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66화
24. 해체 분석기(1)
해체 분석기.
나름대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포맷이다.
게이머 한 명을 초대해서 그에 대해 모든 걸 해체, 분석하는 게 주요 콘텐츠로, 이 포맷은 게스트로 초청되는 것 자체에 의미가 깊었다.
-와 아몬드 나간다는 게 해체 분석기였어?
-해분기에 나가는 거였다니 ㅅㅂ ㄹㅇ 월클이누
-아니, ㅋㅋㅋㅋ 판타지아에 간다는 게 이거였냐구 형!!!
-헐 ㅋㅋㅋ
-뭐냐 대체 이 속도는.
-뭐? 하꼬 스트리머? 어이. 그건 내 잔상이라구.
해체 분석기는 포맷 특성상 무명 게스트를 절대 부르지 못한다.
아무리 해체 분석을 잘한다고 한들, 그 대상이 별로라면 방송 전체의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그래서 늘 이름 있는 프로게이머나 스트리머 혹은 게임을 잘하는 연예인 등이 출연했었다.
마치 황금 시간대 토크쇼에 무명인은 잘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신인인 아몬드가 이 ‘해분기’에 나오게 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야~ 아몬드! 믿고 있었다구!
-호올리 모올리!
-와 형! 형! 나 죽어어어어!
-아몬드 옵 ㅠㅠㅠ 이제 나작스가 아니게 됐으 ㅠㅠ
-ㄹㅇ 성장 속도 미쳤다.
아몬드를 초기부터 응원해 오던 팬들은 모두들 기뻐했다.
자기가 응원하던 스트리머가 해분기에 게스트로 나간다는 건 이 정도의 의미를 갖는 거다.
물론, 그런 만큼 질투도 많이 받는다.
-시청자 4천따리가 해분기? ㅋㅋㅋㅋ
-좃노잼각.
-짜고 치는 고스톱 개 역겹누 ㅡㅡ
-라인 잘 탔나 봄
-참내 ㅅㅂ 뭔 듣보를……
-아니, 진짜 이게 이렇게 된다고? 말이 됨?
질투와 환호, 축복과 저주, 이 혼란한 감정들의 대립 속에서 어찌 됐든 라이브 방송은 시작이 되었다.
[라이브 스트리밍이 시작됩니다!]이제 어떤 여론이 승자가 될 것인지 정해질 시간이다.
쿵??
묵직한 사운드와 함께 올라오는 판타지아의 로고.
곧이어 아나운서의 밝은 목소리가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특별 포맷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해체 분석기 시리즈. 오늘은 ‘아몬드 해체 분석기’입니다!”
늘씬하고 곧은 자세, 애교 넘치는 표정, 이상적인 발성과 정확한 발음.
유하연이 등장하는 순간 채팅창에서 벌어지던 논쟁은 싹 다 정리되어 버렸다.
상현은 속으로 감탄했다.
‘장난 아니네.’
연예인의 존재감이란 걸까? 정확히는 아나운서지만.
휘이. 휘이.
옅게 울리는 휘파람 소리.
스태프들이 상현을 향해 뭔가를 흔들어 보였다. 팻말이다.
‘아몬드 님 곧 카메라에 들어가요.’
지금의 상현은 카메라 밖에 앉아 있었지만, 곧 카메라가 줌 아웃되면서 상현을 잡아줄 거라는 얘기였다.
상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지이이잉.
메인 카메라 한 대가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뒤로 빠진다.
“……자. 여기 아몬드입니다!”
그간 계속 떠들고 있던 유하연. 그녀가 발랄한 포즈로 아몬드를 가리키며 활짝 웃어 보였다.
놀이공원 인형탈 알바처럼, 요란하게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한다.
그 노력에 감복한 건지, 상현도 자연스러운 미소가 흘러나왔다.
-와아아아!
-카메라빨 무쳤다!
-뭐야!? 오늘 왤케 잘생김?
-헐 저 사람 뭔데 잘생김?
-헐ㅋㅋㅋㅋㅋ
-시Xㅋㅋㅋㅋㅋ
-누나 미안해 나 게이할래!
그에게도 유하연 못지않은 반응이 쏟아졌다. 예상치도 못했는데 말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네.’
해분기에 나오기엔 분명 아직 명성이 모자라다. 상현도 그 점을 이전에 고지받았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시작부터 반응이 좋다.
“아몬드 님? 인사 한번 해주세요.”
유하연이 싱긋 웃으며 아몬드에게 턴을 넘긴다.
상현은 뭐라 인사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간단히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몬드입니다.”
-캬 심플!
-냉미남!
