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5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24화
42. 승리의 순간(2)
가짜 국대를 지켜보던 주혁은 괜히 멀쩡한 안경을 닦아내었다.
캡슐에서 차마 나오지 못하고 울고 있는 쿠키의 모습.
‘이거…….’
그가 아는 어떤 순간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상현이랑 겹쳐 보이게끔 한 건가?’
잠시 그리 생각하던 주혁은 아닐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걸 본 사람은 주혁뿐이다.
아니, 기껏 추가해 봐야 캡슐방의 사장님뿐인데. 그마저도 귀로 전해 들었을 뿐 직접 보진 못했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나 비슷할까.
이게 우연인가?
‘아니지.’
주혁은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럴 수밖에 없는 거야.’
이는 필연이다.
조작된 것도 아닌,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인한 필연.
쿠키는 지난 5년간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그 꿈을 향해 계속 도전했지만 문턱에서 좌절했다.
아몬드는 10년간 활을 잡아보지 못했다.
재활을 시도했으나, 가망이 없는 절망의 연속에 그는 포기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10년 만에 가상 현실에서 활을 쏘게 된다.
쿠키는 5년 만에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너무나도 비슷한 상황.
같은 질문에 대한 같은 대답.
「우승입니다.」
「우승이요.」
그랬다.
지금 희철이 저 안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필연이었다.
* * *
희철은 마음을 추스른 후 방에서 나왔다.
퍼펑!
수많은 종이 폭죽과 동료들이 튀어나온다.
“와아아아아아!”
“국 희 철! 국 희 철!”
그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케이크를 들어 올렸다.
희철은 이미 한참 울어서인지, 이 장면에서는 울지 않았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할 뿐이었다.
“아. 뭐 이런 거까지…….”
“잔말 말고 불어라! 우승까지 가야지!”
동료들은 그에게 케이크 초를 불게 했다.
케이크 위에 초는 5개였다.
아마 지난 5년간의 노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희철은 이제 지난 5년이 아닌, 앞으로의 5년을 그리며 입을 가져다 댔다.
“후.”
팟.
불이 꺼지면서, 화면도 암전했다.
[본선 진출 기념 회식]이후 장면은 시끌벅적한 회식 장면이었다.
“사장님! 여기 에스파냐 하나 말아주세요!”
방금 크게 외친 건 롸떼였다.
우하하하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에스파냐! 하나 나갑니다!”
사장은 ‘마라탕’으로 불리는 이안용이었다.
카메라가 창밖에 보이는 간판으로 돌아선다.
‘안뇽 마라탕’
그가 운영하는 마라탕 집이었다.
-???
-ㅁㅊㅋㅋㅋ에스파냐가 뭔데 대체
-앜ㅋㅋㅋ
-국가를 팔던 사람이 소소하게 마라탕이라……
-ㅋㅋㅋㅋㅋㅋ
작가가 바쁘게 움직이는 사장님, 이안용에게 다가가 묻는다.
“지금 몇 명이나 온 거예요?”
안용은 주문된 음식을 꺼내오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 싱크 탱크 팀이랑 쿠키 형 동료분들…… 그리고 검수부대랑 궁수부대도 몇 명 왔고…… 하여튼 거의 50은 온 거 같습니다. 예.”
“다른 선수분들은요?”
“아, 워낙 숫자가 많다 보니까. 저희 회식은 어지간하면 팀별로 나눠가면서 합니다. 지역별로 대충 크루가 있어요.”
“그럼 한 번도 못 보는 사람들도 생기겠어요.”
“아. 뭐…… 그래도 온라인에서 으쌰으쌰 하고 다들 착해서 잘들 지냅니다. 생업이 바쁘기도 해서 별로 신경 안 써요. 목이야! 여기 지삼선 하나 더 나간다!”
그는 주방 쪽을 향해 그렇게 외친 뒤 사라져 버렸다.
작가는 이번에 타깃을 바꿨다.
“목이 님. 혹시 목이 님도…….”
“아, 예 맞습니다.”
주방 보조로 일하고 있는 목이라는 청년.
그 역시 시빌 엠파이어 멤버였다.
-아니 ㅋㅋㅋ 다들 정체를 숨기고 이런데서 일하고 있었어……
-다 사업체로 연결된게 웃프네
-앗 얘 트레스 발목잡고 늘어지던 애잖앜ㅋㅋㅋㅋ
-쿠키네 카페에도 시바름씨 있다던데?
아무래도 다들 생업이 따로 있어야 하는 형편이었기에, 단순히 친목으로만 친분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팀의 리더가 자영업을 하는 사장인 경우엔 팀 멤버들을 아르바이트로 써주곤 했다.
