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6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29화
43. 라이언 일병(4)
기마대가 북쪽으로 향해 시야를 밝혔을 때.
‘이런.’
쿠키는 참담한 기분이었다.
‘하필……?’
안되려니 이렇게까지 꼬이나 싶을 정도로, 적은 북쪽에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놓을 순 없었다.
‘돌파구는 있어. 변수가 생길 거야. 분명.’
시빌엠의 전투엔 늘 변수가 생긴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여러 사람이.
그러니 늘 작전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어떤 구멍이 생겨서 그 틈을 잘 벌리면 길이 되기도 한다.
‘어……?’
그 순간 쿠키의 눈에 무언가 들어온다.
구멍이다.
분명 구멍인데…….
‘우리 구멍인가?’
적의 실책이 아니라, 아군의 실책인 것 같았다.
기마대 우현의 끄트머리가 적진에 걸려 낙오된 것이다.
아니, 낙오됐단 표현은 적절치 않았다.
이 사람은 처음부터 작전대로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뭔가 현장 판단이 있는 걸까?
‘조금 더 보자.’
쿠키는 잠시 그 상황을 지켜본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초조해진다.
과연 지금의 이 변수가 어떻게 흘러갈까?
‘빨리 판단해야 된다.’
힐끔.
자원 창을 보니 자원이 쌓여간다.
RTS에선 빠른 판단이 곧 경제력이었다.
‘빨리…….’
눈을 거의 부라리듯이 지켜보던 쿠키.
그의 눈이 순간 커졌다.
촤아아악!
적들이 썰려 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홀로 남은 기마병이 생각보다 너무 잘 싸우고 있다.
‘이러면…….’
공성 병기의 위치, 진의 형태, 병과의 상성…….
머릿속에 수많은 조건들이 나열되고, 경우의 수의 가지가 뻗어 나가기 시작한다.
하나의 줄기에 불과했던 것이 순식간에 울창한 이파리를 피워낸다.
이 가지들 중 열매를 맺는 것은 어디인가?
쿠키가 손을 뻗었다.
‘여기.’
피잉.
마라탕에게 명령이 전달된다.
[돌파 중지]아몬드를 낙오시킨 뒤 나아가고 있던 기마대가 방향을 바꾼다.
[우측으로 회전 후 전투]이들이 아몬드가 만든 틈을 넓힐 것이다.
* * *
중계진이 벌떡 일어날 듯 엉덩이를 들썩인다.
“아아아악! 기마대가 갑자기 머리를 돌렸어요!?”
“이, 이거?”
돌파하여 도망가는 듯했던 기마대는 갑자기 머리를 우측으로 일제히 돌려 달려들었다.
“로마 보병들! 갑자기 턴하니까 반응을 못 합니다!?”
“달려요 우다다다──”
기마대가 보병들의 측면으로 거세게 부딪친다.
──콰앙!
흙먼지와 굉음이 울려 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옆으로 날아간다.
몸 전체가 날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목만 달아난 자들도 다수였다.
“속이 뻐어어어엉!”
-ㅁㅊㅋㅋㅋㅋ
-빌드업?! 그게 뭔데! 조선은 뻥축구야!
-앜ㅋㅋㅋㅋ
-ㄹㅇ 속이 뻥 뚫리긴한다 와ㅋㅋㅋ
-캬!
“기마대! 멈추지 않고 칼춤을 춥니다! 뻥뻥 뚫립니다아!”
마상에서 월도를 좌우로 휘두르며 돌진하는 기마대.
촤아아악!
촤악!
그들이 지나가는 자리에 피 구름이 피어올랐다.
한 번 승기를 잡은 기마대는 막기 힘들었다.
“수, 순식간에 썰려요!?”
“이게 기마대의 무서움이죠!”
가속이 붙은 기마대에 측면을 내주게 되면, 이런 참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아무리 창병이 말에 강해도 옆에서부터 타격을 당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창으로 찔러야 기마대를 저지할 수 있는 거니까요!”
특히나 아예 다른 방향에서 쳐들어오는 기마대에게 약했다.
문제는 이들이 사실상 모든 로마병들이 보는 앞에서 우회전을 했는데.
그걸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로마는 조선 기마대가 갑자기 옆으로 찌를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누가 봐도 낙오됐던 아몬드는 그냥 버리고! 그냥 후방 잡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조선 기마대의 목적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적나라하리만치 뻔했다.
후방을 잡아서 어떻게든 양각으로 괴롭히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도망갔는데, 거의 1초 만에 다시 돌아온다.
“로마 입장에선 아들이 집 나간다고 해놓고! 현관문 열고 닫더니! 바로 ‘다녀왔습니다!’ 해버리니까! 혼란스럽죠!”
-ㅋㅋㅋㅋㄹㅇ
-“예측할 수 없게 움직여라”
-다다이마
-어케 아냐고 ㅋㅋ
-후드식 가출 ㄷㄷ
-ㅇㅈㅋㅋㅋㅋㅋ
“지금 말씀드리는 순간!? 조선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어? 보, 본대가! 본대가 나옵니다!?”
“이 기세를 이어서! 더 나옵니다! 더!”
