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4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16화
40. 트레스 vs 아몬드(3)
한편 싱크 탱크의 아지트.
이들은 단체로 모니터 앞으로 빨려들어 갈 듯 머리를 쭉 빼고 있었는데.
“돼, 됐어!”
“와! 엄청 이득 봤어!”
“이제 빠지면 되는 거 아냐!?”
이들은 본래 가장 냉정하게 게임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지만.
본선에 가느냐 마느냐가 갈리는 순간들인지라, 어느 누구도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아아아아악! 이거 너무 이득 보려는 거 아냐!?”
거의 비명처럼 소리치는 물만두.
“그, 그렇게 보이긴 하는데…….”
이미 고지대 멀티에서 일꾼 손실을 꽤 많이 가한 기마 궁수 부대였다.
이제부턴 이들을 최대한 살려서 다시 다음 전투를 제대로 정비하는 게 맞았다.
분명 이론상 그렇긴 했는데…….
“쿠키 형은 지금이 흐름이라고 보는 거야.”
치승은 쿠키의 선택을 알 것 같았다.
“지금 병사들 컨디션을 봐. 아까의 움직임…… 평소의 수준이 아니야.”
“……!”
그랬다.
머스킷 총병들과 처음 만났을 때 보여준 기마 궁수 부대의 움직임.
그 날렵함, 일체감, 집중력…….
아무리 조선 궁수 플레이어들이 뛰어나다지만, 그 정도의 퍼포먼스는 연습 게임에서조차 어쩌다 한 번 나오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걸 운명이 결정되는 이 경기에 보여준다니.
‘대체 어떻게?’
무엇이 이들을 강하게 만들었는가.
아니, 누가……?
“아몬드가 따라간다! 트레스! 아예 미끼 역할 못하게 하려나 봐!? 어떡해! 으아아앙!”
물만두가 다급하게 치승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화면엔 말을 타고 달리는 아몬드가 비치고 있었다.
그는 트레스를 처리하려는 심산이다.
이게 명령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현장의 판단인지는 모르겠으나.
‘미쳤어.’
어느 쪽이든 미친 판단이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미친 판단이다.
[아아! 아몬드 향해서 너무 많은 총알이……!] [비, 빗발칩니다!]대열상 아몬드가 자신의 팀 중 가장 앞이고, 트레스는 자신의 팀과 횡으로는 벌어져 있으나, 앞뒤 간격은 거의 나란히라고 봐도 될 정도다.
이렇게되면 상대 포커스가 당연히 아몬드에게로 옮겨간다.
타아앙! 타다당!!
수많은 총구들이 불을 뿜는다.
총기가 내뿜는 매캐한 연기로 적이 잘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
그런데 아몬드는 말 위에 있지 않았다.
이 각도에선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아몬드! 아몬드! 또 아까의 서커스 같은 움직임!]중계진의 흥분한 목소리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다리로 감은 채 반대 쪽에 매달려 있었다.
덕분에 애꿎은 말만 쏘거나, 아니면 총알은 다 허공을 가르고 만 것이다.
‘말엔 원거리 공격이 거의 안 먹히는 보정을 완벽하게 이용하고 있어…….’
모든 문명엔 마갑 업그레이드가 있는데.
원거리 무기로 말에게 피해를 주는게 상당히 힘들게 해주는 기능이다.
실제 마갑보다 게임적 성능이 매우 뛰어나기에, 필수 업그레이드다.
덕분에 현재 조선은 정확한 급소가 타격되지 않는 이상 계속 멀쩡하게 말을 달릴 수 있었다.
지금의 아몬드처럼.
다그닥! 다그닥!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트레스를 향해 계속 달리는 모습이다.
[이제 조선 병사들이 와서 반격하죠?!]아몬드와 거리 차이가 나던 다른 기마 궁수들이 엄호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에스파냐 병사들 아까 아몬드를 노리느라 잠시 집중이……!?]아몬드를 타겟팅했던 대가는 컸다.
대응도 못하는 채로, 적들이 쏘는 수십 발의 화살 세례를 받게 됐으니까.
이히이잉……!
에스파냐 병사 하나가 낙마해 버린다.
[콩키스타도르! 한 명 따운!]아몬드는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트레스를 쫓는다.
치승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전장의 그림이 바뀌었어.’
트레스와 아직 싸우지도 않았지만, 아몬드는 이미 얻은 게 많았다.
트레스가 그려놨던 전장의 그림 위에서 싸워야 했었는데.
아몬드가 그 위로 물감을 휙 끼얹어 버렸다.
전장의 구도가 다시 조선 쪽 주도권으로 바뀌었다.
아몬드는 물론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슥.
그는 화살 한 발을 꺼내 입에 물더니, 고삐를 양손으로 쥐었다.
이제 완전 최고 속력으로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 * *
다그닥! 다그닥!
트레스는 말을 달리는 중에 뒤를 돌아본다.
저 멀리 흙먼지를 일으키며 쫓아오는 놈이 하나 있다.
트레스는 그를 알아봤다.
