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9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60화
53. 간파(2)
약 20분 전.
바이킹 팀의 대기실.
이들은 하나같이 커브샷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선 궁병들이 전부 다 커브샷을 쏘는 거야?”
“최소 15명 정도가 그런 것 같은데.”
“그 정도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해. 2시대에 무장 병력이 평균 50 남짓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커브샷은 방패마저 무시하고 바이킹의 급소를 노릴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런 식이면 이론상 우린 이길 수가 없어…….”
이론상 조선은 바이킹 상대로 상당한 강점이 있는 문명이었다.
그럼에도 조선의 바이킹전이 저평가 되는 이유.
아니, 대체로 모든 문명들이 조선을 상대할 때 쉽게 생각하는 이유.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나뉜다.
1. 자원 팩션이 없다.
이게 가장 크다.
경제, 생산 관련 팩션이 전무했다.
조선은 늘 다른 문명보다 자원이 없다.
뛰어난 무기와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소수만 보유할 수밖에 없었다.
2. 실전성이 없다.
조선의 활 데미지는 ‘집중’이라는 최상등급 팩션 덕에 문명 안에서 최고 데미지를 자랑한다.
하지만 엄폐물에 있어선 너무 취약해진다.
3초에 한 번 화살을 쏘는데 엄폐물에 막힌다?
거의 6초간 바보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커브샷이 있으면 얘기가 너무 달라진다고.”
이런 조선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건 커브샷이란 기술이다.
이는 팩션도 아니고, 게임사에서 장려하는 전투법도 아닌, 어쩌면 편법에 가까운 순수 개인 기량의 기술.
화살에 야구공마냥 커브를 먹여서 엄폐물을 돌아 타깃에 명중시키는 기술인데.
이런 걸 급소 타격까지 성공시킨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 기적에 가까운 손기술이 있을 거라고 가정하고 전략을 짜는 팀은 없고, 바이킹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일이 조금 전 판에 실제로 일어나 버렸다.
전원이 커브샷을 구사하여 바이킹 1선을 전멸시켰다.
그러니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이러면…… 궁병을 상대하기가 너무 까다로워지잖아?”
평소 부정적인 의견은 거의 내지 않는 보조 지휘관 ‘노스맨’도 이런 말을 먼저 뱉을 정도였다.
모두가 커브샷에 대한 공포로 한마디씩 뱉기 시작하는데.
“아니야.”
제시가 아니라며 나섰다.
“커브샷을 다 쏠 수 있게 된 게 아니라고.”
“뭐? 그럼 우리가 당했던 건 뭔데? 우리 시체 되기 작전을 쓰지 않았다면 전부 당했을 거야. 이건 원래 1차전에 쓰려했던 게 아닌데.”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만 가능하게끔 외운 거야.”
“?”
그 말에 다른 바이킹들이 코웃음을 쳤다.
“하. 시빌엠에서 자리를 외운다는 게 말이 되나?”
“난 애초에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는군.”
그럴 만했다.
제시도 자신이 생각하는 게 정말 맞는지 확신은 못 하고 있으니까.
“그건…….”
이에 총지휘관인 엑스마스터가 나섰다.
“하. 그런 거였나?”
다들 물음표를 띄우며 그를 바라봤다.
이에 엑스마스터가 설명한다.
“그 계곡은 안 바뀐다. 가끔 그런 맵들이 있어. 맵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곳은 안 바뀌는 경우.”
“!?”
그 말에 다른 모든 리더들이 놀란다.
총지휘관처럼 모든 걸 위에서 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 게 있어?”
“그래.”
“이런. 미친…… 게임 좀 제대로 만들라고!”
노스맨이 화를 버럭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런 식이면 맵 선택권이 너무 중요했던 거잖아!?”
맵 선택권이란 걸 고작 베스트 드레서 따위로 건네줘도 아무도 별 불만이 없던 이유.
