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9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62화
54. 오버테크놀로지(1)
1차전이 끝났을 무렵.
당연하게도, 커뮤니티에선 아몬드 얘기가 많이 나왔다.
[“주목할 신인 1위”] [오늘 아몬드 경기 ㄹㅇ 레전드 찍었네] [아몬드 ㅁㅊ 호랑이에 날개 달아준 격]이번 1차전은 쿠키가 아몬드에게 제대로 판을 깔아줬고, 아몬드는 그 이상으로 활약해냈다.
시빌엠 같은 대규모 게임에서도 ‘캐리’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
그러니 그의 팬들은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몬드가 몽골에서 태어났다면 전 세계인들의 머리가 검게 되었을 것”] [“아몬드가 남한산성에 있었다면 청나라가 머리를 박았을 것.”] [“주몽은 사실 아몬드의 후예다”] [美 케임브릿지 대학, “아몬드의 화살은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밝혀…….]이런 문구들은 순식간에 파생되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커뮤니티를 뒤덮었다.
특히나 킹덤의 커뮤니티 ‘킹치만’은 아몬드 얘기로 다 뒤덮여 버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애초에 커뮤니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아몬드 팬들 화력이 기존 유저들을 다 덮어버리고도 남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에 예외가 있다면 그건 아몬드의 화살.] [덤블도어: 볼드모트가 두려워하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아몬드의 화살.] [해리포터: 윙가르디움 애몬도화우사르!]게다가 그들 자체가 애초에 대부분 아몬드의 팬이기도 했으니까.
호응해 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ㅋㅋㅋㅋㅋㅋㅋ주접 미쳤네
-여기가 넛츠펑크구나……
-왘ㅋㅋㅋㅋㅋ
-도라이들 ㄹㅇ 많네
-AI가 게시물 쓰고 있는거임??
-넛틸리언들이 드디어 고개를 드는구나
다만 아무것도 모르고 커뮤니티를 방문한 유저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뭔데 ㅈㄹ이야
-견뚜기들 또 침략했네 ㅁㅊ
-주접 좀 그만 떨어
이들도 한마디씩 쏘아붙이곤 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 하이라이트.gif]가장 상단 이슈글에 자리한 이 글을 보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었다.
-겨우 이거 가지고 도배하면서 주접 ㅈㄴ 떤거냐? 어이가 없네 ㅡㅡ “태초에 아몬드가 있었다”
└ㅅㅂㅋㅋㅋㅋㅋㅋ
└그라데이션 찬양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라?
-허 저게 뭐냐?? 미쳤네
-어떻게 국가대항전에서 저렇게 하냐 진짜 ㄷㄷㄷ
-저런 인재가 킹덤에 남을 뻔했다는게 제일 소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국가적 손해ㅋㅋㅋ
└남을 뻔한 적도 없는데 왜 날조함ㅋㅋㅋㅋ
└└2222 뒤도 안돌아보고 떠났는뎈ㅋㅋㅋㅋㅋ
이런 아몬드에 대한 열광은 온라인에서만 증가된 게 아니다.
경기를 직접 관람한 팬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누구도 바이킹을 저런 식으로 잡아낼 거라 기대한 사람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게임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조선이 바이킹을 이길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해냈다.
아몬드가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러니 이번 2차전에 대한 관중들의 기대는 이제 절정이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와아아아아아악!”
벌룬스타즈가 있는 한국 관중석에선 이제 아몬드를 연호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
“저, 저 모자 사줘요! 네!?”
아이들은 미호를 가리키며 아몬드 모자를 사달라고 졸랐다.
“아이고, 아, 아가씨. 그거 어디서 팔아요?”
닦달에 지친 부모들이 다가와서 묻기도 했다.
“아. 경기장 입구에서 팔아요! 제가 같이 가드릴게요!”
미호와 잠시 경기장을 나갔다 온 사람들 손엔 어김없이 아몬드 팝콘과 함께 아몬드 모자 혹은 아몬드 박수 풍선이 들려 있었다.
