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9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63화
54. 오버테크놀로지(2)
사냥 초소가 중간지대까지 침범하길래, 당연히 그 뒤로도 주욱 늘어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하나만 지나치게 전진해서 지어진 것이다.
낚시꾼이 멀리 미끼를 던지듯이, 아주 멀리 지어놓고 기다린 것이다.
이 미끼를 물기를.
‘생각을 해보자.’
쿠키는 눈을 감고 정리한다.
‘블러핑이었던 거지.’
그것도 이중 연막이 쳐진 블러핑이었다.
바이킹들이 어설프게 공격적으로 보이려는 행동.
그건 사냥 초소를 감추기 위함이 아니라, 일부러 어설프게 행동한 것이다.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거짓말을 들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쉽게 알아챌 수가 없는 트릭이다.
특히나 순간의 판단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이런 압박감이 높은 경기 템포에선 더더욱 알아챌 수 없다.
‘준비된 전략이군.’
쿠키는 금세 이게 준비된 전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물 흐르듯이 전개될 리가 없었다.
조선이 맵 선택을 기반으로 한 세트 피스 전략에 중점을 뒀다면, 바이킹은 답지 않게 이런 속임수와 심리전을 준비해 온 것이다.
쿠키는 일단 짓기 시작했던 모든 방어탑을 취소시켜 버렸다.
[건설 취소]펑.
8할 정도의 돈이 돌아온다.
바꿔 말하면 2할은 땅에 버린 셈이며, 이들을 쓰기 위한 시간까지 생각하면 너무나 큰 손해다.
초반에 1골드는 후반의 5~6골드의 가치니까 돈이 아까운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취소하는 게 옳다.
이미 지어진 방어탑이 무려 3개다.
패스트 2시대 궁병 러쉬할 때 상대가 방어탑 하나 올리게 해서 2시대 늦추려고 얼마나 심리전에 큰 공을 들였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방어탑 3개를 지은 건 이미 매우 불리해진 상황이다.
더 이상의 탑은 필요 없다.
두둥!
[바이킹 – 2시대]바이킹이 먼저 2시대로 올라섰다.
환호성과 웅성거리는 관중들의 저음이 함께 섞여 들려온다.
바이킹이 2시대를 먼저 간 게임의 승률을 계산해 본 적은 없으나 조선 입장에서 분명 참혹할 것이다.
아주 불리하다.
‘후.’
쿠키는 다시 눈을 감는다.
쿵. 쿵.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
‘어떻게 역전할 거야.’
그는 스스로에게 끝없이 물었다.
이제 그의 손엔 방어탑을 환불한 소량의 자원과 병사들 그리고 이미 비워진 애물단지 방어탑 3개뿐이다.
‘2시대로 따라간다?’
여기서 두 가지 선택지가 생긴다.
1. 뒤늦게 빨리 따라간다.
2. 지금 뭔가 더 해본다.
1번을 고르면 당장 끝나는 상황은 면할지라도, 3시대도 바이킹보다 늦게 될 것이다.
1시대에 투자한 방어탑들을 하나도 활용하지 못하고, 땅에 버린 채 2시대로 허겁지겁 따라가는 거다.
적이 시대업을 하는 가장 취약한 순간을 하나도 공략하지 못한 채, 그냥 3시대, 4시대까지 계속 늦게 따라가게 될 거다.
물론 시대를 얼추 따라가긴 하니 단번에 궤멸하진 않겠으나, 천천히 죽는 상황이 될 거다.
천천히 죽는 중에 조선은 기회를 봐야 한다. 적이 실수하기를 기다리면서.
‘2번은─’
2번. 지금 뭔가 한다.
이걸 선택한다면, 바이킹이 2시대로 오른 직후인 지금 조선이 움직이는 거다.
시대업 직후는 어느 문명이든 상당히 취약한 시점이다.
이 타이밍을 노려 뭔가 한다.
도박수다.
당장 끝날 수도 있다.
실패하면 절대 복구할 수 없다.