그건 시빌엠에서 맵은 늘 임의성을 갖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그 대전제가 파괴된 것이다.
“…….”
제시 역시 말을 아끼며 그저 땅을 바라본다.
괜히 죄책감도 든다 해야 하나. 그때 1등을 할 수도 있었는데.
“너무 그러진 마. 어찌 됐든 중요한 건 우리가 그자들이 커브샷을 자유자재로 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단 거지.”
덩치가 유독 큰 사내가 노스맨을 나무란다.
또 다른 보조 지휘관인 빈터다.
“그거. 확실한 건가?”
빈터가 제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커브샷을 그 자리가 아니면 제대로 못 쏜다는 거.”
“응. 하지만. 알다시피 한 명은 예외.”
“그래. 그건 이미 알고 있지.”
그들 모두 아몬드에 대한 자료를 살펴본 바 있었다.
“한 명은 감당할 수 있어.”
“그럼 내가 본 게 맞아. 그 자리가 아니면 커브샷을 쏘지 못했어. 게다가 그 자리를 벗어나는 순간 엄청 당황해서 원래 잘 쏘던 각도 못 쏘더라.”
총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관찰력이 좋군. 제시. 그럼 이번 판은 커브샷을 걱정하면서 움직일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이런 결론에 다다르자, 바이킹들 모두의 안색에 화색이 돌았다.
“이번엔 그들이 고른 전장이 아니야. 확실하게 끝장내자고!”
총지휘관이 우렁찬 고함을 내지르자, 모두가 일제히 따라 소리쳤다.
“와아아아아!”
* * *
한편, 조선의 대기실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쿠키는 남은 병사들은 승리의 기운에 더 취하게끔 두고, 계곡 전투를 치렀던 궁병 부대들과만 면담을 갖고 있었는데.
그는 그 전투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듣고 싶었던 것이다.
“간파당했다고?”
“네. 분명히 그런 움직임이었죠.”
당근이 쿠키에게 현장에서 봤던 전투 흐름을 설명해 줬다.
쿠키는 당시 전투를 직접 보진 못했으니까.
“저희가 포지션에 묶여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움직임이었어요. 엄청 뭉쳐서 우르르 달려왔잖아요. 바이킹들이 원거리 병사를 상대하는 메뉴얼대로라면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죠.”
“어. 나도 그렇게 느꼈다.”
팡어도 한마디 얹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적어도 서쪽 방향에서 온 놈들은 알고 있었어. 동쪽은 몰라도.”
쿠키는 짧게 침음을 흘리며 뒤로 등을 기대었다.
“흠…… 벌써 간파당했다는 건 별로 좋지 않군.”
지역에 기반한 커브샷을 이렇게까지 갈고닦은 게 고작 한 판만 쓰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우리가 커브샷을 쏠 줄 안다는 인식을 심어줬어야 하는데.”
“그건 무리일 것 같아요.”
당근이 딱 잘라서 의견을 냈다.
“마지막에 다 들통났으니까…… 그래. 그럴 것 같군. 그럼 그런 심리에 기대는 건 무리겠어.”
쿠키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긴다.
‘현장에서 들켰다는 소린데……’
총지휘관이 나중에 분석해서 알아낸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즉시 반응했다.
그렇다면 바이킹 중 누군가가 현장에서 곧바로 이쪽의 전략을 간파해 낸 거다.
그러기 위해선 계곡에 있는 조선군의 움직임을 꽤 오래 관찰했어야 했을 텐데.
그런 극한 상황에서 상대를 끈덕지게 관찰해서 결국 분석해 내다니. 그야말로 노련하다는 말이 딱 맞는 자다.
쿠키는 자리를 옮겨 아몬드에게 향했다.
“아몬드.”
“?”
“몸 상태는?”
아몬드는 땀에 푹 젖은 옷을 갈아입고 새 옷을 입고 있었지만, 여전히 머리엔 촉촉함이 남아 있는 채였다.