그랬다.
조선 성벽 내부의 파란 점들이 북쪽을 향해 마구 움직이고 있었다.
[진출]본진에 모아놨던 각궁병들도 진출시킨 것이다.
북쪽으로 진출한 것은 분명 실수였으나. 로마가 확실하게 북쪽으로 공략할 거라는 걸 알 수 있게 됐다.
“긴가민가했는데! 지금 보니까 확실합니다!”
“예!? 뭐가요!?”
“쿠키가 지금 눈치챈 거 같아요! 여기가 로마가 총공을 오는 곳이라는 걸! 그래서 쿠키도 여기에 거는 거죠!”
전체 화면을 본 중계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공성 병기를 다수 이쪽으로 포진시키는 걸 봤으니까.
다만 쿠키는 공성 병기의 일부만 보고 이런 판단을 내린 거다.
“쿠키가 말하는 겁니다! 여기서 승부다!”
그는 여기를 승부처로 정했다.
이 북쪽 전장에서 이기면, 다른 곳들은 알아서 정리된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사방을 다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한 곳만 막으면 되는 전장으로 축소시킨 셈.
“궁수들 우르르 나와요!”
진출한 궁수들이 자리를 잡고,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한다.
기리리릭…….
평야를 따라 일직선으로 주욱 늘어선 궁수들의 모습은 적군에겐 공포였다.
[쏴라아아!]명령과 함께 동시에 놓아진 활시위.
파아앙──!
수많은 화살이 하늘을 수놓으며 날아간다.
이에 적 석궁병들도 대응 사격을 시작했다.
“적 석궁병들도 나름 좋습니다만! 사실 조선 궁수들만 못 하거든요!?”
“맞습니다! 우리 궁수들은 저렇게 먼 거리에서도 조준 사격이 됩니다! 포물선으로도!”
다른 건 몰라도 궁수들의 실력에선 조선이 앞섰다.
사실 웬만한 활 문명들보다도 조선 국가 대항전 팀이 더 잘 쏘는 게 사실이다.
후두두두둑─
수많은 화살이 교차하며 비처럼 내린다.
“엄청나게 죽어 나갑니다아아!”
──퍼버버버버벅!
로마의 보병들이 눈에 띄게 줄어나갔다.
석궁병이 입힌 피해에 비해 훨씬 많다.
그래서인지 킹귤이 잔뜩 흥분하여 침을 튄다.
“이게 조선의 사이오닉 스톰이다아아!!!”
-ㅁㅊ 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주모오! 여기 스톰 하나 더!
-역시 “헌터 1:1 고수만”의 민족
-이거제~
-외계 문명 조선 ㄷㄷ
-캬
“아! 이게 조선 입장에서는 얼마 만에 제대로 된 한 방입니까!?”
“이건 지금 계산기를 두들겨 봐야겠습니다만! 흐름이! 흐름이 다릅니다!?”
그간 누적된 피해가 있어서, 현재로선 완전히 이득이라고 판단하기 어렵지만, 게임 내내 휘둘리고 있던 조선이 한 방 먹인 것은 분명하다.
“쿠키 특유의 유연한 변칙성이 빛을 발한 거거든요?!”
“예! 쿠키가 아직 감이 살아 있다는 겁니다! 이건 희소식이죠! 경기 내용상 진즉에 멘탈이 나갈 수도 있거든요! 근데 붙잡고 있었고! 지금 한 방 먹입니다!”
전장에 상승 기류가 느껴진다.
병사들도 아는 거다.
우리 총지휘관이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는 걸.
“이러면 병사들도 힘이 납니다! 아! 아직 지휘관이 판단하기에! 이 게임 모르는구나! 우리가 잘하면 이긴다!”
“예! 말씀 중에! 잠깐만요? 아아몬드! 아직도 살아 있어요?!”
-ㄹㅇ이네
-진짜 질긴놈이다 ㅋㅋㅋ
-와 ㅋㅋ
-ㄹㅇ?ㅋㅋㅋ
-“살아남아라 챌린지 장인”
* * *
촤아악!
아몬드는 월도를 휘두르며 또 한 발 내디뎠다.
조선 궁수들이 쏴주는 화살비가 엄호를 해주니, 싸우기 한결 편해지긴 했다.
로마군은 조금만 방심하면 화살비에 쓸려 나가곤 했으니까.
그런데─
‘뭔가 이상해.’
전선은 아까부터 같은 위치에서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확 뒤집어지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이런 기묘한 기류는 이자가 나타난 후로 더 강해졌다.
쿵──!
“전구우우운! 뒤로!”
로마군 중에 빨간 털이 달린 투구를 쓴 자였다.
‘저거…….’
아몬드는 그의 닉네임이 익숙하다 생각했다.
[피에르]그는 보병단의 리더인 피에르.
로마의 에이스이기도 했다.
아몬드가 전장의 흐름을 이곳저곳 들쑤셔서 휘저어놨다면, 그는 전장의 흐름을 다시 빳빳한 양복으로 재단해 놓기 시작했는데.
우습게도 휘젓는 거보다 재단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방패로 위와 앞으로!!”
“위와 앞으로!”
척!
