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6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36화
45. 출국(1)
“오…….”
이야기를 들은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원 도구 괜찮네. 예전 난트전 때 만들어달라고 하는 경우 많았는데.”
주혁이 아침 식사 중에 꺼낸 이야기에 동의하고 있는 거다.
다름 아닌 디스월드 상의 응원 도구를 만들어서 팔자는 이야기였다.
“그렇지. 그간 우리가 대회에 자주 참가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신경 안 쓰고 있었지만. 이번 본선은 좀 다르잖아.”
“……가자마자 떨어질 수도 있긴 한데.”
상현이 장난스레 딴지를 걸었다.
“앗…….”
주혁은 그런 생각은 미처 못 했는지 난처한 표정.
그러고 보니 조선이 본선 진출한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들 했는데.
왜 본선 가서는 쭉쭉 올라갈 거라고 생각한 걸까?
주혁 자신도 참 모를 일이라 생각했다.
이런 확률 계산에서 엄격한 편인데, 회사를 차렸다는 생각에 욕심이 너무 앞선 걸까?
아니면, 정말 국대를 응원하는 마음이 너무 커진 걸까?
이상하게도 주혁은 이들이 32강 따위에서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이런 게 희망 확증의 오류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주혁은 다시 고개를 저으며 리스크 평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너무 생각 많이 하지 마.”
상현이 아몬드 시리얼을 한 움큼 삼키고서는 말한다.
“우리가 32강에서 떨어져도, 디스월드 응원 도구 정도 만든 걸로 회사가 망해버리겠어?”
“어……?”
그건 그렇긴 했다.
까짓거 빚 좀 지면 지는 거지. 망하진 않는다. 어차피 원래도 빚 있었잖은가?
문제는 디스월드 응원 도구 정도에서 주혁이 멈출 생각이 없었다는 거다.
“그…… 난 오프라인 굿즈도 생각하고 있어.”
“그럼 32강 통과하면 만들자.”
“오?”
상현의 아무 생각도 없이 뱉는 듯한 발언에, 주혁은 혹하고 있다.
이 자식 왜 이렇게 잘 알지?
“그러고 바로 16강에서 떨어져도…… 솔직히 많이 팔릴 거야. 애초에 본선에서 한 번 더 올라갔다는 것만 해도 굉장할 테니까.”
“……괜찮은데? 리스크에 따라 생산 시기를 조절하자는 거구나?”
“음. 뭐 그렇지.”
“이야! 좋은데? 이러면 손해 최소화하겠다. 진짜로.”
그냥 눈치껏 하자는 걸 뭐 저리 어렵게 말하나, 싶었으나 상현은 그냥 넘어갔다.
‘난 비슷한 거 많이 봐서…….’
비록 상현이 중간에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던 동료들 소식을 아주 못 전해 들었던 건 아니었다.
심적 고통으로 인해 양궁 관련 소식만 차단했을 뿐. 그와 친분이 있었던 다른 운동 종목 선수들의 이야기는 종종 들었다.
올림픽 진출 이후, 그들은 늘 뭔가를 계획할 때 16강, 8강, 4강으로 나눠놓고 계획해야 했다.
그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인생이 한 번씩 바뀔 테니까.
그전까지의 계획은 무의미해지는 거다.
그러니 토너먼트의 단위로 모든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상현은 그 매커니즘을 굿즈에도 적용했을 뿐이다.
“좋아. 그럼 굿즈 쪽은 확실하게 도전해봐도 괜찮겠어. 문제는 다른 멤버들인데…… 그건 내가 쿠키 님이랑 얘기 나눠 볼게.”
이로써 아몬드 굿즈는 확정이다.
“오. 그럼 난 일단 방송에서 말해야겠다.”
* * *
본선을 위해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아몬드는 광고를 위해서든 단순히 소통을 위해서든 매일같이 방송을 켰다.
-캬
-오늘도 방송함?? ㅋㅋㅋ
-와우
-본선가기 전까지 매일 하시나요?
