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67화
24. 해체 분석기(2)
“여러분 우리나라가 또 활의 민족 아니겠어요? 활 하면 올림픽 양궁이죠!”
-와 ㅋㅋㅋㅋ
-ㄹㅇ 양궁 세트장임?
-이게 가상현실이라고?
-헐 실사인데 걍?
-미쳤다
-이거시 판타지아…….
-양궁은 너무 본겨적인거 아냐?ㅋㅋㅋ
그간 보여줬던 가상현실보다 높은 퀄리티의 구현율에 사람들이 혀를 내두른다.
그 분위기를 타고 유하연이 텐션을 끌어올렸다.
“예! 아몬드 님이 활로 유명하시잖아요? 근데 게이머들이 항상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특히 가상 현실 게이머들이! 과연 당신들이 정말 올림픽 사격, 혹은 양궁 선수들이 하는 것만큼 쏘냐는 거죠!!”
-ㅋㅋㅋㅋ 에이. 올림픽이랑 어따비벼
-진짜들이랑 붙으면 발리지.
-겜돌이가 무슨 ㅋㅋㅋㅋ
-ㄹㅇㅋㅋ
-저 말 항상 하긴 하지.
-아무리 가상현실이어도…….
“그래서 저희 판타지아가 모든 최신 기술력을 쏟아부어 개발한 ‘초현실 가상 공간’에서 진짜 실력을 테스트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가상은 가상 아녀?
-근데 구현율이 높긴 하네
-에이 ㅋㅋ
-ㄹㅇㅋㅋ는 아니지.
-ㅋㅋㅋㅋ 진짜 맞아?
“네! 그런 질문들이 나올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데요! 실제 올림픽 선수들이 현재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모델입니다! 아직 양산이 안 됐을 뿐이죠! 여기 인터뷰 영상도 있어요!”
각 분야의 선수들이 나와서 인터뷰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확실히 진짜 같은데…….’
상현도 그 영상을 보면서 손을 만지작거렸다.
확실히 그간 해봤던 가상 공간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런데 이런 게 있다고 한 번도 얘기 안 해줬잖아.’
머릿속이 복잡해진 상현. 그의 눈이 뒤쪽 스태프를 향했다. 주혁에게 사인을 보내려 했던 건데.
그러나 보이는 거라고는 스태프가 아니라, 경기장의 벽이다.
아. 그랬다. 여긴 가상 현실이었지.
‘정말 구분이 안 가네.’
순간적으로 진짜 현실과 혼동했다.
이런 일은 이전 캡슐에서는 없었던 일이다. 그간 풀다이브 캡슐은 게임 그래픽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느낌이지, 진짜 현실과 혼동은 없다.
그런데 여긴 달랐다.
풀의 질감, 바람에 실린 은은한 향기, 신체 부위마다 다른 미세한 무게감까지.
여긴 게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만든 공간이 아니었다.
현실과 혼동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공간이다.
“아몬드 님?”
잠시 멍하니 있는 아몬드에게 유하연이 묻는다.
“아. 예.”
“여기서 활을 골라주세요.”
“예.”
별생각 없이 고개를 돌린 아몬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렇게까지 똑같을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똑같이 구현된 모습이다.
그가 프로 시절 쓰던 그 브랜드의 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심지어 부품도 따로 바꿔 낄 수 있다.
‘윈앤윈 사의 위아시스…….’
상현이 즐겨 사용하던 라인업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서 정확히 그가 쓰던 모델은 아니었지만.
‘그 라인 후속 모델인가 봐.’
확실히 비슷한 느낌을 주는 활이 있었다.
모델명을 보니 아마 후속이 맞다.
활을 잡는 손이 덜덜 떨렸다. 가상 현실이니 부상으로 안해 떨리는 게 아니다.
심장이 나를 쿵쿵- 두들겨서다.
‘캡슐방에서 했던 리얼 올림픽하고는 아예 달라.’
너무나 진짜인 활 앞에서 상현은 당연히 다시 한번 떨릴 수밖에 없었다.
캡슐방에서 했던 리얼 올림픽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신체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나, 활의 미세한 무게 중심 등이 전혀 구현이 안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한 번에 쏘지 못하고, 잠깐 망설였었다.
그런데 여기는.
“오. 그 활을 고르신 건가요?”
“예. 왠지 익숙한 느낌이라.”
진짜다.