로마군 전체가 그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듣고, 즉시 반응하고 있었다.
거리상 조선의 각궁이 위에서 쏘아져 내려올 수밖에 없으니, 방패를 위로 들자 화살에 개죽음당하는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아……!? 조선군의 화살비가! 막힙니다!?] [위로 쏘지 말고 바로 쏘면 안 되나요!?] [지금 거리가 안 됩니다!]포물선을 그리지 않으면 이쪽까지 닿을 수가 없다.
그만큼 조선 궁수들의 거리가 멀었다.
덕분에 로마군은 확실히 더 침착하게 싸우기 시작했고.
조선은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 아까의 기세가 무색하게! 지금 조선 검수들이 오갈 데가 없어졌어요!?] [너무 신을 냈나요! 자원 차이도 나는데!] [이대로 로마 보병들이 그냥 거북이처럼 버티면! 조선군은 다 석궁 맞아 죽어요! 이제 말도 거의 없잖아요!?]조선의 궁수들이 화살비를 내려주듯, 로마의 석궁병들도 계속 이쪽을 쏘고 있다.
속도는 훨씬 느리지만, 이쪽도 확실하게 한 명씩 개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낙마하여 말도 없고, 본래부터 방패도 없는 조선의 검수들이 훨씬 불리했다.
그런 와중에 로마 병사들은 매우 느리게, 침착하게 움직였다. 시간이 저들 편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듯.
[로마! 역시 노련합니다! 여기까지 밀렸는데도! 마치 이기고 있다는 듯 여유롭게 판단하죠!]조선 입장에선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일보 뒤로! 찔러!”
그들은 조선군이 다가오면 뒤로 물러나며 찔렀다가.
“앞으로! 밀어!”
쿠웅!
조선군들이 치워지고 난 후엔 방패로 밀며 자리를 확보했다.
전선이 아까부터 제자리걸음인 이유였다.
피융! 피융!
석궁병의 화살은 이 와중에도 계속 좌측에서 쏘아지고 있었으니.
방패에 막힌 조선 검수들은 머리에 화살이 꽂혀가며 쓰러졌다.
“컥!”
“제, 젠장……!”
아몬드 역시 지금 자리 운이 좋아서 살아 있을 뿐이다.
‘다음은 난데.’
조금 더 왼쪽이었음 그에게 화살이 쏘아졌을 것이다.
화살을 일일이 월도로 쳐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쩌지.’
이제 판단하기 힘들었다. 결국 저기로 뛰어들어야 하는가? 저들이 뚫리기나 할까?
[함부로 무리하다가! 이건 그냥 죽어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도 죽어요! 석궁병들이 계속 쏘거든요!?] [아니! 정신 차려보니까! 또 로마의 손아귀입니다! 이걸 어쩌나요!]아몬드는 마라탕을 바라봤다.
별다른 명령이 없다.
마라탕이라고 묘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철컥!
이제 석궁병들이 다시 화살을 장전해뒀다.
로마군 위로 쏟아지는 화살비는 이제 정말 비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방패의 벽은 그만큼 촘촘했다.
피에르의 검이 위로 치켜올려진다.
“앞으로!”
쿵!
로마 병사들은 진형을 그대로 갖춘 채로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계속! 전진!”
쿵! 쿵!
연이어 나오는 로마군.
아몬드도 이 전진을 막을 방도는 없었다.
그 역시 이제 석궁병의 타깃이다. 보병들의 전진보단 석궁병의 조준을 신경 써야 했다.
철컥……!
‘한 발 막아야 돼.’
아몬드는 곁눈질로 석궁병들의 방아쇠를 살폈다.
기릭─
초집중 상태로 들어가니, 그들이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마저 환청처럼 들려왔다.
그도 그에 맞춰 숨을 들이쉬며 월도를 고쳐 쥐었다.
슥.
한 번 막고 나서 보병들을 어찌할지 판단하자.
피융!
화살 소리가 들리다.
아몬드가 곧장 월도를 들고 휘두르려는데.
‘어?’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퍽!
되려 그에게 화살을 쐈어야 할 석궁병이 쓰러졌다.
그뿐이 아니다.
그 옆, 그 옆의 옆 석궁병도 우르르 쓰러졌다.
‘화살?’
그들이 조선군 화살에 맞은 것이다.
그런데 조선 궁수들은 거리가 너무 멀 텐데?
아몬드는 반대편인 우측을 돌아봤다.
“쏴라아아아아!”
멀리서 로마 보병들을 쏘던 조선 궁수들이 죄다 달려오고 있었다. 달려오면서 쏴댄 것이다.
“제대로 낚았다. 석궁 놈들! 너넨 뛰면서 못 쏘지!? 으하하하!”
팡어의 목소리다.
거기엔 다른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다.
스팸, 당근, 롸떼까지.
조선 궁수들이 아예 전장으로 합류해 버렸다.
마음이 한층 안정되는 느낌이다.
전장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석궁병이 죽었으니 아몬드는 순간 노마크 상태가 되었다.
그의 시선이 피에르로 향한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놈을 죽여야 이 전투를 이긴다.
타악─
그는 곧바로 발을 박차며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