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3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01화
35. 릴리즈(2)
로마전 패배의 충격은 생각보다 강했다.
특히나 전략을 짜는 입장인 싱크 탱크의 일원들에겐 더더욱이 그랬다.
똑. 똑.
“오빠. 밥 안 먹어?”
물만두가 문을 두들기며 물었다.
치승이 여전히 방에 혼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아, 어. 너희들끼리 먹어라.”
치승은 힘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방 구석에 작게 마련된 간이침대로 몸을 뉘었다.
삐걱…… 삐걱…….
그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녹슨 쇠 갈리는 소리가 나는 침대였다.
그럼에도 치승은 이 침대가 편했다. 새로운 전략이 생각날 때면 신나서 여기 친구들과 밤새도록 토론을 하다가 이 침대에 누워 눈 붙이곤 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그리 개운할 수가 없었다. 팡어 아재는 그런 치승을 보며 나이가 깡패라며 자기는 이 침대에서 하루만 더 자면 허리 디스크가 걸릴 것이라 아우성이었으나.
치승에겐 안락한 보금자리였다. 불안할 때도 이 침대에 누우면 안정감이 든달까.
그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휴대폰을 켰다.
습관처럼 엠불을 켜버리는데.
‘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이내 깨닫고 끈다.
오늘 경기 대패하고 커뮤니티를 본다는 건 거의 정신적 자살 행위였다.
이번 국가 대항전이 처음도 아닌 만큼 치승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응?’
스치듯 남은 잔상에서 치승은 의외의 것을 본 것 같았다.
단순히 느낌이지만, 분명 뭔가…….
‘달라.’
그가 예상한 것과 커뮤니티 분위기가 달랐던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엠불로 들어가 본다.
그래, 악플 따위 어차피 각오만 한다면 얼마든지 봐줄 수 있어.
치승은 나름의 각오를 한 뒤, 아까 봤던 잔상을 찾아서 스크롤을 내려본다.
‘착각이…….’
스크롤을 내릴수록 알게 됐다.
1위) 그래도 잘싸웠다!
2위) 아쉽지만…… 이번 경기력이 역대급인 건 부정 못할듯 해요
3위) 안토가 잘한 거지 쿠키가 못한 건 아닙니다
.
.
.
착각이 아니었다.
오늘 패배한 나라의 커뮤니티 분위기가 아니었다.
엠불이 아무리 말씨가 젠틀한 편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다.
이들도 수틀리면 온갖 독설을 허허 웃으며 쏟아부을 줄 아는 자들이었다.
특히나 시빌엠에 대해 아는 것도 많기 때문에 욕을 해도 제대로 뼈를 때리는 욕을 할 수 있는 자들인데…….
‘저번하고 다르잖아?’
작년 국가 대항전에서 패배를 거듭하고 예선 탈락했을 때.
그때 올라왔던 글들을 치승은 기억하고 있었다.
들어가지 않으려 해도, 시빌엠을 하면서 엠불을 3개월 동안 안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 무려 3개월.
무려 3개월을 엠불에서 욕을 처먹었다!
‘지금은 왜 다르지?’
그런데 이번 패배에선 다들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치승은 정확히 이유를 알 순 없었다.
앞에서 그나마 잘해서?
작년에도 조선이 전패를 한 게 아니다.
그냥 예선 통과를 못 했을 뿐이지.
이번에도 조선은 자칫하면 예선 통과를 못 할 수도 있다.
특히 프랑크 대 스페인의 경기에서 스페인이 이기면서 조선을 다시 바짝 추격 중이니까.
‘어쨌든…….’
치승은 가만히 스크롤을 내려보며 사람들이 써준 글을 하나하나 읽어봤다.
혹시나 낚시 글이라 들어가면 ‘……라고 할 줄 알았냐?!’ 하면서 초록 개구리가 1인칭으로 두들겨 패대면서 팩트 폭력하는 글일 줄 알았더니.
‘다행이다.’
그런 건 없었다.
댓글조차 응원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야말로 해보자
-다들 실력이 오른게 보이더라, 본업하는 와중에도 대단
-ㄹㅇ김치워리어 화이팅~!
