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5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25화
42. 승리의 순간(3)
갑작스레 끝나버린 영상.
-……
-헐
-와 뭐야……
-어쩐지 계속 쿠키 쳐다보던데
-ㅠㅠㅠㅠ
-하……
-ㅠㅠㅠ
시청자들은 아몬드의 마지막 장면에 다소 충격을 받은 듯 이미 영상이 끝났음에도 떠나지 않고 채팅을 치고 있었다.
그건 주혁도 마찬가지였다.
채팅을 치진 않았으나, 주혁은 마치 영상 속 상현처럼 그 장면을 되감아 봤다.
‘……그리웠구나?’
바로 옆에서도 알지 못했던 모습.
아마 이런 관찰형 다큐가 아니었다면, 아마 매일 같이 있다고 해도 알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주혁이 없을 때 상현이 뭘 하고 있는지. 아무리 가까워도 알 도리가 없다.
그가 이렇게까지 저들을 그리워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만나려면 만날 수 있을 텐데.’
스트리머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상현은 다시 옛 동료들과 인연이 닿게 되었다.
동수나 현주 같은 경우엔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몇 번 있잖은가.
만약 만나고 싶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그리운 건 다른 쪽인가.’
상현은 어쩌면 저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저 시절에만 볼 수 있는 누군가를.
‘저 사람이구나.’
주혁조차도 처음 보게 된 얼굴이 보인다.
이렇게 안 좋은 화질에서조차 밝게 빛나는 얼굴이 하나 있다.
소녀 시절만이 가질 수 있는 반짝이는 것들을 한가득 머금고 있는 듯한 아이.
이젠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그 아이에게 잠시 시선이 빼앗겼던 주혁은 이내 다른 멤버에게 돌아간다.
‘그러고 보니 코치님은 그 이후에 만난 적이 있다 했나?’
응원단 말고, 그를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강한 인상의 한 중년 남성.
저 코치님이 재활 치료 후 아성 쪽으로 루트를 잡아줬다고 들어서 주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신경 써줬다면 꽤나 은인일 텐데. 이후에 만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흠…….”
오늘 가짜 국대의 제목은 ‘승리의 순간’이었다.
오늘 나온 아몬드의 모습도 분명 승리의 순간을 담은 것이다.
심지어 그가 마지막에 틀어 본 영상조차 승리의 순간을 담아놓은 영상 아닌가.
묘하다.
분명 달콤하지만 뒷맛은 씁쓸한 느낌.
“뭐, 그건 그렇고…… 광고는 잘 된 건가?”
주혁은 괜히 안경을 잠시 벗어 눈을 닦은 뒤.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제부터 가짜 국대를 스폰하기로 한 ‘괴수’의 광고가 잘 된 건지 확인하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에서 광고가 잘 되었는지 확인해 보려면, 역시나 커뮤니티 반응을 살피는 게 확실하다.
그는 우선 시빌엠 커뮤니티인 엠불부터 들어갔다.
다행히 오늘은 다운되지 않았다.
요즘 매번 공지로 서버 확장을 하겠다는 말이 올라오고 있더니.
정말로 확장된 걸까?
아무 생각 없이 엠불의 이슈글 게시판으로 들어가던 주혁.
‘엥?’
그는 뭔가 바뀐 느낌에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 후─
“뭐야. 이거.”
푸핫!
주혁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까부터 뭔가 낯설더라니.
엠불 사이트의 배경화면 때문이었다.
그 배경화면 전체가 다 ‘괴수’ 로고로 도배되어 있었던 거다.
눈에 거슬리지 않게 투명도를 꽤 높게 줘서 금세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엠불이라는 커다란 사이트 이름 옆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엠불 일동은 211명의 괴수들을 응원합니다]211명.
싱크 탱크 팀과 후보 선수, 그리고 관련자들을 다 포함해 준 숫자였다.
국가 대항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지식도 높은 엠불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구체적인 숫자다. 그렇기에 진심이 느껴진다.
“이렇게까지…….”
처음엔 웃음이 터져 나왔던 주혁은 이제 뭔가 뜨거운 것이 목에 걸린 듯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엠불 운영자는 괴수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국가 대항전을 스폰해 준 최초의 브랜드이기에 이런 예우를 보여준 것이다.
서버도 맨날 터져 나갈 정도로 사람이 미어터져서 사실 제대로 된 광고를 받으면 꽤 많이 벌 텐데. 그간 운영하며 얼마 벌지도 못했을 텐데.
처음 대규모 광고를 진행한 게 무료 광고이자, 국가 대항전 팀에 대한 응원이라니.
이렇게 괴수로 도배를 해놓으니, 게시글도 당연히 관련 언급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아몬드가 잠시 광고해 주면서 보여준 ‘크아아아’ 자세에 관한 글도 상당히 올라와 있었다.
