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69화
25. 꿈만 꿔야 했던(1)
쿵!
살벌한 날로 찍어 누르는 거대한 도끼.
바닥이 쩍 갈라졌다.
아몬드의 아바타가 있던 바닥이다.
“워…….”
어느새 옆으로 쏙 피한 아몬드.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그는 여유로워 보였다.
“불 켜지자마자는 좀 너무하네요.”
방송 습관이 되어 있는 그는 멘트까지 중얼거렸다.
후웅!
그런 여유를 박살이라도 내겠다는 듯, 다시 거대한 창이 날아온다.
“으!”
휘익.
아몬드가 몸을 옆으로 던져서 피했다.
쿵!
그 창 역시 애꿎은 바닥만 갈라지게 했을 뿐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훙훙훙!
사방에서 동시에 검이 날아왔다.
“……!”
아몬드는 순간 멈칫했다.
‘어디지. 사각지대.’
동시에 날아오긴 하지만, 사각지대는 있다.
전자파가 플레이했던 영상에서도 항상 그랬다. 늘 방법이 있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이.
‘저기다.’
차악─
사각지대를 찾은 상현이 몸을 날렸다. 슬라이딩하듯이 밑으로 굴렀다.
카아앙!
그가 사라진 허공에서 칼 세 자루가 불꽃을 터뜨리며 부딪힌다.
피해낸 것이다.
저 위에서 꺄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와! 역시 아몬드 님. 쉽게 무너지진 않네요?]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
어느새 돔 경기장을 내려볼 정도로 거대해진 유하연이었다.
-와 ㅋㅋㅋㅋ
-비열하다 유하연!!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갑자기?
-ㄷㄷ 역시 이게 살아남아라지
-크, 크고 아름다워……!
-ㅋㅋㅋㅋㅋ 와 ㅋㅋㅋ
-개커엽닼ㅋㅋㅋ
-졸라 크네ㅋㅋㅋㅋ
-전자파 기록 좀!
-!전자파 기록
[전자파 님의 기록을 물어보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쿵!
거대한 유하연이 거대한 팻말을 들어 보였다.
[30분 39초]무려 30분에 달하는 시간이다.
-미친 다시 봐도 괴물이네
-저런 게 날아오는 걸 30분 동안 피하라고?
-ㄷㄷㄷㄷ
-허허
[어때요? 장난 아니죠? 솔직히 전자파 기록은 무리죠. 아몬드 님?]유하연이 씨익 웃으며 아몬드를 도발하는 중에도, 아몬드에겐 계속해서 무기가 날아들었다.
아몬드는 다시 몸을 가볍게 움직였고.
쿵! 쿵!
모든 무기는 아몬드를 스치지도 못하고 전부 바닥이나 깨부숴버렸다.
[오…… 역시 남다르시긴 한데요? 지금 여기서 플레이했던 유저의 71프로가 탈락했는데.]71프로의 유저가 여기서 탈락했다니.
아몬드는 의아할 지경이었다.
‘이거에……?’
이런 거에 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영상에서 봤던 거에 비하면 이건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 이제 맛보기는 끝났습니다!]이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려는 것 같았다.
-갓보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보기였다니
-크
-아몬드 불쌍해 ㅠㅠㅠ
-퓨ㅠㅠ
-???: 누나!! 진짜 나 죽어!!!
* * *
유하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후.
쿠구구궁!!!
아몬드가 딛고 서 있던 바닥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기로 인해 깨졌던 네모난 타일 몇 개가 바닥으로 꺼져 버렸다.
언뜻 보니 타일이 사라진 빈공간은 시커먼 심연이다. 저 안으로 들어간다면 살아남지 못할 건 자명했다.
-헐 바닥이 무너지는데?!
-ㄷㄷㄷ
-아몬드 죽지 마 ㅠㅠㅠㅠ
-와 오진다
-오 바꼈네. 전자파 할 때랑.
이건 전자파의 영상에서는 없던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면 테스트 대상자가 다 외워서 와버릴 수도 있으니, 조금씩 변주를 주는 거다.
-저걸 갑자기 어케 피함?
-ㅅㅂㅋㅋㅋ 그냥 바닥이 꺼지는데?
-규칙이라도 있나?
-ㄷㄷㄷ
타일이 급작스럽게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명 힌트는 있다.
‘전조 현상이 있어.’
일단, 아까 무기들이 바닥에 처박히면서 상처를 냈던 타일들이 사라진다.
둘, 사라지기 전에 미약한 진동을 일으킨다.
마치 콘솔 게임할 때 패드가 위험을 알려주기 위해 진동했듯이.
[제대로 가자구요!]유하연의 유쾌한 음성과 함께, 이제 본격적으로 타일들이 밑으로 마구 꺼지기 시작한다.
부르르르…….
‘온다!’
아몬드는 사전에 진동을 느끼면서 몸을 요리조리 피해댔다.
쿠웅! 쿠웅!
타일들이 요란스러운 굉음을 내며 하나둘 떨어져 나가는데도, 아몬드가 있는 곳은 언제나 멀쩡했다.
-와. 뭐야 외워서 왔냐?
