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8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48화
50. 험준한 산골짜기(1)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온도 차는 확실했다.
만약 지금이 온라인 예선이었다면 상현은 그저 편한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집에서 잠시 빈둥대다가 캡슐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선수 대기실에서 대기 중이다.
그것도 200명의 선수들과 함께다.
그들이 떠들며 내는 소음, 숨소리, 텁텁한 공기…….
모든 것들이 달랐다.
점점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점차 떠드는 소리도 하나둘 사그라들었다.
어느새 침묵이 짙게 깔린 대기실.
이제 곧이다.
“선수들! 입장입니다!”
스태프의 외침이 들려왔다.
선두에 선 쿠키가 먼저 일어났다.
“자.”
그는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선수들을 뒤돌아봤다.
그리고 우렁차게 외쳤다.
“가자아! 이기러!!!”
선수들도 그에 화답하여 다 같이 외쳤다.
“아자아아아아아!!!”
간단한 구호였다.
아무래도 여기선 시간이 별로 없고, 자리도 충분치 않으니까.
간단하게 끝낸 것이다.
쿠키는 하얀 유니폼 겉옷을 걸치며 밖으로 걸어갔다.
맞은편 대기실에서 바이킹의 선수들이 나왔다.
그들은 눈인사 정도만 주고받은 뒤.
나란히 앞으로 걸었다.
좁고 어두운 통로였다. 밖엔 밝은 빛이 보인다.
그리고, 응원석의 함성 소리가 새어 들어온다.
“와아아…….”
그 함성의 여진만으로도 이미 심장이 쿵쾅댄다.
상현은 반대편에서 나오는 제시와 눈이 마주쳤다.
제시는 눈웃음으로 인사를 건넸으나, 역시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도 긴장되는 것이다.
본선의 첫 경기.
바이킹은 절대 져선 안 되는 경기일 거다.
물론 그건 조선도 마찬가지.
상현도 그저 고개만 까딱한 후, 제시의 옆으로 나란히 걸을 뿐이었다.
점차 빛이 가까워지며 함성 소리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자, 선수 여러분! 나가시면 싸인에 맞춰서 옆의 분과 악수를 나누고! 각자 자리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
안내 요원의 목소리는 세상에 없던 것인 양 지워져 버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뻥 뚫린 경기장의 천장에서 밝디밝은 햇볕이 내리쬐며, 사방을 둘러싼 관중석들이 그들을 반겼다.
쿵. 쿵. 쿵.
북소리인지, 심장 소리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온갖 응원 도구에서 터져 나오는 해괴한 소리와 응원가, 선수들의 네임콜이 뒤섞여 있다.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니, 관중석에 들어찬 수많은 하얀 십자가들이 보인다.
바이킹 쪽 사람들이 압도적인 숫자로 많았다.
아무래도 본선 진출을 예상한 사람이 몇 없어서 응원을 오지 못한 것이거나, 한국은 시빌엠의 진성 팬이 없어 오프라인으로 비행기 표까지 끊는 수고는 하기 싫었거나.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어찌 됐든 현재 분위기는 바이킹의 홈 경기나 마찬가지였다.
이 숫자를 실제로 마주하니, 엄청난 압박감이 몰려왔다.
함성 소리가 너무 커서, 꼭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안내 요원이 두 팔을 흔들며 뭐라 외치는 것도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악수!”
사인에 맞춰 옆으로 돌아섰다. 아몬드의 옆은 제시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깃들었다.
찰칵!
악수 행렬 끝에 사진 기사가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 후 선수들은 서로 등을 돌리고 반대로 나눠져 걸어갔다.
그 앞엔 201대의 캡슐이 열린 채로 대기 중이었다.
* * *
“안녕하십니까! 전국에 계신 떠돌이 용병 여러분! 이곳! 일본 오사카에서 인사드립니다!”
캐스터의 우렁찬 목소리로 중계방송이 시작됐다.
-와아아~
-ㅎㅇㅎㅇ
-전설의 시작
-가즈아아아아
-ㅎㅇㅌ!
-가짜국대 화이팅!
.
.
.
가짜 국대의 힘일까? 시작부터 수많은 채팅이 치고 올라온다.