1위) 어제자 아몬드 괴수화 진행 장면
이슈글 1위가 아몬드의 괴수 시음 장면이다.
이게 이슈글 1위가 될 수 있었던 건 운영진의 적극적인 서포트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었다. 괴수 관련 언급이 자주 나오게끔 유도한 거니까.
그들은 아무런 이득도 없이, 순수하게 국가 대항전 팀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에 주혁은 깨달았다.
‘이건 단순 게임이 아니야. 어쩌면 문화 현상이다.’
단순히 트리비의 시청자들이 스트리머들과 재밌게 즐기는 난트전 때와는 달랐다.
시빌엠의 시작이 게임이라고 해서, 그 끝까지 게임으로 끝나리란 법은 없다. 분명 더 창대하리라.
모든 스포츠도 처음엔 단순한 놀이였듯, 어쩌면 훗날엔 이들 또한 가짜 국대라고 불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 * *
한편, 이제 로마와 조선의 경기 2차전이 시작되고 있는 중계 채널.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 경기. 조선 대 로마. 로마 대 조선. 누가 E조의 1위로 진출하느냐!”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가운데 벌어지는 경기인지라, 캐스터와 해설 모두 한층 가벼운 기분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예! 로마가 이긴다면 1위를 굳히면서 바로 끝나지만. 조선이 이긴다면 재경기를 치러서 한 번 더 이겨야 하죠?”
“맞습니다! 아무래도 승 수 차이가 나다 보니까. 1위로 올라가는 건 약간 불리한 상태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갓 로마 ㄷㄷ
-ㄲㅂ네
-이건 좀 힘드누
-본선 갔음 됐지
사실상 조선이 여기서 로마를 2연속으로 이겨서 조 1위로 진출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그렇게 진출한다고 해도 그게 정말 조선에게 이득인지도 불확실해질 것이다.
로마를 2번이나 이기려면 분명 어떤 카드를 꺼내야 할 테니.
그래서 해설들은 차라리 조선의 본선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진행했다.
“다만 저희 역시 가짜 국대에서 봤잖아요? 우리 조선 팀들. 본선 진출해서 아주 활짝 폈습니다!”
“아! 예! 그렇죠! 스폰서까지 붙고! 시청자도 아주 많이 늘어났답니다!”
“지금 어쩌면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스포츠가 될 수도 있어요!”
본선 진출 이후 조선 팀은 분위기가 완전 달라지고 있었다.
항상 그래프 맨 아래에서만 횡보하다가 상승 곡선이 시작된 듯한 느낌이다.
-캬 드디어 행쇼?
-치승이 시청자 몇 천명이더라 ㄹㅇ
-뇌절 ㅋㅋㅋ
-킹귤 희망사항 말하지 마라
-릴은 버린거야? 릴악귀들 너무하네ㅋㅋㅋㅋㅋㅋ
-전국민까진 좀 ㅋㅋㅋ
지금은 농담처럼 말하지만, 또 모른다.
정말 본선에서까지 결과가 좋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될지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뭔가가 될지도.
“아. 킹귤 님. 저희도 지금 오사카로 날아가기로 결정됐잖습니까? 요즘 아이까지 낳아서 가기 아쉬우시겠어요!?”
캐스터가 갑자기 기습적인 질문을 찔러넣었다.
그런데 킹귤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이렇게 말한다.
“아. 저 아쉽죠. 아쉽습니다. 오사카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쯤에 갔음 좋았을걸.”
-??
-?
-ㅁㅊㅋㅋㅋㅋ
-앗……?
-사모님 여기에요!
“아. 집에 있는 게 불편한가 봅니다~”
“아니! 기왕 가는 거! 좀 멀리 가고 싶단 거죠! 일본은 솔직히 자주 갈 수 있잖습니까?”
“예. 저는 가까운 일본으로 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킹귤은 아쉽고요. 이렇게 정리하고, 이제 선수들 대기 완료라고 합니다! 한번 보시죠!”
* * *
“읏차……!”
쿵.
한 청년이 익숙한 동작으로 휠체어를 내려준다.
“여기냐? 택시 보내기 전에 딱 확인해라.”
“천천히 하세요. 전 기다리겠습니다.”
함께 휠체어를 내려준 택시 기사는 진땀을 빼며 웃어 보였다.
벌써 서너 번 정도 내렸다가 올라서, 이미 해탈한 듯한 표정이다.
“음. 맞네.”
“아니 눈대중으로 확인하지 말고! 제대로!”
“……그럼 지도 좀.”
사랑은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켜서 주소를 입력해 두리번거리더니.
팝콘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봐줘.”
“?”
“봐 달라고. 여기 맞는지.”
“아니. 너 눈 없냐!? 미니맵은 그렇게 확실하게 보더니.”
의외로 생활형 어플 사용에 잼병인 모습.
“그냥 좀 봐!”
사랑이 괜히 소리를 버럭 질렀다.
“……오, 오키.”
