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4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09화
38. 거친 산맥(2)
잠시 두 팀의 구도에 대해서 설명하던 중계진은 이제 본격적으로 이쪽의 지형에 대해 설명을 보탰다.
맵의 정식 명칭은 이렇다.
[거친 산맥과 고지대]킹귤은 앞의 ‘산’보다는 ‘고지대’에 더 초점을 맞췄다.
“제가 앞서 산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드렸지만, 사실 이 맵은 고지대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가장 핵심인 맵입니다.”
결국 이 맵에서의 승리는 이 중앙의 평야를 누가 잘 차지하느냐로 결정된다.
“와. 그래 보입니다. 여기 자원이 굉장합니다?”
“예. 디테일한 위치는 매번 다르지만, 이 고지대 위에 자원이 엄청나게 많다는 건 항상 같거든요?”
이 고지대엔 목재를 제외한 풍부한 광물, 농경 사회로 나아갈 넓은 평야가 있었다.
심지어 전략적으로도 요충지이다.
“자원만 문제가 아닙니다. 산악 지형의 길 외에 모든 평지길이 이 고지대를 반드시 지나갑니다.”
“모든 길이 다 이 고지대로 통하는군요?”
“예. 산에 길을 내거나 산을 탈 게 아니면 이 고지대를 지나가야 하죠. 말을 쓰려면 이 고지대를 지나야 하죠.”
고지대는 이 맵에서 대놓고 중요한 요충지이니. 이곳을 중심으로 전투가 벌어질 거다.
양 지휘관 모두 이 평지를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 머리에 있겠으나.
‘아직은.’
‘지금은 아니다.’
서두르진 않는다.
지금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이 맵에서의 가장 흔한 패배 시나리오가 욕심을 내서 중앙을 차지하다가 한 번 공격에 전부 밀려 버리는 것이니까.
“자. 역시나. 양쪽 다 탐색전.”
초반은 무난하게 흘렀다.
양 진영은 1시대에는 아무런 전투도 하지 않았고.
에스파냐가 먼저 2시대로 올랐다.
빠밤~!
[에스파냐 – 2시대]황금 수급 속도 관련 팩션이 있는 터라 속도가 조금이라도 빠른 것이다.
“에스파냐. 2시대.”
“금 수급 관련 팩션 때문이죠?”
수 분이 흐른 후, 조선이 따라서 2시대로 올랐다.
빠밤~!
[조선 – 2시대]“조선 2시대로 따라갑니다.”
두 진영 모두 2시대가 되었으나, 양쪽 다 무기를 생산하지는 않았다.
“무기 생산은 전혀! 둘 다 생각 안 하고 있는 모습!?”
“아. 그렇죠. 어차피 지금 2시대에 싸울 각 안 나온다 이거죠. 돈 낭비 안 한다는 겁니다!”
“지금 양측 다 3시대 가는 게 거의 확정인 거죠?!”
“예!”
이후에도 정찰하는 병사들이나 왔다 갔다 했지 전투가 일어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이 일단 고지대 쪽을 둘러싸고 있죠? 신경 쓰이니까요.”
비록 전투할 생각이 없더라도, 고지대 쪽 근처에 배치된 병사들이 많았다.
혹시라도 상대가 빠르게 여길 차지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던 중.
“자. 에스파냐 이제 3시대 곧 되니까…….”
피이잉!
[후퇴]미니맵 상에서 빨간 점들이 점점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자. 무기 받으러 가고 있는 거죠? 이미 에스파냐는 3시대거든요!”
에스파냐가 3시대로 먼저 올라가게 된다.
빠밤~!
[에스파냐 – 3시대]속도가 굉장했다.
“이야. 나쵸 이번에 작정하고 왔나요? 생산 컨트롤 속도나 빌드가 완벽합니다? 진짜 군더더기 없어요!”
“조선은 기분은 좀 나쁘지만. 그래! 니네 팩션이 그거니까! 먼저 가라! 한 번 봐주는 느낌?”
“봐, 봐주는 거 맞죠!?”
-???: 봐…… 봐죠따!
-봐주기 ㅋㅋㅋㅋ
-풍선껌식 봐주기ㅋㅋㅋ
“조선도 이제 곧 3시대 되니까. 뒤로 가는데…….”