“미호야. 시작했다. 앉아. 앉아!”
“그걸 또 같이 가주는 건 무슨 살신성인이냐? 참내.”
헤에.
“팔아주면 좋죠, 뭐.”
미호는 아몬드 모자를 고쳐 쓰며 관중석에 다시 앉았다.
“엥? 왜 반절 까매졌어? 이거 버그?”
미호가 경기장 홀로그램 대부분이 시커멓게 바뀐 것을 보며 물었다.
“아니. 이거 조선 팀 시야로 바뀐 거다. 옵저버가 그렇게 한 거지. 그런데 내 생각엔 말이─”
타코가 설명을 하려는 순간.
목소리가 파묻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함성 소리 때문이다.
조선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해서 터진 함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몬드가 지어지는 방어탑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으으으!!”
그가 또 뭔가 해낼 거라는 기대감에, 응원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 * *
사냥 초소를 무조건 지키겠다는 듯 모였던 바이킹들.
[방어탑 – 15%]방어탑이 올라가기 시작하니, 그들은 슬금슬금 뒤로 뺀다.
“아! 바이킹들이! 쿠키가 방어탑을 올리자마자! 점점 뒤로 물러갑니다!?”
“방어탑 방해는 안 하나요!?”
“아무리 바이킹이라도 지금 조선 모여 있는 병력 숫자 보세요! 함부로 들어가긴 힘들죠!?”
조선 병사 100이 우르르 몰려 있는 모습에, 방어탑마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형국.
이런 상황에선 제아무리 바이킹이라도 덤벼들긴 힘들었다.
“게다가 조선은 병사들이 건설도 가능해서 엄청 많은 숫자가 공사에 동원될 수 있거든요!? 건설해도 일꾼 공백 손해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올라가는 게 엄청 빨라요!”
“아, 그래도 바이킹이 한 100명 몰려오면 어떻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바이킹은 바이킹.
1시대부터 강한 체력의 바이킹 병력들이 전부 모이면?
방어탑 하나 정도로 감당이 될까?
안 될 거다.
물론 이들이 지금 100이나 모인다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들도 다 사정이 있다.
“바이킹들은 아마 지금 안 보이지만, 사냥에 많은 인원이 투자되고 있을 겁니다. 사냥 초소가 이만큼 전진해 있으니까! 엄청 많을 거 아니에요!? 그만큼 사냥을 많이 해야지 확실하게 효율이 뽑혀요!”
바이킹 병사들은 사냥에 많이 투자된다.
이들은 다른 문명보다 식량을 훨씬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사냥 초소를 상당히 많이 지은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
그 수요를 다 감당하려면 더 열심히 더 많은 바이킹이 사냥에 가담해야 했다.
그러니 갑자기 여기에 100명을 동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방어탑 완성!”
쿵.
방어탑이 완성되며 우뚝 솟아오른다.
“역시! 아몬드와! 팡어! 둘이 올라갑니다!?”
아몬드와 팡어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하자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이야. 이거 아몬드 선수 등장만으로도 열기가……! 엄청납니다!? 아무래도 1차전이 너무 인상적이어서였죠!?”
“맞습니다! 그 경기 보면 팬이 안 될 수 없죠! 외모면 외모! 실력이면 실력!”
화르륵.
조선 병사들이 횃불을 꺼내 든다.
“자. 둘 다 올라가서 엄호 사격 가능해졌고! 이제 조선 병사들! 횃불 들고 달립니다! 사냥 초소를 부수겠다는 거죠!?”
붉은 횃불이 피어올라 줄을 잇는다.
병사들이 사냥 초소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바이킹들은 아예 뒤로 물러났다.
싸우지 않을 생각이다.
“자. 이미 바이킹들은 물러났어요!? 이거 완전 빈집!”