‘저 새끼…….’
아아몬드다.
이가 갈리는 녀석.
빠득……!
‘인터뷰의 그놈이구나.’
트레스는 인터뷰를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
무적함대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말하질 않나, 상대로 취급도 안 해주질 않나.
‘저 자식한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8강은 가야겠어.’
8강부터는 해상전 맵이 하나씩 나온다. 거기서 에스파냐의, 스페인의 진짜 힘을 보여줄 수 있었다.
트레스는 곁눈질로 거리를 재본다.
‘곧 사거리다.’
머스킷의 사거리 안이다.
녀석은 머스킷 사거리를 정확히 알진 못할 것이다.
지들이 쓰는 무기가 아니니까.
사거리 끝에 닿으면 그때를 노리기로 한다.
그때─
띠링.
[레버 액션 업그레이드 완료]총기 성능이 업그레이드된다.
이제 비교적 재장전이 쉬워졌다.
트레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타이밍은 완벽했다.
그는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말발굽 소리와 아까 확인했던 감만으로 느꼈다.
‘지금!’
휘릭.
그가 총신을 빠르게 돌리며 장전하더니, 기습적으로 상반신을 돌린다.
[트레스 뒤돌면서 방아쇠를 당깁니다! 총기 업글까지 됐거든요?!]타아앙!
총구가 불을 뿜었다.
아몬드의 어깨 쪽에 붉은 피가 치솟았다.
스친 상처다.
[빗맞았어요!?] [달리는 말에서 뒤까지 돌아 쏘는 게 쉽진 않죠!]중계진은 트레스가 잘못 쏜 거라고 여겼으나, 트레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놈의 말의 방향이 살짝 바뀌었었다.
놈은 보고 피한 것이다.
“하?”
그의 입가에 사나운 웃음이 번진다.
“그래. 너도 비슷한 새끼구나.”
[사살]마침 나쵸의 명령이 떨어졌다.
놈을 죽이라는.
“히랴아!”
트레스는 아예 말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도망가면서 쏘는 식의, 동작이 큰 사격법으로는 놈을 절대 잡을 수 없다.
* * *
“아아!? 트레스! 말을 돌립니다?! 도망치는 거 포기?!”
트레스의 급격한 경로 전환에 킹귤이 외쳤다.
“나쵸는 판단한 겁니다! 트레스가 아몬드한테 묶여 있는 건 에스파냐 쪽 손해라고요!”
“그렇죠! 트레스는 보조 지휘관인데! 병사 한 명에 묶여 있음 곤란하죠!?”
트레스가 동 측으로 달리다가, 북 측으로 경로를 바꾼다.
아몬드는 그를 따라 동북 측으로 튼다.
사거리는 금세 좁혀지기 시작했다.
아몬드는 사거리가 되는 그 순간, 입에서 화살을 꺼내 곧바로 쏴버렸다.
“아몬드 쏩니다!?”
파아아앙──
강렬한 바람 찢는 소리를 내며 쏘아진 화살.
트레스는 뒤로 슬쩍 누우며 가볍게 피해버린다.
──삭!
-???
-헐
-미친
-뭐냐 방금?
-도랏네
“피, 피해버립니다!? 이거 둘의 대결이 진짜 장난 아닌데요!?”
이에 킹귤이 외친다.
“솔직히 저 화살! 저라면 그냥 맞습니다! 아몬드가 입에 물었던 화살!? 오히려 좋아!”
“예!? 킹귤 님은 못 피하니까 맞는 거잖아요!”
-앜ㅋㅋㅋㅋ
-ㄹㅇ
-뭘 맞아주는 척ㅋㅋㅋ
-업계 포상 ㅇㅈ
-상대가 레이나면 그냥 맞았을 듯 ㅋㅋ
-ㅁㅊㅋㅋㅋㅋ
-페이스 아이디가 이렇게 무섭다니.
“트레스도 반격 들어갑니다!”
트레스는 다시 총을 휙 돌리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불을 뿜는 총구.
“아, 아몬드도!”
아몬드 역시 활 시위를 튕겼다.
파아앙!
트레스는 머리만 슥 숙여 피한 후. 아예 아몬드를 향해 말 머리를 돌려 버렸다.
더 이상 시간 끌릴 수 없다는 것이다.
200미터 정도의 거리.
트레스는 그를 향해 말을 달려 버린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진다.
“둘이 서로 돌진합니다!?”
어차피 가까이 가기 전에 맞히기 힘들 거라는 걸 알지만,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아몬드는 몸을 슬쩍 틀어 피한다.
둘의 거리는 순식간에 150미터 남짓.
“서, 서로 지금 다 피해요!?”
“이게…….”
“원래 말 타고 쏘는 상황에선! 피하는 쪽이 더 쉽긴 하거든요!?”
아몬드가 활시위를 당겼다.
집중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이번엔 연사로.
파바바방!
“아몬드! 순식간에 3연사!? 심지어 사격점이 달라요!? 이건 못 피할─”
──카가앙!
