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6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28화
43. 라이언 일병(3)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 나가던 기마대는 일순간 침묵했다.
“……!”
언덕을 넘자, 그들의 시야에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능선 너머로 보이는 수십의 로마 병사들, 아니, 어쩌면 백에 가까울 수도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완전히 무장하고 있었으며, 흔들림 없이 완벽한 진을 짠 상태다.
분명 병사들 사이의 거리는 꽤 떨어져 있음에도 그 사이로 들어갈 만한 틈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보이지 않는 뭔가가 그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내리쬐는 햇살에 번뜩이는 로마군의 칼날이 말하고 있었다. 여길 지나가면 전부 베일 거라고.
‘저기로 뛰어들라고?’
만약 진짜 전쟁이었다면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가장 먼저 가는 자는 죽었을 테니까.
완전히 적진에 버려진 듯한 압박감이었다.
이제야 제대로 보였다. 이쪽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숫자로 덤빈 것인지.
그래서인지 빈자리가 더 여실히 체감됐다.
‘팡어, 롸떼, 당근, 스팸…….’
본래 항상 같이 싸우던 멤버들 중 누구도 이 기마대에 편제되지 않았다.
「이번 전투는 익숙한 얼굴들이랑 못 싸우게 될 거야.」
이번 경기 중에 당근이 한 말이었다.
처음엔 익숙한 얼굴과 싸우는 게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걸까 생각했다. 어차피 시빌엠은 여러 전장에서 뒤섞이며 싸우는 게임이니까.
그런데, 게임으로 할 때와 경기로 임할 때는 달랐다.
이 중요한 순간에 믿고 있던 동료들이 옆에 없다는 건, 생각보다 부담이었다.
아몬드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 * *
중계진이 입을 떡 벌렸다.
“설마 부, 북쪽! 아……!”
네 방향 중에 어딜 골랐어도 북쪽만큼 최악은 아니었을 테니까.
“하필 북쪽으로 갔어요!? 여기 지금 지옥이에요!!!”
“이거 완전 로마 입장에선 빙고! 외치겠는데요!?”
-신이 버렸다…….
-빙고 ㅋㅋㅋㅅㅂ
-ㅠㅠㅠ
-빙고라니ㅠㅠ 캐스터 아재요 ㅠㅠ
-빙고 ㅋㅋㅋ 진짜 간만에 들어봄
조선이 북쪽 성문으로 돌파하려는 걸 알게 된 후.
로마 병력이 북쪽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많은 병력이 더 불어나게 생긴 것이다.
“근데! 조선은 여길 돌파해서 뭘 어쩌려는 걸까요?!”
“일단 시야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겠지만! 단순히 그걸로 안 되죠! 아예 후방까지 가야 합니다. 이 기마대가 후방까지 뚫고 가서 배치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조선이 어느 한 방향이라도 뚫고 싶어하는 이유. 그건 적의 후방을 잡기 위해서였다.
“장기로 치면! 포가 순식간에 상대 진영 안으로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겁니다! 그것도 노마크로!”
“아! 단순히 답답해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게 아니었군요!?”
만약 조선의 기마대가 저 공성 병력을 뚫고 로마의 후방을 잡는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로마는 오로지 앞만 보고 싸우면 됐다.
조선은 저 성벽 울타리 안에 갇혀있고, 가축처럼 한 곳으로 몰아주기만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러나, 만약 조선군의 일부가 뛰쳐나와 그들의 뒤쪽에 배치된다면?
현재 조선을 둘러싸고 있는 로마 병력과 로마 본진 사이 어딘가에 조선군 기마대가 숨어 있을 수가 있다면?
로마는 이제 뒤도 신경 써야 한다.
“뿐만 아니라! 로마 병력도 조선 병력도 지금 계속 죽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 죽은 병력을 충원할 때! 로마는 아무래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아! 일종의 보급로가 끊기는군요!?”
