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7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46화
49. 진짜 같은(1)
조선 팀이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됐다.
-쩐다
-캬
-미
-와아아
-ㄷㄷㄷ
-진짜???
그 순간, 조선 쪽 테이블이 다 일어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돼, 됐다아!”
맵 선택권.
조선처럼 허를 찌르는 전술을 추구하는 팀에겐 이보다 더 좋은 어드밴티지가 없었다.
맵을 미리 골라놓으면, 물론 적 팀에게도 고지가 되지만.
분명 조선의 전략에 어울리는 맵은 존재하게 마련이며, 그 맵을 기반으로 훨씬 더 많은 준비를 해놓을 수 있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건 한복이죠?”
진행자가 사랑에게 다가가며 마이크를 건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 대답해 줬다.
“제가 일반적으로 보던 한복과는 조금 다른데. 어떻게 준비한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후 옷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오갔는데.
그러다 보니 카메라가 자연스레 그녀를 오래 비추었고, 시청자들 중 일부는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근데 저 사람 누구임??
-저런 분이 팀에 있었다니 ㄷㄷ
-한복 대박이다
-돈 많이 들었겠다 와
뭔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탓에 안 그래도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스타일인데. 한껏 화려한 한복으로 치장을 해놨으니, 사람들의 의식에 완전히 각인되어버린 거다.
‘괜찮은 건가.’
상현은 그녀가 사랑이라는 걸 거의 확신했기 때문에, 이렇게 방송에 노출되는 게 어떨지 걱정됐는데.
-멤버들 중 하나였나
-워낙 많아서 ㅋㅋㅋ 저런 인재가 있는 줄도 몰랐군요 ㅠㅠㅠ
-가짜 국대엔 안나오냐 ㅠ
사람들은 그녀가 기존 시빌엠 멤버 중 하나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시빌엠엔 워낙 많은 플레이어가 있고, 싱크 탱크 같은 경우 방송에 나오지 않는 멤버도 있어서다.
여기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전자파와 닮았다면서 전자파를 추론해 내는 사람은 지인 말고는 없을 거다.
‘평소 생김새랑도 많이 다르니…….’
게다가 오늘 그녀의 모습은 평소 그녀의 치장과 완전히 달라, 지인도 카메라를 통해서 보면 못 알아볼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상현은 카메라맨을 불러 자신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게끔 부탁했고, 방송을 마무리 지었다.
“자. 디너 파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ㅠㅠ
-앗
-수상 소감 다 보여줘!
-왜 ㅠ
-아바
-ㅂㅂ
여튼 최사랑 덕분에 조선은 맵 선택권을 얻게 됐다.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에서 바이킹을 상대할 수 있게 된 거다.
8강 전까지, 32강 16강은 3전 2선의 룰이다.
즉, 한 판만 이겨놔도 엄청난 압박을 상대에게 부여할 수 있다.
그러니 맵 선택권 하나가 갖는 의미가 굉장하다.
“음. 이것만으로도 후보로 데리고 온 값은 다 해버린 셈이군.”
그래서인지 쿠키도 만족스럽게 씩 웃고 있었다.
그가 최고다이순신을 데려올 때 꽤 말이 많았는데, 이번 승리만으로 이미 그녀는 웬만한 지휘관 값 이상을 해버렸으니.
아마 뿌듯할 것이다.
* * *
밤이 깊은 도시.
연회장에서 취기가 가득 오른 남녀들이 하나둘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디너 파티는 막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각자 인사를 건네며 선수들을 실어나르는 버스에 올라탔는데.
“아. 저 잠시 화장실 좀. 먼저 가세요.”
“어……? 그래? 아까 안 갔어? 난 먼저 간다?”
상현은 화장실 쪽으로 들어가는 듯하더니, 잠시 문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간 후, 마침내 검고 풍성한 치마를 입은 여자가 나온다.
“최사랑 씨.”
상현은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역시나 그녀는 뒤돌아봤다.
“아. 기다려 주신 건가요?”
그녀는 싱긋 웃었으나, 상현의 시선은 한참 아래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의 다리다.
“못 알아볼 뻔했어요.”
“한 달에 한 번 가능해요.”
상현이 왜 못 알아볼 뻔했는지, 뻔히 알고 있으니 그녀는 곧바로 대답해줬다.
“한 달에 한 번?”
“네. 촉진제요. 한 달에 한 번 맞을 수 있어요. 그럼 잠시 멀쩡히 걸어 다니죠.”
줄기 신경 촉진제. 일시적으로 신경을 되살려 주는 주사였다.
