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7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44화
48. 디너 파티(2)
본선 경기가 시작하기 전.
시빌엠 본사에선 재미삼아 참가 팀이나 선수들에 대한 각종 자료를 발표하곤 하는데.
이를테면 요즘엔 난트전 같은 작은 대회에서도 하곤 했던 파워 랭킹 순위 같은 것들이다.
이 평가는 물론 기본적으로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최대한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참고한다.
그래서 현재 누가 가장 파워가 높은 팀이고 누가 가장 언더독인지를 꽤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지표인데.
재밌는 점은 이 지표를 바로 오늘, 디너 파티에서 공개한다는 점이다.
-ㄷㄷ
-파워랭킹 나온다고?
-ㄷㄱㄷㄱ
-ㄴㅇㄱ
-조선 제일 밑에있냐 설마 ㅠ
-누가 1등임?
갑자기 불이 꺼진 연회장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진행자의 목소리.
그는 이내 파워 랭킹이 공개될 거라는 선언을 하더니.
[일단 모두가 관심 가지시는 파워 랭킹부터 공개해 보겠습니다!]스크린에 다짜고짜 팀의 순위가 나오기 시작했다.
1. 몽골
2. 로마
3. 중국
4. 오스만
5. 페르시아
.
.
.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국가들이 나열됐다.
“……와. 로마가 1위가 아니었어?”
팡어가 놀랐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앗……
-몽골이랑 붙으면 어케되는거임 ㅅㅂ
-몽골이 1위 ㄷㄷ
-아까 만났던 사람이 ㄹㅇ 최종 보스였누 ㅋㅋㅋ
-로마 2위따리였네
이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는데, 로마를 상대해 본 경험 때문이다.
꽤 잘나간다는 에스파냐와 로마 간의 격차가 어마어마했었고, 도저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저들도 본선에 올라오니 2위였다.
2위도 대단한 것이지만, 조선 입장에선 그들보다 위가 있다는 것에 숨이 턱 막히는 거다.
“흠. 바이킹 순위는 좀 낮네.”
제시가 옆에서 실망한 듯 중얼거렸다만 상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10위권이잖아……?’
바이킹은 32개국 중 무려 12위에 랭크됐기 때문이다.
-???: 아 하나 틀렸어~!
-이게 기만이죠?
-12위인데? ㅋㅋㅋ
-바이킹 만나는 거 이거 괜찮은 거냐?
-조선은 대진운이 왜이러냐
조선은 졸지에 첫 상대부터 12위 파워 랭크를 가진 상대를 만나게 된 것인데.
사실 이건 운의 영역이 아니었다.
조 2위를 한 이상, 파워 랭크가 높은 팀을 만날 확률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거다.
조 1위 팀을 무조건 만나게 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32개국 중 평균인 16위 이상의 팀을 만날 확률이 상당히 높은 건데.
12위 정도면 정상적인 매칭이다.
문제는…….
32위. 조선
정말 한 치의 자비도 없이 정확히 꼴찌에 랭크된 조선의 파워 랭크.
[아하하하! 맨 밑에는 아무래도 뉴페이스가 갈 수밖에 없겠죠. 단순히 통계일 뿐이니까. 너무 상심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모인 선수들이 가볍게 웃으라고 농담을 던진 것이나, 조선 선수들 입장에선 괜히 이쪽으로 시선이 와서 억지로 웃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희철은 애써 쿨하게 웃으며 샴페인을 들어 올렸다만 표정이 그리 밝진 못했다.
갸웃거리는 듯한 모습도 비춰졌다.
그게 또 스크린에 크게 잡혀 버리는 바람에 또 한바탕 사람들이 웃었다.
아마 희철도 사람들더러 웃으라고 그런 제스처를 취한 것일 터다.
-쿠버지 ㅠㅠㅠ
-좀 웃기긴하넼ㅋㅋ
-헬조선 ㅠ
-ㅋㅋㅋㅋㅋㅋ
-ㅠㅠㅠ너무하네
카메라가 사정없이 비추는 건 희철만이 아니었다.
아몬드도 꽤나 이슈였던 선수인지라 스크린에 비춰졌는데.
“?”
그는 미처 대비하지 못한 듯 아리송하게 굳어 있는 표정이었다.
[아. 조선분들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진행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는 말로 포장하려 했으나, 웃음만 더 자아낼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놀리고 있는 걸 수도 있었다.
상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끔 해외 시상식 같은 데서 연예인들이 농담 소재로 쓰일 때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막상 당해보니 그들의 태연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마 그때 옆에 있던 제시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아마 카메라는 더 오래 상현을 비췄을지도 모른다.
