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4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08화
38. 거친 산맥(1)
“오오. 나왔어요.”
중계를 준비하고 있던 킹귤이 김상훈 캐스터에게 말한다.
“가짜 국대?”
“예!”
중계 준비할 때면 가짜 국대를 한 편 봐주는 게 이제 그들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그도 그럴 게, 국가 대항전을 보려는 사람에겐 정말 딱 보기 좋은 시간에 나와 버리니까.
“함 보자.”
킹귤이 가운데에 폰을 올려놓고 재생한다.
당장 눈에 띄는 건 시청자 수다.
“와. 시청자. 뭐 이래?”
“이야…… 최초 공개를 이렇게 많이 본다고? 이러다 최초 공개로 우리 이기겠네.”
최초 공개를 기다리는 시청자 수가 시빌엠 중계를 기다리는 사람들에 필적할 정도였다.
어차피 중복되는 사람이 많겠지만.
“여기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저기에도 들어가 있겠죠?”
“음. 뭐 그렇겠지.”
대기 시간이 끝나고, 영상이 시작됐다.
[지금 최초 공개 중!]상훈이 킹귤에게 넌지시 부탁한다.
“너 저번에 이거 보고 울던데. 울지 마라?”
“……누, 누가 울어요? 전자파한테 졌을 때 말곤 운 적이 없다니까요?”
“진짜 우는 거 꼴 보기 싫어서 그러니까. 울지 말라고.”
“전 무감정입니다. 로봇 정글러 킹귤. 그게 제 별명이잖아요.”
“그건 피지컬이 하도 삐걱거려서 로봇이라고 한 거잖아.”
“…….”
“여튼 나온다. 보자.”
잠시 후…….
* * *
킹귤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낄낄댄다.
“무감정이라며?”
킹귤은 침까지 흘리면서 웃는 주제에 점잖을 떤다.
“크, 크흠. 아니…… 뭐…… 그런 게 아니라…….”
우는 걸 대비했더니, 웃겨 버리다니.
킹귤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준비나 하자.”
어쨌거나 가짜 국대 영상도 다 봤겠다.
이젠 중계 준비를 하면 된다.
“곧 들어갑니다~”
피디가 앞쪽에서 사인을 준다.
킹귤과 상훈은 옷매무새를 대충 가다듬고 허리를 편다.
“하나, 둘…….”
탕!
* * *
경기 시작 직전.
쿠키는 모든 이들을 모아놓고 단 위에 섰다.
“최근 에스파냐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건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선수들은 열을 맞춰 서 그를 바라보며 경청한다.
마지막 순간에 쿠키가 불어넣는 결의와 열망은 팀에게 꽤 중요한 과정이었다.
“프랑크도 말이 아니었지.”
쿠키는 모든 병사들을 최대한 하나씩 바라본다. 마치 그와 1 대 1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육신의 무장은 갑옷과 검이 한다지만, 정신의 무장은 지휘관의 역할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경기력이 좋지 않은 두 팀만을 상대로 이겨왔다.”
쿠키는 이들이 상대를 쉽게 생각하지 못하도록 자신감과 오만의 저울질을 해주는 것이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놈들을 정신없이 두들겨 패는 것만 해왔다. 에스파냐는 바로 직전의 로마전까지도 정신을 못 차린 듯 보였다. 그런데!”
잠시의 정적이 흘렀다.
“오늘 그들은 다르다. 아몬드의 엄청난 도발에도 트레스는 SNS 상에 어떤 글도 올리지 않았으며.”
아몬드가 갑자기 지목당하여 고개를 갸우뚱한다.
내가 언제?
“다른 지휘관들 역시 대중들의 공격에 묵묵부답으로 응하고 있다. 온 신경을 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잠시 울려 퍼진다.
그게 정말인지에 대해 서로 잠시 얘기해 보는 것이리라.
지금까지의 쿠키 말만 들어서는 정말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건지 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스크림을 진행한 다른 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 에스파냐의 경기력은 절정이다.”
꿀꺽.
몇몇이 마른침을 삼켰다.
“왜냐? 에스파냐는 지금 낭떠러지다. 오늘 진다면 영원히 기회가 없다.”
그랬다.
조선은 오늘 진다고 해도 다시 기호가 있었지만, 에스파냐는 없다.
조선은 반대로 이기기만 하면 진출이 확정된다.
“쫓아가는 사람보다 도망가는 사람이 더 빠른 법이다. 고양이조차 궁지에 몰린 쥐를 사냥할 땐 한 번 돌아가는 법이다.”
쿠키의 말은 한 줄로 정리하면 간단했다.
“그러니, 방심하지 말 것.”
적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번 돌아가더라도, 확실하게 상대할 것. 그러면 승리는 결국 우리 것이다. 우리가 그들보다 훨씬 간절하니까. 이상.”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쿠키의 연설에 감명받아서만이 아니다. 서로 소리를 지르며 용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제 본선까지 단 한 걸음.
인간이라면 누구나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긴장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게 될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안에서라도 이렇게 소리를 내지르며 긴장을 풀어낸다. 그렇기에 아몬드 역시 따라서 소리를 질러주었다.