-이걸 어케 함?
-외우긴 뭘 외워 전자파 때도 없던 유형인데 ㅋㅋㅋ
하도 멀쩡한 곳만 잘 골라가서, 외운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유하연이 곧장 언급한다.
“절대 외운 게 아니에요! 오늘 유형에 대해서는 사전에 아무런 고지도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진짜 대단합니다! 아몬드! 전부 피해가고 있어요! 무슨 할리우드 영화, 무너지는 다리에서 뛰는 주인공 같네요!!!”
-비유 미친ㅋㅋㅋ
-엌ㅋㅋㅋ
-ㄹㅇㅋㅋㅋ
-주인공은 절대 안 죽지 암!
유하연의 비유는 과장이 보태졌긴 해도, 일단 맞는 말이었다.
쿠르르르릉……!
아몬드는 수도 없이 무너져가는 타일의 파도에서도, 진짜 귀신처럼 멀쩡한 타일만 밟으면서 생존해 나가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의 얼굴에서는 긴장감 비슷한 감정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몬드 약간 지겨워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
차라리 지겨워하는 표정에 가까웠다.
눈앞에서 바닥이 무너지는 중인데도.
-헉ㅋㅋㅋㅋ
-와 여유롭다
-ㄷㄷㄷㄷ 풍선껌이었으면 5번은 죽음
-나였으면 비명 마구 지름
그렇게 약 5분이 지났다.
‘패턴이 바뀌었다.’
이제 무기들이 파괴했던 타일 말고 다른 타일들도 밑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쿠구궁!
이젠 어떤 타일이 꺼질지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 그냥 진동만 느끼고 움직여야 했다.
아몬드의 발이 조금은 느려진다.
그렇게 다시 3분이 지났다.
[놀랍네요! 8분! 8분을 여유롭게 버티는 중입니다아아! 이것만으로도 이미 상위 11퍼예요! 캡슐 처음 써본 게 겨우 3주 전인 거 맞나요?!]그즈음이었다.
후웅!!!
익숙한 파공음과 함께 거대한 도끼가 날아든다.
진동이 오는 타일을 피해서, 다음으로 옮겨가고 있던 아몬드를 향해 정확하게!
‘무기 날아오는 거까지 합쳐지는구나.’
아몬드는 급하게 몸을 숙이며 도끼를 넘겼다.
콰광!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쪽 타일이 심연으로 떨어져 내려간다.
‘이제 무기에 맞은 타일은 바로 사라지고.’
새로운 규칙을 머리에 바로 입력하는 아몬드.
‘무기를 피하고, 진동하는 타일을 피하고, 무기에 맞은 타일도 피하고.’
피해야 하는 요소 3가지를 정확히 머리에 때려 박는다.
무시무시한 투사체와 떨어지는 타일을 피하면서 패턴도 파악한다.
실제 현실이었다면 짧은 찰나에 이런 게 가능하지 않았을 테지만.
풀 다이브 가상현실에선 그나마 가능했다.
[10분이 지났습니다! 아몬드의 기록은 이제 상위 9%입니다!]이제 10분이 지났다.
‘더럽게 길다.’
이제 겨우 3분의 1 도달한 거다.
30분이라는 전자파의 기록은 아직 아득하게 멀었다.
* * *
한편, 아몬드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엔지니어실.
“저…… 엔지니어님? 이거 수치가 이게 정상인 거 맞나요?”
거기서 조수 하나가 헤드 엔지니어에게 물었다.
살아남아라! 테스트는 단순히 살아남는 시간만 재는 게 아니었다.
그 살아남는 시간 동안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통해 그의 풀 다이브 게임에서의 포텐과 능력치를 수치화하는 테스트이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가상 현실 기량 수치 VNS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게 조금 곤란해지고 있다.
측정해야 하는 요소들 중 하나의 그래프가 프레임 밖으로 나가기 직전이었다.
질문을 받은 엔지니어도 고개를 갸웃한다.
“어…… 글쎄. 저게 상당히 높긴 하네. 기계 이상은 없는데.”
집중력을 표현하는 그래프 바. 그게 거의 화면 끝자락에까지 닿고 있었다. 엔지니어가 잠시 턱을 매만졌다.
‘저 수치가 높으면, 사실상 모든 수치가 평균적으로 높게 계산될 거라는 건데.’
풀 다이브는 오로지 정신으로만 움직이는 세계다. 집중력이 높다면, 정신적 피지컬이 높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세계에서 구현되는 대부분의 기술, 기량이 높을 거라는 뜻이다.
물론 집중력이 전부는 아니고 다른 세밀한 요소들도 많지만…….
‘저 상태라면 VNS가 250은 넘겠는데.’
도출이 예상되는 숫자를 머리에 그려본다.
말이 안 된다.
그런 수치는 본 적이 없다. 딱 1명을 제외하고는.
‘전자파와 같은 레벨이라고?’
부동의 가상현실 게임 1티어 게이머로 인정받는 전자파.
국내를 넘어 세계를 압도하는 존재.
그가 보여줬던 수치가 저런 식이었다.
조수가 재차 묻는다.
