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5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26화
43. 라이언 일병(1)
팝콘.
옥수한.
명실상부 릴 역사상 최고의 탑라이너.
그는 그 영광의 시대를 명실상부 릴 역사상 최고의 플레이어이자 미드인 전자파와 함께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전자파가 없었다면 내 재산은 지금의 1/10이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에게 있어서 전자파는 은인이다.
재산을 10배로 불려준 은인이다.
이런 은인을 아무나 갖긴 힘들다. 전 재산이 5천 원인 코흘리개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 은혜를 갚기 위해선 뭐든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무엇보다…….
녀석은 가장 친한 친구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TS 됐지만.’
중간에 성별이 바뀌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했어도 말이다.
‘아니지. TS 됐던 거라고 해야 하나?’
팝콘의 입장에서나 성별이 바뀐 거지, 사실 그녀는 성별을 숨겼을 뿐이다.
수한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차라리 배트맨이 되든가 하지. 나라면 그랬을 듯.’
성별을 숨길 돈과 기술력, 노력이었다면 다크 히어로물 하나를 찍어도 됐을 거라고.
어딘가 어두컴컴한 게 뭔가 어울리기도 하고.
‘아니다. 조커가 안 된 게 다행이지.’
피식.
흐릿한 연기를 보며 수한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히어로는커녕, 어딘가 꼬여 있는 듯한 녀석의 도덕 관념상 빌런이 안 된 게 다행이다.
후우.
그는 다시 연기를 내뿜으며 얼마 전을 떠올렸다.
사랑이 요즘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빌엠 경기를 보러 가자고 해서 따라갔던 때.
「너…… 이거 재미로 본 거 아니구나?」
그의 오랜 친구가 그 오랜 습관을 다시 되살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경기 보는 내내 한 번의 제대로 된 리액션 없이 메모만 하고 있는 모습.
사랑은 대답하기 주저했으나, 어차피 수한에게 숨길 수 없다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그럼? 너 이거 제대로 하게?」
「이미 제대로 하게 됐어.」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지스타 갔을 때. 쿠키가 나한테 말을 걸었어.」
「……?」
수한은 그때 사랑의 활기를 되찾아주기 위해 계속 할 수 있는 게임 대회는 참가해 보라고 부추겼었다.
「본선에 만약 진출하면 로스터에 등록될 거야. 예선이 끝나면 본선 진출 로스터를 일부 수정할 수 있거든. 후보에 한해서.」
「야. 그걸 왜 수락해? 너 매번 거절했었다며!? 어?! 왜…….」
피식.
수한은 연기가 다 흩어진 후의 맑은 푸른 하늘을 보며 과거의 자신을 비웃었다.
‘그걸 물어본다고 알려줄 놈이 아니지.’
그의 눈길이 여전히 말없이 두툼한 시가만 피우고 있는 옛 동료에게 향했다.
‘종잡을 수가 없는 건 매한가지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툭.
보다 못한 수한이 그녀의 손을 쳤다.
“야. 테스트잖아. 쫄지 마.”
“그 사람이 그랬어.”
“?”
“네가 그때 대체 왜 수락했냐고 물어봤잖아.”
“……아, 응. 그랬지.”
서걱.
사랑이 이만 시가의 끝단을 잘라 버리며 말을 이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고 해서…….”
무슨 말이지.
수한은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자기가 우승하기 위해서 날 영입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없을 때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날 영입한 거래.”
“……!”
수한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왜 수락했는지, 그녀와 같은 팀이었던 수한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전자파의 은퇴 후 거의 해체되다시피 한 팀.
세계 최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허무하게 패배를 거듭하며 결국 스스로를 못 견디고 모두가 헤어졌다.
‘이 자식 그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거냐?’
그녀는 그걸 꽤나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듯했다.
자기가 팀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거다.
결과적으로 그게 맞으니까.
‘이건…….’
수한은 순간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이 녀석이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이야.
수한은 대뜸 죄를 고하듯이 읊조렸다.
“사실 그건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야. 네 잘못이 아니라.”
그녀가 쓸데없는 죄책감을 갖는 걸 원하지 않기에.
“갑자기 무슨 소리?”
“너 하나 나갔다고 팀이 해체되는 거. 그거 때문에 쿠키의 생각에 동조한 거 아냐? 야. 그게 어떻게 네 탓이야. 우리 실력이 젬병인 거지. 최강 팀이라는 놈들이 사람 하나 바뀌었다고 그렇게 무너지는 게 말이 되냐? 우리가 잘못이야.”
“아냐. 내 잘못이야.”
“아냐. 우리 잘못이라니─”
“너네 실력을 다 알고도 나간 내 잘못이야.”
“…….”
수한은 괜히 위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혹시라도 치료되면 그날 바로 미드로 와. 1 대 1 붙게.”
“치사하게 그날 바로?”
“어. 바로 와. 한 판이라도 연습하면 무효.”
* * *
사랑은 싱크 탱크 팀과 인사를 나누고, 캡슐 테스트를 치렀다.