“……와아아…… 아아…….”
말 그대로 질러준 것이다.
그는 사실 소리를 지르면서 안정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는 이미 마음을 안정시키는 특유의 루틴이 완벽하게 자리 잡은 ‘선수’였다.
“하아.”
그는 익숙하게 심호흡을 진행하며, 머리의 복잡함과 신체의 떨림을 지워 나갔다.
쿵. 쿵…… 쿵. 쿵…….
심장 박동이 점차 안정된다.
긴장감을 빠르게 없애내는 비결은 무엇인가.
「긴장해도 된다.」
코치님 말씀이다.
아몬드도 사람이다. 오늘 경기에 본선 진출이 갈린다는 걸 뻔히 아는 채로,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었다.
긴장하지 말라.
되뇌어도 소용없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가 떠오르는 법이다.
「긴장 상태에서도 정중앙을 쏘는 거다. 넌 그렇게 연습해왔으니까.」
그는 긴장한 채로도 상대보다 우월할 수 있게끔 훈련해왔다.
‘그러니 괜찮아.’
코끼리를 생각해도 상관없다.
코끼리가 나타나도 상관없다.
난 코끼리를 사냥하는 법을 배워왔으니까.
그러니 긴장해도 상관없다.
‘이겨.’
그 상태로도 이기는 훈련을 해왔으니까.
* * *
필드 위로 수많은 인원의 플레이어들이 소환된다.
슝. 슈웅.
푸른 섬광이 치솟아 오르며, 그 안에서 한 명씩 사람들이 등장한다.
총 400의 인원이 반으로 나눠져 양 진영에 섰다.
“와아아아아아아!”
관중석엔 황금빛의 응원단과 붉은빛의 응원단이 혼재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함성이 경기장 전체를 뒤덮는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ㄷㄱㄷㄱ
-선수 입장~
-캬
-오 이제 딱 시작이네
-ㅎㅇㅎㅇ
-조선 본선 가즈아!
선수 입장과 더불어 본격적인 경기 시작에 앞서, 수많은 시청자들도 몰려왔다.
[현재 시청자 37만]무려 37만이라는 시청자 숫자.
아무래도 오늘 조선의 본선 진출 확정이 달려 있는 경기였기 때문에 엄청난 인파가 몰린 것이리라.
“진짜 많은 분들이 벌써부터 저희 중계를 찾아주셨습니다.”
“예! 오늘 아주 많은 게 결정될 수도 있는 날이거든요!? 심지어 스페인은 오늘 지면 아예 탈락이에요!”
-ㄷㄷ
-올프로 팀 광탈ㅋㅋㅋㅋ
-그러네 로마는 무조건 올라가니까 ㅋㅋㅋㅋㅋㅋ
“맞습니다! 오늘은 우리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역시나 단두대에 올라선 스페인 선수들! 주목할 수밖에 없겠죠!?”
“그럴 수밖에 없죠! 스페인 현지에선 이 게임 인기가 저희의 거의 네 다섯 배는 되거든요! 오늘 예선에서 광탈했다가는! 정말 무직 함대 되는 거예요!”
-살벌하네 ㅋㅋㅋ
-무직함대 ㅋㅋㅋ
-너…… 봤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팡어좌 ㅠㅠ 이겨야해!
-가짜국대 보셨구나 ㅋㅋㅋ
농담이 아니었다.
스페인에서 이 게임 인기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런 예선에서 떨어졌다간 정말로 프로에서 잘릴 수도 있었다.
“지면 진짜 저희야 좋겠습니다마는, 어우…… 입장 바꿔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해설들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ㄹㅇ 빡센가보네 ㅋㅋ
-얘네 현지에서 인기 장난아니더라
-스페인 애들 ㅈㄹ 나댔는데 갑자기 차분해진거 개웃기누 ㅋㅋㅋ
“그래서 그런지 오늘 스페인 선수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아주 살벌합니다. 원래 되게 즐겜한다? 약간 이런 마인드였거든요?”
킹귤의 언급대로 오늘 스페인 선수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랐다.
“맞습니다. 지금 이미 다 지나간 일이라 하는 말이지만. 저희랑 할 때도 좀 즐기는 분위기가 있었죠?! 그거 굉장히 열 받았거든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참교육. 영어로 Schooled라고 하는데. 예절 주입되어 버린 모습. 아주 보기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스쿨듴ㅋㅋㅋ
-스페인 쉑들 꼴좋다
확실히 이전의 스페인은 과하게 자신감이 넘쳐서 즐기듯이 플레이하곤 했다.
게임의 승패보다 아몬드 목에 달린 현상금을 우선시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전혀 달라 보인다.
아마 조선과 처한 입장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에 조선! 오늘 져도 기회가 있고! 오늘 이기면 바로 진출이에요. 로마와의 경기가 1 ,2위 결정전이 될 거구요.”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는데…… 말씀드리는 중에! 경기 시작합니다!”
대기 시간이 끝나고, 어느새 경기가 시작됐다. 각 진영의 일꾼들이 분주하게 자원을 향해 달려간다.
