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7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43화
48. 디너 파티(1)
디너 파티는 오후 7시에 시작이었다.
장소는 경기장 옆에 마련된 큰 연회장.
시작 시간 10분 전.
수많은 버스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까만 해도 편한 차림에 머리도 대충 헝클어놨던 사람들이 전부 깔끔한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고 하나둘 등장했다.
“와아아아!”
디너 파티 때부터는 현지 내 팬들도 촬영이 허가되었기 때문에, 입구엔 이미 수많은 팬들이 몰려 있었다.
아무래도 일본에서 열린 경기다 보니 일본 팬들이 다수였겠으나.
다른 나라 선수들이 입장할 때도 큰 환호가 쏟아졌다.
조선 팀이 내린 건 6시 55분쯤이었다.
“아. 대한민국 팀 버스가 왔습니다.”
꽤나 차려입은 선수들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찰칵! 팡!
셔터와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아몬드가 내렸을 때.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현지에 있는 한국인 팬들의 화력도 있었지만, 일본인 팬들의 숫자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모르겠단 말이야…….’
상현은 본인이 왜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채 양손을 대충 흔들며 연회장을 향해 걸었다.
그러던 중─
‘어?’
그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뭔가 굉장히 이상한 걸 발견했는데.
무심코 그냥 고개를 돌려 시야에서 놓쳤다.
‘뭐지.’
상현은 다시 고개를 휙 돌려서 그들을 찾았다.
한 번 보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사람들이었으니,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상현과 눈이 마주치자 그들은 신이 나서 빽 소리쳤다.
“꺄아아아아아! 아몬드 옵~~”
웬 거구의 남성이 고성을 내지르며 두 팔을 흔든다.
딸기 슈터다.
“와! 우리 봤다! 잘하고 와요오! 경기에서 봐요!!”
그 옆엔 눈에 확 튀는 핑크색 머리인 미호도 있었다.
“어이! 아몬도! 이겨라!”
“와아아아하하!”
풍선껌, 타코야끼까지 있었다.
벌룬스타즈 멤버들이었다.
난트전을 함께하고, 그 이후로도 스트리머로서 꽤 자주 교류했던 사람들이다.
어쩌면 상현이 스트리머가 되면서 처음으로 만난 인연들이었다.
‘어떻게 온 거지?’
상현은 깜짝 놀라서 잠시 서 있었다.
설마하니 말도 없이 응원으로 방문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기 때문이다.
상현이 갑자기 멈춰 서자, 뒤에 있던 팡어가 얼굴을 들이민다.
“어? 저 사람 미호 아니야?”
그는 얼빠진 표정으로 한참 들여다보더니.
“와…… 실물 미쳤네. 여기 왜 왔지?”
미호가 아몬드 응원 문구를 들어 올리자 욕을 뱉으며 다시 걸어갔다.
“에라이.”
상현은 씩 웃으며 손을 여러 번 흔들어주고는 외쳤다.
“고마워요!”
그것이 팬들에겐 자신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엄청나게 큰 환호성이 되돌아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아몬드가 나한테 고맙대!”
“야! 미친! 나한테 했거든!?”
“이쪽 봤잖아!?”
“이거 뭔데!”
* * *
연회장으로 들어간 후.
상현은 아무래도 메시지를 남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일본까지 와주다니.’
일본이 무슨 지구 반대편은 아니지만, 스트리머들이 스케줄 빼기가 얼마나 힘든 건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여기까지 응원을 위해 발걸음을 해준다는 건 꽤 큰 결심이다.
[상현: 와 다들 고마워요! 깜짝 놀랐네]상현은 감동받은 복숭아 이모티콘을 함께 쐈다.
[타코야끼: 그냥 놀러 온 김에 우연히 들른 거다. 아몬도. 기고만장하지 마라.] [미호: ㅋㅋㅋㅋ놀러오는 거 겸사겸사 방송 컨텐츠도 뽑으러 왔져~ 응원단으로!] [풍선껌: 우린 우리끼리 놀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파티 잘해라!].
