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6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35화
44. 넘겨(5)
그렇다. 애초에 주혁은 그냥 회사만 넘겨받고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미 이경호 만나기 전에 다 조져놨지.”
그날 촬영 때, 이미 서류는 다 정리되어 이경호의 회사로 보내졌다.
주혁이 이경호를 그날 촬영 때 붙잡고 있었던 이유는 그 서류가 보내진 걸 이경호가 전혀 모르게 하기 위함이었지. 만날 시간이 딱 그때뿐이어서가 아니었다.
즉, 적의 본진을 빈집으로 만들어놓고 들쑤셔 버린 거다.
“아……! 미리 보냈구나? 그런 루트가 있어?”
상현이 놀라며 물었다.
“뿌리가 같아서 그런지, 아성이랑 시스템은 같더라고. 내가 동료 건너건너 물어봤더니. 익명 신고 가능한 루트가 있더라.”
“아…… 그거…….”
상현도 아성에 꽤 오래 다녔으니 뭔지 알았다.
아성에선 유명무실한 제도라 생각했다. 익명의 내부 고발자라니.
그 루트가 쓰이는 날은 그냥 초상 치르는 날이라 봐야 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달랐다. 주혁은 외부의 사람이다.
최강 기획이 초상 치르든 말든 주혁이 알 바는 아니다.
“지아 회사에 사실 저번 달부터 돈 넣었거든. 거기에 히트맨에서 준 선금 중에 내 지분도 넣어놨어.”
“……!”
최강 기획과 같은 광고주의 이름이 입금자로 찍힌 법인 계좌.
그게 이미 만들어졌던 일이었다.
예고편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미 진행 중이었던 거다.
주혁이 술을 한 잔 더 들이켜고는 말을 이었다.
“걔가 그 뒤에 회사를 나가든~ 법인을 처리하든~ 이미 다 저질러놓고 튄 걸로밖에 안 보이겠지. 그 새낀 회사 입장에서 걍 범죄자야.”
“이야.”
상현은 놀랍다는 듯이 눈이 커졌다.
이경호는 이제 다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완전 방심했을 때 제대로 된 한 방이 날아왔다.
이렇게 맥여 버린 거구나. 친구지만 무서운 놈이다.
그런데 의문이 몇 가지 있었다.
“근데 그럼 이 회사는 괜찮은 거야? 지아는 이거 알아?”
지아 회사가 이경호의 징계와 연관이 있다면, 과연 무사할 수 있는 건지.
지아는 이 사실에 대해 아는 건지.
“…….”
주혁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상현이 깜짝 놀란다.
“회사 안 괜찮아?!”
어떻게 얻은 회사인데. 시작하면서부터 안 괜찮다면 당연히 놀랄 일이다.
“그거 너 대한국립문화 어쩌고 인증 안 돼서 여기저기 개고생하다가 겨우 증여 루트 찾아서 뺏은 건데…… 웁.”
주혁이 주변 눈치를 보며 그의 입을 막았다.
“아니. 인마. 조용히 해. 좀. 뺏긴 누가 뺏어. 그리고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이야…… 대한국립문화는 뭔…….”
“으우우읍?”
“그래. 회사는 괜찮아.”
“휴.”
상현은 입막음이 풀려서 내쉬는 숨인지 안도의 숨인지 모를 것을 내뱉었다.
“어떻게 괜찮은데? 제대로 연루됐잖아.”
“실제로 뒤져보면 아무 문제 없다는 게 나올 테니까. 이 법인이 돈 받은 건 다 합법적인 거잖아.”
“그럼 이경호도 빠져나오는 거 아냐?”
“아. 어. 뭐 히트맨이나 이 법인 건으로는 빠져나오겠지.”
주혁의 설계 아래에서 이경호는 이 법인으로 징계를 받는 게 아니었다.
다른 건으로 징계를 받게 된다.
“어? 다른 건도 있어?”
“어.”
“뭔데?”
“몰라.”
“뭐?”
“모른다고.”
“???”
모른다니? 뭘로 징계받을지도 모른 채로 설계했다고?
“모르지만 분명 건수는 있지. 그런 큰돈 오가는 회사에서 법카 들고 다니는 놈들. 털어서 먼지 안 나오겠냐? 이경호 평소 행실을 봐.”
“아…….”
거기에 걸었구나.
하긴 상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생활 쭉 하다 보면 아주 가끔의 예외는 있다만, 솔직히 거의 다 해당되는 것들이 있다.
“이미 한번 감사 들어간 순간 걍 끝이야. 끝.”
그래서 감사가 애초에 들어오면 안 되는 거다.
완전히 깨끗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애초에 회사 다니는 중에 자기가 대표로 있는 법인에서 수익이 난 것만 해도 100퍼 징계위인데. 그 외 법카 사용 용도 싹 돌리면 진짜 손해배상 청구까지 받고 해고되겠지.”
