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5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19화
41. 진출 이후(2)
털썩……!
경기 내내 일어선 채로 화면을 보던 치승은 주저앉아 버렸다.
“……진짜야?”
본선 진출 경우의 수 계산은 이미 해뒀다.
[승리]이 글자가 눈앞에 뜬 순간, 조선은 진출임을 치승은 분명히 알고 있을 터다.
그럼에도 되뇔 수밖에 없었다.
“진짜 우리 본선 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일이 일어나길 그토록 바라며 그토록 노력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다니.
모순이었다.
동시에 사실이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자신의 한편에 자리 잡은 생각이 맞다는 증명만을 반복했으니까.
그는 자신이 쥔 창이 모든 걸 뚫을 수 있다고 믿으며, 찌르다 보면 언젠가 뚫리리라 믿으며 계속해 내질렀으나.
어떤 자세를 취해도 얼마나 반복해도 방패는 굳건했다.
그가 찌르면 찌를수록, 방패의 성능만을 증명해 버리는 꼴이었다.
모순이라는 말도 아까웠다.
모든 것을 뚫는 창과 모든 것을 막는 방패의 대결이 모순이지.
이 창은 그리 대단치 못했다.
저 방패도 남들은 쉽게 뚫고 올라가곤 했다.
그리 대단치 못한 창과 그리 대단치 못한 방패의 대결.
그게 치승이 해오던 싸움이다.
텅!
방패의 울림이 울려 퍼질 때마다.
비웃음도 함께였다.
-에휴. 조선 팀이 뭐 그렇지 ㅋㅋ
-시드권 없애라 ㅅㅂ 시빌엠은 한국 ㅈ도 못하는데.
-하 ㅠㅠ 제발 좀
-이젠 예선에 들어가는 것도 고마워해야할 판임ㅋㅋㅋ
-시드권 솔직히 ㅋㅋㅋ 이스포츠 종주국이라 리스펙으로 주는게 분명
.
.
.
얼마나 우습겠는가?
세상 최고의 창과 세상 최고의 방패 대결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볼 수 있는 세상에서.
누가 더 조악한지를 겨루는 듯한 치승의 싸움을 보고 있으면, 조소가 절로 나올 것이다.
치승은 이제 그들의 비웃음을 인정해버렸다.
어쩌면 내가 하는 일이 정말 하찮은 일이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패가 깨졌다.
펑!
놀라웠다.
버틸 땐 그리 굳건하던 것이 깨질 땐 이렇게 쉽게 자리를 내주다니.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는 금이 가져있었던 걸까?
아니면 단숨에 깨뜨리는 방법이라도 있던 걸까?
어찌 됐든 그것은 깨졌다.
산산조각 나서, 지금은 형태조차 찾을 수 없었다.
수많은 비웃음과 조롱도 사라졌다.
있다 해도 그딴 게 들릴 리가 없다.
[대── 한 민국!!] [와아아아아아아아!]비웃음 소리 따위는 감히 끼지도 못할 정도의 거센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관중들의 응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애써 목구멍을 틀어막으려 침을 삼켜보지만, 이미 밀려오기 시작한 것을 멈출 도리는 없었다.
“아. 씨…….”
치승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이러지 않으려 했는데.
그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한 번 쏟아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일어나 자리를 옮길 수조차 없었다.
꼴사납다는 거 안다.
“흐어어어…… 어…….”
다 큰 남자가 이렇게 큰 소리로 울다니. 온 세상이 조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해내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파르르 떨렸다.
이게…… 이게 대체 무슨 감정일까?
치승은 알 수 없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감정의 소용돌이.
추측해 본다.
지난날에 대한 연민일까? 아님 슬픔? 분노?
‘그렇게나 미웠는데…….’
아니었다.
그리 밉고 화가 나고 우울했었는데. 그간 그를 무시하고, 깔보고, 인정해 주지 않던…….
그 자식들…….
이제야 복수할 수 있었는데!
그 감정들은 어디로 갔는지 전부 사라졌다. 거센 파도에 모두 씻겨나갔을까?
아니었다.
그리 아팠는데 그게 없어질 리가.
그것들은 굳세게 돌처럼 박혀 영원히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때의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 모든 게…… 의미가…… 있었어.”
목표를 이루고 나니, 이제야 제대로 보였다.
쏴아아아아…….
파도가 빠져나간 뒤를 돌아보니 보였다.
굳게 박힌 돌들 위로 자신이 걸어왔다는 것.
그가 걸어왔던 길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 의심하고 고뇌했던 그 모든 순간이 전부 의미가 있었음을.
모든 게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거였어…… 다, 전부 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할 수 있다.
혹여나 넘어져도, 다시 할 수 있다.
누군가 포기하고, 팀을 나간다 해도 치승은 이어나갈 수 있다.