본선 진출 확정됐을 때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리진 않았지만, 그의 방송은 여전히 상승세였다.
[현재 시청자 8.3만]광고와 소통 방송만으로도 8만을 넘기는 상황이다.
‘이쯤에 말하면 될 것 같다.’
그는 시청자가 어느 정도 몰렸을 때, 슬쩍 이런 말을 흘렸다.
“아…… 확실한 건 아닌데. 아몬드 굿즈가 나올 거 같아요.”
-오?
-헐
-대박
-와아아
-드디어
-ㄷㄱㄷㄱㄷㄱ
-전설의 시작
-캬
시청자 반응은 꽤 괜찮았다.
사실 아몬드 정도 인기를 누리는 스트리머라면 진작에 굿즈가 몇 개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이제서야 나온 게 오히려 의아할 정도다.
“일단 당장 필요하신 응원 도구 위주로 나올 것 같습니다. 디스월드 내에서 쓰는 건 지금 논의 중이고.”
-오오오
-그래 우리 공식 응원 도구가 없었어 ㅠㅠㅠ
-와 이제 아몬드 박수 풍선 생기는거냐고 ㅋㅋㅋ
-아몬드 북도 생기면 좋을 듯ㅋㅋㅋ 호두 북이나 ㅋㅋ
말해준 것도 없는데 시청자들은 저들끼리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띠링.
[저작권 빌런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 모자 불법으로 파는 애들이나 잡아 족치죠? 형님.]-ㅋㅋㅋㅋㅋ그걸 어케 잡냐고
-ㄹㅇ 잡자
-그냥 아몬드 모양의 모자인 거 아님……?
“아. 저작 님 후원 감사합니다. 그건 그냥 아몬드 모양 모자라서…… 제가 진짜 아몬드는 아니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요?”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헉! 아몬드가 아니었어요? 너 누구야!]-ㅋㅋㅋㅋ
-엌ㅋㅋ 루비 공주님 드립에 배꼽이 뽷!ㅋㅋㅋ
-누구야! 2222
-ㅋㅋㅋㅋㅋㅋ커엽
“아. 루비소드 님 감사합니다. 아몬드는 맞는데. 견과류가 아닌…… 아니…… 이것도 이상한데.”
-견과류도 맞잖아. ㅋㅋㅋ
-너무 아몬드 자체가 되어버린 ㅋㅋ
-설명할 방법이 없어 ㅋㅋㅋㅋ
그 견과류 아몬드는 디자인 상표권이 스트리머 아몬드에게 없는 건데.
견과류 역시 아몬드에게 쓰는 표현이라, 아몬드는 잠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 틈을 놓칠 시청자들이 아니었다.
띠링.
[데카르트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자네가 아몬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나?]-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뇨!
-ㅅㅂㅋㅋㅋㅋ
띠링.
[유사과학자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역시 정체를 드러냈구나! 넛틸리언!]-넛틸리언ㅋㅋㅋㅋㅋ
-별 게 다나오네 ㅋㅋㅋㅋ
-랩틸리언이냐고 ㅋㅋ
-엌ㅋㅋㅋ
-이게 요즘 넛츠펑크 세계관에서 유행한다는 그 넛틸리언?!
넛틸리언이라니. 그건 또 뭐야. 아몬드는 황당했다.
그도 모르는 사이 별의별 밈이 생성되고 있다.
[찐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정보) 본래 정체는 견과류 인간인데 인간의 행세를 하고 인간의 형상을 흉내내는 종족을 넛틸리언이라 한다. 이들은 어둠 속에서 인간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ㅋㅋㅋ세계관 설명 지리네
-넛츠펑크는 대체 어디까지……
-……라는 내용의 소설 추천좀!
-흠. 그정둔가.
아몬드는 이쯤 해서 이 화제를 끊었다. 괜히 말을 꺼내서 이상한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버렸다.
“크흠. 여튼! 그 아몬드 모자 못 잡습니다. 잡아서도 안 되고요.”