로마가 계속해서 조선을 둘러싸고 있을 수 있는 이유.
그건 빠른 병력 모집과 충원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업은 본진이나 몇 개의 멀티 지역에서 이뤄진다.
그게 적어도 조선 진영 근처는 아니다.
충원되는 길을 조선 기마대가 차지한다면, 이들은 쉽게 바로바로 인력을 보충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정도 살상력을 갖출 정도의 병력을 모아야만 조선 진영으로 보낼 수 있다.
그래야 중간에 기마대를 만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근데 이거 다 돌파가 성공해야만 가능한 얘기잖아요!?”
“예! 그러니까! 이 기마대는 돌격이 아니라! 돌파! 상대를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마 쿠키도 그걸 원할 겁니다! 싸워서 돌파하는 건 너무 무리에요!”
“현장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해 봐야겠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기마 돌격대! 부딪힙니다아아아!?”
* * *
“진형을 닫아라아!”
“길 열어주지 마아!”
듬성듬성 여유 있게 포진해 있던 로마군이 순식간에 밀도를 높이면서 조선 기마대에 맞섰다.
보병 중심의 전략을 구사하는 로마는 진형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았다.
척!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재빠르게 각자의 위치를 옮긴다.
위에서 보면 마치 하나의 생명체가 쫙 펼쳤던 날개를 닫는 듯한 모습.
두두두두두……!
그들을 향해 조선 기마대가 돌격하고 있다.
휙!
마라탕은 여기서 곧바로 우측 사인을 보낸다.
“좌로!!”
말머리가 일제히 좌로 틀어지며 순식간에 방향이 바뀐 조선의 기마대.
역시나 중계진의 예상대로 싸움을 피해서 달려 나갈 생각인 듯 했다.
[아! 그냥 피해갑니다!? 이게 현장 판단이군요!?] [역시! 좋은 판단입니다! 마라탕!] [그, 그런데! 석궁 부대는 어떡합니까!?]철컹!
로마는 기다렸다는 듯 석궁 부대를 전진 배치시킨다.
직접 보병으로 부딪히지 않고, 원거리에서 계속 쏘겠다는 심산이다.
[아아아악 이거 각도가! 각도가 예술이에요! 조선에겐 최악인데요?!] [타격 면적이 엄청 늘어나 버린 느낌입니다!]본래 예정대로 정면에서 부딪혔다면, 하나의 점을 향해 석궁이 쏘아졌겠으나.
지금 조선은 우회를 택했다.
로마군 입장에선 기다란 선이다.
훨씬 맞히기 쉬워졌다.
[물 반! 고기 반!]피융!
수많은 화살이 쏘아진다.
[쓰, 쓰러집니다아아!]퍼억!
퍼벅!
몇몇 조선 기마대가 쓰러져 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그래도 막는 사람들도 있긴 해요?!] [아아아아……! 아파요! 제가 다 아픕니다!]카아앙!
캉!
육중한 월도로 석궁 화살을 쳐내는 자들도 있었다.
쏘는 곳이 뻔하기 때문에 막기도 나름 쉬웠던 모양.
[지, 지금 3~4기 정도 잃었거든요!?] [이대로 한 번 더 쏘면 막타 쳐지면서 절반 이상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지나가야 합니다! 더 빨리 달려서! 도망쳐야 돼요!] [아아아 도망치기엔 북쪽에 너무 많아요!]적 후방을 잡는 게 이번 기마대의 목적이었을 텐데.
지금 북쪽엔 너무 많은 적이 배치되어 있다.
석궁부대조차 마치 예상했단 듯 너무 좋은 위치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대로 달리다간 어떻게 될지 감이 안 잡힐 정도다.
“최대한 빨리 달려어어어!”
마라탕이 고래고래 외쳤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마대에게 있어 해결책은 하나였다.
빠르게 돌파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그렇게 달려야만 할 때였다.
[어어어!? 그, 그런데 잠깐만요!]옵저버가 기마대 진형을 가까이 비추기 시작한다.
