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7화
3. 아몬드가 누구야?(2)
189명의 시청자가 날 보고 있다.
상현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지간해선 긴장 따위 하지 않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으니 잠시라도 떨리는 건 별수 없다.
후우…….
상현은 티 나지 않게 작은 숨을 내뱉었다. 그가 활을 잡기 전에 하는 일종의 긴장 해소법이다.
잠깐만 숨을 뱉으며, 눈을 감고, 세상과 잠시 멀어지는 것이다.
이건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니라, 3인칭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난 유상현이라는 아바타를 플레이하고 있다고.
마침내 그의 마른 입술이 움직인다.
“자. 어제 하던 곳부터 이어서 할게요.”
그는 굳이 시청자 수를 언급하지 않았다. 초보 스트리머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를 피해간 것이다.
상현은 어젯밤에 게임을 끄고 바로 잠들지 않았다. 모든 메이저 스트리머들의 시청자 관리 방법이나, 논란 컨트롤 사례 등을 공부했었다.
메이저 스트리머들이 공통적으로 금기시하는 사항들을 그도 외워서 그만 볼 수 있는 화면에 메모를 적어두었다.
그중 하나가 시청자 수 언급이다.
이는 다른 시청자들이 게임에 순수하게 몰입하는 걸 방해하고, 방송을 방송으로 보게 만든다. 다른 방송과 경쟁하게 만든다.
그래선 안 된다. 시청자들은 순수하게 이 콘텐츠에 몰입해야 한다. 이게 방송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상현이 스트리머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들은 상현이 친구라고 생각해야 한다.
친구가 게임하는 걸 수다 떨면서 구경한다는 느낌이 들게 해줘야 한다.
스트리밍이란 게 결국은 옛날 조선시대 때부터 있던 윷놀이 판 구경, 1990년대의 오락실 대결 구경, 2000년대의 PC방 반 대항전의 연장인 셈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함보다는 따뜻한 손으로 잡아주는 친근함이 중요했다.
그래서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멘트는 이런 것이다.
“어제 오셨던 루비소드, 가지볶음, 멍청어리 님 등등 많이 다시 와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다시 찾아와 준 시청자들의 이름을 반갑게 불러주는 것.
-안녕하세요 ㅎㅎ
-기억하시넹ㅋㅋㅋ
-키야. 0군들 호명!ㅋㅋㅋㅋ
-0군 차려어엇!
-방송 이틀째에 벌써 0군 생성.
-아몬드 그는 사실 방송의 천재인가?
반응은 좋았다.
0군이라며, 트수라며 놀리기는 하지만, 호명당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부러워하는 눈치였고, 호명당한 사람들은 반가워했다.
호명당한 시청자들은 어제 채팅을 유달리 많이 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제 상현과 자신을 훨씬 더 가깝다고 느낄 것이다.
“제가 어제 방송 끄고 게임을 좀 더 진행했는데. 지금 로만한테 용병대 사장님 소개받고, 다른 임무 받았습니다.”
메이저 스트리머들의 두 번째 노하우다.
그들은 무조건 방송을 켠 채로 모든 게임을 진행하진 않는다.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은 알아서 넘겨놓고, 간략하게 설명해 준다.
-오오.
-용병대 사장님ㅋㅋㅋㅋㅋ
-용역업체 ‘용병’ㅋㅋㅋㅋ
-사장 맞지 ㅋㅋㅋㅋ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용어로 게임을 재해석해 준다. 중세 게임이라고 해서 꼭 중세의 말을 그대로 빌려 쓸 필요는 없다.
“이번 임무도 엄청 대단한 건 아니네요. 저는 용병이면 전장 나가서 뒤지는 게 일인 줄 알았는데, 보디가드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이번에 상현이 로만과 함께 맡은 임무는 튜토리얼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그때는 짐마차를 호위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사람을 지키는 게 달랐다.
-용병 나부랭이가 뭐 그렇지 ㅋㅋㅋ
-이 게임이 원래 ㅈㄴ 현실적이라 그럼
-대부분 용병들이란 게 대단한 놈들 말고는 그냥 그게 임무였음.
-걍 경호업체여 ㅋㅋㅋ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상현도 말을 타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거칠게 흔들리는 말의 허리. 안장도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말을 타는 감각이 익숙해지기 쉽지 않았다.
앞서 말을 타고 가는 로만이 그를 돌아본다.