너무나 멍청한 짓거리였다고 조롱당하겠지.
정석이 아니니까.
그러나─
‘약팀은…….’
쿠키는 마음을 굳힌다.
‘정석대로 못 이겨.’
이번 시즌에 항상 다짐했던 그 각오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눈을 뜬다.
‘찾아.’
쿠키의 눈이 바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지금 내려다보이는 이 대지 아래 조선이 그나마 이득을 취한 게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는 게 무엇인가.
2시대를 버리고 우리는 뭘 얻어냈나?
자원 총량의 법칙은 절대적이니 분명 조선은 2시대 대신 뭔가를 취했다.
‘방어탑.’
자연스레 눈이 방어탑으로 향했다.
‘저걸……?’
저걸 활용해야만 한다.
어떻게?
방어탑은 움직일 수가 없다. 적들이 여기로 안 오면 그만이다.
곡창 지대는 너른 평야가 많은 맵이다. 굳이 저 길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쿠키는 방어탑을 활용해야 한다.
저기에 이미 돈을 썼다.
‘어떻게…….’
그 순간, 쿠키의 눈에 방어탑 내부가 들어온다.
* * *
“아. 지금…… 바, 바이킹이 2시대를 먼저 올라갔습니다아!”
“엑스마스터! 진짜 엄청난 속임수였습니다! 이번 판에 제대로 쿠키에게 복수하는데요?!”
-ㄹㅇ
-장난 아니네
-하…… ㅠ
-아니 저새끼들 왜 갑자기 안하던 짓하냐
-본선은 진짜 다르구나
맵 전체가 보여진 뒤부터, 조선의 관중석 쪽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 그 모습이 그대로 전광판에 비친다.
그저 멍하니 박수 풍선을 들고 있거나, 서 있던 사람이 절망한 듯 앉아버리고, 답답한 듯 서서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안절부절못하는 자들도 있다.
특히나 게임을 볼 줄 아는 자들이라면 더욱이 이 상황을 좋게 볼 수 없었다.
“바이킹 상대로 시대가 뒤처진다는 거. 어떻게 보십니까. 킹귤 님?”
캐스터 역시 현 상황의 문제점을 정확히 질문하고 있다.
“아…… 전혀 좋진 않습니다.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저는 바위 하나가 없어진 거랑 비슷한 겁니다.”
“아…… 가위랑 보만 내서 이겨야 한다?”
“네. 그렇게 이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상대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컥
-ㅁㅊ ㅋㅋㅋ 그럼 무조건 지는거아님?
-ㄷㄷㄷ
킹귤은 침통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그냥 거의 졌다는 소리였다.
여기서 다음 판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야 했다.
아직 게임이 끝난 건 아니고, 쿠키가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으니 해설자로서 이 경기만 얘기해야 하는데, 할 얘기가 별로 없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만 말씀드릴 수 있겠구요…… 바이킹은 이제 방패도 같이 생산하면서 ‘전사’ 병과로 전환을 시작하겠습니다. ‘전투광’ 팩션도 얻게 될 거고…… 어?”
바이킹은 한참 본진이 바쁜 상황이었다.
시대를 업한 직후엔 할 게 많다. 온갖 업그레이드가 기다리며, 새로운 건물도 생긴다. 그에 따라 새로운 병과도 있고, 새로운 무기도 있다.
시대를 업한 것만으로도 이미 큰돈이 드는데, 시대를 업한 후 역시 돈이 어마어마하게 드는 시기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을 지휘관이 처리해야 했다.
그러니, 순간순간 지휘에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기에 시대업한 직후가 가장 취약한 시점이 된다.
그래서인가?
쿠키는 지금밖에 주어진 기회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쿠키……? 2시대…… 2시대를 안 갈 생각입니까!?”
조선의 병사들이 우르르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
-뭐야
-헐
-야만 병사들로 뭘하려고 ㅁㅊ
-에라 모르겠다 돌진??
