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4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10화
38. 거친 산맥(3)
몽둥이 하나 든 혈혈단신의 병사가 들판을 가로질러 뛰고 있다.
“허억. 허억…….”
그는 아아몬드다.
‘왜 나지?’
아무리 별생각 없이 명령을 수행하는 게 익숙한 아몬드라지만, 조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쿠키에게 지목당했을 때 말이다.
[대기 정찰]모든 조선 병사들이 본진으로 돌아가는데, 혼자만 대기 후 정찰이라니.
이는 수많은 병력을 빠른 시간 안에 컨트롤하다 보면 생기는 일이었다.
지휘관들은 병사를 구분해서 명령을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쿠키는 200명을 뒤로 물리는 과정에서 한 명을 남겨놓겠다는 작전을 실행했을 뿐, 누구를 남겨놓을지는 정하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굳이 그리 심사숙고해서 정할 일도 아니었다.
여기 남은 1인은 아주 간단한 명령만 수행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적들이 여기로 오지 않으면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적들이 온다면 정찰하다가 죽는 것.
그게 [대기 정찰]이란 명령의 의미였다.
아몬드는 그 명령의 의미는 잘 알고 있었다.
쿠키가 아몬드가 필요하다면 어차피 죽어도 금세 다시 재모집시켜 줄 것이니.
죽는 건 문제가 안 되었다.
다만…….
‘죽을 때까지 정찰해야 되잖아.’
대기 정찰이라는 명령 안엔 죽는 그 순간까지 적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달라는 의미도 포함이었다.
혼자 남았는데 적들이 몰려왔으니 어차피 죽어야 하는 운명. 죽기 전까지 정찰이라도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아몬드는 그렇게 하기로 다짐한 것뿐이다.
[아니! 왜! 아직도 살아 있냐구요!?]그 다짐이 지금 해설진의 이 비명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단순히 살아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오히려 적진으로 들어가고 있어요!]피융!
그의 뒤에선 방어탑 위에서 쏘는 화살이 계속 날아든다.
보통 이렇게 빨리 뛰면 경로상 맞게 되어 있는데.
“흡!”
신묘한 스텝을 밟으며, 그는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간다.
“미친! 저거 뭐야! 잡아!”
에스파냐 병사들이 고함 지른다.
-ㅋㅋㅋㅋㅋ이걸 다 피하누
-나? “살아남아라 챌린지 우승자” 아몬드
-쏘는 놈도 좀 이상한 듯 ㅋㅋㅋ
잡고 싶어도, 사실 병사들로서는 그를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에스파냐도 조선도 3시대까지 아무런 무기도 생산하지 않은 탓에 몽둥이뿐이다.
그나마 에스파냐 본진에나 머스킷을 든 바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었지.
여기 고지대까지는 배치되지도 못한 상태였다.
[지금 아몬드 잡을 게 방어탑뿐이잖아요!? 근데 방어탑이 뭔가 시원찮아요!]그나마 그를 잡을 수 있는 건 고지대에 지어진 에스파냐의 방어탑.
지어진 방어탑은 3개였다.
1시대의 허접한 목조 방어탑이 아니라, 쇠뇌가 장착된 꽤 강력하고 선진화된 ‘석조 저격탑’이었다.
이름부터가 ‘저격탑’이니, 이 안에 장착된 쇠뇌의 성능이 어떤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에스파냐의 병사들이 활 비스무리한 종류의 무기를 쏘는 데에는 영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좀 쏴!”
“제대로 쏘고 있어!”
피유웅!
위풍당당하게 날아간 화살은 허공만 가르거나 기껏해야 아몬드의 그림자 위를 맞히면 잘 쏜 정도였다.
안 그래도 미꾸라지 같은 아몬드다.
숙련된 자가 쏴도 잘 피하는 판국에 눈먼 화살에 그리 쉽게 맞을 리가 없었다.
“이거 나쵸는 모르는 거야!?”
