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64화
23. 광고(2)
다음 날.
주혁은 상현에게 광고에 대한 소식을 전해줬다.
잔뜩 흥분한 채로.
“펑크에서도 오늘 아침에 연락 와서 말해준단다.”
어제는 확정이 아니었기에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에 펑크에서도 연락이 왔다.
이제 상현만 오케이하면 광고가 진행될 것이다.
주혁은 상현에게 패드 액정을 내밀며 외쳤다.
“광고다아!”
두둥.
이런 소리가 배경으로 나와야 할 것 같은 포즈.
“……광고?”
“그래. 한번 봐 봐.”
상현은 천천히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점점 표정이 굳는다.
“광고가 싫어? 표정이 왜 그래?”
“광고는 좋아. 당연히 좋지.”
“근데?”
“메디컬 체크…….”
테스트 항목 중에 메디컬 체크가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판타지아가 이런 것도 신경 쓴다.’라고 말하기 위한 명목상의 체크인데.
그게 마음에 걸린다? 주혁은 조금 의아했다.
“그게 왜?”
후.
상현은 얕은 한숨을 내쉰다.
‘대체 뭐야?’
주혁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상현이 뭘 걱정하는지.
“뭔지 말해라.”
상현은 남은 시리얼을 쭉 들이켠 후에야 대답했다.
“내 오른손에 대해 아는 사람이 좀 많아지는 것 같아서.”
오른손 때문에?
“거기에 흑염룡이라도 숨겨뒀냐?”
“흑염룡은 아니고. 트라우마.”
“…….”
주혁은 할 말이 없었다.
‘저 정도로 신경 쓰고 있었단 말이야?’
양궁 선수의 꿈을 키우던 상현에게 오른손이란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
솔직히 주혁으로선 알 길이 없었다.
공감할 수도 없었다.
“메디컬 체크하면 분명히 알게 될 거야.”
“이사님한테는 말했잖아?”
“믿을 만한 사람이잖아,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리고 그땐 그런 게 필요했어. 근데 저건 그냥 방송이잖아. 그냥 그 순간에 다 나갈 거 아냐.”
“그건 방송에 못 나가게 할게. 미리 말하면 되지. 그 정도는 당연히…….”
“아니, 난 제작사가 알게 되는 것도 별로야. 걔네들을 어떻게 믿고.”
“……뭐? 아니, 그게 뭐라고. 너 안 그래도 메디컬 체크 받아야 돼! 캡슐 나올 때마다 상태 안 보여?”
“그건 그냥 병원 가면 돼.”
“캡슐이랑 뇌파 검사랑 같이 연계해서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 것 같냐? 그리고 얼만데. 판타지아에 있는 메디컬 팀은 원래도 유명해! 최고한테 받으라고! 그것도 공짜로!”
“…….”
상현은 침묵했다.
주혁은 그가 뭘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네 예전 동료들이 알게 될까 봐 그러냐?”
“닥쳐. 새끼야.”
툭.
상현이 수저를 식탁에 내려놓으며 딱 잘라 말한다.
눈에선 불길이 솟고 있었다.
예전 동료 얘기에 민감한 건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이야.
“하아. 생각해 보고. 알려줘라.”
주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얇은 코트를 걸쳐 입었다.
“어디 가는데. 밥 안 먹고.”
“밥은 나가서 먹을 거다. 그리고 그게 밥이냐? 시리얼이지! X발!”
쿵.
주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냥 밖으로 나가 버렸다.
“…….”
상현이 닫힌 문을 한참 동안 응시한다.
이어 창밖을 바라봤다. 성큼성큼 내려가는 김주혁이 보인다.
상현이 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병신이냐.”
고개가 떨궈진다.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하잖아.”
* * *
“양놈 새끼도 아니고 맨날 시리얼은…… 유학은 내가 갔다 왔는데.”
간만에 아침부터 길을 나선 주혁은 골목 계단을 내려다보고는 아차 싶었다.
‘오늘이 쓰레기 버리는 날인가.’
몇몇 사람들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내려가는 광경을 본 것이다.
주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렸으나.
“지가 알아서 버리겠지, 뭐.”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 상태라는 걸 깨닫고는 다시 갈 길을 나섰다.
간만에 순댓국이나 한번 먹어줘야겠다.
“어…….”
그러던 중.
자기 몸보다 2배는 커 보이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는 한 여자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지아 씨.”
서지아였다.
언제 싸웠냐는 듯 주혁은 빙그레 미소를 그리며 손을 내밀었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아, 괜찮…….”
서지아는 거의 강탈당하듯이 주혁에게 쓰레기봉투를 빼앗겼다.
키가 180이 넘는 주혁이 들어주니, 쓰레기봉투는 별로 크지도 않았다.
“감사합니다.”
* * *
쿵.
쓰레기봉투가 한가득 모인 곳에 지아의 것이 하나 더 쌓여 올라간다.
“감사합니다.”
지아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 예. 별것 아니죠. 언제든 말씀하세요.”
“근데 여기 사시나 봐요.”