-미친 아몬드 ㅋㅋ
-???
-이레귤러 ㄷㄷ
우측 끄트머리에 있는 기마병 하나가 로마 병사들과 직접 부딪혀 버렸다.
이래서는 기마대 속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근데 생각보다 잘 싸웁니다!? 여기서 전투 변수가!? 며, 몇이나 따운 시키나요! 하나! 둘! 세에엣! 네에에에엣!]──촤아아아악!
그의 월도는 적 보병들의 머리를 능숙하고 시원하게 베어넘기고 있었다.
[석궁병!! 화살?! 튀, 튕겼어요!]석궁병이 그를 쏘았으나, 그는 너무나 쉽게 월도를 휘둘러 튕겨내 버렸다.
그 휘두른 기세 그대로 초식을 바꾸며 또다시 밑의 보병 머리를 날렸다.
촤아아악──
그가 달리는 길을 따라 기다란 선혈이 흩어졌다.
[미, 미쳤어요! 이거 한두 명으로는 못 막죠!?]그 붉은 선혈은 좌우 가리지 않고 퍼져 나가며 거대한 원형을 그렸다.
로마 병사들은 계속해서 쓰러졌다.
이게 작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설픈데, 또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잘싸우고 있었다.
이 희한한 현상은 사실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닉네임이 보이는 순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버렸다.
[아아몬드]-??
-앗
-이 자식이었냐곸ㅋㅋㅋ
-견과류쉑ㅋㅋㅋ
-보나마나 또 다 죽이면서 가는 줄 알았누 ㅋㅋㅋ
-???: 돌파…… 돌진해서 파괴 하라?
[아몬드였습니다! 아몬드!]중계진이 그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흥분하여 벌떡 일어났다.
[이…… 이거 이득 같은데요!? 사실 전략적인 수확은 없는데! 그래도 단순 계산으로라도 이득이 상당해집니다!]비록 개인이 진형 이탈로 벌어진 일이라 전략적인 이득은 없었다만. 여기까지 죽였다면 이득일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니, 이걸 뭐라 해야 하나요!? 그 왜 학창시절에 경우의 수 문제내면! 시험지에 다 그려서 맞히는 사람들 있잖아요!?] [아! 있죠! 예! 시간 많이 걸리는데!?] [지금 이게 딱 그거예요! 문제 풀이는 이상한데! 이상하게 이득이 되고 있어요! 게다가 시간이 많이 안 걸리는 거죠! 이 괴물 같은 피지컬 때문에!!!]-피지컬로 수학문제도 푸는 견과류 ㄷㄷ
-ㅁㅊㅋㅋㅋㅋㅋㅋ
-ㄹㅇ그런 애들있음
-나도 그랬는데 ㅋㅋㅋ
-수학 (물리)
분명 굉장한 집념과 순발력이다. 적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뭐, 뭐야 이 자식!”
“밀리지 마! 곧 끝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아몬드가 임한 전투는 어찌 됐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런 구조인 것이다.
점점 많은 보병들이 그를 향해 창을 찔러왔다. 가속이 줄어 절단력도 줄었다.
더 이상 베는 족족 넘어가지 않는다.
이히이이잉……!
말이 고통 속에 투레질을 한다.
[그렇죠. 무리죠. 이걸 뚫어내면 말이 안 되죠!]게임적 보정으로 말을 쓰러뜨리기가 훨씬 어렵다지만, 이렇게 많은 창병이라면 달랐다.
[나, 낙마하기 직전!] [아아아아! 쓰러집니다! 태산이 쓰러져요!]쿵──!
아몬드가 결국 말에서 떨어졌다.
[결국 아군 기마대는 아몬드를 두고 달립니다!] [이건 본대 이탈된 거라서요! 대신 시간은 톡톡히 벌어줬습니다!] [아몬드! 하지만 아직 살아 있어요!]아몬드는 머리를 휘저으며 재빨리 상체를 일으켰다.
