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3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05화
37. 무직 함대(1)
조선은 프랑크를 상대로 쉬운 승리를 거뒀고, 에스파냐는 로마를 상대로 쉬운 패배를 당했다.
“아아아! 로마! 역시 강력합니다! 에스파냐 상대로 완승!”
“에스파냐는 반면에 너무 쉽게 무너진 감이 있어요? 3시대에 전투 수도사를 앞세워서 역전의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쉽게 날렸습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심적으로 흔들린 것 같은…….”
에스파냐가 로마에 지면서 조선에겐 큰 기회가 생겼다.
다음 조선의 경기는 대 에스파냐전이다.
이것만 이기면 본선 진출이 확정되어버리는 상황.
그러니 시청자들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에스파냐 이기면 본선 자력 진출 확정 ㄷㄷ 대박]조선이 이미 본선에 간다고 확정 지은 사람들도 있었다.
[와 조선 본선 가네 지렸다] [현재 조선 3승 에스파냐 1승 ㄷㄷ] [진짜 본선 가누 다음 상대 어디냐? 바이킹?]에스파냐는 조선을 이겨도 확정받지 못하는데. 조선은 에스파냐를 이기면 확정이다.
에스파냐 입장에선 악조건이자, 조선에겐 희소식.
심지어 에스파냐는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시청자들마저 그걸 눈치채고 있는지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확산되고 있었고.
[인터뷰의 악마…… 손도 안 대고 에스파냐 컷……!?] [이것이 악마의 권능? 에스파냐 ㄹㅇ 정신 못차리네] [왜저래 쟤네 ㅋㅋㅋㅋ]로마의 MVP가 인터뷰하는 중에도 이런 언급을 했다.
“피에르 님. 이번 에스파냐전 승리. 어떻게 느끼십니까?”
“아무래도 지금 에스파냐 성적이 좋지 않아서인지.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려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저번보다 더 쉽게 이긴 것 같아…….”
로마의 에이스가 에스파냐가 흔들리고 있다고 공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인터뷰.
-ㄹㅇ 우리만 느낀 게 아니라니까? 피에르도 그렇게 말하네
-피에르 눈치 좋누 ㅋㅋㅋㅋㅋ
-어이. 악마 대공의 저주를 느꼈나?
-진짜 본선각 날카롭다~
조선만 잘한다면,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게 됐다.
* * *
백발의 노중년. 눈썹이 희끗하여 강직한 인상의 남자다.
촤락.
재활용지로 만들어진 커다란 종이 신문을 읽는다.
그 구시대적 신문의 한구석엔 어울리지 않는 문구 하나가 쓰여 있었다.
[한국 이스포츠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이런 신문에서 이스포츠에 대한 기사를 1, 2면에 다룬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기사의 내용은 이번 국가 대항전에서 조선의 활약을 담고 있었다.
연습 경기에서는 늘 성적이 안 좋던 조선이 막상 실전에서 날아오르고 있다는 내용.
“연습 경기에선 늘 졌다더니. 게임도 스포츠라고, 붙어보기 전까진 모르는 모양이군?”
쯔쯧.
중년은 혀를 찬다.
그의 꼬장한 인상을 본다면 신문에 뭐 이런 걸 올리느냐, 라고 한바탕 불평을 할 듯하다만…….
“사진이 없는 게 아쉽구만.”
그는 되려 이 기사에 사진이 없는 걸 안타까워한다.
“고놈 활 없으면 상판대기뿐이 안 남는 놈인데. 그걸 안 올려?”
쯔쯧.
요즘 신문 감이 다 떨어졌다며 나지막이 중얼거린 후.
촤락.
그는 이내 그것을 익숙한 손짓으로 반으로 접는다.
다 읽은 신문은 보통 쓰레기통으로 간다.
혹 재활용한다면, 싸구려 물건의 포장지로 쓰거나, 유리창을 닦는 면포로 쓰이게 될 텐데.
이 남자는 그 선택지 중 무엇도 고르지 않았다.
그는 책상 한편의 서랍을 연다.
드르륵.
서랍 한구석 신문을 차곡차곡 서류처럼 보관해 놓은 칸이 있었다.
빛바랜 모양이 척 보기에도 세월을 탄 듯하다.
언뜻 보이는 신문의 앞면을 보아하니 양궁 대회의 메달 소식이 적힌 지역 신문이었다.
남자는 잠시 무슨 감상에 잠긴 듯, 그 신문에 시선이 한참 머문다.
그러던 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들기며 그를 부른다.
“감독님. 오 코치입니다.”
“어. 그래. 오 코치. 들어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온 젊은 남성.
“이번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인사 왔습니다.”
“……아. 그렇지. 그래. 데려와.”
“예. 잠시만요.”
잠시 오 코치가 문을 열어둔 채, 돌아서 나간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을 터다.
아마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복도 밖 코너쯤에서 줄지어 서 있었을 것이니.
열댓 걸음이나 걸릴까.
그 걸음의 시간 사이로, 중년의 눈엔 옛 풍경이 펼쳐진다.
