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3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04화
36. 주 무기는 마이크입니다(2)
새롭게 차린 한 작은 사무소.
“이거 반응이 너무 좋은데요? 피디님?”
비록 낡고 작은 사무소였으나, 느껴지는 기운은 전혀 낡지 않았다.
뭔가 되어간다는 희망, 상승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곳은 장 피디가 차린 신생 제작사였다.
“1편보다 조회수가 더 나올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게 가능한 건가?”
분위기가 좋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일이 잘돼서다.
이곳에서 제작한 ‘가짜 국대’라는 컨텐츠가 생각 이상으로 흥행하고 있다.
“1편이야 당연히 어그로랑 신장개업 효과로 좋을 거라 생각했지만…….”
원래 이 업계에서 진짜 승부는 2편부터였다.
1편은 온갖 프로모션과 홍보, 그것도 안 되면 어그로라도 끌어서 어떻게 조회수를 모아볼 수 있었으나.
2편부터는 재미없으면 절대 봐주지 않으니까.
2편이 1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흥행하는 경우는 결국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된다. 즉, 시간의 문제일 뿐 성공적인 컨텐츠가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가짜 국대는 그런 기다림의 시간조차 없이 바로 흥행해 버렸다.
소위 대박을 친 것과 같은 일.
그런데, 그런 대박을 친 제작자 장본인은 막상 그리 기쁜 기색은 없다.
“어. 그래. 그거 들고 온 건 뭐냐.”
희소식을 들고 온 직원에게도, 그는 건조하게 갈라진 목소리로 무심하게 되물을 뿐이다.
“아. 이건…….”
“두고 가라. 어차피 지금 들어도 까먹어.”
눈의 다크서클이 입가까지 번져 있으며, 머리는 부스스하고, 옷은 매일 똑같은 옷.
눈알은 충혈돼서 항상 모니터에만 시선 고정 중.
이게 요즘의 장 피디였다.
“피디님. 괜찮으신 거죠?”
“라이브 편집 이거 진짜 죽을 맛이다. 하…….”
카메라를 24시간 풀로 달아놓고 편집하는 방식. 업계에선 거의 지옥행이라 불리는 방식이니.
본래 있던 직원 수로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본래 있던 직원이라 해봐야 자기 밑에 있던 두 명 데리고 나온 게 전부지만.
“좀 쉬세요…….”
“쉬면 진짜 죽어.”
“지금도 죽으신 거 같은데요.”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일은 벌여놨고, 스케줄에 맞추려면 몸을 가는 수밖에.
“그나마 네 말대로 영상 잘돼서, 너희들 월급은 안 밀릴 테니까. 걱정 마라.”
“하하…….”
장 피디는 사람을 쓰고, 사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지금 절실히 깨달았다.
정말 소름 끼치지만, 어쩔 땐 방송국에 있을 때가 그립기도 했다.
“저희 구인 계속 진행하고 있는 건 맞죠?”
편집자 한 명이 장 피디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며 조심스레 묻는다.
“어. 구하고는 있어. 근데 그게 어디 쉽냐. 멀쩡한 놈 구하는 게. 너희들 같은 초엘리트들을 어디서 또 구해오겠냐.”
하하하.
장 피디의 농담에 다들 웃지만, 불안이 스친다.
라이브 편집하는 생활 예능.
이런 장르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갈리는지 뻔히 아니까.
인원 충원이 안 되면 슬슬 감당 안 될 게 자명했다.
“여, 여튼! 좋은 소식만 말하자면요! 시청자만 좋은 게 아니라, 스폰서들 반응도 좋습니다. 광고를 추가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이번에 2편이 커뮤니티에서 이걸로 화제가 돼서요.”
장 피디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피식 웃는다.
“뭐, 그거 치승이?”
“예.”
그가 말한 ‘치승이?’라는 건 치승의 고백 공격 에피소드를 말한다.