“아. 물론 그렇게 하다가 사이가 나빠진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이렇게 해서 더 좋았으니까. 하하.”
마라탕이 멋쩍게 말하며 지나간다.
-하긴 일로도 엮이면 ㅠㅠ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 된다는 거네 ㅠㅠㅠㅠ
-마라탕니뮤ㅠㅠㅠ
사실 게임에서 즐겁게 지내는 사이끼리 일로도 엮여 있는 게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렇게 고용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건 다름 아닌 현실적인 이유 때문.
“그래도 이렇게 바쁠 땐 같이 땀 흘린 전우만큼 든든한 게 없지!”
턱.
마라탕이 목이 어깨를 짚으며 ‘너도 그렇지?’라는 듯 돌아본다.
“저, 저도 뭐…… 알바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니. 시빌엠 사정 이해해 주시는 사장님 가게에서 일하는 게 재밌고 좋아요.”
슬픈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니 왜 이런 음악이 ㅋㅋㅋㅋㅋ
-어째 목이는 뜻뜨미지근한데 ㅋㅋ
-온도 차 ㅋㅋㅋㅋㅋ
-이게 낫긴할 듯
-ㅋㅋㅋㅋㅋㅋㅋ음악ㅋㅋㅋ
치지지직.
이만 화면이 전환되고, 수많은 회식 자리 중 눈에 익은 한 명이 들어온다.
-앗 아몬드
-견……!
-헐 유상현 ㅠㅠ
-이 거리에서 봐도 존잘러 오오라 ㄷㄷ
-아몬드도 왔구나?
-롸떼랑 같이 있는게 아몬드였네 ㅋㅋㅋ
롸떼, 팡어, 당근, 스팸과 함께 앉아 있는 잘생긴 청년.
아몬드였다.
그는 빤히 쿠키가 있는 테이블 쪽을 바라보면서 식사 중이었다.
“와. 아몬드 님! 회식 오셨네요?”
“…….”
중식 당면이 입에 들어 있었다.
“에. 가아아서…….”
“예?”
-ㅔ
-ㅋㅋㅋㅋ
-ㅔ
-먹고 있는데 왜 말거냐고 ㅋㅋ
-개 커엽 ㅋㅋ
우물. 우물.
전부 씹고 삼킨 후에야 그는 제대로 대답했다.
“가까워서. 근처라서 왔어요.”
이때, 옆에 있던 롸떼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에이. 형님! 여기 지하철 타고 30분이나 걸리는데 가깝다니 무슨…….”
퍽.
당근이 그의 옆구리를 찔러 말을 막았으나. 이미 나갈 말은 다 나간 상태였다.
-츤데레 아몬드 ㅠㅠㅠ
-뭐야 멀었던 거였어? ㅋㅋㅋ
-ㅋㅋㅋㅋ롸떼 쉑 ㅋㅋ
테이블 모든 사람들이 웃어댔다.
치지지직.
시간이 조금 흐르고, 모두 회식을 마친 뒤 따로 2차를 가는 사람들, 이만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 등으로 갈렸다.
궁수부대 모두는 싱크 탱크 팀과 함께 2차로 향했고.
쿠키를 비롯한 지휘관 OB들은 다른 장소로 간다며 인사했다.
“재밌었다. 다음 게임에서도 열심히 하고.”
쿠키는 건강 문제로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예전 동료들은 하나같이 취해서 좀비처럼 휘청거리고 있었다.
-뒤에는 쿠키 백댄서들임?ㅋㅋ
-뭔데 ㅋㅋㅋ 저 사람들ㅋㅋㅋ
-다 술이 약한가봐 ㅋㅋㅋㅋ
“이만 갈게.”
“예! 가세요!”
모두가 활기차게 인사를 하며 뒤로 돌았다.
“형. 우리 어디 갈까요? 노래방?”
“그러고 보니, 아몬드 햄 노래하는 거 못 봤다!?”
“야. 당근 노래방 안 가잖아. 다른 데 가자아아으아……!”
팡어가 스팸과 롸떼를 밀어내며 앞으로 먼저 나아간다.
“어…… 어. 미, 밀지 마요!”
-당근 노래방 안가?
-ㅈㄴ 까비다 ㅋㅋㅋ
-아몬드 노래방 제발
-아몬드 노래방 갈 때까지 숨참음
“오빠도 노래방 잘 안 가요?”
당근은 슬쩍 아몬드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추위 때문인지, 취기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다.