“오늘! 드디어 조선의 첫 번째 본선 경기! 바이킹과의 경기가 있는 날입니다. 이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킹귤 님?”
“아. 예. 일단 당연히 바이킹이 유리한 경기입니다.”
“아, 명쾌하네요!”
“그렇죠. 지금 대세 여론이 그래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ㅋㅋㅋㅋㅋㅋㅋㄹㅇ
-ㅠㅠ
-그래도 잘할거야
-앗……
-본선부턴 ㄹㅇ 쉽지 않나보네
-감귤 포장학과 킹귤이 포장을 못하다니……
킹귤은 처음부터 딱 잘라서 바이킹이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아. 혹시 바이킹이 이렇게나 유리하다고 평가하시는 게. 문명의 상성 문제가 있을까요?”
“아뇨. 문명의 상성 같은 경우는 사실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봐야 하거든요?”
-ㅠㅠㅠ
-“그냥 못함”
-캐스터님 일부러 킹귤 담구려고 물어보는거임?ㅋㅋㅋㅋㅋㅋ
-앗……
“바이킹 같은 경우 신기한 게, 1 시대가 굉~ 장히 강력하고. 2시대에 절정이고. 3시대가 놀랍게도 2시대랑 그냥 똑같아요.”
“예? 3시대도 절정이라는 건가요?”
“아뇨. 잃어버린 3시대라는 거죠.”
-???
-일본:???
-왜 갑자기 일본을ㅋㅋㅋ
-해설의 현지화 ㄷㄷ
-아니 거기 일본 아니요?ㅋㅋㅋㅋ
-ㅁㅊㅋㅋㅋ
-현재 잃어버린 50년 진행중~
-Lost Samurai ㄷㄷ
“아하하. 그렇군요? 3시대가 약하군요?”
“맞습니다. 정말 약합니다. 야만, 약탈, 전투 문명이라 그렇거든요?”
“아. 반면에 조선은 3시대에 꽤 좋잖아요?”
“예. 조선도 3시대에는 1티어 문명이랑 비빕니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 중에 뭘 내놓느냐가 문제지.”
“이야. 이거 설명만 들어도 굉장히 서로 물고 물리는 재밌는 구도인데요?”
“꽤 밸런스가 있죠.”
-황밸 ㅋㅋ
-우로보로스 대결
-문명은 일단 황밸이란거네
-근데 바이킹이 일단 먼저 유리해서 선턴잡고 줘패는 건 좀 불리한 거 아님?
-ㅇㅈ~
“근데 왜 불리하다고 하신 건가요?”
“그야…….”
“문명 상성이 아니라 실력 차이로 불리하다. 이거네요? 그냥 우리가 못한다?”
-ㅋㅋㅋ암살시도
-국뽕형님들 오면 이제 두들겨 맞는다 킹귤아
-엌ㅋㅋㅋㅋ
캐스터의 말에 킹귤은 얼른 덧붙인다.
“그! 런! 데!”
-ㅋㅋㅋㅋㅋㅋㅋ
-감귤 포장 학과 전공 발동
-포장 가즈아~!
-이번엔 어떻게 넘어갈까 ㅋㅋ
“여러분. 지금까지 조선이 이겨온 나라들을 보세요? 유리한 경기 하나라도 있었습니까?!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이!!! 언제 한번 유리한 적이 있었습니까!? 자원도 안 나와! 전쟁으로 전부 폐허에!”
-빌드업 시작 ㅋㅋㅋ
-아따 기초 공사를 국뽕 콘크리트 타설로 튼튼하게 들어가네요잉~
-ㅋㅋㅋㅋㅋㅋㅋ캬
-준비해왔냐?ㅋㅋ
킹귤은 피를 토하듯 외쳤다.
살아남기 위해.
“그러니까! 조선은! 결국! 해낼 겁니다아! 대한 독립 만세에에에에에!”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
-ㅁㅊ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치겠닼ㅋㅋㅋㅋㅋ
-킹귤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크 찢었다
-오사카 한복판에서 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
-오늘 3월 1일임?
-포장지 찢었다ㄷㄷ
-결론: 기합으로 이겨라
채팅의 반응처럼, 이런 각오와 기합으로 이겨내라는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었다.