‘그걸 너무 자주 사용해서 부작용으로 은퇴한 거 아니었나.’
의사는 전자파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누군가가 이걸 자주 써서 부작용으로 고생한 뒤로는 금지시켰다고 했었다.
“그거 맞아도 되는 거 맞아요? 금지…… 아니었나.”
“원본은 금지예요.”
“원본이면…….”
“원본이 바이러스면, 지금 맞은 건 백신이에요. 근육이 완전히 쇠할까 봐 재활 용도로 맞는 거죠.”
“아.”
“그래서 많이는 못 걸어요. 특히나 이렇게…….”
그녀는 한복 밑에 가려진 힐을 살짝 보여줬다.
“불편한 구두로는.”
평소 걷지 못하는 사람이 신기엔 여간 불편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그녀의 몸이 잠시 기운다.
“어─”
상현이 어깨를 붙잡아 부축했다.
─탁.
“고마워요. 잠시…….”
그녀가 기대어온다.
“이렇게 가도 될까요?”
신경 촉진제의 약화된 버전이라 그런지, 벌써 제대로 걷지 못하는 느낌이다.
“예. 그러시죠.”
상현이 사랑의 팔을 붙잡아준 뒤, 그녀는 무게를 반쯤 그에게 기대어왔다.
한 줌처럼 잡히는 그녀의 어깨. 그 무게는 생각보다 가볍다.
이 사람이 이뤄낸 업적에 비하면.
“하. 그냥 힐 신지 말 걸 그랬나 봐요.”
기대어 걷는 게 무안한지, 그녀가 중얼거렸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날씨는 추웠다.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힐 안 신어도 될 점수 차이긴 했죠.”
사랑이 피식 웃는다.
칭찬이라 기분이 좋은 모양.
“근데, 저 여기 왜 온 줄 안 물어보세요?”
그래서인지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더 가벼운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후보 선수로 왔다고 이미 들었어요.”
“아. 그래서 덜 놀랐구나. 아깝네. 누가 얘기했지?”
놀래키려고 아몬드 어디 있냐고 물어봤던 걸까? 상현은 속지도 않았지만 왠지 속은 기분이었다.
“후보 선수면 저희랑 버스 같이 타시죠?”
상현은 그녀를 버스 쪽으로 이끌려 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저는 다른 호텔에 묵어요. 선수 호텔 쪽엔 장애인 설비가 조금 모자라서요.”
장애인 설비?
그 순간 다시 체감됐다.
그렇구나. 내일이면 다시 휠체어 신세니까. 조금 더 편한 호텔에 묵고 싶을 것이다.
“그럼 택시 잡아드리면 될까요?”
“네. 그럼 고맙죠. 가면서 잠시 얘기도 할 겸.”
사랑이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택시 잡는 장소에 놓인 벤치였다.
둘은 그곳에 나란히 앉았다.
추운 날씨 때문에 각자의 코트에 손을 넣은 채로.
“왜 병원은 안 와요?”
얘기하고 싶은 게 이거였던 모양이다.
상현이 병원에 직접 가지 않게 된 지가 좀 오래됐으니.
그간 의사한테 연락도 몇 번 왔었지만 은근슬쩍 미루고 있었다.
‘뭐라 말하나.’
누군가 이 주제를 꺼내는 건 처음이었다.
사실 이 여자 말고는 이 주제를 꺼낼 사람도 없긴 했다.
상현은 잠시 하얀 입김을 불어내더니, 대답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기로 했다.
“그냥…… 딱히 가망이 있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자꾸 뭐가 될 것 같이 보이는 게 더 신경 쓰이기도 하고.”
“아…….”
사랑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희망이 아프시구나.”
상현은 놀랐다. 정확히 자신의 마음을 읽은 듯한 표현이기에.
‘희망이 아프다라…….’
나아질 수 있을 거라며 매번 자신을 독려하고, 채찍질해서 노력해도, 결국 끝은 매번 같았다.
언젠가 다시 양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 따위. 차라리 아예 없는 게 나았다.
차라리 불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완전히 현재의 일들에 집중하고 싶었다.
스트리머로서 하는 일, 국가대항전 팀으로서 하는 일, 누군가의 친구로서 하는 일…….
양궁을 다시 할 수 있다고, 팔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 것들은 전부 뒷전이 되어버린다.
아마 그와 가장 가까운 주혁이와 지아조차 뒷전이 될 거다.
그런 삶은…… 고통이다.
“저도 그랬어요.”
그의 상념을 읽은 듯 사랑이 말을 이었다.