문을 열고 들어와 꾸벅 인사하는 작은 아이.
「네가 상현이구나.」
그 녀석과의 첫 만남이다.
곱상하게 잘생겼다는 것 외엔 별로 특별할 것도 없이 무뚝뚝한 아이였다.
말하기보단 그냥 끄덕이는 걸 좋아라 하는 조금 버르장머리도 없는 놈이기도 했지.
「이놈아. 어른이 말하면 대답이라도 해라. 운동부 생활이 녹록잖을 게다.」
「……예.」
작은 중학교 내에 신설된 양궁부.
당시 기준으로 몇 년 전부터, 정부에서 생활 체육 참여를 끌어올린다며 쏟아낸 예산에 힘입어 급하게 생긴 곳이었다.
세상 참 모를 일이었다.
「네가 첫 번째로 지원했다던데. 운동부 왜 하고 싶냐.」
막무가내식으로, 보여주기식으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이 양궁부에 처음으로 들어온 게 소년.
그 소년이 여태 봐왔던 아이들 중 가장 뛰어난 인재였을 줄이야.
「운동부요? 양궁부 아니에요?」
「그래. 운동부다. 양궁은 운동 같지가 않은 거냐? 왜 왔느냐? 우리나라는 운동부 힘들어.」
「양궁을 하면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해서요.」
그 어린 나이에 학비를 지원받겠다고 당돌하게 말하는 소년.
「새끼…… 남자구나.」
「?」
그럼 여자인가요? 라고 묻는 듯한 표정을 무시하고, 그는 애써 감정을 숨기며 넘겼었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쏘는 거나 보자.」
「쏴요? 저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한 번씩 하는 거다. 재미로.」
「아…… 재미로.」
파아앙──
그 순간을 코치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난생처음 활을 잡은 놈이 아무렇게나 잡고 당긴 활에서 날아간 화살의 그 ‘길’을.
「너…… 거짓말했냐?」
「무슨 거짓말을요.」
「아무것도 모른다며? 쏘는 법은 어떻게 알아.」
「어제 올튜브에서 봤는데요.」
어제 올튜브 보고 쏜 화살이 어지간한 아마추어 대회 레벨이었다.
「생긴 거랑 다르게 예습이란 걸 하는구나.」
이땐 대수롭지 않은 척 넘겼더랬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거.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심지어 영재의 딜레마란 것도 있었다.
처음에 말도 안 되는 재능인 것처럼 보이던 것들도 언젠가 보면 그냥 출발선이 앞에 있었던 것뿐인 경우.
그냥 성장이 빠른 거였을 뿐인 경우.
그런 아이들도 태반이었다. 오히려 유소년 때 두각을 나타내면 성인이 돼서 추락한다는 징크스까지 있을 정도다. 세상 진짜 모를 일이다.
‘물론 고놈은 달랐지.’
그래, 세상 참 모를 일이다.
영재의 딜레마, 가난한 집안, 주먹구구로 신설된 양궁부.
그 모든 한계를 뚫어내고 결국에 동년 최정상에 섰다.
뿐만 아니라 평단에게 올림픽 메달까지 따 놓은 당상이라 평가받았다.
세상 진짜 모를 일이다.
그랬던 녀석이 그렇게…….
“감독님?”
코치의 말에 감독은 저도 모르게 서랍 문을 빠르게 닫아버렸다.
드르르륵─
순간 앞에 펼쳐진 풍경이 전부 바뀌었다.
쾅!
서랍장 문이 거세게 닫히는 소리에, 앞에 선 하얀 유니폼의 선수들이 움찔했다.
“감독님……?”
코치는 감독이 주의를 끌기 위해 일부러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며 말했다.
“아…… 그래.”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찬찬히 선수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딱히 이름을 물어볼 것도 없었다. 가슴팍엔 이미 명찰이 붙어 있었다.
감독은 잠시 목을 가다듬고 말을 뱉었다.
“유소년 대표팀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뭐 실력들이야 이미 기본은 하고 있겠지.”
말을 길게 하는 편은 아니었다.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죽어라 쏘고, 빗나가면 울고, 맞히면 웃어라. 그러다가 올라갈 놈은 가고. 나갈 놈은 나가.”
옆에서 코치가 사인을 주자, 선수들이 기합 넘치게 대답한다.
“예!”
“씩씩하니. 좋구만.”
감독이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얼굴 봤으니, 됐다. 이제 어차피 맨날 볼 텐데. 가 봐.”
“예!”
코치와 함께 다시 돌아서 나가는 선수들.
그러던 중 마지막 선수가 나가려는데, 감독이 그에게 넌지시 묻는다.
“얘야.”
선수는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잠시 두리번거리다 대답한다.
“예?”
“혹 형제 있나? 위로 말이다.”
“아뇨. 외동입니다.”
감독은 잠시 지듯이 바라보더니 끄덕인다.
“그려. 다시 보니 안 닮았구만. 여튼 이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열심히 해라.”
이름이?
희한한 언질에 갸우뚱할 만도 한데, 아직 감독이 어려운 그는 다시 씩씩하게 대답한다.
