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4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15화
40. 트레스 vs 아몬드(2)
석궁을 쏘는 방어탑과 대포를 쏘는 거대한 성, 그리고 그 외 쏟아지는 수많은 화살.
이런 모든 방어체계가 무용지물이었다.
“진짜 온 집을 다 들쑤십니다아! 조선의 기마 궁수들!!”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다.
둔해 빠진 대포 따위로 저들을 잡겠다니.
경장갑에 말을 타고, 철제 무기 하나 없이 각궁과 화살만을 들고 뛰는게 바로 조선의 기마 궁수들이다.
유럽의 기사들과 비교하면 깃털 수준으로 가볍다.
유럽의 기사들이 중세 탱크라면 이들은 중세의 오토바이였다.
이들이 집중력만 잃지 않는다면 대포처럼 타격 딜레이가 큰 무기에 어지간해선 당해주지 않았다.
특히나 아몬드는 더더욱.
“안 당해줘요! 지금 어그로 끌고 있는 아몬드 선수는 특히나 안 당해요!”
“예측샷을 쏴야만 맞아주겠는데요!? 전혀 지금 소용이 없어요! 오히려 에스파냐 일꾼만 죽어 나갑니다!”
저들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해서 쏘는 것만이 대포를 맞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예측샷이 될까요!?”
“근데 지금…… 아몬드가 유린하는 걸 보면! 거의 보고 피한다는 느낌이에요!”
“아몬드 선수의 특기죠? 끝까지 보고 피하는 거!”
쏘는 걸 보고 피하는 사람에게 예측샷은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피하기 더 쉬워지기만 한다.
쾅──!
또 헛방이다.
“아! 안 맞아요! 예측샷도 안 맞아요!”
“전설의 메시 드리블이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습니다! 지금!”
“드리블하면서 지금 활도 쏘는 거잖아요!?”
파아앙──!
그들이 활시위를 당기면, 어김없이 일꾼들의 인구수가 줄어나갔다.
기마 궁수가 한 번 지나가는 길마다 일꾼들 시체가 즐비했다.
-ㄹㅇ 정신 없겠네
-아몬드 한 명도 버거운데 15명이 휩쓸고 다니니 ㅋㅋㅋ
-조선 뮤탈 ㄷㄷ
-병사들 아예 따라오지도 못함
엄청난 기동력으로 움직이는 기마 궁수 부대.
저들이 휩쓰는 파괴의 현장을, 에스파냐 병사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방법이 없었다.
“아……! 에스파냐도 기마대를 준비했어야 했나요!?”
그럴 수는 없었다.
에스파냐는 그들 나름대로 기마 병력을 준비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야 본래 기마대는 공성전에선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죠! 이 기마 궁수들도 사실 성문이 열리지만 않았다면! 쓸모가 없었을 거거든요!?”
“아…… 그렇네요! 성문을 아무 피해도 없이 통과한 게 너무 컸습니다. 에스파냐는 상상도 못 했던 기습이었습니다!”
공성차 안에 들어왔던 병사들이 튀어나와 이렇게 쉽게 성문을 열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여기에 대고 기마대를 왜 안 뽑아뒀냐 질책하는 건 너무나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 에스파냐! 자원 들어오는 양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이란 본래 결과론적이다.
결과적으로 에스파냐는 분당 자원 보급이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원 지표에서 조선보다 2배는 앞서고 있었는데.
이제 1.5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조선은 좀 더 피해를 줘야 하거든요!? 멀티 자원줄이고 뭐고 전부 여기에 쏟아부은 거라!”
물론 이렇게 떨어져도 조선보다 위였다.
여기서 더 피해를 입혀야 조선도 본전 이상의 이득이었다.
그만큼 이번 기마 궁수 러쉬는 자원적으로 무리수였고, 실패했다면 곧바로 항복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에스파냐 입장에선! 이건 가서 죽여야 합니다! 멀리서는 못 죽여요! 가서 분탕이라도 쳐서 집중력을 흐려야 합니다!”
“아아! 말씀드리는 중에!”
화면이 돌아간다.
아니나 다를까, 에스파냐의 병사들 몇몇이 말을 탄 채로 달려오고 있다.
급하게 준비한 기마대.
[콩키스타도르]직역하면 정복자라고 불리는 병과였다.
“에스파냐가 자랑하는 ‘콩키스타도르’라는 병과인데요!?”
말을 달리면서 총을 쏘는 3시대에는 보기 정말 드문 기술력의 병과다.
그만큼 업그레이드 비용이나 운용하는 데에도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아…… 에스파냐 기마대는 비싼데요! 결국 기마대를 마련했습니다!? 이쪽도 사활을 건 거예요!”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머스킷과 말에 투자합니다! 지금 10기가 모였어요!?”
-저렇게 했는데도 아직 10기가 나오네
-ㅅㅂ 언제 나왔냐?
-자원은 미쳤다 고지대 멀티 빨리 터뜨려야함
-일꾼 더 죽여!!
조선이 게임 내내 빌드업해서 쥐어 짜낸 기마 궁수가 18기였는데.
갑자기 뽑아낸 임시 방책 수준의 콩키스타도르가 10기.