아차.
서지아는 주혁이 상현 집으로 이사한 사정을 모른다.
“아…… 그, 그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됐다. 별로 어려운 질문도 아닌데, 갑자기 물어오니 당황한 것이다.
“곤란하시면 하지 마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상현 씨는요.”
“아. 그 자식은 그냥 처자고 있습니다. 하하.”
말투에서부터 서지아는 느꼈다.
‘싸웠구나.’
둘이 싸웠다.
아몬드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는 유형인 건 서지아도 다 아는 사실인데.
변명을 해도 참…….
“아. 지아 씨. 순댓국 어때요? 제가 사겠습니다.”
“?!”
좋아한다.
그녀는 의외로 아재 입맛이다.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턱.
인심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김이 펄펄 나는 뚝배기를 내려놓았다.
순대와 고기가 가득 들어찬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다.
“뭐, 더 필요한 건 없슈?”
주혁은 웃으며 ‘없습니다’라고 말하려했다.
그런데…….
“소주 한 병 주세요.”
“……?”
지아가 소주를 시켜 버렸다.
“저…….”
“왜요. 소주는 안 사주나.”
“아,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주혁은 조금 당황했다.
꽤나 당돌한 스타일이었구나. 하긴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그랬지.
‘안 좋은 일이라도 있던 건가.’
하긴, 웬 아저씨가 순댓국 먹자고 하는데 날름 따라올 때부터 뭔가 있는 거다.
아주 좋지 않은 일 같은 게.
주혁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냥 순댓국이나 퍼먹었다.
‘맛있네.’
맨날 시리얼이나 처먹다가, 드디어 든든한 아침을 먹으니 살 것 같았다.
“자. 소주~”
탁자에 내려온 녹색 병.
투두둑.
지아는 소주 뚜껑을 능숙하게 따버리고는, 주혁에게 내밀었다.
소주병 입구가 총구처럼 주혁을 겨눴다.
“안 받아요?”
주혁은 망설였다. 아침부터 소주를 들이켜는 건 난생 처음 있는 일이니까.
“아…… 지아 씨 드시죠. 저는 괜찮습니다.”
“그쪽도 필요해 보이는데.”
“…….”
그렇긴 했다.
술이 땡기는 날이긴 했다.
“그럼, 한 잔만.”
주혁은 그 말에 조용히 투명하고 작은 잔을 들었다.
쪼르르르…….
투명한 액체가 작은 잔에 넘실넘실 차오른다.
다 채운 후, 지아는 자신의 잔에도 마저 따랐다.
“어…….”
주혁이 잔을 잡아주려 했으나. 이미 다 따른 뒤였다.
홀짝.
그리고 잔을 부딪치는 것도 없이 한 번에 들이켜 버린다.
“하.”
얕은 숨 한 번을 뱉고는, 순댓국을 먹는 모습.
‘나이가 몇이라고 했더라?’
저절로 나이를 궁금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시선을 느낀 지아가 고개를 든다.
“저 누가 쳐다보면 못 먹는데.”
“아…… 미, 미안합니다. 먹을게요.”
“미안할 것까지야. 술이나 드세요.”
“…….”
주혁은 고장 난 로봇이 된 기분이다.
정말 마셔야 하나?
‘그래. 뭐. 이제 회사원도 아니잖아.’
기껏 집에서도 뛰쳐나왔다.
이제 그의 룰대로 살면 된다.
누군가가 정해진 룰이 아닌, 김주혁의 룰대로.
꿀꺽.
그는 눈을 딱 감고 투명한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알코올의 쓴맛이 팍 치고 올라온다.
“크으……!”
지아는 곧바로 잔을 채워줬다.
주혁은 거절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또르르르.
술잔이 찰랑인다.
“뭔진 몰라도, 제 경험상 의외로 이게 많이 해결해 주던데요.”
지아가 톡톡 소주잔을 건드린다.
“원래 아침에 잘 마십니까?”
“안 될 건 뭐죠. 밤에 마시면 술이 덜 해로운가.”
피식.
취기가 살짝 올라 발그레한 미소.
“하루의 시작을 망치잖아요.”
“전 지금이 하루 끝인데요.”
“?”
꿀꺽.
지아는 또 술을 들이켰다.
주혁은 테이블 위를 살펴봤다. 벌써 녹색 병이 2병이다.
대체 언제 시킨 거야?
“제가 끝이라고 하면, 그게 하루 끝이죠.”
“…….”
“그럼 안 되나. 회사도 안 가는데. 개뿔.”
취한 것 같았다.
일단 말이 상당히 많아지는 것부터가 서지아의 본래 모습과는 달랐다.
“그쪽이나, 하루를 그렇게 싸우면서 시작해서 되겠나요.”
“……?!”
“모를 줄 알았나 봐. 지나가던 개도 다 알겠던데.”
“그렇군요.”
“그냥 지금이 끝이라고 해요. 시작부터 싸우고 시작했다고 하는 것보다. 끝에 싸우고 자버리면 내일이라도 있잖아요.”