[워! 워!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카메라 돌려!]-제시좌 ㅋㅋㅋㅋㅠㅠㅠ
-이렇게하면 바로 카메라가 도망가는구나 ㅋㅋㅋ 개꿀팁ㅋㅋㅋ
-이게 퍽크러쉬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퇴마술 레전드 ㅋㅋㅋ
카메라는 어찌 됐든 물러갔으나, 시청자들은 계속해서 울분을 터뜨렸다.
-아니 어케 사정없이 꼴찌를 주냐고 ㅋㅋㅋ
-조선 돌풍이니 뭐니 기사 쓸 땐 언제고 ㅅㅂ ㅋㅋㅋ
-꼴찌는 진짜 너무하네
-쿠만 보단 높게 줘 새끼들아
그래도 올라올 때 보여준 모습이 있는데, 꼴찌에 랭크되는 건 서운하다 등, 불만을 토로했으나.
‘다들 본선에 올라온 팀이니까.’
여기 모두 본선에 진출한 나라뿐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어떤 팀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올라온 팀은 없었다.
[자, 다음은 슬라이드로 여러 통계들이 계속 공개될 테니까. 천천히 파티를 계속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슬라이드가 넘어가며 나라별 관객 수 같은 희한한 지표들도 나왔다.
[파티 피날레엔 저희가 베스트 드레서를 선정하거든요?]베스트 드레서 선정이라는 말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디너 파티 적극적인 참가를 부추기기 위해서 꽤 좋은 상품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오늘 용기 내어 드레스를 입으신 분들! 불편함을 무릅쓰고 각 나라의 전통 의상을 입고 오신 분들!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되시면! 무려 1차! 맵 선택권을 드리거든요!?]-???
-엥?
-와 ㄹㅇ??
-ㅁㅊㅋㅋㅋ
-헐
-미친 너무 쩌는거 아님??ㅋㅋㅋ
베스트 드레서에게 주어지는 건 무려 맵 선택권이다.
이미 아는 사람들도 소수 있었겠으나, 시청자들 대부분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맵 선택은 전력이 비슷한 팀끼리 대결에선 너무나 중요한 요소니까.
[다만 이번 연도는 여성복에서만 평가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아! 물론 트렌드에 따라 자신이 여성이다 주장하시는 분들이라면 다 가능합니다만…… 하하!]한바탕 웃음소리가 지나간다.
-ㅋㅋㅋㅋ
-ㅁㅊㅋㅋ
-우리 팀 한복입은 사람 없던데 ㅠㅠ 이런거 전통의상이 더 잘 뽑히지 않나?
-남자 옷 평가하다가 ㅈㄴ 싸웠나봄ㅋㅋㅋ
-아몬드 여장 ㄱ
진행자가 사라진 후, 사람들은 이제 너도나도 베스트 드레서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이 틈에 상현은 제시에게 말을 꺼냈다.
“아, 제시. 아까 바이킹 사람들 만나러 간다며?”
애초에 그는 지표들이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 응. 근데…… 잠시만?”
그런데 제시는 잠시 기다려 달라며 스크린에 집중했다. 뭔가 더 기대하는 지표라도 있는 건지.
“크흠…….”
상현은 결국 스크린을 다시 올려보는데.
-ㅋㅋㅋㅋ
-크흠……ㅋㅋㅋ
-아성식 눈치주기 뭔데!
-아아가는 파워랭킹이 싫어. 그냥 싫어.
아무래도 그의 눈엔 계속 조선에 관한 지표만 들어오니까.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나름 조선이 좋게 나온 지표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조직력 부문에서였다.
그 대목에서 상현이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했다.
“이거 완전 축구네요.”
-ㅋㅋㅋㅋㅋ
-앗……
-볼점유율도르 ㅋㅋㅋ
-역시 한국인
-이게 이렇게 돌아오네 ㅋㅋㅋ
그래도 축구에서 말하는 조직력보단 시빌엠에서 말하는 조직력이 가치가 높긴 했다.
축구는 단 한 명이 수비 여럿을 제치든 뭘 하든, 어찌 됐든 골을 넣으면 끝이지만.
시빌엠은 여러 명이 한 땅을 차지하면서 계속 영역을 넓혀가는 게 핵심이니까.
그 외에도 조선은 변칙적인 전략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평균적인 대인 전투력과 수비 상황의 무기력함이 크다는 점에서 점수가 크게 내려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보니 이해가 되긴 하네요.”
제시가 왜 이걸 보자고 했는지, 알 것도 같다……라고 느끼던 찰나.
