼ㅋㅋㅋㅋㅋ
-초월 번역 뭐냐 ㅋㅋ
-경기 스타일 화끈해서 좋더라. 볼점유율 발언한 놈답게 질질 안끌고 아주 시원하게 쏘던데.
└ㅁㅊㅋㅋㅋㅋ
└볼점유율ㅋㅋㅋㅋ
-ㅋㅋㅋ차력쇼 ㅇㅈ합니다
-아아몬드 섭외한 놈 상줘야함. 스트리머가 이렇게 잘할 줄 누가 알았겠냐고
└ㄹㅇㅋㅋ
-조선! 끝나지 않았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