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4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12화
39. 디스트로이(2)
매복 전향에 당해 공성차 8대와 병사 일곱을 뺏겨 버린 뒤.
“아…….”
“…….”
중계석엔 완전한 정적이 감돌았다.
꿀꺽…….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분명 필드에선 수많은 스페인 응원단이 함성을 내지르고 있는데.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먹먹하게 귓등을 스쳐 갈 뿐, 여긴 침묵에 짓눌리고 있었다.
“……아…… 이, 이게…….”
8대의 공성차와 50을 넘는 병사들의 타이밍 러쉬였는데.
단 하나의 수에 무너졌다.
매복 전향 선교사.
이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은 병사는 절반 정도. 그마저도 모두 도망치고 있는 패잔병뿐이다.
-ㄷㄷ
-헐
-ㅈ망
-이게 뭐냐;
-와…….
시청자들도 충격받은 듯했다.
차라리 충격을 받으면 좀 나은 편이다.
더 최악은 지금 뭔 일이 일어났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
-왜 뭔데?
-왜 갑자기 진거야???
-헐
중계진은 어쨌거나 설명을 해야 한다.
킹귤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외쳤다.
“에스파냐! 매복 선교사! 초 대바아아아악! 잭파아아아앗!”
캐스터도 그의 말을 받으며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
“아. 에스파냐! 이런 한 수를 준비해 왔군요!? 왜 이렇게 성까지 쌓으면서 무리하나 했더니!”
“예. 다 계획이 있었던 겁니다!”
“매복 선교사 한 방에 컷! 추가로 공짜 공성차 8대까지 얻었죠!? 지금 당장 중고차 딜러 해도 될 정도입니다!?”
-저거 다 뺏긴거야??
-헐 ㅋㅋㅋ
-진짜??? 헐 ㅠㅠ
-아반떼 N 8대 강탈 ㅠㅠ
-중고차 딜렄ㅋㅋㅋ
-이게 뭐냐ㅠㅠ
여기까지 말했음에도 사태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기능이 있다.
“아, 지금 리플레이. 나옵니다. 보시죠.”
에스파냐 병사들이 매복하고 있는 시점부터 재생되는 리플레이.
“아. 저기에 미리 대기하고 있었군요? 이 길로 올 거라는 걸 예측한 거 같죠? 산길로 돌아갈 수도 있었는데요.”
“성을 축조해서 일부러 쿠키가 성급하게 오게 한 겁니다. 선택지가 없었죠.”
완전한 시야로 다시 천천히 보니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이 상황은 운이 아니었다.
쿠키의 실수가 아니었다. 그렇게 유도된 것이다.
“성이 건설되고 자원 시스템까지 계속 굴러가면 더 이상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까 쿠키는 지름길로 달릴 수밖에 없었군요?”
“맞습니다.”
모든 게 철저하게 에스파냐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이었다.
“심지어 올 타이밍까지 정확히 알았던 것 같습니다.”
“예. 그 루트에 매복 선교사를 배치했고. 정말 잘한 것이, 바로 선교사부터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화면에서 머스킷 총병들이 먼저 일어나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타아앙! 타앙!
“일단 총병부터 내보내서, 선교사를 생각하지도 못하게 만든 겁니다.”
“예. 심지어 총병 숫자가 적어서, 조선이 그들과 싸워도 되겠다 생각하게 만들었죠?”
“맞습니다. 완전 의도된 거예요! 난전이 아니면 전향에 걸리기 힘드니까!”
슬슬 병사들이 뒤엉키기 시작하는 시점.
선교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공성차 8대에 배치된 선교사, 병사들에 배치된 선교사.
완전히 분업이 되어 있었고, 계획적이었다.
“아…… 이건 완전히 당했습니다.”
보병들은 화들짝 놀라 후퇴하고, 공성차는 느려서 도망가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공성차에서 병력들이 빠져나왔다는 거죠? 다 나온 거 맞을까요?”
“지금 확인은 안 되는데. 거의 다 나온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꽤 많이 우르르 나왔거든요?”
공성차에서 병력들이 줄행랑치듯 빠져나오고, 그 뒤 전투 구도는 볼 것도 없었다.
공성차 없이 공성은 불가능했다.
결국 쿠키는 후퇴 후 재정비를 명령하고, 리플레이는 끝난다.
“애초에 각궁까지 준비해서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공성차에 탔다 내렸다 하면서 카이팅이 될 텐데…….”
킹귤이 이번 전투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랬다간 이미 고지대의 자원 시스템이 돌아가서 너무 돈 차이가 벌어졌을 거 같은데요?”
각궁으로 나오지 못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타이밍 때문이다.
“그렇긴 합니다. 애초부터 에스파냐가 설계를 잘했다고 봐야겠네요.”
아무리 가정을 세워봐도, 에스파냐의 설계가 기가 막혔다.
인정할 땐 인정해야 하는 법이다.
“에스파냐. 로마전 패배 후 각성입니까? 전향 선교사 같은 사파적인 전략을 채택한 덕을 톡톡히 보네요!”
