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8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53화
51. 주입식 교육(3)
경기장의 한편 벤치 쪽.
본래 감독과 코치진이 모여 있는 곳엔 각 팀의 싱크 탱크 팀이 모여 있었는데.
양 팀의 모습이 꽤나 대조적이었다.
바이킹 쪽은 묵묵히 앉아 경기와 모니터를 번갈아 보는 한편…….
“와아아아아아아악!!”
“와, 완벽했다아!”
“이거지이이이이!”
조선의 쪽 멤버들은 허공에 주먹질을 해대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중계 스크린에 떠올랐다.
-ㅋㅋㅋㅋㅋㅋㅋ
-캬
-와 여기서 보는구나?
-ㅋㅋㅋ치승이 ㅋ
-얘네 표정만 봐도 경기 내용 알 수 있음
조선의 싱크 탱크 팀은 전반적으로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감정 표현이 확실한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중계 카메라 쪽에서 계속 잡아주곤 했는데.
곱스피어가 카메라가 잡는 순간 온몸을 흔들며 세레모니를 보이는가 하면…….
그게 영 마음에 안 드는지 가만히 모자를 눌러쓰고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무릎 위에 깔린 담요가 길게 늘어져 그녀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는 것조차 잘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그녀는 현 상황보다는 모니터만을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표정만 봐서는 이기고 있는 경기인지, 지고 있는 경기인지 말하기 어려웠다.
본래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녀 스스로 아직 어느 쪽으로도 판단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 * *
현장을 확인한 쿠키의 눈이 부릅떠졌다.
‘됐어……!’
이번 전투는 조선의 압승.
그 말은 쿠키가 준비한 전술이 통했다는 것이다.
병사들이 완벽하게 구현해 준 것이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는 추가 병사들을 파견했다.
그들이 향한 장소는 계곡이 아니었다.
병사들은 바이킹이 계곡으로 모이는 사이, 다른 지역에 있는 짐승들을 사냥해 올 것이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곳은 곳곳에 퍼진 이 건물들이다.
[사냥 초소]바이킹은 사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냥터 근처에 사냥 초소라는 간이 건물을 세워두는데. 여기서 주기적으로 금을 얻음과 동시에 사냥감을 저장해 둘 수 있다.
상당히 좋은 건물 팩션이지만, 단점이 존재한다.
[약탈]쌓여 있는 고기를 그대로 적에게 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약탈이 시작되면 당연히 다시 돌아올 거야.’
물론 고기가 빠져나가면 지휘관이 바로 눈치챌 것이다.
계곡으로 간 바이킹들이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런 만큼, 계곡에 있는 단궁병들이 더 활약해 줘야 하는 거다.
‘5분. 5분만 더 버티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
그들이 바이킹과 얼마나 접전을 벌일 수 있느냐에 따라서 이번 약탈 작전의 성공 여부가 갈린다.
‘바이킹이 망설이게 해야 돼.’
바이킹을 묶어둘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을 망설이게 하는 것이다.
그들이 결단을 내려서 전 병력이 계곡을 공격하면 아무리 지형을 외운 단궁병들일지라도, 참패를 당한다.
숫자가 많아지면 변수가 너무 많아져서 제대로 쏘지 못할 테니까.
단, 바이킹들은 그걸 모른다.
그들은 조선의 궁수들이 전부 커브샷을 마스터했다고 여길 것이다.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망설일 거다.
한 번만 망설여도, 바이킹들은 계곡도 차지하지 못하고, 초소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될 거다.
그 순간의 마비.
쿠키가 노리는 지점은 그 찰나였다.
그러니 쿠키는 점점 다가오는 바이킹의 붉은 점들을 보며 기도하듯 중얼거린다.
‘자…… 멈춰라.’
* * *
“그만!”
계곡으로 접근하던 제시가 검을 치켜들며 외쳤다.
그녀의 뒤로 따라오던 병사들이 모두 걸음을 멈췄다.
제시는 자세를 숙이며 앞의 상황을 관찰했다.
‘뭐야.’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지나가고 있는 계곡.
이곳은 본래 산짐승이 물을 마시러 오는 곳이라 사냥의 성지이다.
그런데, 지금 사냥당한 건 산짐승이 아니라, 바이킹들이었다.
‘엄폐물이 이렇게 많은데……?’
활이 발달하지 못한 바이킹들은 화살을 피하는 데 있어 스페셜리스트들이었다.
심지어 거의 모든 병과가 방패도 함께 갖춘 터라 아주 쉽게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런 이들이 이런 지형에서 활에 몰살당하는 경험은 베테랑인 제시조차 처음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제시는 방금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일단 말을 아꼈으나.
뒤에 따라오는 병사들마저 입을 다물진 못했다.
“방금 전원이 커브샷을 쏜 거야?”
“그게 말이 되나?”
“아니…… 저렇게 다 맞힐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라고?”
“조선의 궁수들이 유명하긴 한데…….”
제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어.”
여태까지 조선의 경기를 다 보지 않았던가?
만약 이런 게 가능했다면 진즉에 비슷한 장면들이 나왔어야 했다.
그러자 이런 주장을 하는 자가 나타난다.