팝콘은 긁적거리며 지도를 확인한다.
내 위치만 누르면 바로 확인되니 오래 걸리진 않았다.
“맞네. 여기가 그…… 쿠키 님 집이라고?”
“응.”
사랑은 택시비를 팁까지 추가 결제하고는 앞으로 움직였다.
지이잉.
감사함다! 뒤쪽에서 기사가 90도 인사를 하며 기뻐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팁을 어지간히 줬나 보다.
“근데 너 괜찮은 거냐? 나한테 도와달라고 했다는 건…… 집에선 모른다는 거 아냐?”
“뭐…… 알긴 알아. 대충.”
“참 믿음이 간다.”
팝콘은 피식 웃으며 일단 그녀의 휠체어를 뒤따라 걸었다.
평지에선 굳이 밀어줄 필요는 없었다.
“와. 근데 그분 좋은집 산다. 아무리 서울 외곽이어도…….”
희철은 건강 때문에 주택 생활을 고집하고 있었다.
덕분에 찾아오는 데 애 좀 먹었다만 막상 도착하니 굉장히 좋은 느낌이다.
“너도 살 수 있잖아. 강남 포기하면.”
팝콘을 비롯해 사랑과 한 팀을 이뤘던 멤버들은 나이 또래 중 상위 1%에 들 정도의 재력가들이다.
릴 프로씬에서 한때 정점을 찍었던 자들이니 당연한 일이다.
“에이. 난 아직 팔팔한데. 피끓는 도시에 살아야지!”
“여자나 만나려고 하는 거면서.”
“방금 그 말이 그 말인데?”
“자. 조용히 해. 벨 누른다.”
사랑이 손을 높이 뻗어 초인종을 누르려는 그때.
“아. 누르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깄어요!”
정원에서 누군가 튀어나온다.
치승이었다.
“안녕하세요! 최고다이순신 님! 저 김치승입니다. 싱크 탱크 팀 리더고. 오늘은 특별히 여기서 다 같이 전략 회의를 했거든요.”
사랑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싱긋 웃어 보였다.
“아. 네. 영상에서 많이 뵙던 분이네요. 최사랑입니다.”
눈이 마주친 치승의 얼굴이 벌게졌다.
“사…… 사랑. 조, 좋은 이름입니다!”
하?
그의 반응에 뒤쪽에서 팝콘이 헛웃음을 쳤다. 마치 아직 뭘 모른다는 듯.
“치승 씨. 기다리시고 계셨던 건가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여기 도와주는 친구 있거든요.”
“아. 아뇨. 저는 잠깐 바람이나 쐬려고 나왔다가 우연히…….”
뒤에 있던 팝콘이 꾸벅 인사를 건냈다.
“예. 안녕하세요. 옥수한입니다. 그냥 백수입니다. 그래서 머슴처럼 친구나 돕자 하고 왔습죠.”
뭔가 말투가 상당히 로봇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지만.
치승은 신기하다는 듯 둘을 바라봤다.
“아…… 호, 혹시 두 분…….”
수한이 손을 휙 내저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냥 예전에 빚 때문에 지금 부려먹힐 뿐이죠. 백수는 빚질 일이 많거든요.”
“아…… 하하! 그렇구나!”
치승은 희한한 조합이라 생각하며 길을 안내했다.
“일단 들어오시죠. 테스트해 보실 캡슐은 준비되어 있어요. 맞으실지 잘 모르겠지만…… 밀어드릴까요?”
“아…… 그…….”
슥.
사랑이 검지와 중지를 올려 보인다.
“한 대만 피우고 갈게요.”
긴장이 돼서…… 라고 덧붙이며 부탁한다.
“아. 아아! 예. 가시죠.”
치승이 안내한 곳은 잔디가 없는 돌만 깔린 옆 마당이었다.
“보통 여기서 피우시더라구요.”
“아, 네. 금방 들어갈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아뇨. 제가 안내해야죠. 저 그냥 잠시 바람이나 쐬다 다시 오겠습니다. 여기서 천천히 피우세요.”
치승이 멀찍이 떨어져 사라지자, 사랑은 시가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야. 그 독한 거 아직도 피우냐? 차라리 담배를 피워라.”
“긴장되면 어쩔 수 없어.”
치익.
불을 붙인 후 연기를 피워올린다.
“그리고 담배보단 낫거든? 주변에 나는 냄새는.”
“뭐래. 요즘 담배가 얼마나 잘 나오는데.”
후.
수한이 맑은 하늘로 탁한 연기를 내뿜으며 회상한다.
“하. 옛날 생각나네. 경기 전에 겁나 태우고 들어갔었는데.”
“…….”
“넌 시작 전에 맨날 말이 없고. 나만 떠들고.”
“…….”
“어. 지금도 그렇네.”
“…….”
수한은 그냥 말하는 것을 그만뒀다.
사랑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걸 봐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