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6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33화
44. 넘겨(3)
산업 스파이라니. 그것도 무슨 기술 회사도 아닌 기획 회사에. 너무 거창한 표현이긴 했다.
이 녀석은 스파이를 하러 건너온 게 아니다.
산업 스파이로 몰아가는 건 단지 이경호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서다.
‘기업 입장에선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이걸 알려주는 거지.’
주혁이 만약 이경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면, 그리고 진짜 감사팀이었다면 이런 의심을 했을 수도 있다.
주혁은 그걸 보여주고 싶은 거다.
최강 기획이 널 이렇게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예고편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 예고편만으로도 상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
그는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난다.
“사…… 산업 스…… 스파이라뇨? 그게 무슨 억측입니까?”
놀란 것치곤 꽤 조용히 속삭인다.
여기가 비록 최강 기획의 사옥은 아니어도 관련자들이 즐비하게 돌아다니는 곳이니까.
이런 얘기를 크게 할 순 없는 거다.
“아이. 놀라지 마시죠. 이미 그렇다고 규정 지은 건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렇게 커피나 마시면서 얘기하진 못했겠죠.”
“아니, 전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의심의 정황이 있는 건 분명한데요? 그거조차 인정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 그건…….”
법인의 설립 시기와 퇴사 후 이직 시기 등을 고려하면 의아한 건 맞았다.
“하…….”
이경호는 인상을 한참 찌푸리고 생각하더니. 주혁을 향해 역으로 물었다.
“아니, 그래서 왜 오신 겁니까? 의심의 정황이 있으면 당신 말대로 그냥 전부 파일 뜯고 수색하시면 되잖아요. 전 결백합니다.”
“오오?”
결백이라니. 그럴 리가.
이렇게 순진하다니.
이 녀석은 감사를 당해본 적이 없는 듯하다. 아니, 그런 걸 당하는 걸 본 적도 없는 모양이다.
하긴 사회생활을 오래 했어도 대기업 생활은 얼마 못 했으니 그럴 수 있다.
“감사 들어가면 정말 그것만 뜯어볼 것 같습니까? 감사팀이 움직였는데 아무것도 안 나오면 얼마나 쪽팔린지 아시나? 그 쪽 안 팔리기 위해서…… 그런 분들이 아껴두는 보루들이 있죠.”
“보루……?”
“당신 법카로 주유하지? 그냥 회사에서 카드로 주니까.”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개인 용도로 여행 갔다 온 주말에 쓴 기름인데도?”
“!”
“그런 거 그냥 나중에 한 방에 법카로 업무용인 것마냥 긁잖아? 너무 빡빡한가? 어쩔 수 없어. 그게 룰이니까.”
“…….”
“회사 돈 관련 영수증도 내다 안내다하지? 평소엔 별로 터치 안 하니까. 어차피 일일이 못 잡거든 그런 건. 그리고 남겨두는 거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뭐, 뭐요?”
“뭔가 냄새가 나는데. 증거는 안 나온다? 그럼 그런 걸로 물고 늘어져. 사사건건. 그럼 다 토해냅니다.”
“…….”
이경호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어디 주유뿐일까? 이따금씩 업무차 외근 갔다 사우나라도 들르면 법카로 긁어버리곤 했다.
업무인지, 개인인지 헷갈리는 일들이 많다. 그런 건 전부 법카로 처리했다.
알게 모르게 다들 그런 식으로 비용을 처리하고, 회사도 그 정도 금액은 평소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점차 개인과 법인 돈의 경계는 흐려진다.
본인도 모르는 새 아무렇게나 쓰게 된다.
그런데 이경호는 점차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은 왜 먼저 와서 이런 걸 알려주는 거지?’
감사팀이라면 그냥 건수 잡았으면 바로 조져야 맞지 않나?
혹시 이해관계가 있나?
뭔가 일이 벌어지면 안 되는 상황인가?
뭔가 사내의 정치적인 상황이 엮여 있나?
아니, 그보다…….
‘이 자식 감사팀은 맞아?’
이경호는 갑자기 눈앞의 남자가 의심스러웠다.
혼자 다니는 거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업무 중에 끼어들어 인터셉트 한 것도.
이상하다.
“당신. 이름이 뭡니까. 그러고 보니 명함도 못 봤는데.”
“이런 일로는 명함 안 드립니다.”
“…….”
그런가? 감사팀은 명함을 안 줘?
이경호는 저 혼자 감사팀에 끼워맞추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본 적이 있어야 알지.’
다 차치하고, 혼자 온 건 정말 이상한 일이다.
명함도 함부로 안 주는 놈들이 혼자서 이런 업무를 수행할 리가 없다.
물어보자. 왜 혼자인지.
“그럼 왜 혼자 온─”
──척.
그때, 상대가 명함을 내밀었다.