.
.
들어보니 이 응원조차 컨텐츠로 만들어서 왔다는 거 같다.
이런저런 얘기를 조금 더 이어가다가 경기 때 보기로 한 후.
이만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상현은 연회장을 둘러봤는데.
‘와.’
생각 이상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이다.
전통적인 화려함을 강조하는 샹들리에, 고급스러운 짙은 녹색의 카펫, 그리고 금빛 식기와 크리스털 샴페인 잔.
전체적으로 조명은 꽤나 절제되어 있어,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었으며.
어두운 녹색 카펫과 호두나무 질감은 고급스럽지만, 아늑해서 누가 보더라도 대접받는 듯한 느낌이 나는 공간이었다.
“이야.”
팡어는 자연스레 지나가는 웨이트리스의 샴페인을 하나 빼 들고 들이켜며 감탄했다.
“본선 올 만하네!”
정말 이 행사 하나를 위해서라도 본선에 오는 게 의미가 있는 듯했다.
이렇게 고급스럽게 꾸며진 공간에 수많은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드레스와 턱시도를 빼입고 돌아다니는 광경을 어디에서 보겠는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볼거리였다.
“이야 여자들 드레스 장난 아니다…….”
아무래도 남자들의 턱시도보단 여자들의 드레스가 화려함이 압도적으로 돋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대적인 드레스뿐 아니라 전통 의상을 가미한 화려한 의상도 많았다.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되면 맵 선택권을 주니까. 여자들 쪽은 완전 전쟁이구나.”
뭐?
맵 선택권?
샴페인을 따라 마시던 상현은 흠칫 놀라버렸다.
베스트 드레서 정도로 받는 보상치고는 너무 게임과 직결된 것 아닌가? 말이 되나?
의심이 됐으나 이는 사실이다.
“왜…… 너 설마 몰랐냐? 설명할 때 뭐 들은 거야.”
시빌엠이 파티의 흥을 위해 만든 이벤트.
베스트 드레서가 속한 팀에게 1차 맵 선택권을 1회 부여하며, 이는 꽤 오래 이어진 전통이다.
“아…… 크흠. 아는데요.”
“하. 그래. 남자는 몰라도 된다. 어차피.”
“무조건 여자만 선택되는 거예요?”
“아. 그거? 응. 이번 연도는 여자야. 주최 측 마음이거든. 원래 남녀 하나씩 하기도 했는데. 맵 선택권이 너무 많아서 말이 많았거든.”
“아…….”
“우리는 누구 준비한 사람 없으니 우리 상대 팀이 못 받길 바라는 거밖엔 없다.”
“걱정할 건 별로 없겠네요.”
32개국 중에 한 명 뽑히는 베스트 드레서가 하필 바이킹일 리가 있겠는가?
설마 그럴 리야 있겠나.
상현은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자. 이제 방송 들어갑니다~”
뒤쪽에 가짜 국대 카메라맨이 한 말이었다.
“아, 예.”
오늘 가짜 국대 팀 중 하나는 아몬드를 따라다니며 아몬드의 개인 방송을 송출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즉, 지금부터 켜지는 건 아몬드의 개인 방송이었다.
“아몬드 님. 준비되시면 시작해 주세요.”
“네.”
[브이로그 ep.3) 아싸 vs 파티]-??
-디너 파티?
-오오
-이건 뭔 컨셉이여 ㅋㅋ
-빼앗긴 아싸……
-아 ㅋㅋ 브이로그에서 맨날 지들 다 아싸라고하는 인싸놈들 비꼰거잖어~ ㅋㅋㅋㄹㅇㅋㅋ 이렇게 쓰면 되지 형?
-너드미 ㄷㄷ
자극적인(?) 제목 때문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아몬드는 카메라를 보며 잠시 시청자들과 대화한다.
“트하.”
-캬
-ㅊㅊㅊ
-스트리밍 푸드 파이터 ㄷㄷ
-또 음식이랑 싸우나요?