“예. 점점 자원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고지대 멀티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거든요?”
자원 차이가 앞으로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다. 이걸로 게임이 크게 기울어 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중계진은 별달리 절망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를 지더라도 조선은 기회가 몇 번 더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 일단 멘탈을 잘 잡아야 합니다. 에스파냐야 절박하지만, 저흰 아니거든요?”
“맞습니다. 근데 킹귤 님.”
“예?”
“지금 소강상태라서 궁금한 건데. 아까 쿠키는 선교사가 많은 걸 못 봤던 걸까요? 아몬드 선수가 막 끝까지 살아서 정찰했었는데…….”
“!?”
킹귤은 그 말에 흠칫했다.
‘그러게.’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랬다.
아몬드가 살아남는 바람에 쿠키는 결국 보지 않았던가?
선교사가 많다는걸.
“선교사 숫자만 보고 전향인 걸…… 쿠키라면 알았을 확률이 높긴 합니다. 봤다면요.”
아몬드는 봤어도 쿠키는 못 봤을 확률도 있다.
킹귤은 못 봤다 생각했다.
쿠키가 그걸 보고도 전향을 고려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아마 못 봤던 모양입니다. 공성차는 전향 선교사한테 전혀 좋은 선택이 아닌데, 이렇게 뽑았으니…….”
“아. 쿠키는 못 봤을 수도 있군요? 아쉽네요…….”
“어! 말씀드리는 순간?!”
그 순간 옵저버가 또 시야 변경을 썼다. 이번엔 에스파냐 지휘관의 시야였다.
“또 시야 변경?”
에스파냐는 뺏은 공성차들을 고지대 성벽 안쪽으로 모시듯이 들여보내고 있었다.
후에 공격할 때 한 번에 꺼내 쓰기 위함이다.
“아…… 저거 조선 건데요!”
캐스터는 공성차를 보며 아쉬워하자 킹귤도 말을 보탠다.
“아, 아쉽네요. 공성차가 가격이 아무리 공성병기 중에 싸다고 해도…… 저렇게 8대는 진짜 뼈 아픕니다. 심지어 이제 막 뽑은 거라! 감가상각도 안 됐거든요!?”
-ㄹㅇㅋㅋㅋ
-감가상각ㅋㅋㅋ
-민트급인데 ㅠㅠㅠ
“근데 또 시야를 왜 가렸을까요?”
시야를 가렸다는 건 뭔가 조선 상황을 보지 않는 게 더 재밌을 수 있다는 옵저버의 판단이었다.
즉, 뭔가 더 있다는 얘기가 된다.
“조선이 여기서 뭔가 더 보여줄 수 있을까요?”
-여기서는…… ㅠ
-그게 되나??
-보여주나? ㅋㅋ
그때, 암흑 시야 근처에 말을 탄 조선 병사들이 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어? 저거 뭐죠!?”
“제가 보기엔 기마 궁수 같은데요!?”
에스파냐 정찰병이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다시 한번 암흑 시야 쪽에서 언뜻 조선 병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기마 궁수]확실히 기마 궁수들이었다.
파앙!
그 순간, 누군가 쏜 화살 소리에 다시 시야가 암전했다.
“저, 정찰병 죽었습니다? 이걸 보고 바로 죽이네요!?”
“와…… 수, 숲에 있었는데. 조선 궁병들의 활 실력! 적 입장에서 당해보니까 살벌합니다!?”
“아니, 저희도 지금 에스파냐 시야라서 안보여요! 몇 명이죠 대체!?”
-ㄷㄷ
-오 기마궁수 됐구나
-미쳤다 방금 아몬드 아님??
기마 궁수들의 감각이 어찌나 날이 서 있던지, 정찰병은 다가가는 족족 사살당해 버렸다.
정찰병이 이 지경인데, 감히 매복 선교사가 다가갔다간 바로 고슴도치 행이다.
“기마 궁수는 확실히 전향에 걸릴 일은 거의 없는 병과입니다. 근데 문제는 공성이죠! 궁병들만으로는 공성이 안 되거든요?!”
“그렇죠! 기마 궁수들은 막 성벽 안쪽으로 침투해서 일꾼만 쏙쏙 죽이고 막 휘저어 버리는 역할인데. 이렇게 정직하게 들어가는 건 의미가…….”
고지대의 성벽과 성의 방어력은 현재로선 활로 뚫어낼 수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무슨 생각일까요?”
그럼에도 그들은 달렸다.
다그닥! 다그닥!
위협적인 흙먼지가 휘날리는 것이 언뜻언뜻 보인다.
“여기서 에스파냐는 그냥 성안으로 들어가면 그만입니다!? 그럼 이 병력,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 위협적인 기세에 반해, 사실상 할 수 있는 건 크게 없었다.
에스파냐 병사들은 킹귤의 말대로 그냥 성벽 위로 올라가서 쏘기만 하면 된다.
절대 수비가 뚫릴 일은 없다.
그럼에도 기마 궁수들은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 * *
한편, 고지대 안 에스파냐의 초소.
