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8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57화
52. 궁안궁(4)
아몬드 선수가 자리 잡은 곳을 본 중계진이 놀란다.
“아니, 이렇게 명당이?!”
“아니, 아몬드 선수! 길치 아니었습니까!? 맵의 흐름을 정확히 보고 있습니다아!”
-ㄹㅇ 뭐냐?
-걍 운인가
-아몬드 길치 맞던데 가짜국대 보면ㅋㅋㅋ
-캬
-어쩌면 길치라서 찾은 명당이 아닐까
“지금 여기 산 구조가 빙글빙글 산타면서 내려가는 구조거든요!?”
“그렇죠. 나선 계단처럼!”
“예! 그 말은 뭐냐면! 잘만 길을 타면! 앞서가지 않아도 후방, 전방 다 쏠 수 있다는 겁니다! 어차피 내려가다 보면! 위에서 내려다볼 때 다시 같은 위치로 돌아오지 않습니까!?”
킹귤의 주장은 이러했다.
이 지형을 매우 단순화해서 위에서 내려다볼 때, 달팽이집 같은 소용돌이 모양이다.
3D로 보면 나선 계단인데, 밑으로 갈수록 둘레가 커지는 나선이다.
앞서간 사람이 계단을 한참 먼저 내려가도, 위에서 내려보면 계속 보인다는 거다.
즉, 아몬드는 바이킹들을 놓치지 않고 계속 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게 실제 산세가 나선보단 복잡해서 그렇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확실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말처럼 쉽진 않다.
실제 이 산에 발을 디디고 서면, 수많은 나무와 수풀에 시야를 방해받는다.
이런 아몬드 입장에서 중계진과 같은 생각이 가능할 리가 없다.
현재 이 산길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다만─
“어!?”
──퍽!
가장 선두로 내려가던 바이킹 하나가 쓰러지고, 그 뒤의 바이킹이 발이 걸려 엎어진 순간.
바이킹 전체의 진격이 멈춰 버렸다.
“자, 잠시만요! 이거 길이 좁아서!? 바이킹 입장에서 구도가 이상해지는데요!”
산세가 워낙 험하다.
내려가는 길은 사람 둘 정도가 겨우 통과할 수준이다.
이런 곳에서 된통 엎어져 있으면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곧바로 시체를 뛰어넘듯이 넘어가면 되지만, 문제는 두 번째 바이킹이다. 그가 시체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그가 다시 일어서기 전에 그를 뛰어넘어 갈 수는 없다.
바이킹 전체가 그가 일어서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 이거 완전 찬스인데요!?”
그리고 중계진의 눈에도 아몬드의 시야에 보이는 것과 똑같은 것이 보였다.
멈춘 채로 완벽하게 머리가 노출된 바이킹들.
“지금 바이킹들! 어디서 쏜 건지 모릅니다! 옆에 다른 숲 쪽을 쳐다보고 있거든요!?”
첫 발 정도로는 화살의 근원지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음에 쏜다면 알아챌 것이다.
“아몬드. 또 쏘면 한 명은 더 잡겠습니다!? 위치는 들킬 수도 있지만!”
중계진은 그가 한 명을 더 잡을 거라 생각하며 흥분했으나.
아몬드는 그럴 생각은 없었다.
‘지금 한 명을 쏘면 다른 사람들은 위로 방패를 들 거야.’
두 번째 화살을 쏘면 위에서 쏜 걸 바로 알아챌 것이다.
‘그럼 한 명만 잡고 더 이상 못 잡아.’
세 명의 정수리가 동시에 일직선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런 기회에 한 명만 잡고 넘어가라고?
그러고 싶진 않았다.
이런 기회는 그가 여태 수십 판의 게임을 했어도 한 번도 보지 못한 기회다.
슥.
그는 세 발의 화살을 동시에 잡은 채 시위에 메겼다.
기리릭.
“아, 아몬드!? 지금 화살 세 발!”
-ㅁㅊ
-설마
-와
-엥??
3초 후.
세 발의 화살 전부 하얀빛으로 발광했다.
‘5발.’
남은 화살을 읊조리며, 아몬드의 손이 그 세 발의 화살을 동시에 놔주었다.
파아앙──
“!?”
무어라 해설들이 말을 덧붙일 시간도 없이, 찰나의 순간 안에 날아가 각각의 목표물에 꽂혔다.
──퍼버벅!
셋의 인영이 휘청거리더니, 스르르 쓰러져 버린다.
“아아아아아아악!?”
킹귤 역시 경악스러운 환호성을 내질렀고, 바이킹들은 벼락같은 속도로 위쪽을 향해 방패를 치켜들었다.