“저 수치가…… 저, 저렇게 높을 수가 있나요?”
“음…… 불가능은 아냐. 전자파가 그랬거든.”
“아…… 그, 그렇구나.”
“그땐 없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해. 그건 그리고 너무 이례적인 수치라…… 굳이 숙지도 안 시키니까.”
엔지니어는 게임 화면에 머리를 바짝 들이댄다.
“그런데…… 그런 수치가 또 나오고 있다니. 신기한데?”
화면 속 아몬드가 날아오는 무기와 무너지는 타일들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잘 피하고 있었다.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피하는 거 정도야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굳이 전자파가 아니더라도, 프로게이머 정도 레벨이라면 이 부분에서 다들 잘 살아남는다.
그러나 뭔가 달랐다.
뭔가 한 뼘 정도의 여유가 더 있었다.
똑같이 투사체를 피해도 훨씬 더 부드러워 보였다.
‘신기하군.’
엔지니어는 흥미가 동했다.
저 부드러운 동작이 어떻게 나오는 걸까.
그리 큰 동작도 없이, 마치 뭐가 날아오는지 다 알고 있는 듯 피해내고 있다.
이런 느낌을 주면서 이걸 피해내는 테스터는 여태껏 없었다.
전자파를 제외하고.
육안상으로도 전자파를 연상시킨다니.
‘어쩌면 정말 그 후계가 나타난 건가?’
전자파라는 인간이 있었으니, 그 뒤를 이을 천재가 또 등장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아니다.
게다가 이걸 잘한다고 정말 천재라고 할 수는 없다. 단순히 IQ가 높다고 그 사람이 위인이 될 수는 없듯이.
“그런데 저 사람 29살 아닌가?”
만으로 29살이다.
이젠 30살이었다.
대체 나이 30에 들어선 남자가 어떻게 저런 수준의 집중력 수치를 보여준단 말인가?
전자파도 테스트 당시엔 23살이었다. 심지어 이미 프로게이머였고,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이었다.
근데 이제 막 캡슐을 시작한 초짜가 저런 수치를?
말이 안 된다.
뭐하던 사람일까?
“맞습니다. 30입니다. 저게 가능한 건가요?”
“음. 일단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잖아.”
인정하기 싫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부정할 순 없다. 그래서는 엔지니어가 아니겠지.
현상은 현상이다. 저것도 통계에 들어가긴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유라도 찾아야 한다.
저렇게 할 수 있는, 이유 혹은 원인.
그게 자신이 할 일이었다.
엔지니어는 고뇌에 빠진다.
잠시 후.
“이미지 트레이닝.”
뭔가가 떠오른 듯 중얼거린다.
“예?”
“이미지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다면 가능해.”
조수의 표정이 물음표를 그렸다.
이미지 트레이닝? 그게 풀 다이브에 도움이 된다는 건 정설이긴 하다.
그렇긴 한데…….
“에이…… 그건 쫌…….”
이미지 트레이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그런 걸로 저런 퍼포먼스가 나온다면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거다.
“얘기는 끝까지 들어. 10년이다.”
“예?!”
“저런 반응 속도가 풀 다이브에서 나오려면. 10년 정도는 필요하다. 그냥 단순 계산으로는 그래.”
“10년이요?!”
“어.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정해진 시간, 같은 시간대에 똑같이 반복해야 한다. 꿈에도 나올 정도로. 그럼 이론상 가능해. 저 정도의 집중력 수치가.”
물론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건 엔지니어 본인이 더 잘 안다.
10년이면 풀 다이브가 나온 시간보다도 더 길다.
풀 다이브가 상용화돼서 대중적으로 퍼진 게 8년 전이니까.
그보다 더 전인 2년 전부터 어떻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단 말인가?
할 수 있다고 해도.
왜? 라는 질문이 남는다.
대기업 사원이었다던데. 대체 뭘 위해서 10년간 매일 같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단 말인가?
그것도 분명히 아주 구체적이고, 강도가 높은 이미지 트레이닝이었을 터다.
초고강도로 분류될 법한 그런 이미지 트레이닝을 10년간 매일?
보통 인간의 의지로는 불가능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 정상 범주가 아니다.
거의 정신병이라고 봐도 될 수준이다.
저렇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바엔 보통 그냥 몸을 직접 움직인다.
‘왜지?’
그런데 저 아몬드라는 사람은 그런 걸 왜 한 걸까?
가상 현실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인가?
그런 거라면 왜 직접 훈련 없이, 이미지 훈련만 했는가에 대한 대답이 된다.
“에이. 누가 그렇게 해요! 그냥 태어날 때부터 뇌구조가 다른 그런 천재 아닐까요?”
“음…… 그럴 수 있긴 해. 근데…….”
“근데?”
“그런 결론은 좀 재미없잖아. 그냥 처음부터 그렇다. 얘는 원래 뇌가 이렇다. 이런 식의 결론은 수학적이지 못하지.”
“……아, 예.”
그러는 사이.
“오…… 15분 지났다.”
벌써 전자파의 기록 절반이 돌파당했다.
그리고 아몬드의 눈에는 아직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