“재미없게 이겨 버렸네.”
트레스가 건방 떠는 소리를 내뱉었다.
“재미는 혼자 챙겨라. 이번에 지는 거야말로 정말로 재미없었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옆에서 우노가 일침을 넣었다.
다만, 그도 트레스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긴 했다.
‘선교사 한 방에 게임을 꺾을 줄이야.’
이번 게임은 너무 쉽게 넘어왔다.
나쵸를 저평가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쿠키도 저평가했던 건 아니기에.
이렇게 제대로 당해버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아마 나쵸도 이거 한 번으로 이길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얘넨 대체 왜 이 공성차를 무더기로 뽑은 거야? 타이밍 때문에? 조선은 아너저 투석기가 좋잖아.”
“아마 그렇지. 그리고 아너저 투석기는 공성엔 별로야. 병사 상대로 더 좋지.”
“그렇다고 공성차를 끌고 오면 다 뺏기잖아. 참내…….”
트레스는 굉장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왜 네가 아쉬워하냐? 아직도 건방 떨 여유가 남은 거야?”
“아니. 난 말이야. 전략 전술 이런건 잘 몰라도. 감이라는 게 있거든. 뭔가 이상하다고. 뭔가.”
“뭐가?”
“너무 쉽게 당해줬어. 아니, 너무 쉽게라고 말하면 대놓고 실수일 수도 있는데. 이건 아슬아슬하게 상대가 눈치챌락 말락~ 하게 신묘하게 당해준 느낌.”
“……?”
우노는 순간 흠칫했다.
‘그래 이 자식은 동물적인 감이 있어.’
트레스의 능력은 인정하기에 우노는 미간을 찌푸린 것이다.
‘당해줘?’
트레스는 그냥 쓴 표현이었겠으나, 목에 턱 걸린듯 넘어가지 않는 말.
당해준다.
게임 전체가 넘어갈지도 모르는 일을, 일부러 당해준다?
재경기를 하고 싶다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그럴 수는 없을 텐데.
그런 목적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럼─
“──끄악!”
어디선가 갑자기 들려온 비명.
푸슈웃……!
위로 치솟는 붉은 핏줄기가 보인다.
공성차 너머다.
“뭐야?”
대체 여기서 피가 솟을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적이다아!”
타앙!
총 소리가 울려 퍼지고, 현장은 급격하게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우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눈에 비친 곳.
그곳엔 조선 병사들이 서 있었다.
대체 어떻게 여기에?
여긴 성벽 너머, 성 바로 앞마당이다.
에스파냐의 방어력의 정점에 선 곳이란 말이다.
그런 곳에 어떻게 적이 돌아다니는가?
“젠장할! 내가 뭔가 이상하다고 했지!”
드르르륵!
트레스가 공성차의 문을 열면서 비밀이 드러났다.
“우아아아아아!”
공성차 안에서 조선 병사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었다.
공성차가 무려 8대이니, 그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안그래도 아직 무장된 병사 숫자가 적었던 에스파냐는 순식간에 전선이 밀렸다.
그나마 성에서 쏘는 대포도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
아군도 섞여 있을 경우엔 대포를 쐈다간 다 죽기 때문.
이걸 노리고 근접 무기로 구성된 것 같다.
한 에스파냐 병사가 까무러친다.
“저, 저 자식들 다 빠져나간 거 아니었어!?”
분명 공성차에서 다 도망갔었다.
현장에 있었던 병사들이 죄다 그걸 봤는데.
어떻게 안에 들어 있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안에 들어 있음 전향 당해야 하잖아!”
“마, 맞아!”
그랬다.
안에 있었다고 해도 전향을 당해야 맞는데.
대체……?
잠시 고민하던 우노는 이유를 알아버렸다.
‘인구수 200 제한!’
병사 인구수 200 제한을 넘겨서 전향시킬 순 없다.
쿠키는 그걸 노리고 병사 몇을 내어준 다음 이 공성차를 뺏겨 버린 거다.
완벽한 계산하에 당해준 거다.
그뿐이 아니다.
‘공성차에서 나간 병사조차 일부였어. 우리 눈엔 그게 전부로 보였던 거고.’
다급하게 공성차 안에서 뛰쳐나가는 병사들을 보고, 그 안에 남아 있는 자들이 더 있을 거라 생각하긴 힘들었다.
정말 꽤 많이 나간 듯 보였거든.
‘수송 확장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으니까.’
거기에 확장 업그레이드까지.
이 공성차들은 기본적으로 더 많은 병사를 태우고 있었다.
너덧 명 정도 빠져나가면 안에 남은 병사가 없어야 하는데.
안에 또 너덧 명이 있는 거다.
요즘 누가 수송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이건 완벽한 설계다.
「아슬아슬하게 신묘하게 당해준 느낌.」
트레스의 말이 정확했다.
신묘하게 당해준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쪽이 당할 차례였다.
“쳐 죽여라아아아아!”
조선군의 함성이 에스파냐 진영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