“지금까진 괜찮아요. 근데…… 1차전만큼은 아니에요.”
1차전처럼은 못 한다는 말이다.
아몬드가 전투 참여하는 빈도를 슬슬 줄여야 했다.
이건 길게 보면 무조건적으로 적용해야 했다.
“…….”
쿠키는 침묵으로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쉽지 않군.’
2차전은 쉽게 갈 수 없을 듯했다.
아몬드가 참여할 수 있는 전투는 2회 정도로 산정해야 했다.
아니, 3전 2선승 경기다.
3차전에 갈 수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1회로 제한해야 했다.
“선수들! 입장해 주세요!!”
어느새 시간이 다 되었다.
* * *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성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경기장 안.
거대한 홀로그램이 다시 지형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자. 이번 맵은!?”
이번엔 양쪽 팀 다 어떤 맵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
선수들은 물론이고, 중계진도 시청자도 관중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ㄷㄱㄷㄱ
-과연
-잠시 광고 뒤에 다시 시작됩니다!
[풍부한 곡창지대]쏴아아아아아……!
너른 갈대밭이 바람을 타고 금빛의 파도를 일으키는 모습.
지평선 너머로 지는 노을, 너른 평야, 푸른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동물들.
“아아아! 이번엔 진짜 아예 다른 성격의 맵이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식량 자원이 많다는 거 제외하면 아까와는 완전 딴판!”
그 맵의 대각선 길이로 각 진영이 자리했다.
캐스터가 경기 개요를 간략히 설명한다.
“바이킹이 2시! 북동쪽! 조선이 8시! 남서쪽입니다! 역시나 1대1답게 대각선 위치해 있고요! 킹귤님! 이 맵에서의 구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예! 일단 말씀해 주신 대로! 아까와는 완전히! 완전히 다른 구도입니다!”
“그렇죠!”
-ㄹㅇ
-이거 쉽지 않다 ㅠㅠ
-궁병 마구 쓸 순 있겠누
-식량이 많아서 통제는 또 안 당할 듯?
-대신 말도 쓰겠네
킹귤은 각 진영의 정찰 움직임을 내려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까 험준한 산골짜기는 정말 개성이 강한 맵이었거든요? 근데 이건 비교적 평이한 맵입니다. 아마 초보자분들이 처음 ai와 대전하시면 자주 마주치실 그런 난이도 ‘하’의 맵이죠.”
-응애 난이도 ㅋㅋ
-아아가 두뇌 난이도 ㅋㅋㅋㅋ
-딱 봐도 쉬워 보임ㅋ
“그렇군요? 그럼 이 맵에서 양 진영 유불리는 50 대 50입니까?”
“음…… 맵이 평이하면 결국 문명간 상성으로 가거든요? 그럼 당연히 50 대 50이라 봐야 합니다. 앞선 경기에 말씀드렸듯이 바이킹과 조선은 서로 물고 물리는 그런 황금 밸런스가 있거든요?”
“아. 그렇죠. 그렇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킹귤은 이번엔 맵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걸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중요해지는 게 전형적인 조선 대 바이킹 구도에서 나오는 시간 싸움이거든요? 바이킹이 조선 3시대 올라갈 때까지 얼마나 해먹느냐. 이건데…….”
“아 그렇죠? 조선 약속의 3시대! 그리고 바이킹은 또 다른 의미에서 약속의 3시대!”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의미 ㅋㅋ
-시간 싸움이네
-시간은 우리 편!
“바이킹이 이 맵에 있는 엄청난 식량 자원을 처음에 거의 독점하다시피 할 수 있거든요? 아까처럼 산악지대도 아니라서 조선 병사들이 이동속도를 기반으로 히트앤런이 안 됩니다.”
“아……! 그렇군요!?”
1차전에서 조선은 ‘산악 민족’ 팩션을 극한까지 활용했었다.
“아까 분석 지표 중에 팩션 활용도에서 산악 민족 팩션이 집중을 뛰어넘었었죠!?”
