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8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51화
51. 주입식 교육(1)
피잉!
[이동]떨어진 명령은 간단했다.
어쨌거나 해당 지역까지 이동하라는 것.
바이킹들과 마주친 이 상황에서도 저 지역으로 가라는 명령이 떨어진 건 분명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조선의 병사들은 아무도 지체하지 않았다.
아몬드도 마찬가지다.
사사사삭……!
그는 가장 선두로 울창한 수풀을 헤치며 나아갔다.
‘근처에 있다.’
그의 예민한 감각은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 20명 외에 주변으로 오는 적들이 더 있었다.
평소엔 팡어가 이에 대한 사인을 주곤 했으나, 이번엔 그가 리더였다.
아몬드는 검지를 위로 올려 한 바퀴 돌리며 신호했다.
적들이 근처로 접근 중이라는 뜻이다.
휘릭.
한 바퀴 더 돌아가는 손가락.
적들이 사방 혹은 그에 근접한 밀도로 에워싸고 있다는 뜻.
수풀이 가득한 산길이라는 혼란스러운 이동 경로 와중, 병사들은 아몬드의 등짝만 보고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그 신호를 받아들였다.
그래서일까? 아몬드가 손가락을 전부 펴며 수신호를 바꾸자, 모두가 민첩하게 움직이며 경계 대형을 취했다.
일직선으로 나아가던 행렬이 마름모 형태로 퍼지며 사주경계를 펼쳤다.
당연히 일렬로 달릴 때보다는 속도가 느려졌으나.
아몬드는 이 형태를 고수하기로 했다.
이는 그의 판단이 아니라, 이미 쿠키와 얘기가 됐던 매뉴얼이었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도 중요했으나 20명이 온전히 가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었다.
‘20명이 계곡 근처 각자의 위치에 자리를 잡는 것.’
아몬드는 이번 작전의 핵심을 속으로 한 번 더 되뇌며 한 발짝씩 떼었다.
스스스슥!
이쪽의 속도가 느려지다 보니 상대 쪽에서 오는 소리가 확연히 구분됐다.
그쪽은 이쪽 사정 봐주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뛰자.’
휙.
그가 다시 손을 휘저으며 이동 목적지를 가리켰다.
얼추 대열이 정비되었으니, 다시 뛰는 거다.
팩션이 발동하며, 그들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
타다다다닥!
산에서 뛰는 속도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내달리는 궁병들.
그러나 바이킹들도 적을 향해 이동할 때는 빨라지는 팩션이 존재했으며 애초에 근접 병사들의 이동속도가 더 빠르게 설정되어 있었다.
파앙!
우측 후방에서 활을 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벌써?’
퍽!
화살이 애꿎은 어린 나무 하나를 박살 내는 소리가 들렸다.
바이킹 병사가 맞은 건 아니었다.
“흐아아아아!”
“저기다! 달려아아아!”
“호오오오오오!!!”
사방에서 바이킹들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일부러 소리를 지르고 있어.’
자신들이 어디서 접근하는지 알 수 없도록 소음을 내고 있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목소리가 메아리치며 발소리에 집중할 수 없어졌다.
“요오오오오오오오오!!”
점점 그들의 소리가 귀에 가득 차면서, 감각이 뒤섞여 혼란스러워졌다.
수풀은 수풀대로 시야를 가리고, 소리도 메아리가 오고 가며 제대로 들리지 않아 느껴지는 건 걸리적거리는 가지들뿐이었다.
아몬드는 직감했다.
여기서 다 살아가려고 한다는 건 욕심일 수도 있다고.
분명 쿠키가 그에게 부여한 우선순위상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단 많은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 맞긴 한데.
최우선 순위는 일단 그곳에 도착하는 것이다.
이대로는 완전 포위돼서 도착조차 불가해질 수가 있었다.
‘뛰어.’
아몬드는 뒤쪽 대열에 손짓하며 뛰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사주경계 하던 마름모 대열이 점점 길게 늘어졌다.
마름모는 점점 길어지더니, 일렬이 되어버렸다.
타다다다다닥!
조선 병사들의 발소리인지 바이킹의 것인지 숲속엔 내달리는 발소리가 가득히 울려 퍼졌다.
조선 병사들은 그저 시커먼 흙과 녹색의 수풀만 보며 내달렸다.
그런데─
파앗!
어느 순간, 바이킹들이 수풀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퍽!
도끼에 조선 병사 하나가 찍힌다.
마치 어린아이가 차에 치인 것처럼, 멀리 나가떨어지는 병사.
“제, 젠장!”
“한 명 당했어!”
“쏴!”
다른 조선 병사들이 활을 쏘며 응수했다.
파앙! 팡!
그러나 별달리 효력은 없었다. 그들은 몸 따윈 생각하지 않고, 머리만 방패로 가려 버릴 뿐이었다.
터엉!
턱……!
둔탁한 타격음만이 울려 퍼졌고, 바이킹은 아무도 죽지 않은 채 애꿎은 방패만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돋아 있었다.
“쏘지 마!”
당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쏘면 지체되잖아! 어차피 이렇게 쏴봐야 못 이겨! 그냥 달려!”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냥 달려야 했다.