-와 여기 ㅇㄷ야? 대박.
“디너 파티 왔습니다. 파티장 한번 보여드릴게요.”
카메라맨이 한 바퀴 돌면서 풍경을 보여줬다.
-캬
-미쳤다
-와
-쩐다ㅠㅠ
-이게 본선!? 이게 본선?!
띠링.
[아싸판별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저…… 아싸라는 말을 제목에 쓰시기엔 인싸력이 굉장해 보이는 관상이신데? 협회에서 인정해주지 않을겁니다?]“아. 아싸 님. 감사합니다.”
-아싸님ㅋㅋㅋ
-ㅁㅊㅋㅋㅋ
-뭔 KS 인증마크냐고 ㅋㅋㅋ
“저 아싸 맞는데요. 이런데 처음 와요. 어떻게 말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아몬드가 설명을 하려는 찰나.
“아몬드 님이시죠?”
누군가 지나가면서 넌지시 물어왔다. 동양 쪽 남자로 보이는데.
키는 작지만 몸이 다부져 단단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가 두툼한 손을 내민다.
“저는 몽골에서 온 ‘트럭’이라 합니다. 아이디가 트럭이에요. 원래 트럭 운전사였어서.”
-??
-말 거는 법을 왜 알아야하냐고 알아서 거는데 ㅋㅋㅋ
-말 거는 법 모르는 이유: 사람들이 못참고 먼저 걸어서
-팩트) 진짜 인싸는 말거는 법을 모른다. 대답하는 법만 안다.
-캬 이게 아싸지! ……엥?
한 몽골인의 등장으로 아몬드의 변명은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
“오오오……?!”
동시에 옆에 있던 롸떼가 갑자기 놀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모, 몽골 트럭!”
“예. 맞습니다.”
자신을 알아봐 주자 트럭이 싱긋 웃는다.
팡어도 여자들을 쳐다보다가 뒤늦게서야 트럭을 보고 깜짝 놀란다.
“오오! 유, 유명 인사가!”
“……?”
상현은 누군지 몰랐다. 누군지 알아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인데 말이다.
“아. 이 자식은 진짜 뉴비라 몰라뵈는 점 죄송합니다.”
팡어가 대신 해명해 준다.
이걸 해명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만.
“괜찮아요. 저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흥미로운 분이잖습니까?”
번역투라 조금 교과서 같은 말투긴 한데, 사람 좋게 생긴 인상에 퍽 잘 어울렸다.
“괜찮으시면, 저기 몽골 쪽 사람들과 인사 한번 나누시죠. 우린 조선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오오오…….”
알고 보니 파티장엔 각 나라별 섹션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었다.
정확히 쓰여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섹션에선 몽골과 관련된 음식들을 내놓고, 어떤 섹션에선 퓨전 한식을 내놓는 식이다.
전통 맛 그대로 재현하면 잘 먹지 못하기에, 나름대로 퓨전을 시킨 게 어지간히 신경을 많이 쓴 파티라는 게 느껴진다.
“아, 이건 저희 육포로 만든 안주인데. 입에 맞으실 겁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자기들 음식을 내어주면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면 되는 거다.
“오. 조선 사람들이구나.”
“와. 반갑습니다.”
상현은 조선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는데.
아마 그가 주목해야 할 루키로 선정됐던 사건 때문인 것 같았다.
-이게 아싸?
-조선이 인기가 많누
-조선 사람들이래 ㅋㅋㅋㅋㅋ
-몽골 세보인다 ㄷㄷ
-조선 사람들ㅋㅋㅋ일본인들이 오. 조센징들이구나하면 바로 방송 터질듯ㅋㅋㅋㅋ
-팀 조선 캬~
아싸라는 제목이 달린 게 무색할 정도로 몽골 다음엔 잉글랜드, 페르시아 등에서 그들을 불러들였다.
특히나 전직 양궁 선수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상현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와. 난 실제 활 쏴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현실에선 상대도 안 되겠군.”