“지금까진 굳이 커브샷을 쓸 필요가 없었던 거 아니요?”
조선은 지금까지 이 기술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쓰지 않은 것뿐이다.
“젠장! 저런 식이면 가까이 가는 건 자살 행위야! 미쳤다고!”
“괜히 로마랑 비빈 게 아니군.”
“어, 대체 얼마나 훈련을 해야 저만한 인원이 다…….”
바이킹 병사들의 혼란.
그럴 만했다.
커브샷을 자유자재로 쏘는 병사가 저만큼이나 되면 근접 위주인 바이킹은 이길 수가 없다.
특히나 이 험준한 산골짜기는 커브샷만 있다면 궁병 맞춤 맵이 되어버린다.
지금이야 저들이 계곡에 자리를 잡았지만, 산세 험한 곳에 자리를 잡고 화살을 돌려댄다고 생각해 보라.
‘어?’
그러고 보니, 왜 계곡에 자리를 잡았지?
커브샷이 자유자재라면 분명 더 좋은 자리가 있을 텐데.
심지어 맵 선택권도 있었잖은가.
연습할 기회는 충분했을 터.
‘뭔가 있어.’
제시의 머릿속에서 뭔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순간.
피잉!
[공격]다시 명령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지휘관은 저 계곡을 차지할 생각이다.
제시가 이끄는 병사들 외, 다른 군대가 달리기 시작했다.
“안 돼!”
제시는 위쪽으로 사인을 보냈다.
일단 제시의 병사들은 돌격을 멈춘다.
“뭐, 뭐야? 왜 그래?”
“무슨 생각이야. 동시에 들어가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고.”
“조용히 해봐.”
제시는 위로 다시 사인을 보낸다.
‘알아들으려나?’
지휘관과의 소통은 일방적이다.
그나마 핸드 사인이 최선.
이 복잡한 상황을 지휘관이 어떻게든 알아들어야 했다.
‘못 알아들어도 우리 쪽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돼.’
설사 지휘관이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제시의 부대라도 제대로 파훼가 들어가야 했다.
그녀는 신경을 집중하여 조용히 현재 전투 상황을 지켜봤다.
그녀의 부대 외, 다른 바이킹들은 이미 공격 명령을 받고 달려나가고 있었다.
조선군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관찰한다면 답이 나올 수도 있었다.
‘어?’
관찰하던 제시의 눈에 순간 이채가 스친다.
연기같이 모호하던 무언가가 정확히 형태를 갖춘 순간이었다.
* * *
한편, 계곡의 전투 현장.
궁수들은 각자 정해진 엄폐물 뒤에서 미친 듯이 활시위를 당겨댔다.
“2차로 달려온다아! 사격!!”
“좋아! 좋아아아!!”
팡어의 친근한 추임새와 함께, 말 그대로 신명 나게 활을 쏴대며 바이킹들을 죽여대고 있는 모습.
“계속! 계속 쏴아!”
“원투! 원투! 원투쓰리!”
“여기다 인마!”
그들이 한창 흥이 오른 이유는 2차로 진격한 바이킹들 역시 맥을 못 추고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방패를 든 병사도 그리 많이 없거니와, 커브샷을 예상해서 방패를 옆으로 들어도 다른 방향에서 날아와 버린다.
──푹!
연습할 때 두 방향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왼쪽 방향 오른쪽 방향 각 엄폐물마다 이 두 가지만 외워도 상대는 대처할 수 없다.」
즉, 조선의 궁수들은 각자의 위치에서만큼은 시야에 보이는 모든 엄폐물의 좌우를 공략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이킹들은 엄폐물 뒤로 숨어서 최대한 안전하게 접근하려 했지만.
‘다 우리가 아는 대로야.’
조선은 이미 그들의 그런 움직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붙지 않고 최대한 퍼져서, 나무 뒤로, 바위 뒤로.
엄폐물에서 엄폐물로 건너뛰며 접근한다.
바이킹이 매뉴얼처럼 학습했던 것들.
「바이킹은 원거리 병사들을 상대하는 전략을 서로 전수해 주면서 완전히 매뉴얼화했어. 그걸로 부대 전체의 수준을 굉장히 높여놨지.」
이 훌륭한 매뉴얼들은 오히려 그들의 행동을 너무 뻔하게 규정해 버렸다.
「매뉴얼 같은 움직임은 부대 전체의 수준을 높일 수는 있어도, 끔찍한 변수가 터지면 대응할 수가 없다.」
그 끔찍한 변수란 맵 선택권을 가진 조선이 계곡에서 그들의 매뉴얼을 카운터 치는 매뉴얼을 들고나온 지금 이 사건이 될 거다.
파아앙!
파앙!
궁수들이 쏘는 화살들이 하나같이 바이킹들이 숨은 곳을 비집고 들어가 피해를 입히고 있었고.
바이킹들은 그러면 그럴수록 엄폐에 신경 썼는데.
그건 되려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자신들을 승리로 이끌던 그 전술이 자신들을 오히려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일부 바이킹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지휘자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다.
지금까지 쭉 이렇게 싸워왔는데 갑자기 다른 방식으로 싸운다는 건 쉽지 않다.
