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4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13화
39. 디스트로이(3)
“으랏챠아아아!”
촤아아악!
트레스가 조선 병사의 목을 쳐내며 외쳤다.
“내가 뭐랬어! 우노! 이거 이상하다니까!”
저놈은 지금 무슨 매커니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줄도 모른다.
그런 쪽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닥친 일을 해결하고 있을 뿐.
그렇기에 여기서 가장 당황하지 않았다.
“너네! 그만 도망가고 쏴! 총은 장식이냐아!?”
타아앙!
탕!
트레스의 명령에 따라 총성이 울려 퍼지며 교전이 일어났다.
기습으로 인한 일방적인 학살에서 그나마 항전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숫자가 너무 적어!’
우노 역시 뒤로 돌며 열심히 칼을 휘둘렀으나.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에스파냐 병사들은 안 그래도 숫자가 적은데 성벽 위에도 포진되어 있던 터라, 이 구역에서 더 이상 항전은 무리였다.
‘그런데 이 녀석들. 우릴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닌데?’
가만 보자 하니, 지금 조선 병사들은 어떤 목적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병사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었다.
‘하기야 선교사 때문에 우린 잘 죽지도 않는데.’
그들이 향하는 곳은…….
우노는 고개를 휙 돌려본다.
그 시야 끝엔 성벽이 보인다. 그 사이 문이 보인다.
‘성문!’
놈들은 성문으로 뛰어가고 있다.
안에서부터 성문을 열려는 것이다.
소름이 쫙 끼쳤다.
지원병이 온다는 소리다.
우노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때, 트레스가 갑자기 먼저 명령한다.
“성문이다! 성문 막아아!”
“뭐? 그럼 선교사 범위에서 벗어…….”
선교사와 머스킷 조합은 진형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트레스는 일단 막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그닥! 다그닥!
그는 말을 달려 나가 버린다.
“막아아아아아!”
그 카리스마에 병사들도 따라 달린다.
머스킷 병들뿐 아니라, 몽둥이만 든 무직 병사들까지.
“뚫어어어어!”
선교사도 없이 제대로 된 진형도 없이 맨몸으로 달려든 것이다.
촤아아악!
촤악!
병사들은 무처럼 잘려 나갈 뿐이었다.
우노가 고래고래 외친다.
“제, 젠장 대열을 정비해야 된다! 트레스!! 선교사가 못 따라가잖아!!!”
이렇게 뒤섞여서 싸우는 건 조선이 가장 원하는 전투였다.
이러면 머스킷 병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병사는 병사대로 죽고, 성문은 성문대로 열린다.
“뭘 재정비냐! 지금 못 막으면 끝이다! 우노!”
이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 우노는 잠시 벙찐다.
“…….”
심지어 트레스의 돌파력은 그의 주장에 설득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촤아아아악!
트레스가 말을 타고 달리며 순식간에 조선군 서넛을 썰어버리는 게 아닌가?
‘정말 되나?’
마상에서 보병들을 저렇게 가볍게 썰어버리는 선수는 손에 꼽을 것이다.
트레스라면 가능한가?
생각하던 것도 잠시─
쿵!
누군가 몸을 던져 달려들어, 말의 다리를 노렸다.
──이히이이잉!
트레스가 낙마한다.
“너흰 다 달려! 내가 막았다!”
막았다는 건 착각이었다.
말은 막았어도, 트레스는 아니었다.
낙마했던 트레스는 괴물 같은 근성으로 튕기듯이 일어나 단숨에 검을 휘두른다.
──촤아아아악!
피를 흩뿌리며 수급이 날아간다.
자신이 막았다며 외치던 그 표정 그대로 바닥으로 구르는 머리.
피로 시뻘게진 트레스가 다시 외친다.
“씨발! 막아아아!”
그러나 또 그를 막아서는 자가 나타난다.
“자, 먼저들 가라. 형님이 막고 간다.”