조선의 병력들도 슬슬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어?”
이때, 킹귤이 뭔가 다른 움직임을 발견한다.
“에스파냐……!? 빠지는 척하더니 다시 돌아와요!?”
“심지어 일꾼들도 일부 포함!”
“이건…….”
-ㅁㅊ 치즈러쉬의 복수냐?ㅋㅋㅋ
-세계 최초 3시대 치즈러쉬??
-뭐지?
에스파냐의 일부 병력들이 일꾼과 함께 고지대로 들어오고 있었다.
“조선 병사들은 이미 3시대 무장을 위해서 빠진다고 생각해서 그냥 다 빠지고 있는데. 지금 에스파냐가 다시 오는지는 전혀 모르죠?”
“아. 이건 합의를 깬 거죠!?”
RTS 게임을 하다 보면, 서로 합의에 이르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아니, 승부의 영역에서 무슨 합의야? 라고 물을 수 있겠으나. 이건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합의다.
“그쵸! 말이 합의지 사실 서로 노림수가 튕겨 나가는 걸 합의라고 하는 거긴 한데! 바꿔 말하면 에스파냐의 노림수가 먹혔어요!”
“예. 무협지로 치면 사이좋게 막 검합을 나누다가 갑자기 한쪽 공격이 먹혀들어 간 거죠!”
서로의 공격수가 먹히지 않을 걸 너무 잘 알고 그냥 안 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이 하수들의 눈엔 결과적으로 합의한 것처럼 보여질 뿐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한쪽이 전략적으로 더 앞선 한 수를 보여준다면?
갑자기 그쪽에서 합의를 깬 것처럼 보이는 거다.
“에스파냐. 고지대 진짜 먹나요?”
조선도 에스파냐도 일단 고지대는 건드리지 말자는 합의를 한 듯 보였으나.
에스파냐는 그 합의를 보기 좋게 깨버렸다. 한 수 앞서나갔다는 말이다.
물론 앞으로 결과는 모른다.
“고지대를 욕심내서 먹다가 배 터져 죽는 게 보통 이 맵에서 패배 시나리오인데!? 이걸 먹으러 갑니까!?”
“이거 괜히 초반부터 안 먹는 게 아니거든요?”
중계진 말처럼 고지대를 무리해서 차지하려다 오히려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 역사적으로도! 억지로 왕관 쓰려 하면 죽습니다!”
“그렇죠!”
“에스파냐가 지금 고지대를 장악할 완벽한 준비를 했다면! 이 게임 승기를 잡겠지만! 고지대에 이것저것 투자했다가 다 털리고 밀리면 그때부턴 고지대도 없고! 돈도 없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아……
-ㄷㄷ 그렇네
-캬 설명
-“이득은 뒤에 볼수록 유리”
-글쿠나 릴에 에픽 몬스터 같은거네
고지대를 장악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많은 자원이 든다.
방어 건물 건설은 물론이오, 병영, 집, 농경지 등…….
돈 쓸 곳투성이였다.
이 돈들을 확실하게 굴릴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고지대는 먹어도 먹는 게 아니게 된다.
그런데, 에스파냐의 지휘관이 그것도 모르고 이런 결단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무슨 계획이 있을 터다.
“에스파냐는 무슨 생각일까요!? 지금 일꾼들이! 방어탑 건설 중입니다! 성벽도 두르고 있어요! 진짜 먹네요!?”
고지대 경계선을 장악하기 시작하는 에스파냐의 일꾼과 병력들.
조선은 그것도 모른 채 병력을 물렸다.
물론…….
“조선도 물론 그냥 다 빠진 건 아니고! 혹시 몰라서 정찰용으로 병사 하나를 남겨뒀죠?!”
한 명 정도는 정찰 희생양으로 남겨두었다.
이는 RTS에서는 기본적인 습관이다.
쿠키도 아마 습관적으로 남긴 것일 터다.
“아. 병사 하나 남겨뒀네요? 그럼 대충 상대 동태는 파악되죠. 이런 습관 아주 좋습니다.”
“예. 뭐 고지대 먹는 것 정도는 알게 됐습니다? 이러면 그래도 한 명 남기고 간 보람이 있겠죠?”