“자, 잠시만요! 그냥 야만 병사들인데!”
조선은 1시대의 야만 병사들이다.
반면 바이킹은 2시대.
“아니죠?”
킹귤이 반문하더니, 갑자기 다시 부정한다.
“아닙니다!?”
“예!? 뭐, 뭐가요!?”
“바이킹 2시대지만! 2시대가 아니라구요!”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이것도 꾸안꾸임?
-뭔 말이여
-인싸식 2시대 ㅋㅋㅋㅋ
-2안2 ㅋㅋㅋㅋㅋ
-엥
킹귤은 답답하다는 듯 더 소리쳤다.
“본진만 2시대로 업글됐지!! 지금 막상 2시대 물건 하나라도 밖에 나온 게 있습니까!? 도끼 한 자루! 도끼 손잡이도 지금 2시대 물건으로 나온 게 없어요!!!”
“아아아!!”
“물가는 올랐는데! 우리 서민들 월급은 아직 그대로라고요!”
-엌ㅋㅋㅋㅋ
-조선식 지옥주ㅋㅋㅋ
-거지구간 ㅋㅋㅋㅋㅋ
그랬다.
바이킹이 2시대에 오른 건 맞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무기가 업그레이드되는 게 아니었다.
업그레이드를 거치고, 건물을 짓고, 병사들이 다시 본진에 와서 그 무기를 보급받아야 병사들마저 2시대가 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쿠키의 이 움직임! 난 그냥 안 넘어가! 난 천천히 죽는 건 안 해! 라는 거! 의미 있을지도!?”
“아. 마지막 허를 찌르는 거군요!”
“예! 지금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골문은 흔들어보고 죽겠다! 이런 거죠!”
조선 병사들이 우르르 밀고 들어가며 사냥초소를 찾아낸다.
“와아아아아아아!”
조선 관중석에서 함성이 점점 거세진다.
캐스터 역시 목소리를 더 높인다.
“아! 조선! 그렇죠! 밀고 들어갑니다! 너네 2시대 갔어?! 그럼 지금이 제~ 일 약하겠네!? 그럼 맞아아아아!!”
“아, 아니, 지금 이렇게 무리하면 3시대 못 가는 거 아닌가요!?”
“그건 모르겠고! 일단 한 대 맞아! 조선이 말하는 거죠! 이렇게라도 해야 미래가 있든 말든 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ㅁㅊ
-일단 맞고 시작하자
-모르겠고 일단 때려~
-조선이 아니라 조폭이네 ㅋㅋㅋ
-에라 모르겠다 중거리슛~
“자, 조선! 사냥 초소로 밀고 갑니다!”
블러핑으로 지은 가짜가 아닌, 진짜 식량이 가득 들어 있는 초소들이다.
“바이킹은 당연히 막으려는데!”
바이킹들이 달려 나오며 수비를 시작해 보지만, 이미 100명 이상이 공격을 작정하고 달려온 것과 는 숫자 차이가 심하다.
“갑자기 그냥 지방 예비군 같은 사람들이 나온 거랑! 지금 뒤집어엎으려고 작정하고 쳐들어온 혁명군이랑 숫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이쪽은 완전 기습당한 거예요!!!”
-예비군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ㅈㄴ 약해보이넼ㅋㅋㅋ
-ㄷㄷ 그 정도 차이라고?ㅋㅋ
-기습당해서 배치가 안된거지ㅇㅇ
-캬
-쿠버지 이걸?
바이킹이 기본적으로 백병전에 강하다지만, 숫자 차이가 많이 나면 별수 없었다.
특히나 서로 별다른 장비도 없는 1시대 장비 상황이면 결국 숫자가 깡패다.
퍼버버벅!
퍼벅!
몽둥이찜질을 당하며 바이킹들이 쓰러진다.
“와아아! 좋아! 좋습니다! 초소 불 지릅니다아!?”
화르르륵!
초소가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수십 명이 둘러싸고 횃불을 질러대니 순식간이었다.