「극한 상황에선 훈련으로 몸에 밴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야. 아마 눈치채더라도 대응하기 힘들 거다.」
쿠키의 예상이 하나씩 적중해가는 것처럼, 조선의 화살도 바이킹들의 살갗에 꽂혔다.
퍼억!
퍼벅!
“거의 다 죽였다아아!”
“좀만 더 쏴아!”
이미 2차 진격한 바이킹들도 허무하리만치 쓰러지고 무더기로 있다.
“무슨 화살이 맞기도 전에 쓰러지는 거 같네! 으하하!”
조선은 이미 승전을 자축하는 분위기였는데.
“여기! 여기! 너무 많아! 몰려온다아!”
서쪽 방향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그쪽 방향이 아닌 팡어 외의 다른 궁수들이 고개를 빼고 돌아보는데.
“어……?”
바이킹들이 일렬로 쭉 달려오고 있었다. 이들은 어떤 엄폐물도 쓰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쓰되 의존하지 않는 거다.
그냥 지그재그로 오가며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를 그저 지나치고 있다.
최소한의 엄폐만 할 뿐 오로지 속도에 초점을 맞춘 돌격.
지금까지 바이킹들의 움직임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들의 선두엔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검을 빼든 한 여인이 달려오고 있었다.
제시가 이끄는 부대다.
팡어는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저, 저거 좀 위험한데!?”
화살이 쏘아졌으나, 서쪽 방면을 담당하는 궁수는 겨우 셋.
더군다나 적들은 엄폐물도 적극적으로 써주지 않고 있다.
커브샷을 날릴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직하게 쏘자니 궁병이 부족하다.
다른 궁병들이 저쪽으로 이동해서 쏜다면 그나마 상황이 나을 것이다.
그렇기에 팡어는 반사적으로 외친다.
“저쪽으로 가서 지원…… 어?”
아니, 외치려 했는데.
‘어……?
팡어는 당황했다.
그때 깨달은 것이다.
‘이 자리를 벗어나면 안 되잖아?’
자신들도 매뉴얼 안에서 싸우고 있었다는 걸.
이 자리를 벗어나면, 커브샷은 쏘지 못한다.
「극한 상황에선 훈련으로 몸에 밴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야.」
이 말이 그대로 조선군에게도 적용됐다.
저렇게 이레귤러적인 존재들이 나타나면 매뉴얼은 종이 쪼가리가 된다.
그렇다고 매뉴얼에서 벗어난다?
자칫하다간 이 계곡은 곧바로 궁병들의 무덤이 될 거다.
지금까지 조선군이 이겨온 건 자리를 기반으로 한 매뉴얼 덕이다.
팡어는 판단을 내려야 했다.
아몬드가 리더라지만, 그건 행동대장 같은 포지션이다.
실질적인 오더는 팡어가 내리기로 되어 있었다.
병사들도 아직까진 팡어를 더 믿고 따른다.
그런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
* * *
서쪽 바이킹들의 선두, 제시가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설마 했는데. 진짜였어.’
그녀는 아까 저들이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진짜로 그 자리에서만 연습한 거야?’
궁수들의 커브샷 실력은 자신이 정한 자리에서만 뿜어지고 있다.
그게 제시의 가설이었는데.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거 재밌는 미친 사람들이네.’
조선이 별 희한한 전략으로 전투 약세를 극복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당해보니 기가 찼다.
그녀는 따라오는 뒤쪽을 보며 외쳤다.
“계속 속도 위주로 달린다! 도끼를 던질 거리가 나오면 곧바로 던져!”
“예!”
조선의 궁수 몇이 열심히 사격을 가해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엄폐물을 거의 스치듯이 지나가 버리니 커브샷이 먹히지 않음은 물론, 직선거리가 나와도 선두의 에이스들이 쉽게 막거나 쳐내버린다.
그러자 자신감을 잃은 건지 점점 명중률이 형편없어진다.
승리를 예감한 제시는 하하 웃으며 내달렸다.
“외우면 뭐 해! 조금만 변형돼도 못 맞히는데!?”
조선 궁수들은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돌겨어어어억!
타다다닥!
모든 바이킹이 도끼 던지기 사거리 안으로 순식간에 진입하기 위해 피하기를 그만두고 내달렸다.
피융! 피융!
궁병들이 죽어라 급하게 쏴댔으나.
성급하게 직선으로만 쏘는 화살은 방패로 막기 너무나 쉬웠다.
텅……! 터엉!
그런데─
“!”
익숙한 인영이 홀로 위치를 이탈했다.
‘어?’
그랬다.
저 선수만큼은 위치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있다.
아니, 처음부터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대비가 되어 있었어?’
제시는 깨달았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저 선수가 존재하는 것이란 걸.
기리릭.
정면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그는 아몬드다.
반대편에 있던 그가 어느새 서쪽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무려 3발의 화살이 동시에 시위에 매겨져 있다.
“피…… 피해!”
그녀 자신도 몸을 날리면서 외쳤으나, 이미 늦었다.
파아아앙──
세 발의 화살이 뱀처럼 휘며 각자의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