그러던 중, 킹귤이 갑자기 어느 한 곳을 보며 비명을 지른다.
“어어어어어!?”
“왜 그러죠!?”
“저거! 에스파냐 선교사? 선교사를 왜 저리 많이 뽑았죠!?”
-헐
-선교사ㄷㄷ
-선교사 전향 배운 건가?
-뭐야 저 마법사들은?
-그게 뭔데 씹덕아
“아니! 원래 힐러용으로 선교사를 소수 섞긴 하는데! 이렇게 많이 만드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선교사는 쉽게 말해 힐러, 성직자이다.
성직자 비슷한 건 수많은 문명에 있지만, 선교사라는 명칭은 에스파냐 문명에만 존재한다.
“이렇게 많이 뽑은 이유가 뭘까요!? 선교사면 힐러잖아요!?”
캐스터가 묻자 킹귤이 업그레이드 진행 중인 칸을 쳐다보더니 외친다.
“이겁니다! 전향!”
[에스파냐 업그레이드] [전향 – 2%]-ㅅㅂ 전향 선교사가 나온다고???
-ㄷㄷ
-무쳤네 ㅋㅋㅋ
-와 전향을 쓴다고??
-에스파냐 이 갈았네
전향.
에스파냐의 선교사들만 쓸 수 있는 특수한 팩션 스킬이다.
상대 플레이어나 건물 등을 자신의 것을 만들 수 있는 스킬.
“아니, 말이 전향이지! 그냥 뺏어오는 거네요!?”
-마인드 컨트롤?
-아니 마법사가 왜있냐곸ㅋㅋ
-ㅅㅂㅋㅋㅋ 마법사가 있었어?
-기찬아…… 왜 거기 있니?
사실상 마법에 가까운 스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카톨릭을 중심으로 주변국을 침략하여 개종시켜 여태까지 남미에 뿌리 깊게 카톨릭이 자리 잡은 것을 본다면 이치에 맞는 스킬이었다.
“다른 유명 RTS 게임에도 비슷한 게 있었는데. 문제는 시빌엠은 유닛들이 다 사람이잖아요!? 전향하면 진짜 배신하게 만드나요!??”
-남파공작원되는거임?ㅋㅋㅋ
-그럴리가 ㅋㅋㅋ
-엥?ㅋㅋㅋ 글고보니 어케되냐
-갑자기 눈깔 뒤집어짐ㅋㅋ
시빌엠이 다른 RTS와 차별화되는 점. 바로 병사들이 다 하나하나 사람이라는 것인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생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이들이 전향 스킬에 걸린다고 해서 갑자기 아군을 배신하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
“플레이어가 걸리면, 그 플레이어는 그냥 아웃되고, 껍데기만 상대한테 뺏깁니다. AI가 되어서요.”
그 AI는 지휘관이 지휘를 해줘야 싸울 수 있었다.
“아. 그렇군요? 지휘관이 할 일이 조금 더 늘어나긴 하겠습니다만. 어쨌든 굉장히 좋은데요? 왜 잘 안 쓰입니까?”
AI가 되든 말든 간에 상대 병력을 내 병력으로 만드는 건 -1이 아니라 -2의 효과가 있었다. 상당히 좋은 스킬인 셈이다.
-애초에 근데 이거 플레이어한테 거는게 존나 어려운데 ㅋㅋㅋㅋ
-걸리는게 ㅂㅅ임
-보통 병사가 아니라 느려터진 공성병기나 건물한테 씀
-전향은 그냥 건물한테 쓰는용 아님?
채팅창에서 이유가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본인들이 써보다 당한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지금 채팅에서도 나오듯이 이거 엄청 시전 시간이 느립니다. 플레이어가 정신만 차리고 있다면 걸릴 일은 없긴 합니다.”
전향을 걸기 위해서 주기도문 따위를 외우고 있어야 하는 시간은 체력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5초.
그 시간 안에 상대 선교사를 죽이거나, 범위에서 벗어나면 그만이다.
물론 전세가 복잡하여 난전으로 가면 미처 못 보고 걸려 버릴 수도 있으나.