더 큰 문제는 나쵸가 현재 이 안에 들어온 미꾸라지 하나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쵸가 봤다면 병력을 배치해서 양치기하듯이 아몬드를 몰아서 죽였겠으나.
그런 지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에스파냐 병사들이 워낙! 활에는 잼병이거든요!? 원래부터 궁수가 없잖아요!!] [그렇죠! 차라리 머스킷 총병이 여기 고지대에 배치되었다면 달랐겠죠!?]아몬드는 계속해서 적진 쪽으로 파고들었다.
적들은 압박을 위해 쫓아오긴 했으나, 단순히 뒤에서 쫓아가기만 할 수 있을 뿐.
더 이상 방어탑의 사거리도 아니었으니, 잡을 방도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이미 평야 고지대도 지나버렸고, 평지가 아닌 산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산악지대로 올랐어요! 그리고! 산악 민족 팩션 발동!] [이러면 못 따라잡겠는데요!?] [속도 차이 나죠!? 이거 따라잡으려면 마속이라도 와야죠!]-ㄷㄷ
-산악회 등장 ㅋㅋ
-마속ㅋㅋㅋㅋㅋ
역시나 점점 거리가 벌어졌다.
‘살았다.’
적들은 아예 포기한 듯했다.
더 이상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완전 혼자네.’
해도 잘 안 들어서 어두컴컴하고 빽빽한 숲길이다.
시빌 엠파이어에서 이렇게까지 혼자인 적은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여기서 혼자서 적진을 찾아간다는 건 불가능했다.
이런 숲에선 방향을 잘 읽을 수가 없다.
팡어라든가 몇몇 베테랑들은 혼자서도 길을 찾긴 한다만, 아몬드 같은 초보자(?)에게는 무리였다.
그때였다.
피잉!
[정찰]저 멀리에 푸른 빛줄기가 내리꽂혔다.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오. 쿠키.’
쿠키가 아몬드의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스스스스……!
빛줄기를 따라 루트가 그려진다.
에스파냐 본진으로 향하는 길이다.
아몬드는 뛰기 시작했다.
[아! 쿠키가 아몬드 정찰병이 살았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이러면……!]아몬드는 거침없이 에스파냐 본진 안으로 파고들었다. 고지대나 방어 시설이 훌륭하지 여긴 별게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머스킷 총병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철컥!
방금 머스킷을 들고나온 병사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한다.
‘최대한 더 보고 가야 돼.’
아몬드는 죽기 전에 최대한 많은 시야를 밝히고자, 오히려 그 총병들에게로 뛰어갔다.
총병들은 갑자기 죽겠다고 뛰어오는 놈을 보고 잠시 총구가 흔들렸고.
[봤습니다!? 결국 선교사가 많은 걸 봤어요!?]아몬드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으나, 분명 시야에 선교사들이 들어왔다.
[아몬드! 슈퍼플레이! 다른 게 슈퍼플레이가 아니라! 이런 게 슈퍼플레이거든요!?] [이거 선교사 숫자 보고 쿠키가 알 수 있을까요!] [알아야 할 텐데요!]그는 점점 더 깊이 들어가, 선교사들의 숫자를 거의 다 보여줬는데.
타앙!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미 살아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타다다다당!
이미 차고 넘치는 정보를 전달한 참이니. 그도 웃으며 죽어줬다.
빠밤~!
[조선 – 3시대]그 순간 조선도 3시대로 따라 올라간다.
* * *
부웅.
병사는 죽으면 영혼 상태로 위로 떠오르게 되어 아군 지휘관의 시점과 비슷하게 전장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병사 입장에선 죽어 있는 순간이 전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셈인데.
‘……음.’
아몬드에겐 딱히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이었다.
‘작전대로 가나?’
쿠키가 공성차를 뽑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됐던 디스트로이 작전을 쓸 생각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아몬드 어리둥절중~
-ㅋㅋㅋㅋ유령돼도 소용 없쥬?ㅋㅋ
-근데 드리블 개쩔었다
-이렇게 오래 살 줄이야 ㅋㅋ
[재모집 – 3%]아몬드는 다시 필드로 불려가기 시작했다.
