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7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45화
48. 디너 파티(3)
이제 음식도 어느 정도 먹었고, 사람도 실컷 만났다.
돌아다니면서 양궁 선수 시절 이야기만 서른한 번쯤 반복한 거 같다.
말하고 보니 본선 진출한 나라 전체에게 말한 횟수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랬었나?
상현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입이 심심하거나 어색할 때마다 샴페인을 들이켰더니,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해롱해롱했으니까.
그래서 그는 잠시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쳐다봤다.
지이잉.
주혁에게 메시지가 와 있다.
[주혁: 잘 지내냐?]꽤 간만에 온 소식이었다.
그는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엄지를 낑낑대며 움직여 답장을 보낸다.
[상현: ㅇㅇ 굿임] [상현: 지금 디너파티 중. 거의 끝난 듯]잠시 멍하니 천장의 샹들리에를 바라보고 있으니, 다시 주혁에게 메시지가 왔다.
[주혁: 오. 굿이라니까 하는 말인데. 굿즈 나왔다 ㅋ]“…….”
상현은 앞의 말을 지적해 주고 싶었으나, 굿즈가 나왔다는 말에 주의가 확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주혁이 메시지를 더 보냈다.
[주혁: 우선 디스월드 굿즈부터.] [주혁: (링크)]주혁이 보낸 랭크는 디스월드 스토어의 한 페이지였다.
아몬드 모양의 응원봉과 아몬드 모양의 모자 등.
아몬드 굿즈가 나온 모습이다.
“……오.”
꽤 그럴듯한? 아니, 다른 잘나가는 유명인들의 물건과 비교해도 차이를 모르겠는 수준이었다.
바리에이션도 다양했다. 예상 가능한 물건들도 있었지만.
가상 세계 굿즈라 그런지, 몸 전체가 아몬드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엄커나아(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슈트, 아몬드와 기타 견과류 폭죽을 터뜨리는 믹스넛츠 폭죽 등. 상상도 못 한 물건들도 존재했다.
[주혁: 아몬드 굿즈는 괴수 팀에서 제작한 게 아니라 회사에서 직접 고용해서 만들었어.] [상현: 이걸 네가 한 거라고??]상현이 황당한 표정을 짓는 토끼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러자 주혁이 점잔 빼는 강아지 이모티콘과 함께 대답한다.
[주혁: 별로 어렵진 않더라고, 워낙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새로운 회사를 건네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디스월드라지만 이런 굿즈를 자체 생산해 버리다니.
상현으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주혁: 이제 실물 굿즈도 나올 건데. 빠르면 내일 일본에 도착한다ㅋㅋ] [상현: 내일???]내일이라니. 뭐가 이렇게 정신없이 진행되는 거야.
[주혁: 이제 곧 경기 시작이잖아] [주혁: 파티타임!]주혁은 선글라스 낀 강아지가 찡긋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상현: 실물은 뭔데?] [주혁: 응원도구들] [주혁: 아몬드 관련 응원도구는 괴수에서 만든 게 아니고, 국대팀 응원도구는 괴수에서 만든 거야. 괴수 마크가 꽤 많이 들어갈 거야.] [주혁: (사진)]주혁이 사진으로 예시 이미지를 보여줬다.
하얀색 배경에 빨간색 무늬, 초록 무늬로 해태 같은 괴수 문양이 박혀 있다.
조선의 컨셉과 잘 맞으면서도, 확실히 괴수에서 스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혁: 나머지 멤버들의 개인도구는 좀 더 걸릴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이쪽에서 아직 생산각을 보고 있어. 투자할 가치가 더 있는지.] [상현: 아…….]팀 응원 도구가 나왔고, 아몬드 개인 응원 도구가 나왔다만.
팀 멤버들의 개인 응원 도구는 아직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파악 못 한 상태인 모양이다.
상현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곧바로 알아들었다.
[상현: 이겨야겠네]이번 바이킹전을 이겨야 한다는 것.
그는 주먹을 불끈 쥐는 복숭아 이모티콘을 보낸 후.
이만 휴대폰에서 시선을 거뒀다.
“자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현장이 한껏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죄다 일어서 어디론가 향했고, 형형색색 드레스들이 여기저기 엉키면서 시야를 가려댔다.
“오늘! 베스트 드레서에 선정될 후보분들은! 자리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자! 드레스가 길기 때문에! 천천히! 천천히 나와주세요! 시간은 많습니다!?”
워어어어어어!
아는 얼굴들이 잔뜩 꾸민 채로 하나 씩 무대 위로 올라가다 보니, 환호성이 거세게 터져 나온다.
“로렌! 로렌! 로렌!”
남정네들이 구호를 쏴주는 팀들도 있었다.
카메라도 전부 그쪽을 비추기 시작했고, 상현의 개인 방송 카메라도 저쪽으로 포커스를 옮겼다.
-와 ㅋㅋㅋ
-무슨 군대야?
-캬
-후보들 꽤 많네
-인싸들 ㅠ 재밌게 논다ㅠ
-아몬드 왜 못나가냐고! 여장하고 나가라고!