모든 게 의미가 있었으니까. 넘어지는 것조차도 이것을 더 빛낼 뿐이니까.
이젠 언제든 다시 갈 수 있다.
두렵지 않았다.
어떤 패배도, 외면도, 절망도 두렵지 않았다.
판도라의 상자 속 가장 마지막에 기어 나오려던 그것.
“전부 다 희망이었어.”
눈부시게 빛나는 이 감정은 희망이었다.
* * *
조선의 본선 진출이 확정된 후.
모두가 충격을 먹었다.
이는 어느 쪽으로 보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탈락해 버린 에스파냐와 프랑크에게도, 함께 올라가는 로마 입장에서도.
그리고 앞으로 조선과 붙게 될 본선 진출 팀들에게도.
무엇보다 조선을 응원하는 한국의 유저들에게 가장 충격이었다.
[진짜임? 버그 아님?] [트레픽 ㄷㄷ] [또 터지겠네……] [와 미쳤다 ㅠㅠㅠ] [쿠키 인터뷰 ㅠㅠ ㅅㅂ 진짜 이건 쿠키 신인시절부터 봐야 이해한다 ㅠㅠㅠㅠ]시빌 엠파이어 관련 커뮤니티로서는 가장 유명한 ‘엠불’엔 순식간에 말도 안 되는 양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결과는 서버가 또 터져 버렸다.
[아니 증축했다면서도 또 난민 신세네] [엠불 일 안하냐?] [시빌엠 코리아 노 저어라 ㅡㅡ]서버 증축이라는 게 그리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결국 릴프로에 마련된 대피소로 자리를 옮겼다.
[난민 신청합니다~] [아니 릴프로에 다 왔네 ㅋㅋㅋㅁㅊ] [오늘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 쪄옴]아무래도 릴드컵의 부진 이후 시빌 엠파이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절반을 웃돌기 시작했다.
아무리 다른 얘기하지 말라고, 쳐내고 쳐내도 대중의 흐름이라는 걸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언제부터 릴프로에서 릴 얘기했다고 ㅋㅋㅋ] [ㄹㅇ 하루종일 선수들가지고 조리돌림이나 하는 놈들이 ㅋㅋㅋㅋ] [릴프로에서 릴 얘기하면 밴 아니었음?]애초에 릴프로에서 릴 얘기 외에 할 수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꽤나 빈약한 논리긴 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버린 커뮤니티인지라, 워낙에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해서 다양한 주제 거리로 이야기가 생성됐으니까.
그러니 시빌엠 이야기만 차별적으로 막는다는 게 그리 호응을 얻기도 힘들었다.
결국 릴프로는 그 흐름을 막는 대신, 탑승하기로 한 것이다.
[시빌엠파이어 프로]시빌엠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버렸다.
[와 승리!!!] [카테고리를 만들어주네 ㅁㅊ ㅋㅋㅋ] [시빌엠이 이런 날이 오다니 ㅠㅠㅠ] [시빌엠 뉴비들도 늘었으려나?ㅋㅋㅋ] [와 본선 진짜 국뽕 미쳤다…… 와……] [기마 궁수 진입 장면gif]엠불이 터지면서 릴프로는 크게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는 시빌엠 유저들로서도 반가운 이야기였다.
릴프로라는 거대한 커뮤니티 안에서 시빌엠 이야기가 공식적으로 카테고리화되고, 점점 재생산된다는 것.
이는 분명 엄청난 홍보 효과였기 때문이다.
게임만 홍보되는 게 아니라, 그 관련자들까지 전부 다 효과를 본다.
[시빌엠 관련 스트리머들] [시빌엠 실력 방송 궁금하면 여기ㅇㅇ] [인방 홍보 관련 규칙들입니다]특히나 시빌엠 관련한 스트리머들 -만약 한국에 아직 그런 게 남아 있다면- 의 홍보 효과가 상당했다.
“어어…… 뭐야? 나 시청자 왜 이래?”
-ㅋㅋㅋㅋㅋ놀랐네 ㅋㅋ
-얘가 그 물만두임?
-졸커 ㅋㅋㅋ
-물만두님 김치만두 언제 됨?
-치승이랑 사귐?
가짜 국대가 나가고 나서도 방송 시청자가 크게 늘었던 적이 없던 물만두.
싱크 탱크 팀 일원이라 플레이적으로 언급이 안 되고, 가짜 국대에서도 조연 정도로 나왔을 뿐이었는데.
그녀의 방송이 실력 방송으로 꽤 뛰어나다는 평이 퍼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다.
[현재 시청자 2.1천]기껏해야 몇십 명이 보던 방송에 2천 명이 들어온다.
물만두가 이 정도였으니, 가짜 국대의 주연이나 다름없던 치승의 상승 폭은 더 엄청났는데…….
“……와. 진짜 많이 와주셨네요?”