실제로 주혁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경호는 업무차라는 핑계로 이곳저곳에 회삿돈을 사용하곤 했다.
심지어 주혁을 만난 그날도 여느 호텔에 딸린 스크린 골프장과 사우나, 헬스장을 이용했다.
그러니까 이미 그의 계획대로 다 풀린 거다.
“그럼 왜 표정이 갑자기 구겨졌냐?”
근데 마지막에 그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상현은 그게 이상했다.
“지아는 모르니까.”
“……아.”
상현은 이제야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술을 털어 넣는다.
“하긴.”
옛 연인의 추락을 굳이 현 연인에게 전해 듣고 싶지 않을 거다.
주혁이도 그걸 전하고 싶지 않을 거고.
“잘했어.”
“어.”
주혁도 술을 털어 넣었다.
쪼르르.
상현이 곧장 술을 한 번 더 따랐다.
“여튼. 김 대표. 축하한다!”
그리고 자신의 잔을 높이 들어 주혁의 잔에 부딪친다.
짠!
“그래! 잘해보자!”
모든 걸 다 처리하고 축포로 마시는 술은 달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너무 쓰다.
그러나 주혁은 이를 악물며 쓴맛을 목 뒤로 넘겼다.
“크으…….”
일단 넘기고 나면, 기분 좋은 취기만 올라오니까.
‘이제 시작이다.’
주혁은 빨간 천으로 덮인 천장을 올려보며 되뇌었다.
지금까지 닦아온 길을 이제 두 발로 달려 나갈 때이다.
* * *
주혁과 지아가 공동 대표로 존재하는 회사는 쉽게 말해 스트리머들의 매니지먼트 회사가 될 예정이었다.
단순히 매니지먼트 즉 관리만 해주는 게 아니라, 편집자도 채용해서 올튜브 채널을 관리해 주고 어쩌면 그 이상의 일을 해줄 수도 있는 회사였다.
말 그대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이다. 대중문화라면 뭐든 기획해 줄 수 있다.
문제는 이 회사에 현재 속할 예정인 ‘대중문화예술인’인 스트리머가 ‘아몬드’ 단 하나뿐이라는 거다.
아몬드 하나로도 꽤 좋은 매출이겠으나, 이 매출 상당 부분은 아몬드에게 가고, 영상의 상당 부분은 지아에게, 그리고 남은 건 주혁에게 떨어지고, 그러고도 남은 건 회사로 간다.
그러니까…… 그냥 남는 게 없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아몬드에게 회사에 몇 %를 수익 배분하라 요청할 수도 없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회사는 존재할 수도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아몬드는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다.
일종의 명예 대표인 셈이다.
그래서 주혁은 사실상 이 회사를 3인 공동 대표격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까지가 현재 계획이다.
“그래 봐야 땅콩 회사인데. 뭔…… 대표만 3명이냐.”
에휴.
주혁이 한숨을 쉬며 탁자에 기댄다.
“어허. 지나가던 땅콩 기분 나쁘다. 호두 회사라고 해.”
건너편 테이블의 지아가 딴지를 걸었다.
둘은 지금 이 회사를 어떻게 굴려 나가야 할지 회의 중이었다.
“막상 가져오긴 했는데. 막막~ 하구만.”
주혁의 머릿속엔 나름 그림들이 있었는데. 막상 실행하려고 하니 조금 헷갈렸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제안해야 그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우선 본투비. 데려와야지.”
지아는 이 회사에 당장 영입할 수 있는 사람들 목록을 짜고 있었다.
본투비는 아몬드 덕에 스트리머를 시작하게 된 사람으로, 주혁과 함께 일해본 적도 있어서 아마 흔쾌히 수락할 것이다.
“그래. 본투비. 콜.”
본투비의 방송은 지금 대단치 않지만, 성장 중이다. 특히나 시빌엠 국가대항전의 본선이 시작되면 더 낙수 효과를 받게 될 거다.
“근데…… 본투비는 수익이 제대로 나려면 좀 걸려. 우리가 키워야 하는 입장이잖아.”
당장 도움이 되는 스트리머는 아니다.
“아몬드 말고 한 명이라도 더 기성 스트리머가 와주면 좋은데.”
주혁이 펜으로 테이블을 톡톡 건드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긴 한데.
이거 너무 염치없는 거 아닌가? 생각도 든다.
그녀가 과연 아몬드에 대한 호의만으로 와줄까? 그리고 부르는 게 맞긴 한 걸까?
지아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괜찮아. 천천히 해. 괜히 서두를 필요는 없어. 이미 어려운 일은 다 해결됐잖아.”
“아, 그래.”
주혁은 그제야 잠시 머리를 비우고 커피를 들이켰다.
회사가 생겼다고 해도 변한 건 없었다. 그냥 이대로 두고 지금까지처럼 아몬드 매니저 일에만 집중해도.
더 나빠질 일은 없었다.
걱정할 건 없다.
“주혁쓰.”