척!
극도의 긴장 상태라는 것이 이 위에서도 보일 정도.
-와
-ㅁㅊ 뭐야
-ㄷㄷ
-직선이라 가능했던건가? 판단 미쳤네
-캬
-헐
“세, 셋이 동시에! 동시에 죽었어요!!!”
그도 그럴 게 갑자기 셋이 동시에 죽어버렸다.
바이킹들의 입장에선 복병 부대라도 있는 거라 착각할 만했다.
이로 인해 또 바이킹은 지체된다.
“판단이! 판단이 예술입니다! 이거 그거죠?! 다음에 쏘면 위에서 쏘는 게 들켜서! 방패로 막으니까! 그러니까 동시에 잡는 방법을 택한 겁니다!”
위에서 쏘는 방식의 유일한 단점.
방패를 위로 들면 몸 전체가 가려지면서 전혀 타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몬드는 동시에 세 발을 쏴버리는 선택을 했고 세 발 모두 적중시켰다.
“이건 아까 전에 계곡에서 쐈던 멀티샷과는 다르죠!? 이건 진짜 살상용이었고! 진짜 살상했습니다아!!”
세 발 화살 전부 타깃을 사살했다.
쉬운 각이 나왔던 것이라 해도, 경이로운 조준력이다.
“아! 세 발을 쏜다는 그 판단을! 넘어졌던 바이킹이 다시 일어서기 전에 이뤄졌다는 거! 그 짧은 순간에! 미쳤어요! 아아몬드!”
“후방만 지체시키는 걸로 멈추는 줄 알았는데! 바이킹! 결국 본대 전체가! 전체가 꽤나 지체됩니다!”
이러는 사이에도 바이킹들의 사냥 초소는 계속 공격당하고 있었다.
옵저버가 그 장면으로 화면을 돌리자, 현장에서 함성 소리가 한 번 더 터져 나온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관중석의 1/4도 차지하지 못한 붉은 옷의 응원단의 목소리가 경기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아몬드의 이름을 부르며.
“이거 바이킹! 위기에요!? 지금 이미 사냥 초소 3개가 조선에게 다 털렸어요! 이 이상 털리면! 힘들어집니다!?”
사냥 초소.
바이킹의 고유한 건물이다.
이 건물은 각각 사냥터에서 고기를 저장할 뿐 아니라, 금을 생산하기도 한다.
몇 초마다 금을 생산하고, 사냥감을 가져올 때마다 추가적으로 또 금을 생산한다.
덕분에 바이킹은 일꾼으로 금을 캐지 않아서 일꾼 견제가 크게 의미 없는 문명이다.
바꿔 말하면 사냥 초소에 피해를 입으면 타격이 크다는 말이다.
“일꾼을 다 죽인다고 해도 바이킹은 살아날 수 있지만! 사냥 초소를 건드리면 얘기가 다르거든요!?”
초소는 바이킹 입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물이다.
“바이킹은 되는대로 일단 생산해서 방어 병력을 보내고 있습니다만! 오려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요! 지금 아몬드가 지체시키고 있는 이 군대가 왔어야 하거든요!”
만들어놓은 전사들을 못 쓰니, 전사들을 새롭게 만들어서라도 보내고 있는데.
당연히 시간이 꽤 걸렸다.
이미 밖으로 나와 있는 본대가 가는 게 더 빠를 텐데.
“본대가 지금 아몬드한테 막혔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단 한 명이 몇 명을 지금 막고 있는 겁니까!?”
“방패를 저렇게 들고 이동하니! 빠르게 갈 수가 없죠!”
본대의 진격이 지지부진했다. 아몬드의 화살을 의식하느라 방패를 머리에 이고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아! 근데! 지금 바이킹들! 그냥 아몬드가 쏘는 활은 무시하고! 미친 듯이 뜁니다!?”
바이킹들이 방패를 내리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다.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인가요!?”
“아, 이건 지금 지휘관한테 명령을 받은 것 같은데요!? 무시하라고!”
“판단이 좋습니다!? 사실 저기서 쏘는 게 한 명인지 뭔지는 모를 텐데.”
아몬드가 활을 쏘든 말든, 그냥 뛰는 것이다.
파앙!
파아앙!
아몬드가 쏘는 화살에 두 명이 연이어 더 쓰러졌으나.
그들은 그냥 뛰었다.
결국 아몬드도 별수 없이 그들을 따라 뛰기 시작한다.
“아니, 아몬드 선수? 활 쏘는 걸 멈췄습니다? 그냥 따라가면서 계속 쏴서 최대한 죽여야죠!?”
추격하면서 활을 쏘지 않는 모습에 의아해하는 중계진.