“죽어라 달리면 우리가 더 빨라!”
반격을 하는 건 보통 궁병이 근거리 병사보다 느려서인데.
여기선 아니었다. 조선 병사는 산악에서 다른 병사들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니 달려야 한다.
고지가 머지않았다.
반격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거다.
* * *
“굳이…… 이 맵을 고르겠다구요?”
맵 선택권에 대한 회의에서 치승이 가장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래.”
희철이 고른 맵은 싱크 탱크 팀의 기준에서도 한눈에 봤을 때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초반 바이킹의 급습 견제를 막는 데에는 좋으나, 활을 쓰기 까다롭고 기마병도 활용할 수 없다.
“차라리 고대의 성벽이 나은 거 아니에요?”
고대의 성벽이라면 성벽이 기본적으로 제공되어 영역을 보호해 주고, 궁병을 쓰기에도 그리 나쁜 요소는 없다.
“안 돼. 단순히 본진을 틀어막는다고 바이킹을 이길 순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문명들이 그런 시도를 했지만. 막상 제대로 먹힌 적이 많던가?”
쿠키의 말에 치승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그렇지…… 이런 기본 이론은 당연히 모든 문명이 알고 있어. 그런데도 바이킹은 조 1위로 올라왔어.’
만약 초반에 본진 침투를 할 수 없게 틀어막는 것만으로 바이킹을 상대하기 용이해진다면, 지금 바이킹이 본선에서 조선과 붙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 바이킹은 초반을 틀어막는 상대를 쥐어짜는 데 아주 능숙하다. 특히 식량 쪽에서.”
바이킹이라고 다 같은 바이킹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적이 초반을 틀어막으려는 낌새를 보이면, 곧바로 전 맵의 식량 통제에 들어가고, 그 스노우볼을 아주 빠르게 굴리는 게 이번 바이킹이다.”
“……그렇죠.”
이번 바이킹 팀은 바이킹 문명의 핵심인 식량 자원의 컨트롤에 굉장한 기술력을 보였다.
예선에선 적이 단 하나의 사냥감도 갖지 못하게 하는 경기도 있었을 정도다.
“특히나 고대의 성벽은 사막 지형이라 식량이 적지. 바이킹 입장에선 통제하기 더 쉽다는 거다.”
“아.”
그랬다.
고대의 성벽에서 바이킹이 1시대 강함을 바탕으로 식량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안 그래도 사냥감이 없기 때문에 조선은 정말 하나도 못 먹을 수도 있다.
그제서야 알게 됐다.
“아. 그래서 여기군요?!”
험준한 산골짜기.
산악 지형이니만큼 산짐승이 굉장히 많이 분포된 맵이다.
식량이 풍부한 맵이었다.
그러니 바이킹이 식량 자원을 독점하려 해도, 그게 쉽지 않을 거다.
초반엔 쳐들어오기 어렵고, 식량도 통제하기 어렵다.
이거 상당한데?
치승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금세 맹점이 보였다.
“어? 그렇다고 해도 바이킹이 먹다 흘린 것만 먹어야 된다는 건데…….”
아무리 맵에 산짐승이 많아도, 여전히 바이킹이 훨씬 더 많이 가져가게 된다는 것.
“그렇다고 여기 산악 지형에 농경지 펼치기도 힘들고.”
산악 지형에 농사를 지으려면 돈이 더 든다. 초반엔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이다.
“음. 우린 농사 안 짓는다. 똑같이 사냥을 다닐 거야.”
“그러다가 바이킹들 마주치면요? 이런 데선 궁병도 힘을 못 쓰는데…….”
이 맵의 또 다른 가장 큰 단점.
빼곡한 나무 때문에 궁병이 무용지물화 되어버린다는 점이었다.
활이 최고의 공격 수단인 조선에게 있어선 치명적인 단점이다.
“궁병 쓸 거다.”
“……?”
그런데 쿠키는 궁병을 쓴다고 말한다.
대체 어떻게?
“기술력이다.”
“기술력이요?”
“바이킹들도 말이야. 초반에 틀어막는 상대를 쥐어 짜내는 기술력으로 문명의 단점을 상쇄시켰지.”
“……그, 그러니까 실력을 키운다는 말씀이세요?”
아니. 그런 논리로 따지면 한국 팀이 월드컵도 우승할 수 있지 않은가?
축구 실력을 키우면 되지 않나?
물론 쿠키가 말하는 건 그리 두루뭉술한 실력 따위가 아니었다.
정말 ‘기술’이라 불릴 만한 걸 익히게 될 것이란 말이다.
“아. 결과적으로 그렇긴 하겠다만. 난 어떤 특정한 기술을 말한 거다. 치승아.”
그 후, 쿠키는 싱크 탱크 일원들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줬다.
화면에 나온 건 아몬드였다.
그가 말 위에서 트레스를 잡는 장면이다.
“……!”
싱크 탱크의 모두는 경악하고 말았다.
아몬드가 트레스를 잡는 장면이야 지금도 인터넷에 하도 떠돌아서 이미 익숙한 장면이지만.