바이킹 쪽에서도 지지 않고 함성을 질러줬다.
“제시! 제시! 제시!”
“제시이이이이!”
그쪽에선 제시 한 명이 올라온 모양이다.
-ㄷㄷ
-바이킹만은 ㅠ
-쉣
-제시 진짜 나갔다 ㄷㄷ
-웩제시 폼 미쳤다이~
옆이 트인 샛노란 드레스에 하이힐로 더 길쭉해진 장신, 오늘따라 더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릿결.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굉장히 눈에 띈다.
“자. 각 나라에서 한 명씩은 나오는 걸 저희는 추천드립니다? 아무래도 공평하게 가야 하니까…….”
진행자는 주욱 늘어선 후보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한국? 한국에선 오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딱 집어서 말할 줄은 몰랐다.
상현은 저도 모르게 당황해 두리번거렸다.
-아몬드 나가!
-당장 여장해
-ㅠㅠ 우린 없냐고ㅠ
-준비 못했나봥
-당근 안나감? 저기 나가기엔 옷이 좀 평범한가?
“없는 건 알았는데. 막상 없으니까. 아쉽네요.”
상현은 시청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약간의 해명을 하고 있었는데.
“저희가 급하게 준비하고, 본선 진출도 처음이라…….”
-넘 아쉽 ㅠ
-지금이라도 웃통 벗고 달려가자 유상현!
-우리도 한복 입고 오징ㅠ
-아니 누구라도 나가면 되는거 아님?ㅋ
-근데 요즘 젊은 사람들 한복 없자너 어케 입엉
그때였다.
갑자기 진행자가 신나서 손을 마구 흔든다.
“아아! 저기 오네요! 이야~! 주인공은 늦게 등장하는 겁니까!?”
카메라와 상현의 시선이 동시에 뒤로 돌았다.
입구 쪽이었다.
“!”
한복을 입은 여성이 보였다.
기다랗고 풍성한 검은 치마.
검은 바탕에 섬세하게, 절제되어 새겨진 자수는 오색 빛으로 빛을 뿜었다. 나전칠기 장인이 몇 개월에 걸쳐 만든 보석함처럼.
그 위로 진주색의 밝은 저고리다.
반짝이는 무늬가 곳곳에 들어차 있는 그 저고리는 기장이 매우 짧아 보는 이로 하여금 아쉬움마저 느끼게 했다.
아름다운 것은 왜 짧은가, 꽃은 왜 빨리 지는가?
그러나 이 저고리가 감싸쥐고 있는 가녀린 목선을 따라가면 그 아쉬움은 금세 잊게 된다.
땋아 올린 검은 머리칼은 그리 전통적이지도, 복장과 지나치게 어긋나지도 않은 단정한 화려함으로 이 공예품의 정수를 끌어안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 그녀가 고개를 든다.
우아한 턱선, 기품이 느껴지는 이목구비.
검고 기다란 속눈썹이 자연스레 위를 향하며, 앞선 수많은 장식이 다가가려 했던 진짜 보석이 드러난다.
상현과 눈이 마주친다.
‘최사랑……?’
상현은 마주친 순간 누군지 알았으나, 동시에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오늘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례적이라?
그렇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문제.
‘왜 서 있어?’
최사랑이 서서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거다.
그가 마주쳤던 그녀는 늘 휠체어 위에 앉아 있기만 했으니까.
-캬
-퍄
-와
-미쳤다 저 사람 누구임???
-ㄷㄷ
-조선 개같이 부활!
그녀의 등장으로 일단 채팅창의 스크롤은 미친 듯이 치솟아 올라댔다.
그리고─
“오오오…….”
“워.”
“……허?”
지나가는 길마다 수많은 감탄사들이 들려왔다.
뒤에서 팡어가 상현의 어깨를 꽉 쥐었다.
“야…… 저, 저 사람 나 쳐다봤다?”
-??
-아재요……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ㅋㅋㅋ
-농담하시는거야 얘들아~
-ㅠㅠ
-야 진짜 팡어 봤을 수도 있지 왜그래!
그때 최사랑 뒤에 따라오던 싱크 탱크 팀 멤버들이 이쪽으로 합류했다.
“와. 형들. 여기 계셨네.”
치승이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보셨어요? 저분이 최고다이순신이에요.”
“무…… 뭐!?”
팡어는 모르고 있었는지, 화들짝 놀라며 펄쩍 튀었다.
“아, 아니. 쿠키는 어디서 저런 귀한 분을 모시고 오신 거냐!?”
“……아까는 뭐 퇴물이라면서요.”
“내, 내가 언제!? 어!?”
팡어는 기억을 다 지워 버리기로 한 모양이다.
“나, 난 저분이 날 쳐다보고 나서 더 이상 쿠키의 명령은 듣지 않기로─”
“아. 아몬드 형. 근데 저 사람 알아요? 형도 있냐고 물어보던데.”
뭐?