“아아 포기해 버렸나요!? 이거! 지금 쿠키는 가장 좋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봐야 되겠죠?!”
“맞습니다! 아까 제가 바이킹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얘기했던 게 방어탑 러쉬였잖습니까! 그걸 그대로 하고 있잖아요?! 판단 아주 좋은 겁니다!”
해설자가 위에서 상황을 전부 내려다보며 내렸던 판단과 쿠키의 판단이 일치하고 있다.
이는 아주 좋은 징조다.
“방어탑 러쉬를 본선에 사용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쿠키! 정말 굉장합니다!”
“예! 물론 조선 입장에선 한 경기 여유가 있어서! 오히려 이런 판단 내기 좋거든요?! 상황이 묘하게 잘 맞아떨어진…….”
* * *
“휴. 1시대 방어탑은 진짜 오르기도 힘드네.”
팡어가 투덜대며 다리를 방어탑의 판 위로 걸쳐 올린다.
“흡!”
양손과 발 하나까지 동원하여 자신의 몸을 거의 억지로 올려, 방어탑에 구겨 넣듯이 들어간 팡어.
그는 허리를 펴고 등산 온 아재처럼 한 바퀴를 쭈욱 둘러본다.
방어탑 위로 오면 시야가 좋아지기 때문에 근처가 훤히 다 보인다.
‘음?’
주변을 둘러본 팡어는 뭔가 위화감을 느낀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지.’
그러거나 말거나, 밑에선 병사들이 불을 지르며 환호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불타오르네~!”
사냥 초소는 기능은 굉장히 좋지만, 매우 약한 건물이다.
화르륵!
횃불을 던지니 금세 지붕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안에도 털어!”
사냥 초소 안엔 보통 식량이 쌓여 있다.
병사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린다.
“어……? 없어. 이거 지은 지 얼마 안 됐나 봐.”
“아. 하긴 최전방에 지어놓은 거니까.”
“근데 얘네 왜 막으러 안 오지? 아까는 우르르 몰려와서 막더니?”
“그냥 식량만 빼서 내뺀 거 아니야?”
“아! 아까 모인 게 식량 빼간 거구나?”
“그래. 방어탑 있는 데서 싸우고 싶겠어?”
이 방어탑 근처에서 1시대부터 싸우는 건 아무리 무식하게 센 바이킹일지라도 전혀 좋을 게 없는 짓이었다.
“게다가 방어탑에 올라간 게 아몬드잖아~”
“상대가 아잖아~”
“크하하. 맞네.”
방어탑이 지어지면 그냥 비켜서는 게 보통의 움직임은 맞았다.
그래서 조선은 다음 초소들을 태우기 위해 또 방어탑을 짓는다.
쿵.
[방어탑 – 1%]새롭게 지어지는 쪽으로는 당근과 스팸이 파견되어 뛰었고.
쿵.
[방어탑 – 1%]또 다른 방향에 동시에 지어지기 시작한 쪽은 선수 재활용이다.
아몬드와 팡어가 첫 번째 방어탑에서 내려와 그쪽으로 달린다.
이제 여길 기반으로 계속 방어탑을 앞으로 지으면서 말 그대로 ‘방어탑 러쉬’를 하는 거다.
추가 방어탑이 하나둘 완성이 되고, 역시나 바이킹들은 감히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몬드와 팡어가 또 탑을 오른다.
병사가 오르는 순간 주변 더 멀리까지 시야가 밝혀지는데.
‘어……?!’
팡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때가 옵저버가 시야 제한을 끈 순간이기도 했다.
* * *
-???
-헐
-뭐야?
-ㅁㅊ
-앗
“어어어……억!? 크억?!”
중계진, 특히 킹귤이 말 문이 막힌 듯 숨을 삼키는 소리만 내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나서야 제대로 소리를 내었는데.
“이거! 뭐예요! 왜, 왜 없죠!?”
“사, 사냥 초소! 없습니다! 지금 없어요!?”