쿠키가 병사 모집 버튼을 누른 것이다.
‘이제 공격 가나.’
아무래도 조선이 총공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재모집 – 99%]아몬드의 시야가 하얗게 타오르며 순식간에 하강했다.
그는 어느새 병영 안에 소환되어 있었다.
병영의 천막을 거두며 나가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여어. 라이언 일병. 결국 죽었구만?”
일단 팡어였다.
그는 팔짱을 낀 채로, ‘공성 병기 제작소’에서 마구 쏟아져나오는 공성차들을 바라봤다.
공성차라 하면 탱크 따위를 상상할 수도 있는데, 시빌엠에서 나오는 공성차는 ‘공성추’를 운반하는 차의 개념이다.
이 안에 들어 있는 거대한 추로 때려 적의 건물에 충격을 주는 방식의 원시적 공성병기인데.
공성병기 중에선 거의 가장 싸다고 볼 수 있다.
“히야. 이렇게나 많이 뽑네.”
팡어가 감탄한다.
현재 생산된 공성차만 4개였다.
롸떼가 끼어들어 물었다.
“팡어 형님. 저희 이러면 디스트로이로 가는 거죠?”
“굳이 공성차를 뽑고 있으니. 그런거지.”
공성병기도 각 문명마다 약간의 스탯 차이들이 존재한다.
조선은 원거리에서 수많은 돌을 던지는 ‘아너저 투석기’가 가장 강점이다.
공성차는 전혀 조선의 강점이 아니었다.
그런데 공성차를 이렇게 뽑아댄다는 건 사전에 얘기된 디스트로이 작전을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근데 왜 연습을 안 하지? 이거 인게임에서 맞춰봐야 하는데.”
“음? 그렇네요.”
팡어의 말에 아몬드도 의아해했다.
디스트로이 작전하면 아몬드 머릿속에 깊이 박힌 인상이 딱 하나 있다.
「타! 내려! 타! 내려!」
연속해서 외치는 이 구호.
타고 내리는 타이밍이 정확히 맞아야 해서 쓰는 구호다.
「구호가 떨어지는 순간! 복명복창과 함께 바로 움직인다! 안 그러면 공성차 버벅이고 아무것도 못 해! 다 벌집되는 거야!」
공성차에는 병사가 탑승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워낙 안 쓰는 기능이라 초보자들 중엔 이 기능이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공성차에 타서 뭐 하나? 병사가 걷는 것보다 느린데……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래서 거의 안 쓰는 기능인데.
「내려! 타! 내려! 타!」
디스트로이 작전…… 아니, 전술에서만큼은 이 기능이 꽤나 중요했다.
이는 원거리 위주로만 구성된 에스파냐의 3시대를 카운터 치기 위한 전술이다.
원리는 간단했다.
공성차가 ‘건물’이라는 판정이라, 활 총 등의 대인 원거리 공격엔 거의 아무 대미지도 입지 않는 특성을 이용하는 거다.
적들이 활이나 총을 쏠 때 순식간에 이 공성차 안으로 탑승해 버리면, 병사들 대신 공성차가 대미지를 입는다.
즉, 움직이는 바리케이드처럼 써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움직이는 바리케이드는 공성 능력까지 있다.
트로이 목마처럼 안에 사람이 타는데, 공성 성능까지 있다 하여 디스트로이 전술이었다.
“그간 손발 많이 맞췄으니까 굳이 연습 안 하나 보죠.”
롸떼가 옆에서 끼어든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하나 팡어는 이런 일엔 꽤나 깐깐한 편이다.
“인게임 핑 때문에 무조건 맞춰봐야 하는 거야. 인마. 이거 랭겜에서 괜히 안 쓰는 줄 알아? 타이밍 안 맞으면 그냥 공성차 고장 난다고!”
“그, 그럼 제가 커피나 식빵한테 물어볼까요?”
통솔권이 있는 건 보조 지휘관들이다.
롸떼가 한번 물어보고 오겠다며 발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턱!