팡어는 말을 하다 말고 멍하니 아몬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그렇짘ㅋㅋ
-ㅠㅠ
-아까 팡어 쳐다본 거 맞다고 한 새끼들 나와. 너네가 젤 나빠
-ㅋㅋㅋㅋㅋㅋ앜ㅋㅋ
-치승아 왜 거짓말해? 치승아 왜 거짓말해? 치승아 왜 거짓말해? 치승아 왜 거짓말해?
-온 세상이 견과류단이다……
“형은 누군지 모르는 거예요?”
“아…….”
상현은 고민됐다.
이거 안다고 해야 되는 건가 아닌 건가.
그런데 그쪽에서 일부러 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으면, 아는 사이인 걸로 돼도 상관없는 거겠지.
“어. 알아. 그 사람이 저 사람인 줄은 몰랐어.”
“에에에!?”
이에 다른 싱크 탱크 멤버들이 그에게 다가와 마구 질문을 퍼부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아시는데요?”
“어디서 만났는데?”
“저 언니 엄청 부자 같던데!?”
그러나 이런 질문은 그의 대답에 단박에 일축되었다.
“같은 재활 병원 다녀. 내 방송 본다고…… 아는 척해주시더라고.”
“크, 크흠. 그래서 쳐다봤던 거군? 응? 아하. 난 또…….”
와중에 팡어는 신나서 떠들다가, 갑자기 입을 닥쳤다.
“……아. 병원?”
다들 쓰레기 보듯 팡어를 흘겨본다.
“아, 아니. 난 병원이란 말을 이해하기 전에 갑자기 나도 모르게 입이 막 움직여서…….”
팡어는 한참을 변명해야 했다.
-팡어 아재 ㅠㅠ
-그냥 아몬드 옆에 다니질 말라곸ㅋㅋㅋ
-솔직히 ㅈㄴ 불쌍함ㅋㅋㅋㅋㅋㅋㅋ
-빈부격차를 매일같이 실감하는 팡어ㅠ
* * *
잠시 후.
한국의 대표까지 참가한 베스트 드레서 후보들이 주욱 무대 위로 섰다.
“자! 여러분! 가장…… 아름다운 드레서에게! 투표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띵!
각자의 휴대폰으로 어플 메시지가 전달되고, 사람들은 잠시의 고민 후 투표를 시작했다.
“여러분의 표와! 특별 심사위원의 점수가 합쳐져서 당선자가 선정될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과 무대를 이리저리 번갈아 본다.
상현과 그 주위에 모인 멤버들도 투표를 하기 시작했는데.
“저희는 누구하기로 했죠?”
“아. 우린 저 일본에서 나온 사람. 기모노.”
“아. 맞다.”
같은 나라 사람은 못 뽑기 때문에 어떻게든 바이킹을 떨어뜨릴 수 있는 천적을 없애는 투표를 해야했다.
-아니 ㅋㅋㅋㅋ 전략 투표 뭐냐고 ㅋㅋㅋ
-한국식 투표 ㅋㅋㅋ
-베스트 드레서…… 맞죠?
-ㅋㅋㅋㅋㅋㅋ
-근데 일본 후보도 엄청 인기 많음 애초에
베스트 드레서를 뽑는 게 아니라, 사실상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투표를 하고 있는 꼴이라 조금 우스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조선은 최약체니까.
“하…… 이거 우리가 될 확률도 있을까요?”
“엄청 높지.”
그때 어디선가 쿠키가 나타나며 말했다.
“어. 희철이 형?”
“치승아. 걱정 마라. 내 생각엔 거의 우리가 될 거다. 맵을 뭘 고를지나 생각해 둬.”
“예? 아니, 그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그건 상현도 의아했다.
아무리 지휘관이라도 베스트 드레서까지 추측할 수 있나?
“호적수급도 안 되면 모를까…… 지금 꽤나 경쟁력 있잖아? 그럼 사람들은 조금 고민하다 결국 우릴 고를 거야.”
희철이 씩 웃으며 정확한 근거를 덧붙였다.
“우린 꼴찌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앗
-ㅋㅋㅋㅋㅋㅋ큐ㅠ
-이게 여기서 이렇게?!
-ㄷㄷ
-솔직히 그거 아니어도 장난 아님
-캬
-역시 명장
-쿠키 폼 미쳤다!
-너무 당당하게 말하지 말라곸ㅋㅋ
이때만 해도 상현은 그냥 쿠키식 농담인 줄로 알았다.
아마 다른 멤버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잠시 후.
쿠키의 말이 그대로 실현되어 버린다.
“와아아아! 압도적인 점수 차!”
1. 최고다이순신 227
2. wackjassey 113
3. veryモチ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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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팀의! 최고다이수운신!?”
아무래도 진행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잠시 닉네임에서 흠칫한다.
-ㅁㅊㅋㅋㅋ
-PTSD
-하필 아이디가 ㅋㅋㅋ
-엌ㅋㅋㅋ
-왜구 하드 카운터 ㅋㅋㅋ
“에…… 그! 베, 베스트 드레서로 당선됐습니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