척.
다음 상대는 월도를 든 거구의 남성.
자신만만해 보이는 눈빛이 트레스의 그것과 비슷한.
[마라탕]그는 마라탕이었다.
트레스도 그에 대해 알고 있었다.
조선 검수들 중에 에이스다.
‘호오?’
트레스는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앙!
노려보는 두 눈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
“!”
후웅!
마라탕의 월도가 상단을 벤다.
트레스는 가볍게 숙여 피하며, 하단을 훑었다.
슥.
마라탕은 발을 들어 피해냈다.
이후 다시 발을 내디딘다.
쿵!
진각을 밟으며 짧은 반경으로 힘을 가하는 마라탕.
엄청난 힘과 함께, 월도의 검면이 날아든다.
피하기 껄끄러운 널찍한 면적.
트레스는 검으로 받아내기로 한다.
쿵──!
묵직한 충격이 가해진다.
“……컥!”
트레스는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버렸다.
‘이걸로는…….’
무기의 차이가 여실히 느껴진다.
트레스는 1시대부터 갖고 있던 보조 지휘관의 의장용 검.
적은 3시대 무기인 월도였다.
척……!
치켜들어진 월도의 날이 사납게 빛난다.
트레스를 끝장낼 초식이다.
그때─
타아앙!
총알이 마라탕의 어깨를 타격한다.
“으……!”
머스킷 병들의 총구가 다시 불을 뿜기 시작한 것이다.
트레스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튀어 나가듯 내달리려는데.
마라탕은 이미 다른 검세를 취했다.
스윽─
‘저, 저건?’
우노가 트레스에게 외쳤다.
“안 돼! 트레스! 돌아와라!”
멀리서 보고 있는 우노에겐 보였다.
‘들어가면 죽는다……!’
완벽한 반격 자세였다.
마라탕은 자기가 죽더라도 트레스를 데려갈 심산이다.
보조 지휘관은 죽으면 부활조차 없으니까. 이득이라 판단한 것이다.
“돌아가긴 염병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티이잉!
귀 가득 울려 퍼지는 요란한 소리에, 트레스는 툭 멈췄다.
[후퇴 후 재정비]나쵸의 명령이었다.
* * *
갑자기 뒤집힌 전황.
킹귤이 오열하듯 외쳤다.
“이럴 수가! 쿠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앜ㅋㅋㅋㅋㅋ
-ㄹㅇ
-쿠버지 ㅠㅠ
-이게 진짜 설계면 레전드다
-와 ㅋㅋㅋㅋ
“일부러 전향당한 거였습니까아아!?”
“그렇다고 봐야죠!”
“어쩐지 쉽게 당하긴 했는데! 저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공성 차 안 병사들이 왜 전향되지 않은 겁니까!?”
캐스터는 설명을 더 해달라는 듯 말했고, 킹귤은 쿠키의 트릭을 설명해 줬다.
그 설명을 들은 캐스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그러니까! 이게 우연이 아니라 설계예요!?”
캐스터뿐이 아니다.
-얻어 걸린거 아님??
-헐
-미쳤다 ㅋㅋㅋ
-이게 작전이었다고??
-에반데
어떤 경지에 오른 전략 싸움을 봤을 때 흔히 나오는 반응이었다.
운이 작용한 것 아니냐? 얻어걸린 것 아니냐?
그러나, 축구에서 얻어걸리듯 찬 공이 골이 되는 순간조차, 수비수 마크를 해체하는 움직임, 그 직전의 패스 루트로 주는 혼란 등. 모든 건 연습과 설계의 결과였다.
“예! 당연하죠! 절대 설계입니다! 일부러 수송 확장까지 업글하고 병사들 일부는 도망치는 척도 했는데요! 그래서 상대는 공성 차 안에 병사가 다 뛰쳐나갔다고 생각한 거죠!”
