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5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22화
41. 진출 이후(5)
밤과 새벽 사이, 한 편의점.
쭈그려 앉아 선반을 정리하는 한 청년이 보인다.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평범한 청년이다.
척. 척.
그는 익숙한 손짓으로 새로 들어온 과자들을 껴 넣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화가 울린다.
지이이잉.
[희철이 형]이 시간에 웬 전화?
치승은 갸웃하면서 받는다.
“예. 여보세요.”
한쪽만 이어폰을 꽂은 채, 손은 여전히 바삐 움직인다.
그러던 중─
“스폰서요?”
툭.
치승은 깜짝 놀라 일을 멈췄다.
-어. 그래. 기대할까 봐 일부러 말 안 하고 진행했는데. 잘 풀렸다. 아몬드 님 매니저분이 도와주셨어.
“엥? 매니저분이요?”
-말하자면 길다. 결론만 말하자면…….
희철로부터 설명을 듣고는 치승은 입을 떡 벌린다.
“……와.”
솔직히 뒷 내용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스폰서가 우리 팀 앞으로 들어왔다는 것부터가 기적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스폰서라니.’
본선 진출을 이뤄냈던 예전 희철의 팀도 스폰서는 붙지 않았었다.
-솔직히 본선 3회 이상 진출한 팀들 중에서도 스폰서 없는 곳도 많아. 우리가 운이 좋은 거다. 그러니까…… 음. 더 얘기하면 꼰대 같다. 여튼 잘해보자.
“예! 잘해야죠!”
치승이 희철에겐 보이지도 않을 주먹을 움켜쥐며 대답했다.
‘희철이 형 말이 맞아.’
본선 진출 자주 하는 국가 대항전 해외 팀 중에서도 정식 스폰서가 없는 곳들이 있었다.
시빌 엠파이어 국가 대항전 자체가 스폰서를 넣기 힘든 구조라서 그렇다.
말 그대로 국가대표전 컨셉이라서 국가 이름이 최대의 스폰서이지, 다른 민간 기업이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었다.
실제 여기 참여하는 해외 유명 선수들도 프로 리그에서 많은 돈을 번 거지, 국가 대항전은 명예를 위해 참여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 팀은 국가 대항전으로 스폰서를 받아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거 때문인가?’
치승은 가짜 국대를 떠올린다.
‘스폰서도 가짜 국대에 광고를 하기로 했다잖아?’
사실 국가 대항전에 직접 박아넣고 싶어 했던 걸 주혁이 이쪽으로 튼 것이지만. 그런 내부 사정을 치승이 알 리가 없다.
치승의 눈엔 이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가짜 국대를 보고 스폰서가 들어왔다고.
“허…… 스폰서라니…….”
잠시 그렇게 멍하니 천장 위 하얀 조명을 보던 중.
“저기요. 계산 좀요.”
손님이 그를 불렀다.
맥주 네 캔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온 대학생이다. 계산대가 열려 있어 내려놓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 네.”
치승은 벌떡 일어나 계산대로 향했다.
삐빅.
바코드를 찍으며 가격을 알려주는데.
“어?”
그 대학생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가격이 다른가?
불안한 눈빛으로 올려보고 시선이 마주치자,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온다.
“……혹시, 김치워리어 아니에요?”
“예?”
“가짜 국대! 거기 나오는 분 아녜요?”
치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하하…… 아, 아닙니다.”
치승은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저었다.
“…….”
맞는데. 대학생은 그렇게 생각했으나 고개만 갸웃거렸다.
치승은 개성이라곤 없는 정말 평범한 외모다. 아마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아…… 그렇구나. 죄송합니다.”
손님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사과한다.
“아, 네네.”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데.
반짝.
빛나는 점원의 명찰.
“……?”
그는 보고 말았다.
‘김치승’
치승의 본명이 적힌 그 명찰을.
손님은 그제야 이 사람이 진짜 김치워리어라는 걸 알았지만.
그는 오히려 다른 부분에 놀라서 소리쳤다.
“아니…… 그거 본명이었어요?”
김치승이 실제 이름인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저 드라마 따위에서 쓰는 재밌는 가명이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이거 당연히 본명…… 앗.”
치승은 그제야 자신이 김치승임을 들켰다는 걸 알고는 주춤했다.
“와. 진짜 알바하시는구나. 저 진짜 가짜 국대 자주 봐요.”
진짜 가짜?
“아…… 네…….”
헤헤.
치승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본선도 화이팅.”
손님은 다행히 왜 처음에 모른척했냐는 둥의 말은 꺼내지 않았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그냥 응원만 건네고 나간다.
“예! 감사합니다!”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편의점 문이 닫힌 후. 치승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지만, 싫지 않은 기분이었다. 유명인이 된다는 거.
“대, 대박이네.”
가슴이 약간 뛴다.
“이제 이런 알바는 좀 힘드려나.”
크흠.
다시 물품 정리를 시작하며 치승이 중얼거렸다.
척. 척.
과자 봉지들을 차례차례 끼워 넣던 중.
“어.”