“바이킹들 지금 모여들죠!? 막으려고!! 조선 멈춥니까!?”
“아뇨! 이렇게 모였는데 멈추진 않을 것 같습니다! 모인 김에 한번 시원하게 싸우고 가겠다! 이 판단이거든요!? 바이킹! 너…… 병력 쌓여 있잖아! 여기에 다 풀어! 지금 조선이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아. 바이킹은 2시대 장비를 갖추고 싸우고 싶을 텐데……!”
“다 나와아!!!”
조선군이 다음 사냥 초소로 이동한다.
“가즈아아아아! 식량을 독점한! 더러운 양반들을 쳐 죽여라아아아아!!”
화르르륵!
다음 사냥 초소도 금세 불이 붙었다.
-??
-동학농민운동이냐곸ㅋㅋ
-병사들에 더빙까지 ㄷㄷ
-갑자기 양반이 된 바이킹
-아 ㅋㅋ 혼자 2시대 갔음 양반이지ㅋㅋㅋㅋㅋ
-바이킹 “쌀이 없으면 고기를 먹어라”
-횃불 들고가니까 ㄹㅇ 혁명 같누 ㅋㅋㅋ
다음 사냥 초소 역시 바이킹이 순식간에 둘러싸이며 불타 버렸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 초소.
“여기까진 좋은데! 바이킹들 이제 몰려옵니다! 다음 것부터 막아도 손해는 크게 없어요! 워낙 유리한 상황!”
“이거 바이킹도 숫자 어마어마하거든요!?”
“예! 일부 도끼로 무장한 바이킹도 있고! 이제 적 본진에서 2시대 무장을 갖춘 바이킹들이 하나씩 생깁니다! 이거 조선 입장에선 저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싸워야 하는 겁니다!”
조선은 타임 어택을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저들이 오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초소를 불태우느냐! 조선은 절박하거든요!? 반면에 양반들은 허허! 뒷짐 지고 옵니다!”
“바이킹도 거의 숫자가 100모여서! 초소에서 난타전 시작됩니다아!?”
세 번째 사냥 초소 앞에 바이킹 무리와 조선의 병사들이 마구잡이로 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어어? 조선군! 조선 진형이 뭔가 이상해요!”
제대로 된 전열 없이 둥글게 말리기 시작하는 조선군.
대체 이건 뭔 진형이야?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엑?! 이게 뭐죠!? 왜 원형으로─”
둥글게 말린 진형 한가운데.
화살이 쏘아진다.
──퍽!
바이킹 하나가 이마 정중앙에 타격당하며 쓰러진다.
오로지 몽둥이만 있는 이 전투에, 활이라니.
“어? 화, 활이 있어요!?”
“이 야만시대에! 이런 오버테크놀로지는 뭔가요!?”
조선군들 중 하나가 활을 들고 있었다.
지금 보니 조선군들의 움직임은 전부 그 활 든 자들을 지키는 데 치중되어 있었다.
“아아몬드!? 아몬드가 활을 들고! 지금!! 보병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전장 한가운데서 계속 활을 쏘고 있습니다아!”
둥글게 지키고 선 병사들 가운데에 선 자는 아몬드다.
그가 사방에 덮쳐오는 바이킹들을 향해 계속해서 화살을 쏴대고 있었다.
피융!
피융!
“아니, 지금 이거 구도가!? 근거리가 막아주고! 원거리가 뒤에서 계속 쏘는 그런 형태인데요!?”
“아몬드뿐이 아닙니다! 활을 든 사람이 둘입니다!? 옆에 당근도 있어요!”
-???
-아니 오버테크놀로지 ㅜ먼뎈ㅋㅋ
-1시대인데 어케된거야
-배럭에서 왜 탱크가 나와
-ㅅㅂ 방어탑에서 가져왔냐?ㅋㅋㅋ
-마린키우기 ㅋㅋㅋㅋ
-화살은 어찌된겨
-ㄷㄷㄷ
-캬
-묘수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