-당연히 설계지 ㅅㅂㅋㅋㅋ
-뉴비들이 많아서 ㅉㅉ
-병사들이 숨어있다가 나왔는데 뭔 우연 ㅇㅈㄹ ㅋㅋㅋㅋ
-이제 좀 깨달아요! 트수버지!
“이야! 대단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에스파냐 고지대의 자원 사이클을 끊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죠?! 이건 마술쇼가 아니니까요!”
“뭔가 더 해야 하는데…… 어!?”
이때, 옵저버는 모두 시야로 다시 바꿨다.
“!”
달려오는 기마 궁수의 숫자가 보인다.
중계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 기마 궁수 저만큼이나 있었어요!?”
둘이 중간에 죽었음에도 무려 18기.
그리고,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왜 전속력으로 직진하고 있는지.
“오오오! 쿠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이래서!!”
-몇 번 깨닫냐고 ㅋㅋㅋ
-그만 좀 깨달아요 귤버지!
-고트여…… 이런 뜻이……
-와
-미쳤다 어디까지 본 거야
* * *
한편 조선의 기마 궁수 부대.
“계속 달려!”
가장 선두에 선 팡어가 외쳤다.
“성문 안으로 들어간다아!”
굳센 성벽과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는 성문.
저 안으로 들어간다고 팡어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몬드도 다른 모든 병사들도 의아할 수밖에 없었으나.
쿠키의 [공격] 사인이 분명 안쪽에 찍혀있다.
처음엔 의아했던 팡어도, 어떤 명령을 받고는 바로 뛰었다.
그러니 아몬드도 일단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히랴!”
군말 없이 속력을 가하며 내달렸다.
“성벽 위에 머스킷 병들이 있다!”
철컥!
기마 궁수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머스킷 병들.
“사격하지 마라! 그럴 시간도 없다아! 피하면서 달려!”
첫째도 둘째도 속력이었다.
그냥 달리란다.
-ㄷㄷ
-이게 뭔데?
-이거 맞아??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작전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때론 일부러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어쩔 땐 게임을 던지는 듯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 해도 의문을 품어선 안 됐다.
「한 명이 던지면 트롤이지만, 다 같이 던지면 한타다.」
타코야끼의 말을 떠올려보면, 팀 게임의 기본은 ‘일체성’이다.
‘그래.’
아몬드는 활을 꺼내지 않고, 그냥 고개를 숙이며 달렸다.
적의 에임을 흘릴 수 있게, 말머리를 이리저리 몇 번 흔들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했으나.
지금 조선 기마 궁사 부대에 떨어진 명령은 너무나 확실했다.
무조건 직진.
전속력으로 달려야 한다.
타아아앙! 타당!
머스킷 병들이 진한 화약 냄새를 흩뿌리며 총을 쏘기 시작한다.
뒤쪽에 기마 궁병 둘이 쓰러져 날아간다.
희생은 감수해야 했다.
팡어가 외쳤다.
“열어어어어어! 이 새끼야아아아!”
-그런다고 열어주냐고 ㅅㅂㅋㅋㅋ
-뭔데??ㅋㅋㅋ
-아닠ㅋㅋㅋ 이거 문에 박아버리는거 아녀?
이제 성문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사실상 전멸이다.
말을 한 번 멈춰 세우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 머스킷 병들이 장전을 마치고 다시 쏘면 전부 죽는 거다.
다그닥! 다그닥!
그럼에도 일단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시야에 떨어진 명령은 딱 하나.
[전속력 직진]전속력 직진이었다.
아몬드는 잠시 함께 말 위에서 달리고 있는 동료들을 본다.
그의 옆엔 롸떼와 스팸, 당근이 보인다.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미세하지만 알 수 있었다.
‘달려.’
모두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들조차 현재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을 못 했을 텐데도.
이제 말이 몇 번만 발굽을 더 박차면 성문에 부딪힐 정도의 거리였다.