-가짜 국대보니까 짠해서 극딜 못박겠음 ㅋㅋ
└ㄹㅇ ㅠㅠ
└나도 ㅋㅋㅋ
-치승이 내년엔 알바 하나만 하자~
└알바지옥 광고 찍으러 드가자~!
치승은 그렇게 누워서 한참을 커뮤니티를 구경하더니.
이만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눈가를 닦아내며 아까의 감정을 털어냈다.
“제가 틀렸네요…….”
그가 설치된 카메라로 다가가 말했다.
“저 말고도 이길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네요. 이렇게나.”
그는 휴대폰 화면을 카메라에 가져다대며 보여준다.
“감사합니다.”
아까만 해도 치우고 싶었던 카메라에 대고, 그는 꾸벅 인사를 한다.
* * *
패배 당일.
희철은 싱크탱크 팀과의 회의는 다음 날로 미뤘다.
희철이 전략 회의를 패배했다고 미루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다들 의아해했다.
희철은 ‘각자 마음을 잘 돌보라’며 둘러댔으나.
그는 그날 곧바로 병원으로 향해야했다.
병을 달고 살다 보면, 가끔씩 이런 날이 있었다.
이젠 워낙 자주 겪어서 둘러대는 것도 수준급이 되었다.
다음 날이 되고 희철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병원을 나섰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지금 그를 부축해 주는 그의 연인뿐이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희철에게 무리하지 말라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주고.
이루고 싶은 것을 도와주는 것이 어쩌면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수도 있었으니까.
“어떤 드라마에서 봤는데. 죽을병에 걸렸던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이 에라이! 마지막이다! 하고 자기 벌 돈 다 벌고 싶어서 마약 제조업에 뛰어들었어.”
“……마약?”
“들어봐. 그 선생님은 가족이 평생 쓸 돈을 마련하고 싶었던거야. 자기가 없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아.”
“그리고 어차피 자기는 곧 죽을 거니까. 범죄자가 되어도 상관 없었지.”
“그건…… 그렇네.”
“그런데 웃긴 게 뭔줄 알아? 알고보니 그 사람…… 완전 천직인 거야. 너무 잘 만드는 거지.”
“하……? 마약을?”
“어. 그 업계에서 완전 날려서, 결국 최고 자리에 도전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사이에 병이 다 나아버렸어.”
“……?”
희철은 피식 웃으며 말도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도 끄덕였으나.
말은 전혀 반대였다.
“드라마니까 그렇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더라. 마음의 병이 그렇게들 무섭다더라.”
희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도 희철에게 말을 시키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아지트 앞에 그를 내려주고는 이런 인사를 건넸다.
“잘 갔다 오고. 마음의 병이라도 고쳐. 혹시 모르잖아.”
“……그래.”
희철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매번 병원에 갔다올 때면 늘 그랬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꺼내도 위안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아…… 그…….”
그래도 잠시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화제를 돌려본다.
“알아. 오늘 1호점 매니저 못 온다며. 기억하고 있어.”
“그게 아니라.”
“?”
“우리 차에 카메라 있어. 혹시 몰라서.”
“그것도 기억하고 있어. 다큐는 잘돼가?”
“음. 글쎄 아직 영상을 못 봤는데. 듣기로는 조회수가 잘 나온대.”
“에엥? 나한테도 안 보여주더니. 자기도 안 봤어?”
“뭔가…… 창피해서.”
피식.
그녀는 희철의 희철다움에 웃어버렸다.
“나도 그럼 나중에 볼게.”
문이 닫히고, 핸들이 저 혼자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그녀는 떠나갔다.
‘나중에……?’
희철은 불현듯 뭔가 깨달았다.
이 다큐를 찍는 것에 그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의미가 있었다는 걸.
‘나중에 네가 날 볼 수 있구나.’
내가 여기 없어도.
* * *
슬슬 늦겨울이었다.
얼어붙었던 공기가 점점 녹기 시작한다.
고지대인 여기 달동네에도 이따금씩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봄이 머리를 들이밀어 미리 인사하려는 것처럼.
─턱.
상현은 달동네의 계단을 다 내려온 뒤, 기지개를 켠다.
간만에 아침부터 운동을 나온 것이다.
겨울에는 잠시 이 루틴을 쉬는데, 슬슬 겨울이 끝나가자 또 몸이 근질해졌다.
“으으으으……!”
꽤나 요란하게 스트레칭을 해본다.