지아가 그의 얼굴을 붙잡고 돌리더니,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고마워. 그때 제대로 말 못 한 거 같아서.”
“……뭐, 새삼스레.”
주혁은 피식 웃으며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화제도 돌린다.
“아…… 지아야. 넌 그거 생각해 봤어?”
“뭐?”
“장 피디님하고 일하는 거.”
“아, 근데 그러면 우리 회사는?”
“네 말대로 천천히 가자며. 굳이 네 편집자로서의 일까지 회사랑 연관 지을 필요는 없어.”
“음…….”
지아는 국가 대항전 본선이 시작하면 일이 아예 없어지게 될 것이다.
“차라리 내가 본투비 영상을 편집해 주는 게 어떨까나.”
헤에.
지아는 약간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듯 웃어 보였다.
“국가 대항전 기간 끝나면?”
“그럼 다른 사람 써야지.”
“본투비 님은 그럴 사이즈가 안 될 수도 있어. 나중에 다시 바꾸게 되면 괜히 실망만 할 수도.”
“아…….”
본투비에게 지아 같은 프로를 붙여준다는 건 사실 수익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다.
아마 신입 편집자가 붙게 될 것이다.
국가 대항전 기간에만 지아가 붙었다가 나중에 신입으로 교체된다면, 그가 느낄 기분이 그리 유쾌할 리가 없다.
“그리고 솔직히 본투비가 우리 쪽에 온다는 보장도 없잖아.”
“그…… 그건 그렇지.”
“아니면 그 기간 동안은 쉬는 게 좋겠다.”
주혁은 슬슬 지아의 의중을 눈치채고는 그렇게 말을 돌렸다.
왠지 모르게 지아는 장 피디 쪽에 붙어 일하는 걸 꺼려 했다.
아마 조직 생활이 싫은 것 같다고 어렴풋이 추측해 본다.
“으응…….”
지아는 애매모호한 답을 하고는 고민에 잠겼다.
“지스타 때 영상이나 더 올려볼까…… 못 쓴 것도 많은데…….”
쿵!
그때, 주혁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우리 회사가 할 거 생각났다.”
“……깜짝이야.”
지스타 얘기가 나와서 갑자기 떠오른 게 있었다.
‘꽤 많은 스트리머들이 팔고 있었어.’
지스타에선 게임 관련 제품뿐 아니라 스트리머 관련 제품들도 플리마켓처럼 팔곤 했는데.
거기에 다양한 스트리머들의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당시 주혁은 저런 굿즈를 어디에 쓰나, 조금 황당한 기분이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사주는 걸 보고 우리도 한번 해보는 게 어떨까 고민했었는데.
다시 생각해 봐도 참 쓸모가 없는 물건들이어서, 주혁 성격상 쉽게 추진하지 못했다.
그런데, 국가 대항전 시즌이 겹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거다.
‘응원 도구라면 완전 필요하잖아.’
아몬드와 그 외 가짜 국대 팀들을 응원할 도구.
아몬드야 익명의 팬들이 만든 비공식 제품들이 몇 개 디스월드에 있었지만.
이걸 공식화한 적은 없었다.
그럴 여유가 딱히 없었던 거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아뿐 아니라 주혁 역시도 아몬드가 본선 진출하기 전까지 상당한 여유가 있었다.
“응원 도구를 만드는 거야. 국가대항전 팀들.”
“아? 괜찮네?”
“어. 아몬드 모자랑 박수 풍선, 뭐 이런 거. 디스월드에서 만드는 건 금방일 거 같은데.”
“그치. 디자이너만 찾으면.”
“게다가 다른 국가대항전 멤버들 것도 만들고, 전체 응원하는 것도 만들고…… 실물로도!”
“디스월드 말고 실물로도 만들 거면…… 공장도 찾아야겠네. 그건 좀 힘든데.”
“그치.”
여기서 주혁의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 제작. 이거 어떻게 싸고 빠르게 하지?’
자기 돈으로 사업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었다.
‘근데 아버지 그럼 누구 돈으로 사업하란 말입니까?’
늘 그런 질문을 했었는데.
보인다.
막상 사업을 차리고, 전쟁터에 나와보니 보여.
“……괴수.”
경기에 자기들 로고 노출시키고 싶어서 안달 났던 놈들.
“어?”
“괴수! 괴수 스폰서! 얘네 경기에 자기들 로고 노출되고 싶다고 했거든!? 유니폼은 안 되더라도 응원 도구는 얼추 되잖아!?”
“……!”
지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그렇네. 응원 도구를 걔네가 만들면…….”
“노출되는 거지! 광고비는 제작비로 하는 거지! 우린 공짜로 만들고 돈 받고 파는 거지!”
주혁은 잔뜩 흥분했다.
“여기에 아몬드나 다른 인기 좋은 멤버들 개인 응원 도구도 얹어서 제작하면…….”
아마 이 회사의 첫 번째 수익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