주혁도 소주잔을 다시 꺾어 털어 넣었다.
어질어질하다.
이성이 둔해지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어디에 말을 하지 않으면요. 버티고 버티다가, 망가져 버려요.”
“?”
“아몬드가 그러더라구요.”
유상현이 그런 말을?
“별일 아닙니다. 사실.”
주혁은 잠시 고민했다.
이걸 말해야 하나.
그런데 뚫어질듯 자신을 응시하는 지아의 눈빛에, 주혁은 얕은 숨을 내쉰다.
“하아. 뭐…….”
결국 얘기해 보기로 한다. 술기운을 빌려서.
그는 상현의 오른팔 얘기는 제외하고 최대한 잘 설명해 봤다.
광고를 받았는데, 메디컬 체크를 거부한다. 어떤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면서…….
서지아의 감상은 이랬다.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면, 그냥 좀 놔두면 안 되나.”
그녀는 혀가 점점 꼬여가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냥, 좀…… 놔두면 되지…….”
“하지만 건강 문제랑 광고가 걸린 거라.”
“아몬드는 그걸 모르나.”
“?”
“그런 게 걸린 거 아몬드도 알고. 그런데도 트라우마라고 말한 거잖아요.”
주혁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렇네.’
상현도 득실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오른손 때문에 고민하던 것이다.
그만큼 그게 큰 고민이었던 거다.
“하아. 이래서 남자들은…… 안 되나…….”
서지아가 머리를 푹 숙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린 한마디.
‘쓰레기들.’
정말 들리기 힘들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주혁은 들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상현에게 오른손이 있다면, 서지아에겐 남자에 관한 문제가 있다고.
* * *
서지아는 다행히 생각보다 그리 취하진 않았다.
그냥 알아서 집까지 잘 걸어갈 만한 정도였다.
아까는 다 연기였나 싶을 정도로.
“잘 먹었습니다.”
또박또박한 인사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주혁도 다시 상현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야. 나 왔다!”
그는 일부러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려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들어갔다.
“뭐야. 술 마셨냐?”
상현은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주혁을 바라봤다.
‘김주혁이 낮술을?’
내일 당장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아. 그래. 한잔했다. 후아. 살겠네.”
김주혁은 오자마자 소파에 몸을 던졌다.
쿵.
“참 나.”
상현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가 툭 던지듯이 말했다.
“야. 오 실장이 촬영 날짜 잡았다.”
“……뭐?”
시체처럼 누워 있던 주혁이 벌떡 일어났다.
“뭘 잡아?”
“광고 촬영. 하기로 했다고. 당장 내일이래.”
“!”
주혁이 나간 사이에 상현이 연락을 해놓은 것이다.
“……괜찮겠냐?”
상현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 봤다.
“언젠간 피할 수 없겠지. 스트리머라는 게 그런 직업이잖아. 네 말대로 이게 뭐 별거라고. 그런데…….”
상현은 머리를 휙 돌렸다.
두 눈엔 묘한 장난기가 서려 있다.
“여자 생겼냐?”
“엥? 뭔 소리야?!”
“네가 갑자기 혼자 낮술을 할 리가 없잖아.”
“아, 아니. 무슨 소리냐. 서지아 씨랑 마신 거야.”
“엥?!”
서지아랑?
여자는 여자네…….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서지아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원래 사람하고 말 잘 못 해요. 술이라도 마시면 모를까.」
술…… 좋아하는 것 같았지.
“아. 술 좋아하는 것 같긴 하더라.”
“어. 알고 있었냐? 엄청 좋아하는 것 같더라.”
“잘 마셔?”
“어. 술술 넘기던데? 우리 회사에 심 과장보다도 잘 마실 것 같다.”
“심 과장보다? 그건 좀 심한데.
“걔도 참 사연 많아 보인다. 심 과장마냥.”
사연이라는 말에 상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보이긴 해.”
어딘가 어두워 보이던 지아의 얼굴이 기억나니까.
“너야말로 관심 있나? 서지아, 꽤 귀엽잖아.”
“……글쎄.”
상현은 묘한 표정이다.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긴다는 게 무슨 감각인지 잊어버린 듯.
* * *
이 날, 아몬드의 방송은 휴방이었다.
공지만 간략히 올라왔을 뿐이다.
[오늘은 휴방할게요! 내일 중요한 촬영이 잡혀서 준비할 게 많습니다!]-헐 ㅠㅠ 왜 휴방?
-촬영?!
-아몬드! 월클이냐!?
-무슨 촬영이지?
-헉 왜 갑자기!
-아몬드 다이아 간다며!!
-으으으
많은 시청자들이 절규했다.
동시에 궁금해했다.
갑자기 촬영이라니. 하루 전부터 준비해야 할 정도면, 꽤 스케일이 큰 것 아닌가?
그리고…….
그들은 의외의 장소에서 아몬드에 대한 소식을 접한다.
[가장 핫한 배틀 라지 스트리머, 아몬드. 판타지아 채널에 초대.]게임 관련 뉴스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