킹귤은 조선에게도 실제로 희망이 꽤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 본선 경기 지금 맵 선택을 한답니다. 자. 곧 시작할 것 같습니다.”
바로 맵 선택이다.
“예! 지금 나오죠?! 이번 조선이 완전히 유리할 수도 있는! 딱 한 번의 기회!”
“아, 그게 맵 선택권인가요?”
“맞습니다! 이거 조선처럼 지휘관의 역량이 좋은 나라에선 굉장히 크거든요?”
-ㄹㅇ
-ㅇㅈ
-가자아아아아
-뭘 준비했으려나
-오
“해외 여론은 경기용으로 선정된 맵의 밸런스가 꽤 잘 맞는 편이라 별 효용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던데요?”
“그거도 맞는 말입니다만! 그래도! 그간 쿠키가 보여준 허를 찌르는 기지가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이 맵까지 고를 수 있다면!?”
-ㄹㅇ
-쿠버지 드가자
-ㅇㅈㅇㅈ
“기대가 안 될 수 없는 거죠!”
그간 쿠키가 보여줬던 번뜩이는 기지.
분명 본선에서도 한 번 나올 것이다.
킹귤은 거기에 걸고 있는 것이다.
“자. 맵 선택했습니다. 쿠키.”
“과연 어디일까요?”
쿠키가 맵을 선택했다는 흔적은 보였으나, 아직 맵이 공개되진 않았다.
“아. 이거 중계진한테…… 전달이 안 되고? 지금 중계 화면에도 안 나오죠? 아마 게임 시작할 때야 확인이 되겠습니다.”
캐스터의 말대로인 듯했다.
이미 공개되고도 남을 시간이 있었으나, 카메라는 지휘관 둘의 얼굴만 비췄다.
“아. 지금 양 지휘관 표정이 나오는데. 바이킹의 총지휘관. 엑스마스터. 표정이 역시 별로 좋진 않습니다.”
“예. 발음에 유의하셔야 하는 지휘관. 엑스마스터. 상대가 맵을 고르는 상황이 별로 유쾌할 리는 없겠죠?”
-TMI ㅋㅋㅋ
-갑분 발음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아. 그렇긴 하겠죠. 그리고 이게 듣기론 바이킹의 웩제시. 이 플레이어가 2위를 해서, 아깝게 놓쳤다고…….”
“맞습니다. 베스트 드레서 선정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1위는 조선 팀에서 나와서. 이제 맵 선택권을 갖게 됐구요.”
-제시좌
-제시도 좋았는데 ㄲㅂ~
-진짜 맵선택권 털리는줄 ㅋㅋㅋ
-마지막에 킹갓엠페럴충무공님이 등장하지 않았음 조졌음
-근데 한국에 그 분은 대체 누구?
디너 파티 같은 경우엔 해외 채널을 통해서긴 하지만, 나름 공식 계정으로 라이브 방송을 해줬기에.
베스트 드레서 당선 상황을 아는 시청자들이 꽤 있는 듯했다.
“자! 말씀드리는 순간! 게임 시작합니다! 이제 어떤 맵인지 저희도 알고! 설명 드릴 수 있겠네요! 가시죠!”
이윽고 화면이 넘어가면서 진영과 맵의 생김새가 드러났다.
“조선은 아무래도 초반 러쉬 거리가 짧은 맵은 고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중반에 쉽게 몰아칠 수 있는 쪽으로…… 아. 나왔네요. 어어?”
킹귤은 뭔가 애매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험준한 산골짜기]“자. 일단…… 초반에 러쉬가 진짜 불가능한 맵을 고르긴 했습니다?”
“아, 예! ‘험준한 산골짜기’ 맵이죠? 저는 잘 고른 것 같은데. 뭔가 애매한가 봅니다!?”
“초반 러쉬가 매우 매우 힘들다는 점에선 좋습니다. 근데…….”
“그런데?”
“조선의 3시대가 강한 이유가 단순히 궁병 때문만은 아니거든요?”
킹귤이 우려하는 건 이 맵에선 조선의 강함마저 묻혀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은 기마 궁수도 상당히 강력합니다. 비싸긴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워낙 잘 다루기도 하고 실제로 좋아요. 애초에 기마병 쪽이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이 바이킹들 특징이 말을 못 타거든요?”