그가 아르바이트 대타를 거절하기 위해 진심을 가장한 고백으로 인간관계 하나를 끊어내는 처절하고도 숙연했던 장면.
이 장면은 클립으로 재확산되면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빛치승 고백 공격.gif] [김치워리어 클립 찾길래 쪄왔다] [아니 이거 뭐임???ㅋㅋㅋㅋ]“이거 왜 먹힌 걸까요?”
컨텐츠 제작자들은 성공을 하더라도 늘 의문을 갖는다.
왜 성공했는지 알아야 다음에도 또 쓰니까.
“고백 공격이 재밌어서?”
장 피디는 고개를 젓는다.
“아마 고백 공격이란 거 자체가 재밌어서는 아니지. 이미 서브컬처 매체에서 꽤나 많이 다룬 소재니까.”
“그럼…….”
“근데 아마 진짜 상황은 못 봤을 거다.”
“!”
이 고백 공격이 방송적 조작 하나 없는 실제 상황이었다는 것.
그 리얼함이 시청자들에겐 충격적인 것.
심지어 제작진은 이 충격을 더 돕기 위해 이런 공지까지 써 올리지 않았던가?
[공지: 영상에 첨부된 모든 상황은 실제 상황이었습니다.]‘모든 상황’이라고 쓰긴 했으나, 사실 그들이 말하고 싶었던 건 치승의 고백 공격 파트였다.
-아니 그럼 14:32 이 파트가 진짜란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나도 이게 젤 얼탱 없음
└이런거 찐타 컨셉 올튜버 애들이 컨셉으로 하는 것만 봤지 실제 본 건 처음이다 ㄹㅇㅋㅋㅋㅋ
└└2222 나돜ㅋㅋㅋㅋ
-찐따 컨셉 잡는 애들 다 긴장해야겠누 ㅋㅋ “진짜”가 나타났으니.
└꽉튜브 실직 5초전~
“이 모든 게 리얼이라는 게 재밌는 거야. 그러니까…… 너도 앉아서 컷 좀 나눠.”
“아, 앗 네!”
결론이 왜 그렇게 되지?
묻고 싶었으나, 편집자들은 그럴 시간도 아까웠다.
마감이 끝나면 또 다른 마감.
이제 곧 스페인과의 경기 날에 올릴 영상을 만들어야 했으니.
* * *
“뭐야. 고백 공격?”
푸하하하!
주혁은 소파에 누워 박장대소한다.
그는 가짜 국대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거 장난 아니네.”
한참 낄낄대던 주혁은 아몬드 채널의 추이를 확인한다.
[아몬드] [구독자 93.8만]국가대항전 이후, 아몬드 채널은 다시 부스트를 받으면서 100만 구독자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100만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게임 스트리머를 좋아하는 사람들 외, 관심이 없는 대중들도 끌어들여야 하는 숫자다.
바꿔 말하면 이번에 게임에 관심이 별로 없는 대중들도 끌어들이고 있단 것이다.
아마 가짜 국대 두 번째 에피소드의 반응이 굉장했기 때문이리라.
[가짜 국대 ep.2 놓아주다(Release)]-ㅠㅠㅠ눈물 폭탄 흘림
-아…… 진짜 쿠키영상까지 완벽하다 ㅠㅠ
-앜 고백공격ㅋㅋㅋㅋ웃다 울다 진짜 난리ㅠㅠㅠㅠ ㅋㅋㅋㅋ
댓글 반응이 좋은 것은 물론, 영상 밖으로도 파급력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치승의 ‘고백 공격’이 밈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임 커뮤니티가 아닌, 다른 커뮤니티에서까지.
[이거 진짜 댕웃곀ㅋㅋㅋㅋㅠㅠㅠ] [이거 뭐야? 실화야?ㅠㅠ] [“진짜”의 등장이랰ㅋㅋㅋ (릴프로 펌] [알파 세대 고백 방식] [찐따가 이기는 법]어쨌거나 ‘고백’이긴 하니까. 연애 이야기를 주로 하는 커뮤니티에도 퍼져 나갔고.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이 정보 공유를 하는 공간에도 퍼져 나갔다.