불현듯 뭔가를 떠올리고는 음료 판매대로 향한다.
한참을 이리저리 찾던 그는 맨 아래 구석 자리에서 발견한다.
“이건가?”
하얗고 기다란 스포츠음료 캔.
이번 국가 대항전 팀에 스폰을 넣어줬다는 브랜드의 캔 음료다.
“크흠…….”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캔 음료 자리를 바꿔 버렸다.
가장 중앙의 잘 보이는 곳으로.
‘이 정도는 상관없겠지.’
음료 냉장고 유리에 비친 치승이 씩 웃었다.
* * *
아몬드는 음료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다짐했다.
‘후. 해보자.’
그의 손에 들린 하얀 캔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괴수(怪水)’
괴이할 괴, 물 수.
스포츠음료치고 참 특이한 이름이다.
-아 ㅋㅋㅋㅋㅋ 저거 ㅋㅋㅋ
-네이밍 ㅁㅊ 무협지냐?ㅋㅋㅋ
-요괴는 없나요?
-굇숰ㅋㅋㅋㅋㅋㅋ
-아 저거 알아 저거 맛있엉ㅋㅋㅋ
특이한 컨셉과 특이한 이름.
그래서인지 요구도 특이했다.
‘간다.’
타악!
아몬드는 캔 하나를 시원하게 따버리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후, 그는 약속된 행동을 보여준다.
척!
마치 공룡처럼 두 손을 들고.
“크아아아아아.”
힘껏 포효한다.
음료를 마신 후, 괴수 같은 포즈로 포효해 주세요.
이게 주문이었는데.
“아아아…….”
뭔가 어정쩡한 자세와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진 ‘크아아아……’였다.
큰마음 먹고 했으나, 막상 해보니 창피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크아아아’ 하는 목소리가 자신의 귀로 다시 들려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뭐하는거임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미치겠다 ㅋㅋㅋ
-헐 ㅋㅋㅋ ㅈㄹ 커여워 ㅠㅠㅠ
-이게 뭔뎈ㅋㅋㅋㅋㅋㅋ
어정쩡했지만 반응은 좋았다. 아니, 어정쩡해서 좋은 건가?
여튼 채팅창이 폭주했다.
후원도 들어왔다.
띠링.
[멍청어리 님이 3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거 마시면 정말 괴수됨?]“아…… 후원 감사합니다. 멍청 님. 그런 기능은 없습니다. 그냥 한 거예요.”
-ㅋㅋㅋ
-닉값 ㄷㄷ
-그냥 뭐요 ㅋㅋㅋㅋㅋ
-멍청님ㅋㅋㅋㅋㅋㅋ
-괴수 된 척이라도 해달라했겠짘ㅋㅋㅋ
-크아아아 한 번만 더 해주셈!
아몬드는 한 번 더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으나 그만뒀다.
그냥 스폰서나 마저 설명하기로 한다.
“크흠. 여튼. 괴수는 각성형 스포츠음료이고, 우리나라 브랜드래요.”
-괴수가 스폰서구나
-굇수가 스폰하는 팀 ㄷㄷ
-캬 국산
월수향은 브랜드 인지도가 거의 없어서 본인들이 만드는 스포츠음료 이름을 넣을 계획이었다.
즉, 그들이 주력으로 파는 ‘괴수’가 팀의 스폰서인 셈이다.
“괴수는 국가 대항전 팀을 후원하는 거니까. 아마 영상에서도 종종 나오게 될 거예요. 맛도 꽤 좋아서 여러분들도 드셔보시면 좋겠습니다.”
-ㅔ
-한 박스 사러갑니다
-ㅋㅋㅋㅋ 국가대항전 팀은 ‘괴수’와 함께합니다.
-이름이 너무 웃음벨이라 광고는 잘될듯ㅋㅋㅋ
-커뮤니티에서 놀리면서 광고되는걸 노린건가?ㅋㅋㅋ
-괴수! 크아아아아!ㅋㅋㅋㅋㅋㅋ
-아 레전드 짤이다 ㅋㅋㅋㅋ 크아아아
* * *
다음 날.
“아…….”
아침에 일어난 상현은 심하게 힘이 없었다.
아니, 아침이 아니었다.
이미 1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다.
‘늦잠…… 별론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일단 잠을 깨기 위해 샤워라도 바로 할 생각이다.
오늘따라 유독 피곤했다.
‘어제 그 음료 때문인가? 너무 늦게 잤어.’
그는 들어가서 본능적으로 거울을 본다.
“…….”
잠시 눈치를 보더니, 거울을 보며 포즈를 취해보는 상현.
“크아아.”
괴수 포즈다.
흠…….
그는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고는 그냥 샤워를 시작한다.
쏴아아아아아.
* * *
샤워 후 방에 들어가 어제의 흔적을 치우던 중.
“너 어제 새벽에 방송을 더 했더라?”
뒤쪽에서 나타난 주혁이 의아하게 묻는다.
새벽 시간에 방송을 하다니. 평소 상현이라면 절대 그럴 일이 없으니까.