-역시 넛틸리언이네. 못잡게 하는거보니까.
-아몬드를 왜 못잡게함?? 편 듬?
-미친ㅋㅋㅋㅋㅋㅋ
-채팅 도랏누 ㅋㅋㅋㅋ
-이미 물들었어
-아몬드 모자가 넛틸리언의 실마리겠군.
아무래도 이 넛틸리언에 관한 것도 굿즈로 만들어 버려야겠다.
아몬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굿즈 관려 잡담은 이만 마무리했다.
대충 굿즈가 나온다는 것만 알려줘도 충분했으니까.
“자. 다음 게임 갈게요.”
-다음 광고겠지
-다음 광고 갈게요~
-팩트) 홈쇼핑도 이 정도로 광고를 열심히는 안한다
-ㅋㅋㅋㅋㅋㅋㅋ
-재밌긴해~
그렇게 그는 방송을 더 진행했고, 본선 전까지 지스타에서 받은 광고 대부분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남은 건 좀비 스쿨뿐이네.’
유일하게 남은 건 볼륨이 조금 큰 좀비 스쿨뿐이었다.
아마 이건 대회 끝나고나 진행될 거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출국일이 다가왔다.
* * *
공식 1차 출국일은 본선 시작일로부터 2주 전이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이때 출국하는 건 아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 혹은 미리 가서 준비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만 이때 미리 출국한다.
한국은 싱크 탱크 팀, 플레이어 4~50명 정도가 이때 출국한다.
팡어의 말을 빌리자면 ‘무직 함대’만 출국하는 거다.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시합이 있는 주말에만 오가는 것으로 대체한다.
모든 본선 과정이 꽤 단숨에 진행되기 때문에 결승까지 가더라도 딱 주말 두 번만 쓰면 끝나게 되어 있다.
아몬드 역시 전업 방송인이니만큼 미리 가서 준비하는 이 ‘무직 함대’에 합류해 있었다.
그래서 오늘 새벽부터 그는 짐을 싸서 힘겹게 달동네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주혁이 도와줘서 망정이지, 혼자서는 캐리어를 들고 내려가다가 넘어질 뻔했다.
쿵.
드디어 캐리어가 정상적인 땅을 밟았을 때. 주혁이 인사를 건넸다.
“잘 갔다 와라.”
“그래. 너도 잘 처리하고.”
주혁은 한국에 남아 할 일들이 많았다.
“경기 시작 1주 전까진 응원 굿즈는 전부 풀릴 거다. 걱정 마.”
우선 그는 이번에 쿠키로부터 국가 대항전 팀의 굿즈 수익에 대한 전반적인 매니지먼트를 위임받았다.
아마 어느 때보다 바쁠 것이다.
“오키~ 간다.”
상현은 손을 흔드는 주혁을 뒤로하곤, 전세 버스가 오기로 한 자리로 가서 섰다.
“가짜 국대! 화이팅!”
주혁은 다시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계속 응원 구호를 외쳐줬다.
“고! 넛츠!”
“괴수! 크아아아!”
“킹~ 너네 나 못이겨! ~덤!”
많기도 하다.
* * *
전세 버스는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버스 안엔 익숙한 얼굴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이른 새벽인데도 다들 하나같이 눈이 말똥말똥하다.
아마 설렘 반 긴장 반이겠지.
상현은 빈자리를 찾아 안으로 들어가며 한 명, 한 명 인사를 건넨다.
“아몬드햄~”
“어. 스팸~”
“하이!”
“그래.”
그가 자리를 잡고 앉자, 가짜 국대의 카메라맨과 작가가 다가온다.
“아몬드 님! 새벽부터 힘드시죠?”
아마 인터뷰를 따려는 모양이다.
“아…… 좀 이르긴 하네요.”
“혹시 일본 놀러 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일본…… 가본 적은 두어 번 있다.
“아…… 일하러 간 적은 있죠.”