-ㅠㅠㅠㅠㅠㅠ 개멋있어
-와 씨 나도 오늘부터 겜방 본다!
-스트리머 왜 함? 그냥 아이돌 하셈!
별게 다 반응이 좋다.
얼굴 덕분일까?
상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태어날 때부터 이 얼굴이었는데, 살면서 이런 호응을 얻은 적은 없다.
아마 스트리머 아몬드라는 캐릭터와 시너지가 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서른인데 무슨 아이돌이요.”
상현은 저도 모르게 개인 방송처럼 채팅에다가 대답을 해버렸다.
딱히 의도해서 분위기를 끌고 가려는 게 아니었다.
그는 그냥 보이니까 대답을 해준 거다.
웃긴 건 나이를 처음 밝히는 거였다. 본방에서도 밝힌 적이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재요…….
-헐 서른?!
-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눙물이…….
-갑자기 3밍아웃ㅋㅋㅋㅋㅋ
-뭐얔ㅋㅋㅋ
빵 터진 채팅창에 이어서.
푸핫.
유하연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몬드 님. 갑자기 나이를 그렇게 밝혀도 돼요? 아직 인터뷰도 아닌데.”
“아…….”
아몬드가 머리를 긁적이자, 또다시 채팅창에서 ‘ㅋㅋㅋㅋ’가 도배된다.
유하연도 자연스레 웃음이 터졌다.
방송 진행이 매끄러워졌다.
‘생각보다 잘하네.’
보통 게이머들을 초청하면, 쑥맥이라서 제대로 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개인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조차 막상 이런 메이저 느낌 방송에선 제대로 기를 못 편다.
그런데 상현은 달랐다.
그는 자기 방송을 하듯이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 받았다.
“사람이…… 엄청 왔네요.”
“그렇죠? 이게 저희 판타지아의 힘이죠!”
유하연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다른 게스트들 할 때도 이 정도로 와요?”
“물론입니다!”
“아…….”
아몬드는 약간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진심이 묻어나오는 표정에, 시청자들이 웃는다.
-ㅋㅋㅋㅋㅋㅋ
-어이 형 너무 욕심부리지 마
-하연찡 가차없네 ㅋㅋㅋㅋ
-아몬드의 욕심은 끝이없다
“아몬드 님. 하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오늘 준비된 인터뷰와 테스트를 하다 보면 2배, 3배로 뻥튀기 될 수도 있죠?”
그녀는 누군가에게 질문하듯이 말했지만. 당연히 아무도 대답해 주진 않았다.
-누구한테 묻는 거죠??
-하연찡 커여웤ㅋㅋㅋㅋ
-누나 ㅠㅠㅠ
-ㅋㅋㅋㅋㅋㅋ
-3배는 에바야~
-자기도 말하다가 에바니까 질문으로 바꾼 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
“어허. 에바 아녜요. 그런 적 있어요. 아. 감독님. 없다구요? 헐. 왜요.”
“…….”
“아몬드 님 시청자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모양이네요!”
유하연이 능숙하게 아몬드를 조리돌림 하자, 시청자들은 만족스러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 이 맛이야!
-이게 해분기지!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왜요는 뭐야 ㅋㅋㅋ
-감독이 말한 거 맞냐? 혼자 하는것 같은데?
아몬드가 끼어들었다.
“감독님 아무 말도 안 한 거 맞습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지 않는 아몬드 ㅋㅋㅋㅋㅋ
-대체 누가 진짜야
-어이, 사쿠라여?
-자강두천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
-시작도 전에 뻥뻥 터지넹
“헐~ 무슨 소리예요. 제 인이어로 다 들리거든요.”
“…….”
이어지는 유하연의 태연한 거짓말에, 아몬드는 할 말을 잃었다. 그 표정이 상당히 볼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방송이다 아몬드!
-아 이게 월클 방송이지!
-어이 아몬드. 강해져서 돌아와라!
-도토리묵 쉑 방송이랑 많이 다르제~?
-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 표정
확실히 도토리묵 방송에 갔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훨씬 텐션이 높다.
그리고 게스트의 포지션도 달랐다.
‘이래서 해체 분석기구나.’
여기 게스트는 떠받들어지는 게 아니라, 놀림당하는 포지션이었다.
“자. 그럼 가볍게 인터뷰부터 시작할까요?”
아몬드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리돌림이 이어지느니, 얼른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ㅋㅋㅋㅋ조련되어버린 아몬드.
-하연의 조련에 당해서 바로 끄덕이는 거 보소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까의 쿨미남 어딨어!
* * *
한편, 촬영장 밖.
멀리서 지켜보던 오 실장이 감탄했다.
“와. 진짜 잘하는데? 나도 와서 보기로 한 보람이 있네.”