[요즘 논란인 ‘고백 공격’ 괜찮은가요?]이 경우엔 이런 행동이 괜찮냐?라는 것에 토론이 불이 붙으면서 보통 얘기가 퍼져 나갔다.
-어휴 알바 대타 해달라는 애가 잘못했네. 왜저리 버릇이 없는지? 제 딸이 저럴까봐 걱정될 정도네요.
-아무리 그래도 고백 공격…… 받는 사람 상처는 생각 안하나?
└아니 ㅋㅋㅋ 진짜 고백한게 아니라 알바 대타를 너무 무례하게 요구하니까 그렇죠.
-치승이가 맞다고 봅니다. 솔직히 고백 공격이 아니라 더한 욕 해도 할 말 없습니다.
서로 토론을 하든, 뭘 하든.
새로이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들은 전부 아몬드 채널로 오게 됐다.
이 밈과 파급 효과는 치승이 만든 것이지만, 어쨌거나 그가 나온 영상은 아몬드 채널에 올라오니까.
‘또 늘었어.’
[아몬드] [구독자 93.9만]실시간으로 늘어나는 구독자를 보며, 주혁은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역시 그때 무리한 요구를 해서라도 이 채널로 영상을 끌어들이길 잘했다.
지금처럼만 컨텐츠가 잘 나와준다면, 외부에서 계속 새로운 구독자가 유입될 확률이 높았다.
그런 희망찬 생각을 하며 스크롤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 화면이 바뀐다.
지이이이잉.
[사나 은행 김영호]‘왔구나.’
주혁이 기다리던 전화였다.
사나 은행의 사내 법무사로 일하는 선배였다.
“아, 네. 잘 지내셨어요?”
그는 마치 얼굴이 보이기라도 한다는 듯 만연한 웃음을 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뇨. 별로 심각한 일은 아니구요. 네, 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이제 슬슬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티비 화면을 꺼버렸다.
핑.
* * *
‘놈이 온다…….’
리포터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MVP: 아아몬드]이번 프랑크와의 대결.
승리자는 조선이었고, MVP는 역시나 아아몬드.
‘쿠키랑 한 표 차이.’
이번 프랑크전은 전략이 워낙에 뛰어났기 때문에 쿠키와 거의 한 표 차이까지 좁혀졌으나.
역시나 아몬드의 활약이 없었다면 금광 견제가 그렇게까지 수월할 수 없었으므로, 아아몬드가 MVP로 선정되어 버린다.
‘아쉽다.’
리포터는 아쉬웠다.
쿠키가 왔다면 인터뷰가 쉬웠을 텐데.
쿠키는 흐르는 물 같은 사람이라면, 아몬드는 럭비공이다.
흐르긴커녕 어디로 튀어버릴지 모른다.
땅!
피디가 손가락을 튕기며 외친다.
“자. 인터뷰의 악마 대공님 강림하신다~”
그는 재밌다는 듯 낄낄거린다. 그럴 만했다.
‘막상 이 악마 대공과 마이크란 칼을 들고 싸워야 하는 용사는 리포터인 나니까!’
슈우웅……!
푸른 빛과 함께 아아몬드가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리포터 앞에 채팅창이 생겨났다.
-ㄷㄱㄷㄱㄷ
-악마 소환술ㅋㅋㅋㅋ
-크
-이걸 보기 위해 앞에 게임 다 봤습니다
-리포터 극한의 긴장ㅋㅋㅋ
-프랑스는 이 악마를 소환하기 위한 제물이었을 뿐……
-본 겜 스타트 ㅋㅋㅋ
역시나 아몬드의 인터뷰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마구 올라온다.
리포터는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활기찬 목소리로 내뱉는다.
“와~! 아몬드 님! 이번에도! 한 번 더! MVP에 선정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연속해서 MVP에 선정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 네…….”