그걸 위해 전향 업그레이드를 하고, 전투능력도 없는 선교사를 많이 뽑을 수는 없다.
애초에 선교사가 많아지면 난전을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드니까.
“이 전향을 유효하게 잘 쓰려면 매복해 있거나. 건물, 공성병기 같은 거에 쓰는 겁니다.”
전향 선교사가 유효하게 게임을 뒤집는 경우는 딱 위의 세 가지였다.
매복해서 한 번에 대박을 터뜨리거나.
적 기지 공성 시 방어탑이나 방어 건물 따위를 뺏어오는 것.
“그럼…… 매복을 하려는 걸까요?”
“아마 그렇다고 봐야겠습니다.”
지금 조선엔 이렇다 할 공성 병기도, 방어 건물도 없었다.
굳이 선교사를 뽑아서까지 뺏어올 게 없다.
선교사가 전향시키려는 건 결국 플레이어들인 셈이다.
“어려운 길을 가는데요?”
캐스터는 의문이었다. 에스파냐가 노리는 게 과연 뭔지.
“아니요…….”
이에 킹귤이 고개를 젓는다.
“알고 있을 땐 피하기 쉬운데 모르고 있으면 피하기 어렵거든요? 조선은 이걸 모르잖아요?”
“!”
“기습 전향 선교사는 어려운 길이 아니라, 오히려 날카로운 수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
단순 매복 전향 선교사가 아니라, 기습 매복인 셈이다.
지금 에스파냐는 선교사들을 최대한 꽁꽁 숨겨놓고, 가운데 고지대를 점령해 적들이 아예 본진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아 모르지 ㅅㅂ
-설마 이거 숨기려고 일부러 앞으로 나갔나??
-와 그렇네
-이거 예측하기 힘들텐데
“에스파냐는 어쩌면 이걸 숨기려고 고지대를 차지하면서 진영을 앞으로 내보낸 거 같습니다. 이러면 본진보단 고지대에 신경이 갈 테니까요.”
“이야…… 굉장한 심리전인데요?”
“처음 매복 전향 당할 때 어떻게 될지…… 완전 운의 영역이거든요?”
조선 병사들이 전향을 예측하지 못하는 이상, 한 번은 당할 수밖에 없다.
그 한 번을 얼마나 크게 당하는지가 문제였다.
“우, 운이요!?”
“예! 게임이 운의 영역으로 넘어갔어요! 단! 그걸 에스파냐는 아는데! 조선은 모르는 거죠!”
그런데 그때, 옵저버가 쿠키 시점으로 바꿔 버린다.
“아. 잠시 시점 변경? 에스파냐에서 뭘 또 준비하는…… 어?”
에스파냐의 선교사들이 매복을 준비하는 걸 안 보여주기 위한 시점 변경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뭐죠. 저거?”
쿠키 시점에서 볼 게 있었던 거다.
그의 시점에서 에스파냐 진영은 검은 안개로 뒤덮여 있어야 정상인데.
“저, 저쪽에 왜 시야가 있죠?!”
지금 한 점이 움직이고 있다.
에스파냐가 공들여 막고 있는 고지대 쪽에서.
캐스터가 갸웃하며 중얼거린다.
“아까 남겨놨던 병사 같은데요?”
그랬다.
쿠키가 아까 남겨놓은 정찰병 하나.
아니, 정찰병이라고 하기에도 과분하다. 정찰용으로 남겨놓은 희생양이다.
“그러니까! 왜!”
이에 킹귤은 흥분하여 고함을 질렀다.
“아직도 살아 있냐구요!!”
사실상 적지 한복판에 남겨졌던 병사가 살아 있다.
심지어 오히려 적진 쪽으로 파고들고 있다.
-엥?
-뭐야 ㅋㅋㅋ
-저게 살어??
킹귤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제, 제가 게임이 운의 영역으로 넘어갔다고 했죠!?”
“예!”
“쿠키!”
쿵!
킹귤이 벌떡 일어나며 외친다.
“잭파아아아아앗!”
그랬다.
이건 운의 영역이다.
그 수많은 병사들 중 급하게 아무나 클릭해서 남으라는 명령을 하달하는데.
[아아몬드]그 병사가 하필이면 아직까지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