그는 오늘 아몬드를 위해 촬영장까지 따라붙었다.
풍선껌을 포함한 수많은 네임드 스트리머를 관리하는 오 실장이 이렇게 해준다는 건 꽤 큰 특혜였다.
주혁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신경 써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
“어? 아냐, 아냐.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거야.”
“그래도…….”
“허허. 이 친구. 참. 여튼 아몬드 생각보다 괜찮은데? 자넨 이거 예상했어?”
주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이 원래 나사 하나가 빠져 있거든요.”
머리를 조이는 시늉에 오 실장이 웃는다.
“그대로 선수 했음 난리 났겠어. 스타성이 있어서.”
“아…… 하하. 예. 그렇죠.”
“아. 그렇지. 그 부분은 내가 입 조심할게.”
오 실장이 지뢰라도 밟은 듯 바로 사과했다.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뭘. 당연한 거지.”
아몬드의 과거에 대해선 비밀을 지켜 달라고, 주혁이 이리저리 쏘다니며 모두에게 특별히 부탁해놓았다.
덕분에 오늘 인터뷰에서도 상현의 과거에 대한 부분은 대거 빠져나갔다.
오 실장도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하고 비밀을 지켜주려 하는 것이다.
오 실장은 스태프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중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게 말을 건넨다.
“그나저나. 감독님. 어때요? 저 친구.”
남자는 감독이었다.
“어떻냐고? 어디서 저런 놈이 나온 거야? 그것부터 알려줘야지.”
감독이 씩 웃으며 받아친다.
편하게 말을 놓는 걸 보니 꽤 친한 사이인 모양이다.
“하하. 그러게요. 그냥 굴러 들어왔습니다.”
“오 실장 말년 복이 엄청나구만.”
“제가 무슨 말년입니까. 이제 중년인데.”
“……엘프라도 되나?”
푸하하하.
오 실장은 특유의 떠들썩한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한 가지 조금 걸리는 게 있어. 너무 신비주의 아냐?”
“신비주의요?”
“그래. 과거 질문은 다 빼놨잖아. 인터뷰에서 건질 게 없어.”
“아.”
“신비주의, 그거 아주 쌍팔년도에나 먹히던 거야. 요즘은 그냥 다 까고, 그걸로 놀리고, 웃어넘기고 이런 게 재밌는 거야. 연예인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돼줘야 한다고.”
꽤 나이가 있는 감독인데도, 현대 트렌드에 굉장히 빠삭해 보인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건 본인이 거절하니 별수 없습니다.”
“허…….”
“아. 어차피 저 친구는 인터뷰가 메인이 아니에요.”
“그럼, 뭐…… 피지컬 테스트가 메인이라구?”
“그렇죠. 배치로 플레3에 간 게 과연 실력이냐 아니냐를 증명하려고 나왔잖아요. 적어도 명분으로는.”
“에라이. 테스트 그거 별로 재미 없는데. 통계상 그래.”
감독이 이렇게 중얼거리던 중.
마침 인터뷰가 다 끝나고, 아몬드와 유하연이 테스팅 캡슐에 들어갔다.
“……뭐, 그래도 이번엔 재밌는 거 준비하긴 했지.”
감독은 기대에 찬 미소를 짓는다.
* * *
우웅.
상현과 하연의 아바타가 소환됐다.
판타지아에서 준비한 초현실 가상 공간이라는 곳이었다.
‘확실히 구현율이 다르긴 하네.’
상현은 자신의 양손을 만지작거려보며 생각했다.
언뜻 보이는 채팅창.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늘어났다.
인터뷰 할 때보다 배로 더 늘어난 느낌.
-와 씹 드디어 하냐?
-심판의 시간이 오는구나
-홀리 쒯 이것만 기다렸다구우우우!
-오 딱 맞춰 왔네 ㅋㅋㅋ
-아몬드 피지컬 테스트 졸라 기대된당
[현재 시청자 3.8만]계속해서 치솟기 시작해서 이제 시청자 숫자는 약 4만.
판타지아 채널의 평균 라이브 시청률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번째 테스트가 시작되는데.
“자. 아몬드 님. 자신 있으신 게 활이죠?”
“예.”
테스트는 활에 관련된 것이었다.
상현을 위한 테스트다.
“그래서 준비했어요! 짜잔!”
사아악──
가상 세계의 지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네모난 프레임으로 나뉘어 있던 타일이 하나, 둘 청량한 녹색으로 뒤집힌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너른 평원.
그리고 그 끝엔 삼원색으로 칠해진 과녁이 보였다.
올림픽 양궁 경기장이었다.
너무나 현실 같은.
이때 아몬드의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