“그렇습니다. 그 정도로 강점을 보여줬던 팩션이 지금 무용지물이라는 소리고…….”
-헐
-그렇네 이제 식량 견제 어케 함??
-근데 이게 원래 구도임
-ㅅㄱ
-결국 패션 승리였던건가…….
-1경기는 패션컵이었누 ㅋㅋㅋ
킹귤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시청자들은 조선이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1차전 경기에서 빠른 이동속도를 기반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기 때문이리라.
“아니, 사실상 1차전에서 재미 봤던 게 다 없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선이 언제부터 산악 민족 팩션으로 경기 이겼습니까!? 아까 그 맵도! 딱히 활 문명에 유리하지도 않은 맵이었습니다!? 근데도 이겼어요!”
“아. 맞습니다! 조선! 언제나 언더독이었지만! 해냈습니다!”
“조선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바이킹이 식량을 무분별하게 독점해 버리는 걸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바이킹들이 한눈팔 때 초소를 털어버리는 방식이라든가! 어떻게 방법을 잘 짜내야 해요!”
-결국 식량 싸움
-사냥 초소는 계속 털어줘야 하는구나
-초반부터 털기 어려운딩
“아. 그렇죠! 사냥 초소는 또 무분별하게 확장하면 일일이 방어하긴 힘듭니다!? 서로 어느 정도 멀리 떨어져 있어야 금이 생산되는 건물이라, 일정 숫자 넘어가면 맵에 정말 광활하게 퍼지더라구요!?”
“예! 조금 전 판도 그랬다가 관리가 안 돼서 고꾸라졌죠! 과연 이번 바이킹은 어떻게! 사냥 초소를 지킬지! 조선은 3시대까지 사냥 초소를 억제하면서 본진을 지킬지! 이런 싸움이 되겠습니다!”
“아아 말씀드리는 중에! 바이킹 뭔가 벌써 대대적인 움직임이!?”
북쪽 미니맵상의 붉은점.
바이킹들 다수가 점차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확장하려는 듯한 움직임이다.
“바이킹 지금 확장을 벌써? 예사롭지 않죠?! 이 맵 자신 있다 이건가요!? 과감합니다!”
바이킹의 본진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냥 초소가 동시에 지어지기 시작한다.
“이거 완전 욕심 내는 건데요!?”
킹귤의 상체가 놀라며 뒤로 펄쩍 뛰었다.
“아니, 사냥 초소를 왜 이렇게 막 짓죠!?”
“그렇죠! 이렇게까지 빨리 지을 필요는 없거든요? 2시대부터 10개 정도 넘기면 되는데.”
킹귤은 이 움직임, 빌드오더를 본 적이 있었다.
“아……?”
바이킹이 1시대에 사냥 초소를 저렇게 확장하며 나아가는 경우.
“이, 이거…… 2시대 올라가자마자 인해전술로 가려는 건가요!?”
바이킹이 평소에 승부를 보는 3시대 초기가 아니라, 2시대 초기를 노리는 방식이었다.
“식량 펌핑 맥시멈이 2시대 초기에 나오게 하려고 지금부터 판 짜는 거예요! 이거! 이거 조선이 모르면 당하겠는데요!? 진짜 날카롭습니다! 엑스마스터!? 사실상 여기서 지면 탈락인데! 승부수를!?”
“엑스마스터! 1차전 패배에 칼 갈았다! 이거죠!? 아니, 도끼 갈았다아!”
“그렇죠! 우린 잃어버린 3시대 안간다! 그냥 버블 시대에 시간이 멈추게 하겠다!?”
-아니, 일본이냐고 ㅋㅋㅋㅋ
-바이킹도 날빌 쓰는구나
-헐 이거 어쩔?
-원조 날빌 문명
-진주만을 치지 않은 세계의 일본 ㄷㄷ
-이거 못막음???
-와 한 판 지면 끝인데 날빌을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