“언젠가 다시 할 수 있을까 봐. 늘 기대했다가…… 다시 절망하고. 또 다음 날이면 다 잊어버리고 다시 기대했다가…….”
피식.
사랑은 예전 생각이 나는지 헛웃음을 터뜨린다.
“그래도 그 사람 실력이 있는 편이라, 재활은 꾸준히 받아보시는 게 좋아요. 더 악화만 안 시킨다는 마음으로.”
자세한 사연은 이야기하지 않은 채, 의사나 할법한 상투적인 말로 마무리하는 사랑.
상현은 그저 고개만 끄덕여줄 뿐이었다. 별로 보탤 말이 없었다.
잠시의 침묵 후, 상현은 불현듯 궁금한 걸 묻는다.
“왜 하기로 했어요?”
“뭘요?”
“이 게임 참가하는 거요. 위험할 텐데.”
“음.”
사랑은 잠시 고민했다만 이내 대답해줬다.
“쿠키 님이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사라진 뒤에도 이 팀이 굴러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분명 짠하긴 하지만, 그게 최사랑을 움직인 건가?
상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지? 그 말이 그녀에게 무슨 의미인 거지?
사랑은 그에 대한 대답도 이어서 말해줬다.
“제가 갑작스레 은퇴하고 저희 팀은 다 해체됐어요. 별로 좋지 않은 꼴로.”
뒤이은 이야기를 들으니,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팀을 이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저는 제가 없어도 팀이 굴러갈 수 있기를 바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딱히…… 그런 걸 굳이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하아.
하얀 입김이 퍼지며 그녀가 잠시 위를 쳐다봤다.
“뭐랄까. 막상 너무 허무하게 무너지고 해체되는 걸 보니까. 내가 뭔가 크게 잘못했구나. 내가 아무것도 대비해 놓지 않았구나. 리더가 아니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만 믿고 따라오던 사람들인데. 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구나.”
상현은 그 말을 듣고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너 보고 입단한 애들도 있는 거 몰라!? 현주는?! 종현이는?!」
양궁을 관둔다고 했을 때. 그녀는 상현의 뒤를 보며 따라오던 사람들을 언급했었다.
‘닮았어.’
원래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화장을 바꾸니, 지금 사랑의 눈은 그때 소연의 것과 정말 똑 닮았다.
그것만으로도 상현에겐 충분한 설득력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 알 것 같네요.”
그사이 택시가 도착했다.
사랑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건넸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다리도 다시 힘이 생겨서 호텔까진 무리 없겠어요.”
그녀는 택시를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혼자서 일어나 택시를 타고 사라지는 최사랑이라니.
그런데 저 모습이 원래의 모습이었겠구나.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어 뭔가 씁쓸해졌다.
* * *
그날 이후 상현은 사랑과 마주친 적 없었다.
그를 포함한 모든 멤버들은 연습에 최대로 매진했고, 모든 스케줄은 전부 경기에 관한 것들이었다.
밤에 술을 마시며 노는 것은 디너 파티까지가 마지막이었다.
그들은 술은 물론이고, 컨디션에 방해가 되는 소화가 힘든 음식은 일절 손도 대지 않으며 컨디션을 최고조로 관리했다.
32강의 첫 경기.
맵 선택권이 우리 쪽에 있는 경기다.
이 경기를 확실하게 이기고 가야 완전히 기세가 살 것이다.
모두는 꼭 이기겠다는 투지로 불타올랐고, 그건 바이킹도 마찬가지였는지 디너 파티 이후로 제시에게서 연락이 온 경우도 없었다.
그렇게 경기 당일 날이 왔다.
[15:00][조선 vs 바이킹]이날 선수들은 아침부터 경기장에 와서 환경 적응을 시작했다.
캐스터와 해설자인 킹귤도 선수들에게 찾아와 격려를 건네고 중계석으로 향했다.
슬슬 경기 시간이 다가오니, 경기장 앞쪽 판매대엔 응원 도구들이 쭉 깔리기 시작했다.
하얀 바탕에 빨간 도깨비, 해태가 그려진 한국의 응원 도구들.
쌍도끼를 본뜬 디자인으로 만든 바이킹의 응원 도구.
그 외 아몬드 모양을 한 아몬드의 개인 굿즈 상품, 그리고 다른 여러 유명 플레이어들의 굿즈도 깔렸고.
부지런한 팬들이 하나둘 몰려와 물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짜 국대 ep.5 진짜 같은] [1시간 후 최초 공개!]올튜브엔 가짜 국대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가 업로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