지나가는 몇몇 사람들이 쳐다보지만, 상현은 익숙한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런 날씨에 뛰기 전에 땀을 좀 내주지 않으면 위험했다.
여기서부터 공원까지 뛰려면 아무리 운동 좀 했던 놈이라도 그리 쉽지 않았다.
특히 상현의 뛰는 속도대로면 더더욱.
‘오늘은 그래도 페이스 조절 좀 해야지.’
간만에 뛰는 것이기도 하고, 날씨도 아직 쌀쌀하니 적당히 조절해서 뛰기로 다짐한다.
사실 결정적인 다른 이유가 있었다.
“으어어…… 야. 지금 뛰면 그대로 얼어버리는 거 아니냐?”
빼꼼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햇빛을 등지고 나타난 한 남자.
그가 손을 비비며 몸을 부르르 떤다.
“입김도 안 나오는데. 왜 엄살이에요.”
상현은 전혀 받아주지 않으며 뒤로 돌아섰다.
“입김 나올 때 뛰면, 그게 입김인지 내 영혼인지도 모를 텐데. 뭔 입김 타령이냐!”
“아저씨가 나온다고 해놓고.”
그는 팡어였다.
아침 운동을 하는 것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예전에 상현과 내기 농구를 한 판 하더니 같이 운동을 하고 싶다 했다.
체력이 좋아지고 싶다나.
“안녕하세요.”
이어서 방송 작가와 카메라맨도 등장한다.
“아침 운동 하신다는 얘기 듣고 촬영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둘은 스쿠터에 올라타 이들을 촬영하 생각이다.
“진짜 되겠어요?”
상현이 팡어에게 묻는다.
못 뛴다고 하면 언제든 비웃을 준비를 한 표정으로.
“되지 그럼! 가자.”
“안 봐줘요.”
“뭐, 뭐?! 누가 봐달래! 죽어라 달려! 임마! 나한테 쪽 당하기 싫으면!”
피식.
상현은 알고 있었다.
팡어가 왜 운동을 같이하자고 하는지.
「너 어떻게 그렇게 잘 쏘냐? 어?」
그는 상현을 인정하고 난 뒤부터, 상현에게 활을 어떻게 그리 잘쏘냐고 매번 물어봤었다.
활을 잘 쏘게 되는 것을 그냥 말로 설명해서 할 수 있었다면 모두가 상현처럼 쐈을 테니.
당연히 마땅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중학교 때부터 하루 종일 쏘면 잘 쏘는데.’
상현은 그냥 쐈다.
이 길이 좋았고, 마침 이 길이 그의 인생의 유일한 타개책이었다.
활을 쏘는 데 있어서 그는 의문을 품은 적이 없었다.
그냥 매일같이 일어나서 쏘고, 학교 끝나고 쏘고, 밥을 먹고 쏘고 자기 전에 쐈을 뿐이다.
이제 와 그것을 팡어에게 알려준들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나이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 알려줬더니, 팡어가 갑자기 운동을 같이하자고 나선 것이다.
아마 그는 상현이 하는 것들을 다 따라 해볼 생각인 것 같았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상현도 잘 쏘는 선배가 있으면 그 선배가 의자에 앉는 자세까지 따라 했으니.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허억……! 헉! 야! 야아!”
물론, 마음을 안다고 그의 속도에 맞춰주는 건 아니었다.
저 멀리 뒤처진 팡어가 죽는 소리를 낸다.
“내, 내 나이가 서른 다섯이야, 인마아! 적당히 가!”
“메시도 서른 다섯에 월드컵 우승했어요~”
“메, 메시 미친…… 나, 난 음바페 응원했어 이 새…… 흐아아……!”
부우우웅.
스쿠터를 타고 가는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더 들이댄다.
“지금 힘드신가요! 팡어 님!?”
“미, 미친 그걸 물어…… 허억……! 봐흐어…… 알아!?”
“왜 뛰시는 건가요!? 아몬드처럼 되고 싶으신가요? 뛴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 비, 빌어먹…… 흐으어어…….”
며칠 뒤.
조선과 프랑크가 다시 마주하는 날이 왔다.
[가짜 국대 ep2. 놓아주다(Release).]아몬드 채널엔 가짜 국대 2번째 영상이 올라오는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