‘저걸 익히자고?’
저기서 쓰인 기술.
저 기술을 익히겠다고 주장하는 쿠키에게 충격을 받은 것이다.
“커브샷. 이게 있다면, 장애물이 있어도 화살을 맞힐 수 있다.”
저 기술의 유래라고도 볼 수 있는 페르시아에조차 저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병사는 몇 없다.
조선은 사정이 더하다.
저 기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몬드뿐이다.
그러니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체 어떻게요?”
“방법이 있어.”
그때, 쿠키는 기다렸다는 듯 맵의 어딘가를 짚는다.
턱.
‘계곡……?’
숲이 우거진 한가운데 지나가는 계곡.
여기가 뭐 어쨌다는거지?
다음 순간, 쿠키가 한 말에 치승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
왜 이 맵이어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아버렸다.
* * *
잠시 후, 계곡이 흐르는 울창한 숲.
궁병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두 한곳을 보고 있었는데.
바로 아몬드다.
“여기.”
아몬드가 활의 어딘가를 짚으며 말한다.
활시위의 1/3 지점 정도 되는 곳.
“활시위 중앙에 거는 게 아니라, 균형을 어긋나게 걸면…….”
피융.
그가 가볍게 쏜 화살은 앞에 있던 나무를 둥글게 돌아 지나치며, 뒤의 표적을 정확히 쏘아버렸다.
“이거예요. 방법은 쉽죠.”
아몬드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이만 시연을 마친다.
짝짝짝.
그의 앞에 주루룩 앉아 있던 궁병들이 박수를 치며 한마디씩 흘린다.
“와.”
“미쳤다.”
“바, 방법은 일단 쉽네요? 하하…….”
그의 말대로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당근의 비유를 빌리자면, 이건 컴퓨터 같은 일이었다.
컴퓨터가 쓰는 0과 1로 계산하는 이진법은 방법 자체는 간단하고 원시적이다.
그러나 컴퓨터보다 계산을 빨리하는 인간은 없다.
그 간단한 것을 어떤 상황에든 적용시키며, 무한히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인간이 없는 것이다.
커브샷도 마찬가지다.
쏘는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이걸로 상대를 맞힐 수 있는 감이 얼마나 정확하느냐가 문제였다.
“근데 이걸 본선 전까지 어떻게 실전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익히란 말입니까? 좀 무리인데…….”
궁수들은 다들 벙찔 수밖에 없었는데.
쿠키에겐 특별한 계획이 있었다.
“외워.”
그가 간단하게 명령했다.
“각자 자리를 잡고 이 위치에서 쏠 수 있는 엄폐물에 맞는 커브를 외우라고.”
그의 해결책은 암기식 커브샷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커브샷을 쓸 수 있게 되려면 수련에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특정 상황 안에서는 다르다.
수학 문제 같은 것이다. 특정 공식을 외워 버리면, 특정 문제는 매우 빠르게 풀 수 있으나.
그 문제를 조금만 변형해도 풀 수 없어져 버린다.
그러니까 지형이 바뀌면 소용이 없다.
시빌엠의 맵들은 컨셉만 유지할 뿐, 항상 지형의 디테일은 바뀐다.
그러나─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시빌엠의 어떤 맵들은 그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 바뀌지 않는 구역이 있는 경우도 있다.”
“!”
그때 모두가 깨달았다.
그들이 몇 번의 연습을 거쳤음에도, 이 구역만큼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걸.
“그게 바로 여기, 험준한 산골짜기 가운데 흐르는 계곡이다.”
* * *
“허억…… 헉…… 왔다!”
숨이 차게 달린 끝에 조선 병사들은 드디어 계곡에 도달했다.
그렇게 지겹도록 봤던 그 계곡.
아몬드가 손짓하며 외친다.
“각자 위치로!!”
이 말과 함께, 하늘에서 몇 줄기의 빛이 연쇄적으로 내리 떨어졌다.
피잉!
핑!
[1] [2] [3] [4].
.
.
계곡 주변의 특정 위치마다 번호가 부여되기 시작한다.
흔치 않은 아주 자세한 전투 오더.
그만큼 이 전투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위치로!”
각 궁병들은 복창하며 자신의 숫자로 이동했다.
각자의 위치로 이동한 궁병들이 바이킹들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기리릭!
바이킹들은 활을 보자 엄폐물 뒤로 이동하며 다가온다.
“대기……!”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에서 천천히 하얀빛이 피어오른다.
[집중]이때, 한 번 더 하늘에서 빛이 떨어진다.
치이이이이익……!
그 빛은 땅에 기다란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곡선이었다. 곡선은 이내 원이 되어 닫혔고, 그것이 계속해 크고 작게 반복됐다.
어느새 과녁 같은 동그란 원이 겹겹이 그려지고 있다.
마치 각 병사들이 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으킨 것처럼.
이 원들의 정체는 쓰임새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이때부터 조선의 궁병들이 활시위를 놓기 시작했으니까.
“쏴아아아!!”
파바바바방!
하얗게 타오르는 수많은 화살들이 각자의 길을 그려나가며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