일하러 들른 거다. 그런데 놀러 가 본 적은 없다. 물어보니 새삼 생각난 건데…….
“아. 놀러 간 적은 없으세요?”
“생각해 보니까. 어딜 놀러 멀리 간 적이 없네요.”
놀기 위해 해외를 간 적이 없었다.
해외뿐이 아니었다.
단순히 놀기 위해 어디 멀리 간 적이 없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엔 있었을 수도 있나?
“아…… 그러시구나.”
제작진은 이후 이것저것 더 이야기를 한 후, 다른 쪽으로 옮겨갔다.
치승과 만두가 있는 쪽이다.
치승은 그들에게 비행기 창문을 열면 정말 구름이 들어오느냐고 묻고 있었다.
아마 저 장면은 가짜 국대에 반드시 실릴 것 같다 생각하며 웃고 있었는데.
불현듯 한 기억이 스쳐 간다.
‘어…….’
늘 기억하고 있었긴 했다만, 언젠가부터 지우려 무시했던 기억이다.
쏴아아아…….
예전에 바닷가로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상쾌한 파도 소리, 포근한 모래사장, 바람에 흩날리는 길고 찰랑이는 검은 머리칼.
그녀가 돌아본다.
「뭐해? 발이라도 담가보자니까.」
이쪽이 대답이 없자, 고개를 젓는 소녀.
「참내. 여기까지 와서 점잔 빼네. 언제 또 온다고.」
아침을 맞이한 새 같은 목소리로 조잘거린다.
「다음 올림픽, 그리스잖아. 거기 해변이 엄청 아름답다던데…….」
그건 무슨 말이었을까.
「넌 좋겠다. 난 아마 다음 올림픽까진 못 가겠지.」
어떤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었을까.
* * *
‘꿈이었나.’
잠시 눈을 붙였다가 뜨자.
어느새 공항 앞에 도착해 있었다.
무슨 꿈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바다가 나오는 것 같았는데.
“자~ 다 왔어요! 내리겠습니다!”
식빵이 꼭 학교 선생님처럼 앞에서 통솔한다.
다들 왁자지껄 한마디씩 떠들며 내려 자기 짐을 꺼낸다.
“후아. 형. 드디어 왔어요!”
치승이 신나서는 상현의 팔을 붙잡고 흔든다.
“……아직 한국인데?”
“아뇨! 공항이요! 공항!”
“아…….”
치승이는 공항에 온 것까지도 이렇게나 신나는구나.
“공항 별거 없어.”
상현은 피식 웃으며 치승을 진정시켰지만.
“오. 형. 자주 왔나 보다. 저 안내 좀.”
‘올 때마다 다 까먹는데.’
정말 자주 왔을 때도 매번 헤매던 게 공항이다.
상현은 필사적으로 앞줄만 따라간다고 결심 중이다.
“나 먼저 간다.”
“어? 형. 왜 급해! 저 좀 안내해 줘요!”
앞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걷긴 했으나.
분명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별로 들떠 있지도, 긴장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에게 공항은 헷갈리고 복잡한 곳일 뿐.
대단한 감흥이 있는 공간이 아니다.
외국에서 귀한 바이어가 오면 마중도 나가고, 혹은 관련 임원이 나간다 하면 배웅도 나가고…….
그에게 공항은 일종의 귀찮은 접대 장소였다.
그런 곳일 뿐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오늘 그가 들어선 공항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
새벽부터 왔던지라 아직 밖은 분명 어두컴컴했는데.
갑자기 온 세상이 하얗게 밝아져 버린다.
휘둥그레진 상현의 눈에 비친 수많은 인파.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성이 떠밀려왔다.
파아앙!
팡!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와 수많은 팬들, 쭉 깔린 공항 경찰들까지…….
상현은 이 풍경을 눈을 크게 뜬 채로 한참을 멍하니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이건 꼭…….’
이건 그가 늘 머릿속에 그리던 장면과 너무나 비슷했다.
‘진짜 국대 같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