상현 특유의 예민한 감각 탓에 약간의 이물감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경험해 본 가상 현실 중에 이만큼 진짜인 건 없었다.
거의 95% 정도가 현실과 구분이 안 된다.
활에 달린 스테빌라이저의 중심감, 핸드 그립의 촉감 등 아주 미세한 부분이 다를 뿐.
자고 있는 아마추어들을 납치해서 이 캡슐에 넣고 연습을 시킨다면 그냥 다 속을 것이다.
‘진짜 활…… 진짜 양궁이구나.’
그러니까 이건 진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진짜 활을 들고, 진짜 양궁을 해보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상현에겐 여기가 어떤 방송인지, 보고 있는 시청자가 몇인지, 플레티넘인 걸 증명해야 한다든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어떤 것도 별로 상관이 없게 됐다.
“양궁 전용 프로 활을 쏘시는 건 처음이시죠?”
귓가로 스치고 가는 유하연의 질문.
상현은 굳이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게 대답이 되리라.
기리리릭─
아무런 말도 없이, 숨소리조차 없이, 활 시위를 당겼다.
10년간 만져 본 적 없는 프로용 활임에도, 마치 오늘 아침에도 이걸로 쏘고 왔다는 듯,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드로우다.
* * *
아몬드가 활을 당기는 순간.
“…….”
유하연은 입을 떡 벌렸다.
중계를 해야 한다는 본분을 망각했다.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입을 벌리고, 두 눈을 못이라도 박힌 듯 상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게…… 뭐야?’
단순히 활을 당기는 모습에 이런 생각이 들다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저 세모난 공간.
활대와 활 시위가 만들어내는 저 삼각형의 공간.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아몬드가 시위를 당기는 순간, 온 세상이 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눈 앞에서 상현의 풀드로우 자세를 본다는 건 그런 수준의 충격이었다.
기리리릭─
끝까지 당겨진 활시위는 팽팽한 소리를 내었다.
팅…….
마지막으로, 스트링이 입술 중앙에 안착한다.
이게 홀딩(Holding)이다.
릴리즈(Release) 전의 마지막 준비 자세.
언제든 팽팽하게 당겨진 이 스트링을 놓으면, 화살이 날아갈 거다.
‘정중앙에 맞겠지.’
그리고 아마 과녁 한가운데에 정확히 꽂혀 들어갈 것이다. 유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마치 미리 그려놓은 미래인 듯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반드시 과녁의 정중앙이 뚫려 버릴 거다.
마이크를 쥔 유하연의 손이 떨린다.
-유하연 왜 말이 없어졌냐 ㅋㅋㅋ
-눈나 뭐해 ㅋㅋ
-와 자세 뭐야? 진짜 프로야?
-개간지다…….
그나마 카메라 너머에서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왜 아무도 이걸 느끼지 못하는 건지, 원망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숨 막혀.’
이 숨이 막히는 감각을.
살기에 가까운 아몬드의 집중력을.
그때.
“……!”
피융!
바람이 찢겨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런 전조도, 복선도, 근거도 없이 그냥 놓아져 버린 스트링.
상현이 자랑하는 미동 하나 없는 유령 같은 릴리즈(Release)였다.
이때 이미 유하연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아. 맞았구나.’
아니나 다를까.
푹!
과녁 정중앙에 화살이 박혔다.
허무할 정도로 예상된 그대로의 그림이었다.
그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거다.
아마 모두의 생각도.
-헐.
-와우
-근데 진짜 양궁이랑 같은 거 맞음? 그냥 평소 아몬드네 ㅋㅋㅋㅋ
-ㄹㅇ 걍 게임처럼 쏘는딩?
-ㅋㅋㅋㅋㅋ 잘 쏜다
-이야.
-간단하게 쏴버리네
-쏜 건지도 몰랐음.
-오우 뭔가 다른데? ㄹㅇ?
-헐 개 섹시 ㅠㅠㅠ
-키야~
이미 아몬드의 온갖 매드무비들을 다 시청한 시청자들에겐 당연한 결과였다.
유하연도 그 매드무비들을 봤다. 온갖 기예를 부리며 활을 쏴서 적들을 도륙하는 영상들.
그런 것들에 비하면 양궁의 활 쏘기는 어쩌면 지루할 터다.
아니, 지루해야만 했다.
‘전혀 아니야…….’
그러나 유하연은 확신했다.