테스트라고 거창하게 말했으나, 별거 없었다.
본선에 가면 전용 캡슐을 못 쓰게 되는데, 그게 사랑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몰라서 본선에서 쓰는 것과 똑같이 세팅된 희철의 집에 와서 테스트해 보는 것이었다.
“음. 동화율 굉장히 좋은데요? 엄청 안정적이에요.”
희철의 연인이 이쪽에 나름 일가견이 있어서 체크해 주고 있었다.
싱크 탱크 팀 안에서도 캡슐에 관해 좀 아는 자들이 나와 같이 확인했다.
“그러게요. 어떻게 이렇게 안정적이지? 괜히 잘하는 게 아닌가 봐.”
보통 캡슐에 들어가면 그 순간 생체 반응이 바뀌곤 한다.
너무 낯설고 좁은 공간에 박혀 완전 희한한 세계를 체험하니까.
몸이 일종의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숙련된 자들은 그 이상 반응을 최대한으로 제어하는데.
이들은 이 정도까지 안정적인 사람을 태어나서 처음 봤다.
“이건 거의 이미 프로 수준 아닌가?”
“취미로 했다고 분명 그랬는데…….”
“저……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이거 다리가 불편하신 거랑 상관이 있으려나?”
누군가 제시한 의견에 모두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말을 꺼낸 사람은 물만두였다.
“엥? 그게 무슨 소리야.”
“그야…… 아몬드 오빠. 생각해 봐. 모든 데이터 수치가 엄청나잖아. 그 오빠도 팔이 불편하다고 그랬거든.”
“얌마. 그럼 세상 모든 불편한 사람들이 다 아몬드처럼 하게?”
“아…… 하긴.”
물만두의 이론은 시작은 맞았으나, 뭔가 어설펐다.
단순히 몸이 불편하다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하기야 그들로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뒤에서 지켜보던 수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나 염원했는지. 모르니까.’
어린 시절 꿈을 앗아간 신체의 불합리함에 그들이 얼마나 거듭 수련을 해댔는지. 그들이 머릿속에서 어떤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지.
“어쨌든 그만큼 좋다는 거지.”
싱크 탱크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치는 안정적.
그야말로 거울같이 평온한 호수.
이대로면 본선의 캡슐로 바꿔도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 * *
치이이익.
사랑이 캡슐에서 나온다.
“잡으세요.”
“아. 감사합니다.”
양쪽에서 치승과 수한이 그녀를 일으켜 세워줬다.
그녀를 거의 들다시피 하여 휠체어로 옮긴 뒤.
결과를 설명해 줬다.
“잘됐네요.”
사랑은 약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여전히 되는구나.’
전용 캡슐만 사용한 지가 한참이라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몸은 그대로였다.
쿵. 쿵.
심장 박동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이 기분은 뭘까.
긴장? 설렘?
휙, 휙.
사랑은 그런 것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키보드 마우스로 하는 거나 다름없는 총지휘관까지야. 딱 거기까지.’
더 이상 기대하고 싶지 않았다.
“곧 게임 시작해요! 오시죠!”
싱크 탱크 팀들이 우르르 소파에 가 앉기 시작했다.
[조선 vs 로마] [2차전]그녀도 소파 옆에 휠체어를 세운 뒤 휴대폰을 한 손에 쥐었다.
필요한 게 있다면 메모하기 위해서다.
그때 수한이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야. 아까 그거. 미드 말고 탑으로 와라.”
사랑의 안정적인 수치를 보고서 건네는 농담이다.
피식.
그녀는 웃어넘겼다.
“배달 메뉴나 골라.”
“……아! 그렇지!?”
수한은 까먹고 있었던 듯 배달 어플을 켰다.
그는 어차피 이 전략 회의에 끼지 않기에 그냥 먹을 거나 시키기로 했었으니까.
“내가 또 먹을 거엔 일가견이 있어. 그래. 역시 총지휘관이구나. 적절한 인재를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마치 들어달라는 듯 중얼거렸으나. 사랑과 싱크 탱크 팀의 모두는 이미 경기에 최대로 집중 중이었다.
* * *
아몬드는 전략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 게임에서 이 정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완전 몰아치기로 작정했구나.’
로마의 오늘 전략이 마구 두들겨 패기라는 것.
1시대부터 2시대, 그리고 이제 막 올라간 3시대까지도.
로마의 병력들은 계속해서 쳐들어왔다.
“와아아아아아! 밀어라아아아!”
쿠우웅──!
육중한 충격이 또 성문에 가해진다.
“제기랄! 이번엔 남쪽인가 봐!”
“뛰어!”
성벽 위에 올라가 있는 궁수들은 죽어라 자리를 바꿔가며 적들을 쏴댈 수밖에 없었다.
파앙!
팡!
아몬드 역시 열심히 성벽 위에서 활시위를 당겼다.
‘방패랑 투구 때문에 오히려 위에서 쏘는 게 불리해…….’