그는 시청자 숫자를 보고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밤마다 짬을 내서 가끔씩 하는 방송이다 보니 시청자가 많아 봐야 100명대였다.
나름대로 이 업계에선 이름값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가짜 국대 이후로 조금씩 상승하더니.
[현재 시청자 5.9천]무려 5천 명이 보러 왔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이다.
여기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길이 갈릴 것이다.
그래도 노 저을 물이 들어왔다는 것은 분명한 호재다.
“본선 진출 축하해 주러 오신 건가요? 저는 오래 방송은 못 하는데…… 아. 그나마 알바 잘려서 가능…… 으악! 10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알바 다 때려치우라구요?! 그건 좀…….”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채팅과 후원에 치승이 우왕좌왕한다.
-ㅋㅋㅋㅋㅋㅋㅋ개커엽당
-와 시빌엠 하기 전엔 몰랐는데 얘 진짜 개잘하네
-싱크 탱크 애들 ㅈㄴ 잘하네
-김치! 김치! 김치!
-아니 이러면 실제 플레이어들은 얼마나 잘한다는겅미?
-이제 알바 때려 쳐라 치승아~
어찌 됐든 자신의 방송에 시청자가 이렇게 많이 온다는 건 상당히 기쁜 일이다.
일단 하루 종일 정체되어 있는 채팅창을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다.
벽에다 대고 혼자 말하는 기분이 나지 않아서 좋다.
정말이지 좋은 일뿐이다.
“아. 본선 이야기 더 듣고 싶으시면, 사실 저 말고도 팡어 형님이나, 아니면…….”
그리고 그는 본선 진출 때문에 직장을 관둔 팡어 그리고 그 외 가짜 국대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수많은 플레이어들 방송을 언급해 줬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사실 국대전 멤버들 중 방송을 꾸준히 하던 멤버는 상당히 드물었기 때문에, 다 언급해도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각 무직이 된 팡어는 무심코 오늘 분의 방송을 하기 위해 캡슐 안으로 들어갔는데…….
“……엥?”
그는 피곤에 절은 듯한 두 눈을 껌벅이며 시청자 수를 바라봤다.
“버그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팡어 아재 방송이 여기구나
-와 사람 ㅈㄴ 늘었네
-무직 함대 저도 들어가도 됩니까!?
-ㅎㅇㅎㅇ
-형님. 레드 카~드 한번만 해주시죠
-대어를 낚았다 이말이야~
.
.
.
[현재 시청자 4.3천]백 명은커녕 수십도 힘들었던 게 팡어 방송이다. 그야 방송 주기 자체가 워낙 불규칙적이고, 그나마 지휘관 방송들이 인기가 좋지, 플레이어 방송은 인기 얻기가 힘드니까.
“아니, 이거 4.3천이 그러니까 4천 3백 맞습니까?”
-ㅔ
-ㅇㅇㅇ
-그럼 뭐겠음
-ㅋㅋㅋㅋ
-ㅔㅔ
“……와.”
그는 나지막이 감탄사를 내뱉더니.
“회사 때려치우길 잘했네!”
……라며 신나 하고는 곧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받아들이는 게 가장 빠르다.
어쩌면 천직인 모양이다.
* * *
한편, 원래부터가 어엿한 중견 스트리머였던 아몬드.
그는 가짜 국대의 완전한 주연이자, 그 컨텐츠가 올라오는 채널의 주인이었고, 이번 국대 최대의 활약 플레이어였다.
그러니 그의 시청자 상승 폭은 굳이 본선 진출이라는 호재가 없었다 해도 엄청났는데.
그런 그가 오늘 방송을 켠다.
띠링.
[아몬드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인터뷰의 악마 재소환 방송]이런 제목을 단 것을 보니, 아마 본선 진출에 대한 후일담을 푸는 소통 방송이었다.
-아하
-아하하하
-와 아몬드 갠방 얼마만이냐
-오늘 시빌엠 멤버들 다 쉬나보다 ㅋㅋㅋ
-캬
-ㅠㅠㅠ보고싶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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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방송 소식을 들은 시청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본래부터 트리비를 보던 사람들이 아닌, 다른 매체에 있던 사람들까지도.
“오…….”
시청자 수 언급을 거의 하지 않는 아몬드조차 하단에 뜬 숫자를 보고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냥 얘기만 하다 갈 건데.’
게임이라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드는 숫자였으니까.
“음. 저…… 오늘 그냥 후일담 얘기하는 소통 방송인데.”
소통 방송인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오히려 좋아 ㅋㅋㅋ
-웬일로 그런걸 물어봄ㅋㅋㅋㅋㅋ
-시청자 개많아서 물어보나보닼ㅋㅋ
-번역) 나갈 놈은 미리 나가라
-인터뷰의 악마 소환 방송? 오히려 좋아
아몬드가 이런 걸 굳이 물어볼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