이걸 실제로 본 사람들은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거라고.
“음. 잘 나가네.”
그래서일까.
그 다음 들려온 말을 유하연은 이해하지 못했다.
“네?”
“시험 삼아 쏴봤는데. 잘 나가서요. 확실히 현실감이 엄청나요.”
“아…….”
유하연은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게 연습이었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당연히 연습 삼아 한 발 쏴본 거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어야 맞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진짜잖아.’
판타지아가 구현하고 있는 이 가상현실의 리얼함을, 활을 쏘는 아몬드가 초월했기 때문이리라.
그 슈팅이 연습이든 실전이든 무슨 상관일까?
그건 그냥 그 자체로 진짜였다.
꿀꺽-
일단 유하연은 마른침을 삼키며 머리를 두드렸다.
‘정신 차려. 방송이야.’
방송 진행이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이어가야 했다.
유하연은 얼굴 근육을 한번 풀어준 뒤, 해맑게 웃는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와. 좀 치시네요?”
다시 원래의 톤으로 돌아왔다.
방송도, 그녀의 목소리도.
-ㅋㅋㅋㅋㅋㅋ
-마 좀 치네!
-ㅋㅋㅋㅋㅋ하연찡 조리돌림 밑밥 깔기 시작하네
-아몬드: 좀 치는 궁수 ㅋㅋㅋ
-방금 거 솔직히 좀 지리지 않음? 나만 느끼냐? 뭐지?
-좀 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누님!
아몬드에게 못이라도 박힌 듯했던 유하연의 눈은 이제야 다시 채팅창과 아몬드를 오고 간다. 원래 그래야 하는 대로.
“하지만 연습은 연습! 이제 진짜 스코어를 측정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궁금합니다!!
-궁금해요 선생님!!
-ㅋㅋㅋㅋㅋ 유치원이냐
-눈나아아아아 궁금해애애!
유하연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씩 웃어보인 후, 아몬드를 돌아봤다.
“준비되셨나…….”
요?
유하연의 말이 채 끝나기 전이었다.
푹!
어느새 쏘아진 화살이 과녁 정중앙으로 들어갔다.
-???
-오우!
-또 명중!!!
-이거 진짜 양궁 같은 거 맞음? ㅋㅋㅋ
-그냥 평소 아몬드네.
“어…….”
무어라 더 말을 잇기도 전에, 아몬드의 슈팅이 또 이어졌다.
파앙!
다음 화살도 과녁의 정중앙에 박혔다.
그다음, 그다음 다음의 것도.
파아앙!
팡!
파앙!
똑같이 과녁에 박혀댔다.
여기가 가상현실이어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박혔던 화살에 또 화살이 박혀서 방송 사고가 났을 것이다.
-헐…….
-미쳤다 ㄹㅇ임?
-헐 이 정도면 올림픽 나가도 되는 거 아냐?
-아니 이거 진짜 현실이랑 100%에요?
-한국에선 이런 인재가 게임 스트리머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헉
-에이 게임이니까 보정이 있겠지 그래도.
유하연은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아, 아니에요! 이거 보정 없다구요!”
저도 모르게 진실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전혀 아나운서의 톤이 아니었다.
-찐텐 목소리 뭔뎈ㅋㅋㅋ
-하연찡 커여웤ㅋㅋ
-눈나아아아아아
-헐 ㅋㅋㅋ 방송 톤 아닌 목소리 졸귀
그러는 순간에도 상현은 주어진 10발의 화살을 하나하나 다 정중앙에 쏘아 맞혀버렸고.
“……올 10점.”
전부 10점의 퍼펙트 스코어를 달성했다.
단순히 전부 10점이 아니었다.
‘시간이…….’
모든 화살이 1.2초 내에 날아갔다.
다 쏘는 데 12초가 안 걸린 것이다. 이게 가능한가? 이건 양궁 금메달리스트가 와도 될지 안 될지 의문이었다.
대체 일개 스트리머가 왜 이런 능력을 갖고 있지?
왜 진짜 프로들보다 프로 같지?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착각하는 걸까?
연이은 의문이 머리를 휘저었다.
유하연은 일단 최대한 빨리 이 테스트를 종료해야겠다고 느꼈다.
“이 테스트는 이만 종료할게요! 의미가 없네요!”
피이잉…….
맥 빠지는 효과음과 함께 현실 같던 양궁 세트장은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치 패배를 인정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