처음엔 무난한 문답이 이어졌다.
MVP에 선정해 줘서 고맙다든가, 쿠키와 한 표 차이라는 말에 이번엔 쿠키가 받았어도 좋았을 거라는 말 등…….
의외로 잘 흘러가는 인터뷰.
‘오늘은 잘 풀리는데?’
리포터는 잠시 안심했으나.
문제는 늘 이럴 때 터진다.
“저희가 경우의 수를 계산했는데요! 이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완전히 본선 진출을 확정받습니다! 이에 대해서 다음 경기에 대한 전략이나 각오! 있으실까요?!”
이 마지막 질문.
저번에도 문제가 됐던 발언을 만들어낸 질문이다.
사실상 트래쉬 토킹을 하라고 던져주는 먹이나 다름없다.
-번역) 스페인에 트래쉬 토킹좀 쏴달라
-아몬드의 영역 전개 “무적함대”가 시작된다……
-앗 ㅋㅋ
-트레스 또 뒤집어질 준비중~
아몬드는 리포터의 말을 경청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 다음 경기…….”
리포터는 그의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했으나, 생각을 읽을 수 없다.
딱히 뭔가를 하겠다는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 역시도 그냥 무난하게 끝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전략은 저는 잘 모르지만, 각오 정도는 있습니다.”
“오…… 각오!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너무 기대되는데요!”
-기대하는거치곤 목소리가 떨리는데요?ㅋㅋㅋㅋ
-기, 기대되는데요! (덜덜 떨며)ㅋㅋㅋㅋㅋ
-리포터 왜이리 긴장했누 ㅋㅋㅋㅋㅋㅋ
리포터의 떨림이 시청자들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아몬드는 의외로 자신들의 노력을 덤덤하게 말할 뿐이다.
“일단 저희는 중갑 보병을 잡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진행했구요. 저 말고도 다른 많은 궁병들이 중갑 보병 상대로 겁먹지 않을 겁니다. 저번 경기에서 로마의 기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던…….”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
-웬 로마여
-아니 ㅋㅋㅋ 견과류 쉑 ㅋㅋ 열심히 듣는 척하더니 ㅋㅋㅋㅋ
-엥?
‘이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일 텐데?’
다음 경기는 에스파냐전인데, 아몬드는 계속 로마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다.
그는 리포터 질문을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일까?
“저…… 아몬드 님? 그…… 지금 로마 얘기하시는 거죠?”
“그러니까 저희는…… 예?”
“로, 로마 얘기하는 거죠?”
“아, 네. 당연히…….”
“아. 그럼 혹시 다음 상대에 대해서는 들을 수 있을까요?”
리포터의 눈에 불안이 한가득 스쳤다.
뭔가 오고 있다.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아몬드는 갸웃거리며 이렇게 대답한다.
“다음 상대가 로마인데요?”
-?
-뭔ㅋㅋㅋ
-호두 ㅈ버그 ㅋㅋㅋ
-누가 쟤 좀 말려라 ㅋㅋ
-ㅁㅊㅋㅋㅋ
리포터는 동공지진.
“그…… 제, 제가 알기론 스페인이거든요!? 1차전하고 똑같이…….”
아.
아몬드는 그제야 기억났는지, 아차 싶었다.
‘이런 실수를?’
그는 이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피식 웃으며 이렇게 둘러댄다.
“스페인은 상대가 안 되거든요.”
스페인은 우리 상대가 아니다.
로마가 상대다.
그러니 다음 상대는 로마다.
“!?”
리포터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얼굴이 되었고.
채팅창은 폭발했다.
-캬
-이걸 또 ㅋㅋㅋㅋ
-ㅁㅊ 스페인 패싱 ㅋㅋㅋ
-정보) 견과류 쉑은 활 쏘는 건 이미 정점에 올라서 하루 종일 인터뷰 연습만 한다.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에게 마이크를 주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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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에스파냐는 로마에게 1차전보다도 심한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