예상이 우습게, 트레스가 하나를 피함과 동시에 또 다른 둘을 총검으로 쳐버린다.
동시에 총이 옆으로 기울어진 상태로도 방아쇠를 한 번 당겨 버린다.
타아앙!
“총검으로 치면서 동시에 쏜 거예요! 지금!?”
-ㄷㄷㄷ
-존윅이여?
-와
-눈이 안 따라가짐
──퍽!
아몬드의 옆구리 쪽에 이제 진짜 총상이 생겼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니가 맞았냐곸ㅋㅋ
-아 맞았어 ㅠㅠ
-헐 피 많이 다는데?
-안그래도 쟤가 피 더 많은데.
아몬드의 상체가 잠시 흔들렸다.
둘의 간격이 점점 줄어든다.
이제 100미터 남짓.
‘하.’
아몬드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아까와 리듬이 달랐다.
틈만 나면 연이어 쏘던 활을 잠시 쉬어주었다.
잠시 후, 그는 화살 3개를 뽑아 들었다.
천천히 당긴다.
한 호흡을 내줬다. 적이 그사이 방아쇠를 한 번 더 당길 터다.
그러나 괜찮다.
그르르륵…….
짐승 같은 소리. 그의 활이 울부짖듯 그르렁거린다.
풀 드로우다. 시위를 끝까지 당긴 상태.
철컥!
적이 재장전을 마친다. 이제 그 소리가 들릴 정도다.
거리는 50미터밖에 안 된다.
다그닥…… 다그닥…….
말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리듬.
그것에 저항하며 편자를 딛고선 다리에 힘을 준다.
거리 30미터.
거리 25미터.
거리 20…….
‘여기!’
아몬드의 눈이 번뜩였다.
스르륵.
오른손은 미동조차 없었다. 말 위가 아닌 듯 부드럽게 시위가 놓아졌다.
파아아앙──!
적의 방아쇠도 당겨진다.
거리 15미터.
아몬드는 나머지 화살을 순식간에 시위에 건다. 시위 중앙이 아닌, 다른 어딘가다.
적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동시에 화살이 하나 더 날았다.
완만한 커브를 그린다.
거리 15미터.
시위를 한 번 더 매긴다.
이번에도 중앙이 아닌, 극단적으로 기묘한 위치.
그 시위를 놓자.
파아앙!
화살은 급격한 커브를 그린다.
“아으아아으아아아악!”
거리 10미터.
킹귤은 이제 알 수 없는 비명만 질러댔다.
펑!
저들의 정 가운데 지점에서 원인 모를 불꽃이 튀었다.
“서, 서로 투사체가!?”
화살과 총알이 상쇄되어 버린 것이다.
“이거 의도된 겁니까!?”
그러나, 화살은 두 발 더 있다.
거리 5미터.
그제야 트레스의 옆에서 찌르고 들어오는 화살.
쉬이이이이이익──
‘!?’
트레스는 급하게 몸을 돌리며 흘려보았으나.
‘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날아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화살이 하나 더 있다.
‘뭐야 이건?’
이런 식으로 날아오는 건 처음이었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몸부림쳐보지만, 코앞까지 온 화살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법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거리 3미터.
──푹!
그의 갑옷 깊이 심장부로 꽂히는 화살.
거리 2미터.
“!”
철컥!
어깨에 견착된 총.
트레스가 마지막 집중력을 끌어올려 쏘려는 척하더니, 기습적으로 휘두른다.
쏘는 게 아니라, 휘둘렀다.
1미터 앞의 적을 향해.
순식간이었다. 둘의 말이 서로 교차해 지나가는 순간.
아몬드는 뒤로 눕듯 물러났고.
총검은 아몬드의 목젖을 스친다.
그는 드러누운 채로, 시위를 당긴다.
아니, 이미 당겨놓은 상태였다.
[집중]트레스의 동공에 잠시 비친다.
하얗게 타오르는 화살촉.
“!?”
휘익──
둘의 말은 이미 서로를 지나쳐 버린다.
트레스의 등이 훤히 드러나 버렸다.
금색, 빨간색, 검은색.
에스파냐의 지휘관의 휘장이 휘날린다.
삼색의 휘장이 펄럭이며, 원을 그렸다.
검고, 빨갛고, 노란.
삼색의 원.
‘닮았어…….’
어떤 것과 닮았다, 그리 생각하며 아몬드는 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곧게 날아간다.
소년 시절 쏘았던 화살처럼, 어떤 기예도 없었다.
일직선의 길로 곧게, 바람을 찢어낸다.
삼색원의 한가운데가 찢어져 뚫렸다.
──푹!
머나먼 거리에서 아련히 울려 퍼지는 함성.
「또 명중! 렌즈가 깨져 버립니다!! 지금 국내 선수권의 최연소! 최연소…….」
트레스가 쓰러져 바닥을 굴렀다.
목 뒤에 박힌 화살이 뚫고 앞으로 나와 있다.
확실했다.
트레스는 죽었다.
그제야 함성이 귓가를 때린다.
바로 옆에서 소리치듯 또렷한 함성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