“……?”
그 발그레한 얼굴이 갸우뚱한다.
그야, 아몬드는 듣고 있지 않았다. 앞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는 여전히 쿠키가 동료들과 걸어가고 있는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꽤 멀어져 버린.
“오빠?”
“아. 잠깐 옛날 생각나서.”
그제야 당근이 부르는 걸 눈치챈 아몬드가 얼버무리듯이 대답한다.
“아…… 노래방 안 가요?”
“노래방?”
그 말에 아몬드가 질색한다.
“안돼. 방송에도 나가잖아.”
“아. 부끄러워서?”
“……크흠.”
“알았다. 그럼…….”
그녀는 피식 웃더니,
갑자기 앞으로 마구 뛰어가면서 외쳤다.
“아몬드 오빠 노래방 간대! 나도 간다!”
“?!”
-앜ㅋㅋㅋㅋㅋㅋㅋ
-자폭 뭔뎈ㅋㅋㅋㅋㅋ
-당근 취했나봐 ㅋㅋㅋ
-성격이 완전 바꼈네 ㅋㅋㅋㅋㅋ
-당근 ㅋㅋㅋ
-진짜 가냐??? 제발!!
치지지직.
이만 화면이 바뀌었다.
아몬드로서는 다행히 노래방에 가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적어도 방송에 나오진 않았다.
더 이상 회식 장면이 아니었다.
어두컴컴한 집이었다.
-여긴 어디냐
-싱크 탱크인가?
-뭐지
끼익.
낡은 문 여는 소리와 함께 그나마 옅은 빛이 새어 들어온다.
“김주혁~”
그는 상현이었다.
“아. 아무도 없나. 지아네 간다 했나.”
그는 혼잣말을 하며 휘청거리며 소파로 다가가 누웠다.
“…….”
습관처럼 TV를 켰다.
팅.
여러 OTT 어플과 채널이 떠오른다.
그는 그중에서 ‘파일’로 들어갔다.
자신이 갖고 있는 파일을 재생하는 기능이다.
“한 잔만 더 마시자.”
상현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냉장고로 향했다.
늘 준비되어 있는 캔 맥주가 그를 반겼다.
그중 하나를 들고 와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는 매우 익숙한 동작으로 어떤 파일을 재생했다.
타악.
맥주 한 캔을 뜯어내며 마셨다.
“…….”
영상의 화질이 낮고, 카메라 각도가 이상해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뭐 보냐?
-은밀한 동영상 ㄷㄷ
-저게 뭐지?
그러나 소리를 들으면 어떤 내용인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아. 오늘 출전한 선수가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유망주로 손꼽히는 선수죠?」
「예. 우리나라가 남자 양궁계가 위태로웠던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영웅이 나타나 줬거든요. 그게 이 유상현 선수가 될 것이라…….」
-ㅠㅠㅠㅠㅠ
-헐 옛날 영상인가봐 ㅠㅠㅠ
-ㅠㅠㅠㅠㅠ
-진짜 국대 시절
-아이고 ㅠㅠ
예전 아성을 다닐 때, 상사한테 깨지고 나면 자주 틀어보던 영상이었다.
스트리머 생활 시작하고는 거의 보지 않았다. 누가 이 영상을 들쑤셔서 확인하는 용도로나 틀어봤던 게 전부였다.
「유상현. 무대에 섰습니다. 업계에 퍼진 평판을 이제 스스로 증명해야겠죠.」
하얀 유니폼을 입은 상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슥 지나간다.
「같은 학교, 청계고의 선후배들이 응원하러 왔습니다. 예. 자랑스러울겁니다.」
이 영상에서 상현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누가 뭐래도 연속해 정 가운데를 맞히면서 모든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는 장면이다.
그런데, 오늘 상현은 그 장면에 가기도 전에 멈췄다.
영상 속 상현이 아직 드로우를 하기도 전이었다.
영상을 조금 당긴다.
「같은 학교, 청계고의 선후배들이 응원하러 왔습니다. 예──」
그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장면이었다.
옛 동료들의 얼굴들이 보인다.
차현주, 이동수, 오종현…….
그리고, 한소연.
시청자들은 실명을 알 리 없으며, 오로지 상현만 아는 사람들.
“…….”
그는 그 장면만을 반복해서 돌려봤다.
「같은 학교, 청계고의 선후배들이 응원하러 왔습니──」
「같은 학교, 청계고의 선후배들이 응원──」
「같은 학교, 청계고의 선──」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암전한다.
영상은 여기서 끝이었다.
이것이 아몬드의 승리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