“?”
감사팀은 명함 안 준다며?
다음 순간, 그는 왜 그가 명함을 줬는지 알 수 있었다.
감사팀이 아니니까.
“매, 매니저? 뭐야 너 이 새끼──”
──쾅!
이경호는 분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하는 새끼야?”
“거기 다 써 있는데? 뭐 하는 새끼인지.”
주혁이 비아냥거렸다.
“그러니까! 왜 감사팀 행세를 했느냐고!”
“제가 언제요? 감사팀이라고 생각한 건 당신 머릿속에서지.”
“버, 법무팀? 법무팀이라 했잖아?!”
“저희 회사에선 제가 법무도 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개자식 최강그룹이라 말한 적도 없다.
‘뭐 이런 황당한 새끼가 다 있지?’
이경호는 어이가 없었다.
“근데 제가 감사팀이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화가 나셨담?”
저 히죽거리는 얼굴을 한 대 쳐주고 싶지만, 사회생활 어언 10년 차에 이르는 인내심으로 겨우 참아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이상한 의문점이 또 스쳐 간다.
‘잠깐.’
잠깐, 잠깐.
‘아니 씨발? 근데 이 새끼가 어떻게 다 알고 있지?’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감사팀이 아니라면 어떻게 아는 거야.
법인이 생긴 시기와 이전 회사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그 법인이 죽은 법인이라는 것도.
돈의 흐름까지.
설마……?
“너…… 누구냐?”
걸리는 사람은 하나뿐이다.
서지아.
“현 남친.”
주혁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
이럴 수가.
역시 그 녀석과 관련된 거구나.
주혁이 일어나 그의 어깨를 눌렀다.
“이봐. 그냥 다시 앉아. 아까 내가 예고편 보여줬잖아? 여기서 그냥 걸어가면 본편은 더 끔찍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돌변한 말투.
“예고편?”
“아오. 눈 아파. 이제 이것 좀 빼야겠네.”
슥.
그는 렌즈를 빼내더니 안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착용했다.
요즘 흔치 않은 무테안경.
‘낯이 익은데. 정말 그럼…….’
이경호는 이제야 그를 어디서봤었는지 기억해 냈다.
이 새끼 정말 서지아 쪽에서 온 거다.
하?
진짜 같잖은 놈들이네.
이경호는 이제 웃음이 나왔다.
“겨우 협박하는 게 우리 회사에 법인 있다고 말하겠다는거야?”
“뭔 협박?”
“예고편이라며.”
“아. 그게 협박인가? 네 말대로 ‘겨우’ 협박의 범주에 넣을 순 있겠네.”
“…….”
뭔가 더 있다는건가?
근데 그럴 수가 없다.
아까 본인 입으로 말했잖은가. 수익이 오간 적이 없는 죽은 법인이라고.
“뭘 더 하겠다는 거지? 네 말대로 그건 죽었어.”
이경호의 법인은 수익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없다.
애초에 죽은 존재다.
“죽은 사람한테 죄를 물을 수가 있나? 아니, 죄를 짓는 게 가능하긴 해?”
그런 존재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봐야 소용이 없다.
“뭘 더 하려 해봐야 거의 범죄 수준밖에 안 될 텐데?”
만약 억지로 뭔가를 더 하려 한다면, 거의 범죄에 가까운 일이 될 거다.
“지금 이거도 너 아슬아슬하잖아? 사칭한 거야. 너. 범죄자라고 이 새끼야.”
사칭, 범죄자 등 자극적인 단어에도 주혁은 전혀 타격이 없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사칭? 뭔 사칭.”
“…….”
그러게. 뭔 사칭이지.
“내가 사칭을 했다 쳐도, 네가 뭘 손해 봤는데?”
“…….”
“보이스 피싱도 돈 잃은 거 없음 신고 접수도 안 되는데. 당신 혼자 망상 속에서 본 사칭을 신고하려고?”
이경호는 끝까지 으르렁댔다.
“어린 놈이 법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법 무서운 줄 모르는 건 스토커 새끼지.”
“스, 스토커? 그게 어떻게 스토커야!”
“그쪽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
“이런 미친 새끼. 지금은 네가 콩깍지가 씌어서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주기라도 하려나 본데. 고작 여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나?”
거의 이성을 잃은 듯했다.
그 무섭다는 대기업 감사보다 서지아 얘기에 거품을 문다.
“어디 뭘 할 건지 한번 해봐! 날 치기라도 할 거야? 여기 와서 뭐 하겠다는 거야?! 이 건방진 새끼가……!”
“…….”
상대가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 버렸다.
주혁은 잠시 쉬어간다.
‘이러면 서로 곤란한데.’
이쪽이나 저쪽이나 화를 식혀서 이야기해야 했다.