[이번 시즌 가장 주목할 신인]선수에 관한 자료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제시가 아몬드의 팔을 잡으며 흔들었다.
“이거 봐. 이거.”
1. AAlmond
놀랍게도 1위.
정말 1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아아몬드의 이름이.
“!”
상현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순위였다.
주목해야 할 루키라고 기사에 난 적은 있었는데, 이 많은 선수들 중에 1위일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던 것이다.
-엥???
-와 ㅁㅊ다
-1위???
-ㄷㄷㄷ
-화끈하네
-신인이 1명인거 아님?ㅋㅋㅋ
-크~
“어때? 그래도 좋은 지표도 있잖아?”
“아…… 고마워. 제시.”
제시는 이걸 보여주려고 가진 않았던 모양이다. 앞서서 상현의 표정이 안 좋았던 걸 알고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던 거다.
-제시좌ㅠㅠㅠ
-제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몇 번을 구해주십니까 제시좌
-감동이다 ㅠ
“자. 이제 친구들 만나러 가자.”
덕분에 상현은 한층 밝은 표정으로 제시의 친구들과 만나볼 수 있었다.
* * *
파티는 밤이 깊어질수록 무르익어, 어떤 사람들은 이미 서로 취해서 기대어 누워 있는 경우도 있었고.
아까보다 훨씬 큰 소리로 떠들썩해지는 테이블도 여럿이었다.
깔려 있던 샴페인과 음식은 슬슬 빈자리를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서 있는 사람보단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장시간 서 있어서 다리가 아픈 것이다.
특히나 힐을 신은 여성들 대부분은 이 시간쯤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곧 선정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상현도 우연찮게 건너건너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야. 조졌다. 제시 얘기를 제일 많이 한다. 이거 완전 낚인 거야 우리.”
팡어가 하는 말처럼 꽤 많은 사람들이 제시를 지목하고 있었다.
인지도가 있는 플레이어인 데다가 그 드레스의 모든 것과 그녀의 모든 것들이 찰떡처럼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하아…….”
상현은 나지막이 안타까움의 한숨을 흘렸다.
이 모든 게 마치 조선에게 시련을 주려고 작정한 듯했다.
“이게 말이…… 되나?”
아무래도 베스트 드레서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람들의 투표였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ㄹㅇ
-32분의 1 ㅋㅋㅋㅋ
-그게 하필 제시라니 ㅠ
-제시 누님 아몬드를 두 번 구해주시고 조선을 안락사시키시려는 계획이셨구나……
-젠장 ㅠ
그러다 보니 본인이 만나게 될 국가에 속한 사람에겐 투표를 하지 않는데.
조선은 수도 적어서 여기서 완전 불리했다.
이에 싱크 탱크 팀은 연회장 입구에 모여서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우린 다음 후보를 밀어야 돼. 누구 해야 되는 거야.”
치승이 심각한 표정으로 만두와 곱스피어에게 물었다.
“아…… 일본에 그 기모노 입고 온 애. 걔가 유력하던데?”
만두는 여자들과 대화하며 얼핏 들은 이야기로 전략을 짜본다.
“베리모찌?”
“응. 걔 밀면 될 거 같아. 전통 복장이니까. 약간…… 가산점도 있잖아?”
“너무 전통 복장만 뽑혀서 요즘엔 안 뽑는다는 얘기도 있어. 제시가 완전 유력할 거야. 하…… 진짜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냐고!”
치승이 자신의 머리털을 끌어당기며 절규했다.
“우리도 한복이라도 한 명 입었어야 했나?”
그때였다.
“아.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 여성의 목소리가 그의 귀로 흘러들어왔다.
여성치고 낮은 목소리.
이는 분명 기억하는 목소리다.
치승이 고개를 돌렸다.
“뭐야. 너네 왜 다 여기 모여있어?”
바름이었다.
아니, 방금의 목소리는 바름이 아니었는데?
이내 치승의 눈이 옆으로 움직인다.
그곳에 있었다.
바름이 데리고 온 새로운 지휘관 후보.
“……어.”
치승은 순간 눈을 의심했다.
‘뭐야. 왜 서 있지? 다리가 다 나았나?’
분명 휠체어에 의존하던 거 같았는데.
일시적인 부상이었던 건지 뭔지 그녀는 오늘 두 발로 서 있었다.
그래서 못 알아봤던 걸까.
아니다.
무엇보다, 그녀의 화장과 오늘 입은 옷 때문이다.
전혀 이런 게 어울릴 거라 생각도 못 할 법한 이미지였는데.
치승은 저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이순신 폼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