“힘이 너무 남아돌아서, 그냥 해봤어.”
“힘이 남아돌아……? 그럼 연애를 해야 하는 거 아냐?”
주혁은 캡슐 사용 시간에 아직도 꽤 민감했다. 아무리 전용 캡슐이라지만 분명히 한계는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거 때문이야. 이거.”
상현이 치우려던 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괴수?”
“어…… 딱 한 캔 먹었는데. 진짜로 효과가 좋네.”
하하…….
상현이 멋쩍게 웃으며 남은 캔을 분리수거함에 내다 버린다.
주혁은 새삼스레 자신이 가져온 스폰서의 음료를 쳐다봤다.
‘아니. 뭐야. 진짜 괴수라도 된다는 거냐?’
이렇게까지 각성시켜 버리면 어쩌라는 거야? 이거 무슨 진짜 마약 같은 거 아니겠지?
별걱정이 다 됐다.
그러고 보니 막상 중요한 음료의 검증을 안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솔직히 내가 봐도 뭘 알겠어.’
물론 문과인 주혁은 이걸 봐도 뭔 성분이 뭔 역할인지도 잘 모른다만.
‘그래도 상사 회사 짬바가 있는데. 괜찮겠지.’
애초에 그는 예전부터, 전혀 알지도 못하는 품목을 거래 성사시킨 적도 많았다.
상사 경력 탓에 대충 사업의 구조나 브랜드 마케팅 방식을 보면 약 파는 놈인지 제대로 하는 놈인지 감이 온다.
그의 데이터대로라면 월수향은 제대로 하는 놈들이긴 했다.
‘너무 제대로 만든 거지. 뭐.’
주혁은 그렇게 생각하고 일단 넘어갔다. 애초에 각성 음료가 각성을 시켜줬다는데, 뭐가 문제겠는가.
“스폰서라고 너무 자주 마시진 마라. 그냥 캔만 갖다 둬.”
“오키~”
커피 광고 붙었다고 하루 종일 커피를 마실 순 없을 거다.
스포츠음료도 마찬가지.
그냥 노출만 시켜주는 정도로 가야 한다.
“어차피 우리한텐 가짜 스폰서야. 가짜 스폰서.”
주혁이 나무라듯 말했다.
아몬드 채널은 이 스폰서로부터 돈 한 푼 직접 받은 일이 없다.
돈은 국가 대항전으로부터 나오는 것.
그럼에도 아몬드 방송에서까지 노출시켜 준 건 그야말로 이쪽의 서비스였다.
앞으로 국가 대항전에 스폰이 붙으면 아몬드 방송에도 잠깐이라도 광고가 나간다는 연결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국가 대항전과 아몬드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
‘이건 반대도 마찬가지.’
반대로 아몬드에게 광고가 들어오면 당연히 가짜 국대나 국가 대항전 쪽에도 영향이 간다.
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기보다, 서로의 관계가 워낙 긴밀하게 엮이다 보니 나오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인데.
주혁은 이게 광고주들에게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거라 생각했다.
같은 제품이더라도 1+1 딱지가 붙는 순간 구매 욕구가 미친 듯이 상승하지 않던가?
광고도 마찬가지다.
‘키워볼 수 있을 거 같아.’
그렇다.
주혁이 아몬드 채널의 광고까지 1+1으로 연결시키는 뉘앙스를 주는 이유.
그는 국가 대항전 팀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본선이 확정된 이후.
조선이 속한 E조는 큰 긴장감이 없는 경기들만 남아 있었지만.
“아아! 바이킹! 바이킹! 결국 진출하나요!?”
“여기서! 여기서 베트남이 떨어집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바이킹 문명! 진짜 어마어마합니다!”
“1시대 파괴력을 앞세워서 정말 많은 이득을 봤어요!”
다른 여러 그룹들은 아직까지 운명이 갈리는 결착전을 치르고 있었다.
“앞으로 바이킹은 추가 경기를 통해서…… 아…… 어디였죠? 아, 오스만이죠. 오스만과 조 1위를 결정하게 됩니다.”
“여기서 조 1위를 달성한 팀이 우리나라와 만날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그렇습니다.”
바이킹과 오스만은 추가 경기를 하게 됐고.
“잉글랜드! 진출 확정! 조 2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야…… 루스 공국은 많이 아쉽게 됐습니다?”
“예…… 결국! 장궁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
“이제 그렇게 되면…… 일본이 조 1위로 진출하네요?”
잉글랜드는 조 2위로 어렵게 진출에 성공한다.
그 외에도 포루투갈, 중국, 페르시아, 일본, 몽골 등이 차례로 본선 진출을 확정시키는 가운데.
“이제 다음 경기는 E조. 조선과 로마의 경기인데요?”
“여기는 그래도 에스파냐 대 프랑크처럼 죽은 경기는 아닙니다?”
E조의 마지막 운명이 결정될 날이 다가온다.
[조선 vs 로마 2차전]바로 예선의 마지막 경기.
그리고─
[가짜 국대 ep4. 승리의 순간]이날은 가짜 국대 시리즈가 올라오는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