“아? 뭐죠? 일단 최대한 따라가겠다? 이건가요?”
아몬드가 왜 따라가면서 활 쏘는 걸 멈춘 건지. 그들의 시점에선 알 수가 없다.
아몬드의 화살통 안에 든 화살 숫자까지 보이진 않으니까.
킹귤이 뒤늦게 이 사실을 기억해 낸다.
“아…… 서, 설마 화살이 없나요!?”
-엥
-헐
-ㅁㅊ
-맞다……
-아 쟤 궁수 아니지
-엥?
시청자들도 이제야 기억했다는 듯 놀라는 반응.
“아! 이거 아몬드 선수! 더 조금 더 막으면! 진짜 게임 끝낼 수도 있거든요!?”
“너무 아쉽습니다!”
아몬드가 조금 더 지체시켜서 초소를 하나 정도 더 털면 그야말로 치명적인 타격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하필 화살이 없으니, 아몬드는 그들을 따라 뛰어가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 * *
“허억. 허억…….”
갑자기 빠르게 뛰어 내려가는 바이킹들을 따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 아몬드.
흔들리는 화살통에 든 화살은 겨우 2개였다.
치이이이익.
그럼에도 그는 산 비탈길을 그냥 거의 구르듯이 미끄러져 내리며 추적을 감행했다.
화살도 얼마 없는데 왜 이렇게 쫓아가는 걸까.
[저지하라]그야 그에게 주어진 명령은 여전히 저들을 저지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화살이 없다.
활과 화살만 있다면 이 산속을 호령하는 범이 되겠으나, 지금은 이가 없는 호랑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아성에서 맨날 구호처럼 듣던 말인데.
꼰대 같아 별로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 정신만은 아몬드의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지.
일단 명령이 떨어지면 어떻게든 하겠다는 생각부터 들지, 안 되니까 그만둔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잇몸…….’
화살이 없는 그에게 잇몸이 되는 게 뭘까.
치이이익……!
한참 뛰던 그가 어느 절벽에서 멈춰 선다.
밑을 내려본다.
이 바로 밑에 바이킹 본대가 뛰어가고 있다.
그는 높이를 가늠해 본다.
별로 높진 않다.
2층 정도의 높이.
그는 이미 잇몸이 무엇이 될지 결정한 바.
‘가자.’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타닥─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 나가, 절벽에서 몸을 날렸다.
그가 택한 잇몸은 자신의 몸이었다.
* * *
──쿵!
한참 뛰어가던 바이킹들 위로 무언가 거대한게 떨어졌다.
“으어억!?”
“뭐야!”
바위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시빌엠에서 바위를 굴려 병사를 죽이는 자유도 따위가 주어져 있지도 않았다.
이렇게 큰 게 위에서 떨어질 수 있는 건 딱 하나였다.
“?!”
바이킹들이 놀라 떨어진 것을 쳐다봤다.
“적이다아아──”
──퍼엉!
미리 시위를 메겨놨던 화살이 시원하게 그 바이킹의 머리를 터뜨렸다. 시뻘건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느리게 비산하는 붉은 핏방울을 따라 바이킹들의 시선이 옮겨갔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아몬드는 잽싸게 하단으로 슬라이딩하며, 쓰러지는 바이킹의 검을 챙겨 든 뒤.
사방으로 검을 한 바퀴 휘둘러 베었다.
촤아아아악──
주변에 있던 바이킹들의 다리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원형으로 넘어지는 적들.
그 사이로 우뚝 솟은 아몬드, 그가 정면으로 뺏어 든 도끼를 내던진다.
휘리리릭.
도끼는 누군가의 머리 정중앙을 향해 날아들었으나 그 바이킹이 머리를 휙 젖혀 피해버렸다.
결국 붉은 머리칼 몇 올만 잘라내며, 애꿎은 바로 뒤의 바이킹이 도끼를 맞는다.
퍽!
이 모든 게 아몬드가 떨어진 후 찰나에 벌어진 일.
순식간에 바이킹 너덧이 전투 불능이 되었고, 당연히 진격은 다시 멈췄다.
“아몬드…….”
도끼를 피한 제시가 검을 빼 든다.
“날 데리러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는데.”
제시는 곧바로 전투광 팩션과 함께 달려든다.
콰앙──
아몬드도 검을 고쳐 잡으며 응수했다.
제시, 아니, 다른 어느 바이킹이어도 근접 대결에서 승산이 있을지 모른다만.
어차피 이판사판.
아몬드도 검을 휘둘렀다.
최대한 시간만 끌자는 생각으로.
──카아앙!
두 검이 불꽃을 튀며 서로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