“아니, 사냥 초소가 이거밖에 없었어요!?”
초반에 빠르게 지어놓은 사냥 초소 여섯.
방금 부서진 최전방에 나온 하나.
이게 바이킹이 가진 전부였다.
사냥 초소를 최대로 늘려서 배를 한껏 불리는 전략이라고 생각했던 건 완전한 오산이었다.
“아, 아니, 그 위치까지 사냥 초소가 있으려면 보통 스무 개 이상 예상하고 들어가는데요!?”
일부러 한참 띄어서 사냥 초소를 지어 조선이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이, 이러면 조선은 방어탑을 다 지었는데…….”
그들이 허튼 돈을 쓰게 하기 위해서 감행한 전략이고, 그 덕에 조선은 바보가 되어버리는 방어탑을 3개나 지었다.
-조졌다
-헐
-이게 그래서 뭔데?? 한 줄 요약 좀
-아니 무친놈들이네 ㄹㅇ
-그럼 2시대 초에 찌르는게 아니었네 그냥 정석이었는데 ㅁㅊ 조선만 시대 늦춰졌네
-ㅠㅠ
킹귤은 그제서야 떠올렸다.
「조선 입장에선 한 경기 여유가 있어서! 오히려 이런 판단 내기 좋거든요?! 상황이 묘하게 잘 맞아떨어진…….」
적의 과감한 판단이 오히려 조선에게 희한하리만치 호재였던 이 상황.
‘그럴 리가 없잖아.’
이런 지나치게 편리한 우연이 그냥 우연일 리가 없었다.
그전에도 전조는 있었다.
「바이킹! 달려들죠!? 이거 블러핑이에요!」
「아무래도 평소처럼 행동하려고 약간 오버하는 거거든요!?」
너무나 오버스러웠던 블러핑.
이것도 이제 이해가 된다.
‘블러핑인 게 들켜야 했던 거야.’
오버스러워야만 했던 것이다. 블러핑이 들켜야 하는 블러핑이었으니.
“자, 조선! 이거 지금 조금 충격일 텐데요. 바이킹 상대로 시대업이 늦어질 수도 있는 상황…….”
캐스터의 목소리가 떨렸다.
바이킹 2시대가 얼만 남지 않은 것이다.
조선은 아직 한참이다.
시대업이 늦을 수도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늦었다.
킹귤도 다급한 듯 외쳤다.
“이거 지금 힘들거든요!? 제대로 낚였어요! 엑스마스터! 아이디만큼이나 무서운 살벌한 전략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바이킹도 머리를 쓰는구나
-도끼 제대로 갈았네
-조선 돈 낭비 ㅈㄴ 했는데 어쩐다냐
“그래도! 조선! 어떻게든 극복해내야 합니다! 지더라도! 이 전략 한 방에 그냥 무너지는 것처럼 지면 안 돼요! 다음 경기에 영향이 갑니다!”
킹귤은 저도 모르게 이미 다음 경기의 영향을 고려하고 있었다.
이 경기를 이기면 다음 경기는 없는데도.
“그렇죠! 아주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피곤하게 해야죠!”
“아직 희망 있습니다! 이길 수 있어요!”
그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은 단 하나였다.
중계 화면은 자연스레 쿠키의 얼굴 화면을 크게 늘린다.
그는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헐 ㅠㅠ
-멘탈 와르르 맨션?
-ㄷㄷ 쿠키 뭔데
-명상??
-ㅅㅂ 망했다
시청자, 중계진, 관중 모두가 불안에 떨었다.
지휘관이 이런 때에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니 미쳐 버릴 지경일 거다.
그런데 막상 당사자인 쿠키는 그저 눈을 감고 생각을 고르고 있었다.
여기서 패닉하거나, 망했다며 자책해 봐야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는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상황을 나아지게 하는 건 과거의 판단이 아니라, 오로지 현재의 판단.
쿠키가 눈을 번쩍 뜨며, 뭔가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