“말은 처음인가? 아몬드?”
아몬드의 머리가 저절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다만…… 기회가 몇 번 없었죠.”
“그렇군. 어서 익숙해져야 할 거야. 앞으로 탈 일이 많을 테니까.”
아몬드가 열심히 말에 익숙해져가는 사이, 시청자들은 의문을 품었다.
-근데 이거 대체 뭔 임무임?
-임무도 다르네.
-그러게. 이거 근데 그거 아님? 그 말 탄 마적단 나오는 거?
-그게 벌써인가?
마적단?
상현이 그게 뭔가 질문하려는 순간.
“요호오오오오오오!”
저 산등성이에서부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기괴한 비명을 질러댄다.
시청자들도 마치 마적단이 된 듯 똑같이 환호한다.
-요호호호호!
-요호오오오오!
-브루카 쉑 왔는가?
-ㅋㅋㅋㅋ아니 첫 임무가 마적단이냐?
-드가자~!!
그들은 순수하게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부류들이었고, 반면 상현의 실력을 의심하러 온 자들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쒯, 드디어 활 쏘냐?
-오……!
-영상 주작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구만.
기대에 부풀어 있는 자들도 있었으며.
-이제 뽀록나겠네.
-X거품이지.
-ㅋㅋㅋ 마상 전투에서 활을 어케 쏘누.
이미 그의 실패를 점치는 자들도 있었다.
물론 상현은 그런 의견에 별 신경 쓰진 않았다. 스포츠란 게 원래 기본이 경쟁이라, 질투하는 자들은 늘 존재했었다.
상현 같은 천재 부류는 늘 겪어왔던 일이다. 그런 자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상현은 이미 다 체득하고 있었다.
‘결과로 보여주면 돼.’
상현은 빠르게 눈을 굴려 적들의 숫자를 파악했다.
그런데 이번 적들은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뭐 저리 빨라.’
제대로 머릿수를 세어볼 수는 없었다.
‘대강 50명인가.’
그는 대략적인 파악만 마친 뒤, 자신의 화살 숫자를 확인했다. 튜토리얼 때와는 다르게 화면 한쪽에 표시가 되고 있다.
[화살×40]화살이 모자라다. 하지만 본인이 다 죽일 필요는 없다. 용병 아군들도 있으니까.
“마적단이다!”
다른 용병 동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병들이 마적단에 대항해 전방으로 나가 창을 치켜들고 대기했다.
“히랴!”
“요호오오오오오!”
마적단 무리가 마치 하나의 화살촉이 된 듯 무리를 이뤄, 한점 돌파를 강행했다.
두두두두두……!
살벌한 말발굽 소리에 대지마저 덜덜 떨려온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부라리는 그들은 두려운 게 없어 보였다.
“크하하하하하!”
선두에 있는 무시무시한 마적이 거대한 칼을 휙, 휘둘렀다.
[돌격 대장 부르카]그가 채팅창에서 언급되던 그 부르카라는 악명 높은 빌런이다.
네임드답게 엄청난 전투력.
촤악!
가장 앞에서 막아내던 창병의 머리가 하늘 높이 피 구름을 만들며 날아오른다.
“전방이 뚫렸다!”
“제길!”
벌써 용병단의 전방이 뚫려 버렸다. 상현으로선 조금 어처구니없었다.
이번엔 기습도 아니었는데.
“아니. 이 용병단은 왜 맨날 지기만 해?”
상현이 투덜대며 활에 시위를 메겼다.
동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한 발을 툭, 쏘아버렸다.
피융!
가장 선두에 있던 마적의 머리 정중앙에 화살이 꽂혔다.
결과는 당연히 즉사.
“……커헉!”
이히이잉……!
주인 잃은 말이 투레질을 하며 쓰러지고, 뒤에서 함께 달려오던 다른 마적들이 당황해 같이 도미노처럼 쭉 무너졌다.
우당탕!
마적들의 거의 3분의 1이 넘어져 버렸고, 진영은 용병단에 유리해졌다.
무엇보다, 사기가 팍 꺾여 버렸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사기가 꺾였다. 망연자실한 마적들 몇은 아예 멍하니 아까의 그 마적이 죽은 자리를 보고 있었다.
“혀, 형님이?!”
“벌써?!”
그 마적들의 말이 시청자들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
-뭐야. 부르카 새끼 뒤짐?