“……예!”
꾸벅 인사하며 다시 돌아서는 그의 가슴팍엔 ‘유강현’이라는 이름이 반짝 빛났다.
‘우연이군.’
그 뒷모습을 보며 양 코치는 잠시 의자에 기대며 눈을 감는다.
‘없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나이가 든 걸까.
세월이 야속하다.
* * *
“으…… 춥다.”
이제 2월이 지나가는 중이니, 슬슬 따뜻해져야 했으나.
휘이이이이잉.
밖은 때아닌 추위와 폭설이 휘몰아쳤다.
이런 날씨에 누가 운동 따위를 하겠느냐만.
“나 나갔다 온다.”
상현은 그럼에도 옷을 챙겨입고서라도 아침에 길을 나선다.
로마전을 패배한 후, 그는 뭔가 달라졌다.
아니, 다시 원래로 돌아왔다고 하는 게 옳았다.
본래 선수 시절부터 그는 정확한 규칙과 패턴 지키기에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이깟 꽃샘추위 정도로 그가 아침 루틴을 포기할 리는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역시나 다큐 팀의 작가 한 명도 따라붙었다.
“오, 오늘도 조깅 나가시는 거죠? 저는 설마 설마 했거든요.”
머리가 허옇게 눈발에 얼어붙은 작가가 묻는다. 그는 오늘 상현이 운동할 거라는 소식을 듣긴 했어도, 설마 나오겠냐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상현은 기어코 집 밖으로 나왔다.
“아침마다 이렇게 다시 운동을 시작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음…… 원래 하던 건데, 요즘 괜히 다시 하고 싶어서요.”
“아…… 이, 이렇게 추워도요?”
“멈추면 다시 시작하기 힘들어요.”
이렇게 단순한 핑계를 댔으나.
그가 다시 지구력 운동을 하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체력이 떨어졌어.’
로마전 때, 상현은 자신의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마지막 전투에서 그는 상대 전투원들보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아직도 눈에 선명했다.
촤아아아악!
검이 그어지는 그 속도와 정확도.
눈앞에서 쏘아지는 화살을 튕겨내며, 부드럽게 그를 반으로 잘라버린 남자.
‘피에르였나.’
피에르.
그는 트레스 같은 보조 지휘관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리더 포지션도 아니었다.
그냥 일반 플레이어의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선수였다.
그럼에도 그는 그 로마 군대에서 무려 MVP 인터뷰를 두 번이나 진행한다.
명실상부 로마군의 에이스였다.
근접으로 붙는 순간 그자를 전혀 이길 수 없었다.
그나마 집중력이라도 처음 같았다면 어떻게 해볼 수 있었을까?
모른다.
그래서 더 아쉽다.
그런 아쉬움을 그나마 해결하고자, 그는 일단 아침에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여어! 왔냐! 용케도 안 넘어지고 왔구나!?”
달동네의 계단을 다 내려가자, 팡어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어…….”
그런데 상현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팡어 뒤에 다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왠지 운동할 때만 입는 게 아닌 거 같은 트레이닝복에 두툼한 숏패딩, 질끈 묶은 포니테일.
“아, 얘 당근이다. 실물은 처음이지? 인사해.”
당근? 놀랍게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오. 당근. 안녕.”
“아…… 안녕하세요…….”
게임에선 꽤나 당돌한 편인데, 현실에선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한다.
“너도 운동부 하려고?”
“예……?”
상현은 왠지 더 놀리고 싶기도 했으나, 일단은 봐주기로 한다.
“자, 가죠.”
“예이~ 그럽시다! 대장! 자, 뛰어!”
팡어가 일단 앞장서 뛰기 시작했으나, 금세 상현에게 선두를 빼앗겼다.
부우우웅……!
작가와 카메라맨 하나가 역시나 스쿠터를 타고 쫓아온다.
“당근 님! 당근 님은 이번에 왜 오셨어요!?”
“하아…… 운동…… 하러 왔죠…….”
“왜 굳이 여기까지 오셨어요! 근처에서 하시지!”
“저 친구 없어서요.”
“앗…….”
앞서가며 대화를 듣고 있던 상현의 귀엔 자동으로 슬픈 음악이 재생되어버렸다.
* * *
어쨌거나 셋으로 늘어난 아침 조깅 팟은 매일같이 만나서 열심히 뛰어댔다.
팡어의 체력이 금세 늘어나기 시작했고, 당근도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급격하게 지구력이 늘었다.
처음 뛰어보는 사람들은 놀라는 게, 지구력이라는 게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생각보다 굉장히 쉽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하아…… 하…… 이야! 이제 뛸 만한데!?”
“오.”
상현은 끄덕이더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정상 속도’로 뛸게요~”
“허억…… 야! 야! 너 뭔가를 착각하는 거 같은데!? 너, 넌 정상이 아니야 인마!”
팡어는 어쭙잖게 허세 부린 자신의 혀를 하루 종일 저주해야만 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아침마다 뛰며 하루하루가 흘러갔고.
[조선 vs 에스파냐]본선 진출의 명운을 가르는 경기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