상대가 너무 이성을 잃으면 말을 못 알아들어 버리니까.
이쪽도 피해가 커진다.
“사람들 쳐다보는데. 그만하지.”
“……?”
주변 사람들 시선을 의식시켜주자, 이경호는 금세 조용해졌다.
“하. 하…… 됐어. 난 간다. 니들끼리 뭘 하든 알아서 해.”
그리고 가방을 챙겨 일어서려 했는데.
“네 법인 수익 없다 했지? 있다면 어쩔래?”
이만 가려던 이경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다시 뒤돌아 선다.
“수익? 뭘로? 회사가 가동을 안 하고 있는데. 뭔 수익!?”
가동이야 시키면 그만이다.
“지아가 수익을 낼 거야.”
“뭐?”
무슨 개소리냐며 이경호가 조소를 띄운다.
“걔가 수익을!? 그러니까 수익을 낸 것도 아니고, 낼 거라고?!”
“그래.”
“대중문화예술 기획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이 어디 그런 애로 가능한 줄 아나?! 해봐야 법인 수익으로 볼 수도 없는 쥐꼬리만 한 수익이지. 중견 계약직 출신이 뭔…….”
수익이 너무 적다면 확실히 애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아는 일반 월급 정도의 수익이 아니었다.
“쥐꼬리? 편집자 일로 잘 벌 땐 네 월급의 대여섯 배도 벌 텐데. 무슨 소리 하는 거지? 이미 수익은 나고 있어. 그 회사 앞으로 안 하고 개인 명의로 되어 있을 뿐이지.”
“……뭐?”
나 최강 기획 과장인데?
내 월급에 몇 배? 걔가?
이경호의 동공이 감사를 받을 때보다도 더 크게 흔들렸다.
주혁은 조롱하듯 씩 웃었다.
“진짜 지아가 아무것도 말 안 해줬구나?”
“같잖은 소리를…….”
이경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으르렁거렸으나. 주혁은 그냥 넘겼다.
진짜 중요한 건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이건 조여들어 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지아가 버는 수익 중 이번에 들어올 수익을 그 법인으로 돌렸어. 그러니까 수익 생길 거라고. 네 법인.”
“!”
지아는 개인 편집자로서가 아니라, 법인의 대표로서 이번 수익을 받기로 했다.
그러면 그 법인은 순식간에 수익이 생겨 버린다.
“자, 넌 최강 기획 재직 중인데. 네가 대표로 있는 법인이 갑자기 돌아가네? 어쩌나?”
“그, 그게 정확히 얼만데. 걔가 버는 돈이.”
이 자식은 지아 수익이 얼만지가 이럴 때 정말 궁금한 건가?
지금 지 직장이 날아가게 생긴 상황인데 말이지.
주혁은 황당해하며 말을 이었다.
“그건 어차피 알게 될 거고. 수익원이 너한텐 더 중요할 텐데?”
“수익원?”
“이번에 큰 거 하나를 넣을 거야. 우리가 광고 받은 걸로.”
“……?”
그들이 광고를 받은 곳. 히트맨 시뮬레이터로부터 받은 거다. 그런데 그 광고를 기획한 쪽은 어딘가?
“최강 기획이 기획한 광고지.”
“뭐……? 자, 잠시…….”
설마…… 지금 들어가려 했던 이 광고?
“그러니까 이번에 최강 기획 계좌에 찍힌 수익원이랑 네 회사에 찍힐 수익원이랑 같은 광고주의 이름이 찍히는 거야. 이 새끼야.”
“!”
이경호는 이제야 알았다.
이 자식이 하필 이 광고 촬영 때 등장한 이유.
이 광고가 이놈과 관련이 있는 거다.
‘이런 미친…….’
이제야 모든 실마리가 풀린다.
별로 좋지 않은 쪽으로.
“과장님이 법인 하나를 몰래 갖고 계신데, 설립 시기도 이상하고 이직 시기도 이상해. 근데 우리 회사랑 같은 광고주한테 돈을 또 따로 받네? 이거…… 뭐 같아 보여? 응? 이게 단순 투잡 같아 보일까?”
이경호의 이마에서 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이제 진짜 심각함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물었다.
“아니…… 그 수익을 정말 그 회사에 넣겠다고?”
“물론.”
“이, 이런 미친 새끼들…… 나 하나 엿먹이겠다고. 그런 짓을 한다고? 니들 돈으로?!”
그거보단 훨씬 중요한 일을 위해서긴 한데.
상대는 굳이 알 필요 없으니 주혁은 가만히 있었다.
“대, 대체 너…… 원하는 게 뭔데? 이걸로 뭘 어쩌겠다고?”
이제 다 조여놨다.
주혁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게 본론이자 결론이다.
“그 회사 넘겨.”
이거면 다 해결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