자원의 차이를 보여주는 순간이다.
“아직 두 집단이 거리가 멀거든요!? 조선은 계속 피해를 누적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조선이 더 피해를 주지 못하거나, 자신들이 역으로 피해를 입게 되면 매우 곤란해진다.
킹귤은 차라리 자원 피해만 입히고, 도망가는 걸 추천한다.
“그런데! 그 피해를 꼭 이번 전투 한 번으로 이뤄야 하는 거 아닙니다! 다시 더 충원해서 와도 됩니다!”
병력을 유지만 한다면, 다시 공성 병기를 제대로 갖추고 들어와서 공성전을 치를 수 있다.
조선도 자원줄을 좀 더 확보해 둘 시간도 벌 수 있다.
“한 템포 쉰다면! 당장 몰아붙이진 못해도! 좀 더 안정적이긴 할 거거든요!? 아직 콩키스타도르랑 거리가 있습니다!”
“아…… 근데! 저 트레스! 트레스가 정말 빨리 달려요!? 그냥 보내줄 거 같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빨리 접고 말머리를 돌리면…….”
해설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 게임에 본선 진출이 달려 있는 데다가, 거의 졌다고 생각한 경기에서 승기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였으니.
조금의 실수라도 줄이자는 생각인 것이다.
틀린 의견은 아니지만, 쿠키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지금처럼 손쉽게 성문을 열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을 거라는 계산.
무엇보다 현장엔 기세, 흐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군의 사기.
이건 게임에서조차 거스를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보이지 않으나, 분명 실재한다.
인간의 호르몬 분비 체계에 각인된 화학적 실체로서 존재한다.
그것이 군의 사기였다.
지금 그 수치가 최고치를 찍고 있었다.
한 번 최고치로 치솟은 군의 사기는 다시 내려오면 되려 마이너스다.
처음 0보다는 높은 수치라고 해도, 사람이 느끼기에 ‘하강’이면 그건 마이너스이다.
그게 인간의 호르몬이라는 거다.
절대적인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상승하느냐 얼마나 하강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흐름이란 게 존재한다.
몰아칠 때 한 번에 몰아쳐야만 계속해서 양(+)의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 몰아치는 흐름이 멈추면, 약해진 +가 아니라, 되려 -의 흐름이다.
‘여기서 그 기세가 전환되면 끝이다.’
그러니 지금이 적기였다.
느껴진다. 승기가 폭포처럼 거세게 흐르고 있다.
이 상류의 물은 곧 넓은 하천으로 퍼져, 잔잔해지고 말 것이다.
그때 물의 양은 더 많을지언정 아무런 힘도 없다.
이 내려치는 강렬한 힘은 지금뿐이다.
티잉!
쿠키는 기마 궁수 부대에게 오히려 콩키스타도르 사냥을 명한다.
“쿠키! 지금 오히려 다가오는 콩키스타도르를!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아…… 과감한 선택!”
“올인은 아닙니다!? 기마 궁수 지금 남은 15기 중에 10기를 보냅니다! 5기는 계속 일꾼 견제한다는 거죠!? 이거 너무 욕심일 수도 있거든요!?”
“예. 이러면 계속 일꾼 피해는 누적시킬 수 있습니다만! 기마 궁수 쪽에 피해가 크면 아무 소용 없어요! 지금 기마 궁수는 조선 그 자체거든요!”
현재 있는 기마 궁수 부대가 전멸할 경우 조선은 잡았던 승기를 다 놓치게 될 수도 있다.
* * *
“히랴아!”
다그닥! 다그닥!
트레스는 가장 선두로 앞서 내달리고 있다.
10명이 같이 가는 게 무의미해질 정도의 속력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함께 발을 맞추긴커녕, 그는 점점 속력을 올린다.
‘하?’
그의 눈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기마 궁수들을 노려보고 있다.
‘반격을 하나? 역시나……’
본능적으로 그는 느끼고 있었다.
저들이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도망가는 게 현명한 판단임은 분명 알고 있으나, 그것이 이기는 판단은 아니었다.
현명한 판단과 이기는 판단이 다르다.
그것이 전쟁이다.
“너희 지휘관은 낭만을 아는구나!?”
철컥!
그는 도발적인 말을 뱉으며, 능숙하게 탄을 장전한다.
말로는 사납게 으르렁댔으나, 머릿속은 차갑게 상황을 읽고 있다.
‘이쪽이 연사가 느리다.’
아무리 이쪽이 스탯이 좋다고 해도, 정직하게 싸워줄 생각은 없다.
스탯은 숫자일 뿐, 막상 붙어보면 달랐다.
적이 각궁을 여러 번 쏘게 만들면 이쪽이 금세 불리해지곤 했다.
‘우리가 도망가고, 놈들이 쫓아오는 장면이 나와야 된다.’
원거리 무기 간의 대결에선 쫓아가는 쪽이 무조건 불리하다.
특히나 활은 더더욱 그렇다. 바람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쏘는 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온다.’
적이 슬슬 사거리 안쪽에 온다.
그는 어깨에 총을 견착시킨다.
다그닥! 다그닥!