그러나, 별다른 효용이 없었다.
지금 각궁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상태도 아니고.
적들은 화살이 위에서 날아오는 것이 너무 뻔하기에 전부 방패를 위로 들고 있다.
그게 아니라 사실 투구만 제대로 써도 위에서 오는 공격이 헤드샷으로 판정돼 바로 죽을 일 따윈 없었다.
아무리 아몬드라도 화살이 아래에서 솟구치게 하는 권능 따위는 부릴 수 없으니.
텅!
텅……!
여기서 쏘는 화살은 너무나 정직하리만치 대여섯 번을 같은 타깃을 맞혀서 체력을 깎아 죽여야 했다.
“아오. 젠장! 이거 무장 병사 나오면 진짜 끝장나겠는데!?”
팡어가 이를 갈며 고함친다.
“쟤네 이렇게 공격만 하는데…… 왜 우리가 불리한 거죠?!”
롸떼가 시위를 죽어라 당기며 억울한 듯 물었다.
“일단 로마식 땅따먹기 싸움에서 우리가 밀렸고…….”
당근이 대답했다.
그런데, 그녀답지 않게 뒷말을 쉬이 꺼내지 못했다.
죽어라 쏘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만 아마 사기를 저하시킬 말이기 때문이다.
“밀렸고? 밀렸고 뭐?”
“하아. 그냥 선수 풀 차이야.”
“…….”
두둥.
마치 충격적인 고백이라도 들은 듯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적들이 죽는 소리와 활시위 튕기는 소리만 요란한 백색소음처럼 뒤에 깔릴 뿐이다.
“강팀과 약팀의 가장 큰 차이는 앞쪽 순번이 아니야.”
순번.
이는 시빌엠에서 쓰는 표현인데.
기본적으로 먼저 무기를 받는 무리를 앞순번이라고 하고, 후에 받는 자들을 뒷순번이라 한다.
당연히 앞순번이 더 실력이 좋다.
“가장 큰 차이는 뒷순번에서 나와. 지금처럼 이렇게 병사들이 죽고 살고를 반복할 수 있는 건. 단순히 자원줄이 원활해서가 아니야. 저쪽은 뒷순번들도 우리의 앞순번만큼이나 숙련된 거야. 계속 같은 퀄리티의 전쟁을 할 수 있다고.”
“그…… 그렇구나.”
롸떼가 암울하게 읊조리는 그 순간.
──퍼억!
석궁 볼트에 맞아 날아가 버렸다.
이제 성벽 위로 처음 왔던 병사들 중 절반도 남지 않았다.
전부 멤버가 바뀌어 있었다.
“사실 이게 진짜 시빌엠스러운 전쟁이야. 장기 공성전 말이야.”
당근은 아몬드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이번 전투는 아는 얼굴들이랑 못 싸우게 될 거야.”
전투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병사들은 약속된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약속된 플레이를 할 수 없다면, 순수하게 개인의 전투력으로만 대처하게 된다.
즉 약팀이 조직력이나 어떤 특수한 작전으로 강팀을 극복하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스크림에서 자주 일어나던 일이긴 해.’
아몬드는 기억해 냈다.
스크림에선 늘 이런 식으로 당해왔었다.
반면 실전에선 쿠키의 허를 찌르는 기습과 신박한 전술로 전쟁의 주도권을 늘 조선이 쥐고 있었기에, 아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
심지어는 졌던 경기도 게임의 흐름은 쿠키가 이끌었단 말이었다.
볼 점유율 축구 욕할 때가 아니었다.
그 볼 점유율마저 잃었을 때, 얼마나 무력한지 여실히 느껴지고 있으니까.
“어쩌면 안토는 승패가 별로 상관 없는 이 게임에서 완전히 자기들의 선수풀을 과시하려는 거지.”
당근의 말대로라면, 안토의 의도는 적중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적을 상대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됐으니.
“나, 남쪽! 남쪽문!”
“아냐! 서쪽이다!”
“저, 적들이 북쪽 성벽 위로 올라왔다!”
사방에서 조선군을 유린하는 적들.
적들은 어디에도 있었다.
마치 200명이 아니라, 1,000명과 싸우는 기분이다.
역량의 차이가 여실히 느껴진다.
적은 우릴 압도하고 있다.
‘뭐지.’
그런데 이상했다.
쿵. 쿵.
심장이 저들이 성문을 두들기는 소리만큼이나 거세게 뛰었다.
이건 공포일까?
아니었다.
‘이기고 싶어.’
오히려 아몬드는 이때 승부욕이 더 불타올랐다.
지금 그의 심장은 적에게서 멀어지라고 쿵쾅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적에게 가라고, 그들을 직접 쓸어버리라 외치고 있었다.
피잉!
[집합]쿠키로부터 명령이 떨어졌다.
위치를 보니 아마 새로운 무기를 보급받는 명령이다.
아몬드는 곧장 성벽에서 내려가 내달렸다.
그에겐 그간 한 번도 주어진 적 없던 임무가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