-???
-착시 현상이냐? 부르카 맞음?
-아니 여기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운빨 아냐?
-이 악물고 운빨 ㅇㅈㄹ ㅋㅋㅋ
아까 상현이 무심코 쏴버린 게 부르카였던 것이다.
“쟤들 왜 저러죠.”
상현은 당연히 제일 선두에 있던 놈을 노린 것뿐인데.
반응들이 이상했다.
-나라도 저러겠다.
-ㅋㅋㅋㅋㅋㅋㅋ
-대장 쏴 죽여 놓고, 왜 저러죠?
-ㅅㅂㅋㅋㅋㅋ
부르카는 마적단의 돌격 대장으로, 현 임무에서 가장 까다로운 -혹은 까다로웠어야 할- 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갑자기 요격당해 허무하게 쓰러져 버린 것이다.
-그 영상 진짜였엌ㅋㅋㅋㅋ
-게임사는 ㅈㄴ 어이없겠네. 열심히 검으로 베고 튕기고 흘리고 이딴 기능 다 넣어놨더니…… 픽!
-픽…… 억! 픽…… 억! 반복ㅋㅋㅋ
-최대 사거리로, 풀 파워로 당겨서 머리에 명중시키면 죽일 수 있긴 하지…….
-이론상 가능…….
현재 시청자 수는 230명까지 늘어났다. 230명이 많은 숫자는 절대 아니지만, 채팅창 화력만큼은 5천 명도 부럽지 않았다.
다들 또다시 네임드 몹이 한 방에 죽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흥분했기 때문이다.
‘다들 신나 하네.’
상현은 흐뭇해하기만 할 뿐.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다시 활을 조준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샴페인은 승리 후에 터뜨려도 충분하리라.
“혀, 형님의 복수를!!!”
“다 죽여 버리겠다아아!”
마적들은 좌절감을 복수심과 분노로 치환해서 오히려 더 괴물 같이 덤벼대고 있다.
‘다음은 저놈.’
상현은 그저 화살 끝에만 집중했다.
머릿속엔 다음 적을 죽일 생각뿐이었다.
그의 눈은 도망치는 적의 등을 쫓을 뿐이었다.
-와, 실제로 보니까 숨 막힌다.
-개멋있네…….
-근데 ㄹㅇ 자세가 좀 남다른데?
매섭게 사냥감을 노리는 그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긴장하게 만들었다.
고도로 집중한 상현의 슈팅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피융! 피융!
상현의 날 선 눈빛이 향하는 곳이라면 마적들이 픽픽 쓰러져 나갔다. 하나같이 머리나 목에 화살이 꽂혀버린 채로.
화살이 처음부터 마적들 머리에 꽂혀 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수많은 마적들이 요격당했다.
“커걱……!”
“윽!”
대장을 비롯해 수많은 고참들이 쓰러지자, 자신만만하게 쳐들어오던 마적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귀, 귀신이다!”
“으, 으어어어어!”
결국 그들은 패닉에 빠졌다. 말 그대로 혼비백산. 기겁을 하고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전투가 아니라, 사냥이었다.
“적들이 도망친다!”
로만이 피 묻은 검을 치켜들며 고함쳤다.
“전부 죽여라!!!”
척!
용병대의 깃발이 이곳저곳에서 높이 치솟았다.
[마적단을 추격해서 몰살하세요.]그리고 새로운 임무가 부여됐다.
이는 본래 이 게임에선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루트였다.
-몰살 루트? 뭐여…… 이런 게 있네.
-얘는 걍 우리랑 다른 게임하고 있네.
-이런 여러 가지 루트를 만들어낸 게임사를 칭찬합시다.
* * *
아몬드가 만들어낸 또 다른 새로운 전개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그 열광은 커뮤니티 사이트로까지 이어졌다.
[아몬드 ㄹㅇ이었음] [아몬드인지 땅콩인지 ㅅㅂ 개 쩜] [지금 방송 중인데. 와서 보셈.] [부르카 한 방 컷 ㅋㅋㅋㅋ] [부르카 대사도 못 침 ㅋㅋ 대사 존내 찰진데…….] [아몬드 실시간. 또 요상한 루트 발견!]그리고 그 시각.
그 사이트를 보고 있던 유명 스트리머가 하나 있었다.
“……아몬드? 이게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