“한국 양궁이면 사실상 세계 최고 아닌가? 거기 선수였으니, 말 다 했지.”
“경기 잘 봤습니다.”
-전부 활쏘는 놈들이 부르네 ㅋㅋ
-캬 이게 아싸군요!? 앗싸!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목 계속 유지하는거 ㄹㅇ 킹받네
“조선 인기 많네~”
그러던 중, 상현은 착 달라붙는 세련된 노란빛 드레스와 마주치는데.
순간 상대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바이킹 쪽은 일부러 안 와?”
-와
-캬
-퍄
-크
채팅창엔 그저 감탄사만이 남발됐다.
그런데 아마 그들도 이 사람이 누구였는지 처음부터 알았던 건 아닌 듯했다.
-바이킹 분?
-그러니까 이런 분이 갑자기 와서 왜 나한테 안오냐고 하는게 아싸라는 거죠?!
-아싸가 힘을 숨김ㅋㅋ
“아…… 제시?”
“아, 제시? 라니…….”
제시는 슬쩍 고개를 돌려 머리를 흩날리며 놀려댔다.
“왜. 못 알아보겠어?”
그녀가 웃으며 머리를 넘기자, 장신구가 전부 반짝거리며 화사하게 빛났다.
화장도 다르고, 머리도 깔끔하게 정리되니 거의 다른 사람인 수준이었다.
-???
-제시였어???
-ㄴㅇㄱ
-헐
-미쳤다
-나 바이킹 응원함 ㅅㄱ
-제목 당장 고쳐
-나 이제 조선인 아님. 데인족임 ㅅㄱ
팡어도 옆에서 상현을 콕콕 찌르며 긴장했다.
“야. 저분은 또 누구냐? 어?”
“……형. 제시잖아요. 버스에서.”
“뭐뭐어?!”
팡어는 충격에 한참 동안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다시 콕 찌르며 속삭였다.
“야. 제시…… 완전 무슨 스파이 영화 여주인공 같은데? 어떡하냐?”
“어떡하냐뇨.”
“아씨. 베스트 드레서 되는 거 아니냐고!”
아. 생각해 보니 그렇구나.
제시는 바이킹인데.
바이킹이 1차전 맵을 고를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되면 조선에겐 그거 이상의 악몽이 없을 거다.
“……설마요.”
상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제시의 오늘 모습은 상상도 못 한 반전이었으니까.
그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거다.
제시는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웃으며 그들을 끌어당겼다.
“뭘 그렇게 속삭여? 이쪽으로 와. 소개시켜 줄게.”
그녀는 아마 바이킹 선수들이 있는 쪽으로 가서 소개를 해주려 했던 거 같은데.
팡──!
갑자기 조명이 꺼진다.
-엇?
-뭐야
-개꿀잼 몰카였습니다! 조선은 사실 예선 탈락했었습니다~!
-ㄷㄷ
-진짜 스파이!?
지이잉.
어두운 와중에 벽에서 스크린들이 내려오더니.
이내 스크린엔 국가 대항전을 상징하는 마크가 떠올랐다.
[아! 아! 파티 중에 죄송합니다. 다들 재밌게 즐기고 계신지요?]사고가 아니라 행사의 일부인 것이다.
[저희가 디너 파티 때 전통적으로 늘 보여드리는 게 있습니다.]“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제시는 뭔지 아는 듯 손목시계를 한번 확인하더니 스크린을 올려다본다.
[여러분이 각 나라를 상대하는 데 참고할 수 있을 만한 자료들을 발표하곤 했죠.]‘이건 또 뭐야.’
반면 상현은 이런 게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전혀 모르는 눈치 ㅋㅋㅋ
-다 아는 거 같은데 왜 얘만 모름? 진짜 모름.
-당근 어딨어
[그럼 한번 보실까요?]파앗!
스크린에 각 나라의 파워 수치가 떠오르면서 일렬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파워 랭킹?’
여기엔 나라별 순위뿐 아니라, 선수별 순위, 주목해야 할 선수 등…….
수많은 통계가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