말의 흔들림에 조준점이 위아래로 오간다.
망설임은 없다.
──타아앙!
방아쇠가 당겨진다.
“으헉!”
적 하나가 나가 떨어지듯 쓰러진다.
죽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전투 불능.
아직 머스킷의 사거리가 위다.
이쯤에서 본래 말의 머리를 돌려야 맞으나, 트레스는 더 들어간다.
철컥!
능숙하게 총을 재장전한 후, 방아쇠를 당긴다.
타아앙!
“젠장!?”
또 한 명이 쓰러진다.
‘이제…… 온다.’
적의 사거리 안이다.
피이이이잉──
아니나 다를까 곧장 날아드는 화살.
너무 정직하게 머리를 노린다.
──칙!
그는 피해냈다.
탄은 거의 볼 수 없으나, 화살은 보인다.
물론 연사는 저쪽이 빠르다.
피유우웅!
피융!
화살이 연이어 더 날아온다.
피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었다.
그는 총을 틀어쥐고는 휘둘러 버린다.
카앙……!
끝에 달린 총검이 화살을 튕겨낸다.
“!?”
정면에서 달려오는 조선군들의 얼굴에 경악한 표정이 깃든다.
씨익.
트레스가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 * *
“아, 아아아아니!? 뭐예요!? 방금!?”
“……달리는 와중에 지금 화살을!”
-ㄷㄷ
-미쳤다
-와 입 털만 하네
-ㄹㅇ 야수 그 자체
달리면서 총검만으로 화살을 쳐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이건 진짜 말 그대로 게임이라! 가상현실이라 가능한 극한의 기예입니다!”
“그렇죠! 게다가 지금 셋이나 쓰러뜨렸어요!? 그중 둘은 그냥 죽었구요!”
-와……
-미친
-보조 지휘관이라 그런가?
-쟤가 트레스임??
“아, 기마 궁수 부대가 트레스를 죽이려 쏘는데……! 트레스 방향 전환합니다!?”
기마 궁수 부대는 당연히 그를 응징하고 싶었으나.
이후 트레스는 곧바로 옆으로 틀며 방향을 전환하고, 뒤쪽에서 오던 다른 에스파냐 병사들이 총을 쏘기 시작한다.
타아앙! 타당!
각궁의 사거리 밖에서 쏘는 머스킷에 기마 궁수들이 혼란스러워한다.
피하려고 경로를 틀다 꼬여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지, 지금 조선 쪽도 집중력이! 흔들립니다!”
2분만 전투가 지속돼도 심장 박동에 변화가 온다.
지금 기마 궁수들은 거의 7분 가까이 연속으로 전투 중이다.
심지어 한 번 방심하면 죽는 극한의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었다.
“그래도 방금 탄은 잘 피했──”
──콰아앙!
킹귤의 말이 무섭게, 성에서 날아온 대포가 기마 궁수 하나를 저 멀리로 보내 버린다.
남은 기마궁수는 이제 7기다.
“아아아아아악! 이, 이건 맞으면 안 됐는데요!”
-??
-앗
-걍 피하고 다시 싸워야하는거 아님?
-ㅁㅊ
-몇 개를 피해야하누
-이거 맞아??
“아까처럼 묘기로 피하기엔! 쉽지 않습니다! 지금 쌩쌩한 상태가 아니거든요!?”
“너무 난전이에요! 근데 조선군 쪽만 난전입니다! 에스파냐 쪽은 전투가 이제 막 시작해서 그런지! 집중력이 좋아요!?”
“이거 트레스가 난전을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조선 병사들의 어그로를 계속 빼니까! 난전이 되는 거죠!”
그랬다.
트레스가 전장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전장 흐름의 주도권이 그에게 있는 거다.
“아니, 보조 지휘관 한 명이 직접 전투에 참가하는 게 이 정도의 파급력입니까!?”
보조 지휘관이기에 틈나면 명령 전달도 가능한 데다가 기본적으로 체력 보너스도 있어서 과감한 싸움이 가능하다.
“지금 트레스에 휘둘리면 안 돼요! 따라가면 엄호 사격이랑 대포 세례에 너무 쉽게 당합니다!? 여기 에스파냐 본진이에요!!!”
“그렇다고 안 따라가기엔 너무 잘 쏘고 잘 달려서! 이거 진짜 미치겠네요!”
그것들이 트레스의 초월적인 전투 능력과 합쳐지면, 엄청난 전술적 효과를 불러오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편도 그런 자가 하나 있었다.
“기마 궁수 1인! 그냥 다 무시하고! 트레스를 따라갑니다!?”
대포의 사거리, 방어탑의 견제, 트레스를 엄호하는 세력의 탄환 등.
모든 요소를 다 배제하고 트레스를 추적하는 1인이 보인다.
“휘, 휘둘리면 안 된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그렇긴 한데…….”
킹귤은 말을 흐렸다.
이쪽도 그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전투력의 소유자였다.
[아아몬드]“상대가 나잖아! 이럴 때 쓰는 말이잖아요!? 아아몬드라면 진짜 몰라요!?”
아몬드, 그가 총탄 사이를 비집고 트레스를 향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