“열으라고오오오!! 이안용!!!”
그 순간─
기적처럼 성문이 열렸다.
──콰르르르르르릉!
성문 옆엔 마라탕이 서 있었다.
-?!
-???
-뭐, 뭐야
-아닠ㅋㅋㅋ
-ㄷㄷ 역시 나라를 파는 이름……
-ㅅㅂㅋㅋㅋㅋ
-???: 나라를 팔러 왔다.
-에스파냐마저 팔아버린…… 닉값 GOAT
-엥???
* * *
“열립니다아아!”
미친 듯이 달려오는 기마 궁수들이 마라탕을 순식간에 제치고 지나간다.
후웅──!
“바람처럼 지나가 버립니다!”
“와아아! 완벽하게 열리자마자 1초 만에 부와아아악! 지나갔습니다!”
-타이밍 미쳤다
-완전 칼 타이밍이네
-캬
관중들의 함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기마 궁수 입성이 이 게임에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이거 지금 전투 아주 중요합니다! 조선은 이게 마지막 쥐어짠 병사에요!”
“그렇죠! 조선은 이번 경기에서 4시대는 물 건너갔습니다!”
조선은 4시대 갈 여력을 전혀 남기지 않은 채 기마 궁수를 뽑아냈다.
여기서 게임을 끝내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에스파냐 아직 경제력 왕성하고! 다시 선교사랑 머스킷 병들 모아서 정비했거든요!? 싸울 준비 됐어요!”
“근데! 기마 궁수 숫자가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겁니다!?”
“모를 겁니다! 그건 저희도 몰랐으니까요! 쿠키의 짜내는 능력이! 진짜 블랙기업이에요!?”
-이게 K 기업
-우린 사람을 갈아……
-쿠키 혹시 어디 교수님 출신인가?ㅎ
-ㄹㅇㅋㅋㅋㅋ
-블랙기업 북조선 ㄷㄷ
철컥!
머스킷 병들이 대열을 갖추고 기마 궁수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그 뒤로는 선교사들이 힐러 역할을 위해 포진했고.
보조 지휘관 둘은 양측 날개에서 적을 교란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영은 완벽하게 에스파냐가 우위!”
재정비한 보람이 있었다.
에스파냐는 완벽한 진형을 구축했다.
다그닥! 다그닥!
기마 궁수들은 급하게 달려오느라 완전히 1줄로 달려오고 있었다.
“반면 조선은 한 줄이에요!? 앞에는 희생시키고 뒤라도 살리겠다는 걸까요!?”
“그냥 급하게 달려오느라 그럴 수도 있습니다!”
총격에 전부 죽을 리는 없으나, 자신들도 활을 쏘기엔 불리한 게 조선의 진형이다.
“에스파냐가 사거리가 더 깁니다!? 조심해야죠!”
“이제 쏘겠죠!?”
척!
에스파냐 쪽에서 사격 사인이 올라오며, 방아쇠를 당기는 그 순간─
“아무래도 앞에는 무조건 죽…… 으에에?!?”
스윽─
모든 기마 궁수의 상체가 말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피유웅!
총알은 바람 찢는 소리를 내며 허공만을 갈랐다.
“!?”
“……!”
-ㄷㄷ
-뭐야
-와
-??
-헐
하체만으로 말의 몸을 감싸 매달린 채, 그들은 계속 달려온다.
“서커스 수준의 기예입니다!”
“계속 이렇게 달립니까!? 피하는 건 몰라도 쏘기는 힘든데!”
이제 각궁의 사거리 안이다.
그러자 진이 바뀐다.
하나의 유기체처럼, 일직선으로 줄지어 오던 기마 궁수 18인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뱀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 뱀의 비늘 하나하나가 곤두섰다.
그르르륵……!
단단해진 활시위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하얀빛을 뿜었다.
[집중]집중 팩션의 풀차지다.
일제히 활시위를 놓았다.
파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