“그럴 필요 없어.”
당근이 그의 뒤통수를 잡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놨다.
“그 작전 안 쓸 거 같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뭔가를 가리킨다.
“……엥?”
병사들이었다. 정확히는 병사들이 든 무기.
검이다.
세세한 명칭으로는 조선 환도.
“왜 환도를……?”
“검수부대뿐이 아니라 어지간해선 그냥 다 환도 아니면 월도야. 각궁이 없어.”
“급한가?”
아무리 여기가 산악지형이라도, 죄다 근접 무기를 장착한다는 건 무리였다.
“아무래도 생산 효율성 때문 같아. 타이밍이 지금이라는 거지.”
“한마디로 급한 거 맞잖아?”
“…….”
당근은 롸떼 말을 굳이 인정해 주진 않았지만, 맞는 말이었다.
각궁은 강력한 만큼 생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며, 특수한 제작소가 필요했다.
반면에 조선의 근접 병기들은 생산 시간이 짧은 편이다.
타이밍 러쉬를 하기엔 근접 병기가 제격이었다.
그녀는 아몬드에게 고개를 돌린다.
“아몬드 오빠. 혹시 정찰할 때 뭐 봤어요?”
“아. 정찰할 때…… 내가 고지대에 있었는데…….”
아몬드가 자초지종을 알려준다.
“걔네가 다시 돌아왔다고? 고지대에?”
“응.”
“그래서구나. 에스파냐가 욕심부린 거야. 조선은 그 타이밍을 잡으려는 거고.”
타이밍 러쉬를 위해 빠르고 싼 무기들 위주로 뽑았다?
팡어는 그래도 이해가 안 됐다.
“아니, 아무리 적이 숫자가 적어도 그래도 에스파냐 3시대면 다 총일 텐데. 칼만 들고 가면 뭘 어쩌겠다는 건데?!”
그때, 누군가 팡어의 뒤를 치며 나타났다.
텅!
“워. 팡어 씨! 이번엔 우리가 선발이네. 하하하! 여기서도 무직이여?”
떡 벌어진 체격에 큰 입으로 하하 웃는 게 호쾌한 인상을 주며, 거대한 월도가 잘 어울리는 사내였다.
“여어. 마라탕 씨.”
그는 검수부대의 리더, ‘마라탕’이었다.
팡어랑 나이가 비슷해서 가끔 이렇게 놀리러 오곤 한다.
“여서도 레드카~드! 으하하!”
“…….”
팡어는 잠시 고개를 까닥거리더니. 대뜸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네 쟤 이름이 뭔지 아냐?”
이름?
마라탕의 본명 말하는 건가?
“이안용이다. 이안용.”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완용은 아니고, 안용. 매국노……라고 할 뻔!? 같은 이름이지.”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엨ㅋㅋㅋ이안용ㅋㅋㅋㅋ
-이완용ㅋㅋㅋ
-어케 사람 이름이 이안용ㅋㅋㅋㅋㅁㅊㅋㅋ
-어떻게 이안용이 조선 선발 ㄷㄷ
피식피식 웃던 병사들이 전부 빵 터지자.
마라탕의 얼굴이 뻘게졌다.
“야, 얌마! 그걸 왜 말해!?”
“너도 방송 좀 타야지~ 마라탕집도 홍보하고 좋지.”
“……그, 그런가?”
크흠.
그는 그렇게 반문하더니 휙 뒤로 돌아서 나아간다.
마라탕 홍보는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여튼. 이번엔 쉬고 있으라고. 하하하!”
-아 ㅋㅋㅋ 미쳤낰ㅋㅋㅋㅋ
-마라탕집 사장님이신가봐 ㅋㅋㅋ
-조약 체결하러 가는거 아니여?ㅋㅋㅋ
-이름은 일본. 국적은 한국. 아이디는 중국……
-한일전 때 충성을 증명하셔야 하는 이름이군요……
-그런가? 뭔데ㅋㅋㅋㅋㅋㅋㅋㅋ개유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