“아……!?”
조선이 딱히 기마병 특화인 문명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싸움은 상대적인 것.
바이킹은 말을 아예 타지 못하는 문명이었으니, 상대적으로 조선의 기마 전술을 대처하기 힘들었을 터다.
“이 맵은 죄다 산이라서, 말을 못 탑니다? 저는 사실 고대의 성벽같이 좀 평원이 많은 대신 본진만 딱 막혀 있는 그런 맵을 고를 줄 알았어요.”
“아. 그렇군요? 듣고 보니 그게 더 나을…… 아니, 쿠버지. 우리 쿠버지가 다 생각이 있겠죠! 이제 좀 깨달아요! 킹귤!”
-엌ㅋㅋㅋㅋ
-이제 좀 깨달아요! 귤버지!
-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의심하지마라
-근데 좀 걱정되누
캐스터가 킹귤에게 일침을 가하는 사이, 양쪽 진영의 정찰 세력은 이미 세를 넓히며 시야를 밝히기 시작했다.
“자. 일단 조선 7시. 바이킹 11시. 서로 대각선 위치. 험준한 산골짜기답게 정찰의 속도가 좀 느리죠?”
“예. 특히 바이킹 쪽이 더 느려보입니다. 아무래도 조선이 산악 민족 팩션이 있어서. 이 맵에선 그냥 계~~속 조선이 한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아! 그건 좋네요!”
산악 민족.
조선의 기본 팩션 중 하나이다.
산악 지형에서 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팩션이다.
맵에 따라 효율이 엄청 차이 난다만, 상황이 맞으면 극강의 사용률을 뽐낸다.
물론 팩션이 조선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단. 바이킹. 아시죠? 야만 전사들? 이 사람들 1시대부터 도끼 들 수 있어요. 벌써 생산 들어갔죠?”
“아아아! 잉글랜드 방패 같은 느낌이군요? 이거 너무 무서운데요?”
“이 도끼! 이거 4시대까지 씁니다! 투척 도끼로 쓰고 그냥 싸울 때도 쓰고! 그냥 계속 써요!”
-헉ㅋㅋㅋㅋ
-ㅁㅊ
-ㄹㅇ???
-4시대까지 도끼질로 싸운다곸ㅋㅋㅋ
-와 ㄹㅇ 극단적인 문명이다 ㅋㅋㅋ
킹귤이 설명하는 사이, 바이킹은 도끼가 하나, 둘 생산되어 보급되기 시작했고.
조선은 빠르게 움직이며 슬슬 맵의 절반 가량을 밝혀냈다.
“아마 조선은 빠르게 얻은 지형 정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겁니다. 3시대까지요.”
“근데 바이킹이 그걸 그냥 그렇게 둘 리가 없잖습니까!? 아무리 여기가 험준한 산골짜기라고 해도!”
“그렇죠! 거기서 쿠키의 전략이 나올 텐데. 보통 조선이 방어한다고 하면 궁병을 위시로 한 방어탑, 성벽 등으로 막는 건데…….”
“그렇죠?”
“이 맵의 문제가 또 나무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제가 그때 나무가 많은 숲에서 의외로 활이 불리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 예. 그렇죠!”
“여기서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은폐! 엄폐! 할 곳이 많거든요!? 화살이 날아가다 나무에 막힐 확률이 너무 높아요! 근접 병사는 가까이 접근할 때 쓸 엄폐물이 넘쳐나고요!”
“아…… 말도 안 되고 활도 안 되는…… 여러모로 다양한 애로사항들이 있는데요? 쿠키의 계획은 뭘까요? 설마 맵을 잘못 골랐나요!?”
여기까지 들으면 마치 맵을 잘못 고른 듯 보이지만.
이번엔 킹귤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우리 쿠버지 아닙니까!? 쿠키가 아무 생각 없이 여길 골랐을 리가 없죠! 다 계획이 있을 겁니다!”
-ㄹㅇㅋㅋ
-있을거야
-이제 좀 깨달은 킹귤;
-뭐가 있을거임ㅇㅇ
-ㅇ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