낙마 후 기마병은 아주 약간의 둔화가 걸린다만, 그의 의식마저 느리게 하진 못했다.
그의 눈이 빠르게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창으로 내리찍는 로마군. 방패로 그를 짓누르려는 로마군, 급하게 달려오는 로마군.
주변이 온통 로마군이다.
‘다 어디인 건데?’
이제야 아몬드는 자신이 고립됐음을 깨달았다.
‘진영 안으로 들어가서 뚫으라는 게 아니었나 봐.’
돌파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다. 더 이상 아몬드는 기마대 작전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러면 빨리 죽는 게 낫나?’
작전 수행을 못 하는 채로 숨만 붙어 있어 봐야 팀에 도움이 안 된다.
이 게임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식량이 지속적으로 소모된다.
‘죽어야겠다.’
아몬드는 거의 억지로 월도를 들어 올리며 적들을 향해 달렸다.
기왕 죽는 거 최대한 휘두르고 죽겠다는 심산.
카앙……!
로마의 창과 그의 도가 부딪히며 굉음을 낸다.
“발악을?!”
“?”
상대는 아몬드가 발악을 하려는 줄로 알았다. 아군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결과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한데, 사실 그는 그냥 죽으려는 것뿐이다.
“흡!”
아몬드가 순식간에 전신을 일으키며 상대를 베어 올렸다.
촤악──
로마군 하나가 세로로 잘려 나간다. 완벽한 균형과 힘의 배분이다.
-ㅁㅊ
-캬 쌍쌍바인줄?!
-아직도 썰 수가 있누;
죽으려고 벤 거치고는 해설들도 착각할 정도로 완벽한 검격이었다.
그러나─
“어?!”
덥석!
로마군이 놀고 있는 게 아니었다. 누워 쓰러진 줄 알았던 자가 아몬드의 발목을 잡았고.
아몬드가 잠시 아래로 눈을 돌린 사이, 양 옆에서 병사들이 치고들어왔다.
푹!
사방에서 창이 꽂혀들어온다.
푸욱!
-앗……
-로마식 처형 ㅠㅠ
-???:블루투스 너마저……!
-ㅠㅠㅠ
몸을 비틀어 피해봤으나, 그의 다리가 찍히고, 복부가 뚫렸다.
[체력 11%]털썩.
아몬드는 다시 무릎 꿇듯 주저앉아야했다.
이제 그냥 아무 곳이나 찍혀도 죽을 것이다.
그리고─
“하아아아!”
로마 병사 하나가 검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갑자기 우측으로 휙 날았다. 웬 굉음과 함께.
──콰아아앙!
“?”
거대한 그림자가 덮쳐들었다.
“괴수 등자아아아앙!”
익숙한 고함 소리다.
“어……? 왜…….”
마라탕이었다.
아몬드는 당황스러웠다.
‘이쪽을 버리고 가기로 한 거 아닌가?’
작전상 이탈해 버린 건 아몬드인데, 기마대 본대가 돌아왔다?
이해할 수 없었다.
“작전 변경이다! 관심 병사 라이언 일병!”
후우웅──
그의 말과 동시에 아몬드의 위로 수많은 말의 그림자가 지나쳤다.
-ㄷㄷㄷ
-와
-관심병사 ㅋㅋㅋ
-캬!
마라탕뿐 아니라, 모든 기마대가 다 돌아온 것이다.
척!
마라탕이 월도를 번쩍 들어 올렸다.
“저놈들 다 죽이고! 우리도 여기서 죽는다아아!”
거대한 함성이 전장을 다 뒤덮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모르겠다. 이게 아군의 함성인지, 아니면 관중들의 것인지. 마라탕이 돌아온 게 그의 독단인지, 아니면 지휘관의 판단인지.
분명한 건 하나다.
‘뒤집었다.’
전장의 흐름이 뒤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