중계진은 맵 설명부터 시작한다.
“대각선으로 멀리 떨어진 맵입니다? 7시에 에스파냐! 스페인 선수들이 있고요. 2시에 조선! 대한민국 선수들이 있습니다.”
“아, 이번 맵도…… 조금 특별합니다?”
“예. 고대의 성벽만큼은 아니지만, 몽골 초원보다는 변수가 있는 맵이네요.”
이번 맵의 변수는 ‘산악 지형’이었다.
굽이치는 산맥들이 험악하게 자신들의 세력을 자랑하는 듯한 모습.
[거친 산맥과 고지대]험준한 산길을 모티브로 만든 맵이었다.
이곳에선 거의 모든 길이 언덕이자, 내리막길이었고, 고지대를 제외하면 평지가 얼마 없어 농경지를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해 사냥에 집중해야 했다.
“이 맵에선 사냥 중요하거든요. 농경지를 펼치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요.”
“예. 그리고 진출이 조금 힘들어 보이는데요? 맞습니까?”
“맞습니다. 대부분 평지가 아니라 산이라서 보병 이동이 느리고, 말을 쓸 수 없거든요.”
“말을 못 타나요?”
“아뇨, 탈 수는 있는데. 이렇게 나무가 빼곡한 길에선 타도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산길을 내야 하거든요?”
-와 여러모로 힘드네
-게임이 좀 오래가겠누
-말 없으면 조선이 ㅈㄴ 유리한거 아니냐???
“산길을 내는 건 공성 병기가 나오는 3시대 이후엔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전엔 좀 힘들어요. 일일이 병사들이 도끼질을 해대야 하니까요.”
“그렇군요? 아니, 근데 이렇게 나무가 빼곡하면 화살 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습니다?”
“맞습니다. 가장 유리한 병과가 의외로 도검병이죠. 창병보다 날래고, 근접전에서 기습적으로 밸 수 있으니까요.”
그랬다.
창병 역시도 이런 빼곡한 숲 지형에선 유리하지 못했다.
괜히 무기만 길어서 걸리적거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도검처럼 적당한 길이에 날이 큰 무기들이 유리했다.
나무 뒤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돌아 나오면서 목을 치는 식으로.
“아니! 그러면 조선이 많이 불리한 거 아닙니까? 에스파냐는 궁병이 아예 없는 대신 근접 병과가 세잖아요!”
궁병을 쓰기 힘들다면 조선은 힘이 확 빠진다.
“단순히 병과만 생각하면 그렇지만, 의외로 조선은 산악 지형 관련 팩션이 있어요.”
“예!?”
“조선의 ‘산성’ 축조랑 ‘산악 민족’ 팩션이죠.”
“산악 민족이요?”
“산 지형이 처음 나와서 이제 말씀드리는 건데. 이건 그냥 공짜 팩션이에요. 산 위에서 빨라지는 거.”
-별의별게 다있누 ㅋㅋㅋ
-아 우리나라 산성 문화라서 그렇구나 ㄷㄷ
-오오오
-산악 민족 ㅋㅋㅋㅋ
-온 세상이 산악회다ㄷㄷ
-고증보소 ㅋㅋㅋㅋㅋ
“하지만 조선의 자랑인 활을 못 쓰잖아요!?”
“빽빽하지 않은 곳에서 쏘면 되구요. 여기도 길은 있거든요? 좁고 한정적이어서 그렇지. 게다가! 조선이 활만 쏘는 문명은 아니에요! 근접 병과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합니다!”
-맞지
-3시대가면 몇 개 좋은 거 있긴함
-조선 변호인 킹귤 ㅋㅋㅋ
“실제로 랭크 게임에선 조선 근접 병과 많이 씁니다. 지금 국가대항전 멤버들이 워낙 활 실력이 뛰어나서 활만 활용했던 거구요.”
“아…… 그렇군요?”
조선도 괜찮은 근접 무기들이 존재했다.
오히려 가격이 싸서, 초보자들은 이쪽을 훨씬 선호하는 경우도 많았다.
활은 워낙에 숙련도가 필요한 무기니까.
“그러니까! 오늘 조선! 팩션만 생각해 보면! 거친 산맥 지형이 나온 건 굉장히 호재라고 볼 수도 있어요! 전략만 잘 수립하면 본선 갈 수 있습니다!”
킹귤은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인 듯 본선 갈 수 있다는 말을 강하게 뱉어댔다.
물론 아직 경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스페인 선수들은 반면에! 오늘 지면 토마토 축제 재료가 되거든요!? 정신 차려야겠죠?”
-토마토 축젴ㅋㅋㅋㅋ
-케쳡이 되어버림
-ㅋㅋㅋㅋㅋㅋㅋ이걸 맥이네
-캐첩된 썰 품 ㅋㅋ
-스페인 탈락하면 ㄹㅇ 토마토 행일듯
-아 토마토 축제가 스페인거였구낰ㅋㅋㅋ 뭔 소린가했넼ㅋㅋ
-가즈아아아아! 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