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70화
25. 꿈만 꿔야 했던(2)
“지금 아몬드! 무려 15분을 버텨내면서, 일단 상위 1.2%의 기록을 돌파했습니다!!!”
-15분이 상위 1.2%야? ㅋㅋㅋ
-헐ㅋㅋㅋ
-와우 맨ㅋㅋㅋ
-전자파는 대체 뭐하는 새끼냐 ㅋㅋㅋ
-1등이랑 2등 격차가 거의 7분인가 되는 걸로 아는데 ㅋㅋㅋ
-형 나 죽어어어어!
쩌렁쩌렁 울리는 유하연의 목소리와 쇄도하는 채팅.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채팅이었다.
[현재 시청자 6.7만]어마어마한 숫자의 시청자 덕분이다.
후우웅!!!
촤르륵!
그리고 그 이상으로 아몬드를 향해 달려드는 무기들이 많아졌다.
단순히 도끼나 검, 창을 넘어서, 닿기만 해도 찢겨나갈 것 같은 전기톱, 이상한 각도로 휘둘러지는 철퇴 등등…….
점점 예상하기 힘든 것들이 날아들었다.
특히나 전기톱 같은 경우는 바닥에 처박히고 나서도, 계속 발작을 일으키며 이곳저곳을 쑤셔대는 터에 아몬드도 처음엔 당할 뻔했다.
‘별걸 다 만들었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그마저도 미묘한 복선이 있었다.
전기톱이 바닥에 닿는 순간엔, 바닥이 무너지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서 도망친 아몬드는 살 수 있었다.
“이제 10분이 지났으니, 페이즈 3로 넘어갑니다아아!”
꿀꺽.
그 말에는 아몬드도 약간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나오는 패턴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뭘까.’
페이즈 1은 무기가 날아왔고, 페이즈 2는 바닥이 무너졌다.
그리고 이 둘은 합쳐졌다.
아마 페이즈 3도 처음엔 단독으로 나오다가, 곧 모든 요소가 합쳐질 것이다.
‘단독으로 나올 때 제대로 파악해놔야 한다.’
단독으로 나타날 때가 힘 비축의 기회였다. 그때 최대한 머리에 숙지를 하고, 에너지도 아껴야 했다.
[페이즈 3]띠링.
허공에 글자가 떠오르고.
‘뭐야!?’
그 순간 등골에 전율이 타고 올랐다.
이건 전조 현상이다. 확신한 아몬드는 뒤돌아볼 것도 없이 몸을 굴렸다.
파지지지직!!!
벼락이 내리쳤다.
아몬드가 있던 바닥이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
-미친ㅋㅋㅋㅋ
-벼락을 피하라고?!
-아니, 시X 어케 피했누?
-어케 했냐 시X련ㄴ아!
-ㄹㅇ 대체 첫 타를 어케 피함?ㅋㅋㅋㅋ
-회귀자임? ㅋㅋㅋ
대체 벼락을 어떻게 피한다는 건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에겐 이 정전기가 안 느껴져서 그렇다.
“정전기 같은 게 와요. 타일도 진동이 있습니다.”
-???? 아직도 채팅을 보누 ㅋㅋ
-와 ㅋㅋㅋ
-진정한 스트리머! 아몬드!
-ㅋㅋㅋㅋㅅㅂ 소름이네
키잉──
그때, 이번엔 이상한 쇠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기가 날아오는구나, 하고 휙 둘러봤으나 어디에도 없다.
‘밑이다!’
파앗!
가까스로 타일에서 발을 들어 올린 아몬드.
그 밑에는 살벌한 가시가 하나 치솟아 올라와 있었다.
-와씨 ㅋㅋㅋㅋ
-오 진짜 전조 현상이 있네
-약간 소리 같은 거 들렸음.
“예. 이…… 렇게!”
카앙!
말을 하면서도, 아몬드는 다시 폴짝 뛰어서 솟구치는 가시를 피했다.
“미리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보이는 것만큼 어렵진 않죠. 약간 판타지아의 상술 같은 느낌이네요.”
-갑자기?
-갑자기 판타지아 저격ㅋㅋㅋㅋ
-엌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좃된다 ㄹㅇ
-살아남아라 하면서 채팅 읽어주는 새끼는 니가 처음이다 ㅅㅂ 다 해처먹어라 ㅋㅋㅋㅋ
그런 아몬드의 여유에 이제 심술이라도 난 걸까.
페이즈 3의 맛보기가 끝이 나면서, 엄청난 굉음이 몰려왔다.
콰과과과과광!
귀가 찢어질 듯한 수준이다.
-키야! 이 정도는 돼야 전조현상이지!
-뭐? 미리 알 수 있어? 이건 어떠냐아아아!
-ㅋㅋㅋㅋ엌ㅋㅋ
-졸라 무식하게 몰려오네
그 우렁찬 소리는 블러핑이 아니었다.
수많은 무기들이 아몬드를 향해 쏘아졌다.
키잉! 카앙!
게다가 타일 바닥에선 동시다발적으로 온갖 함정이 치솟았다.
가시가 솟구치거나 벼락이 내리치는 건 물론이고.
플레이어를 가둬버리는 쇠창살 함정, 양쪽에서 불길이 터져 나와서 수많은 타일을 태워버리는 함정, 밟는 순간 테스터를 높이 점프시켜버리는 함정 등…….
수도 없는 다양한 종류의 함정들이 등장했다.
특히나 점프 타일은 아무런 전조 현상이 없었다.
퍼엉!
“어……?”
어떤 특정한 타일을 밟는 순간, 그대로 즉시 발동이었다.
시야가 아래쪽으로 푹 꺼져 들어가고.
몸은 어느새 붕─
떠오른 상태.
-와 개꿀잼ㅋㅋㅋㅋ
-헐ㅋㅋㅋ
-날아버렸네
-공중에서 피해야 함???
-노답이다 ㄹㅇ
-형 이제 18분이야!!! 13분만 지나면 1등이야!!
-와 개재밌당ㅋㅋㅋㅋ
-오 갓겜
개꿀잼. 갓겜.
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겠다.
아니, 아몬드도 그렇게 느꼈을 거다.
점프 타일 자체는 정말 재밌는 감각을 선사해 주니까.
‘저 날아오는 무기들만 없었다면, 그랬겠지.’
다만, 이제부터 공중에서 저 무기들을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는 사실. 그 절망적인 현실이 재미를 싹 다 사라지게 만들었다.
[공중에 떠버렸습니다아! 어떡하죠!? 이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는데요!]아몬드는 눈을 부릅떴다.
어차피 재미로 나온 거 아니다.
증명하러 왔다.
내가 플레티넘을 받을 만한 인간이라는 것을!
-아니, ㄹㅇ 어케 하라곸ㅋㅋㅋ
-이래서 15분 넘는 게 없구나.
-온다아아!
가장 먼저 날아드는 건 살벌한 소리로 회전하는 배틀 엑스.
후웅! 후웅!
일단 피할 수 없는 각은 아니었다. 꽤 여유 있는 간격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흡!”
아무리 공중이라도, 충분히 피할 수 있어 보였다.
최대한 몸을 비틀었다.
‘어?’
역시 공중에서는 무리인가?
몸이 정말 뜻대로 안 움직인다. 풀다이브 세계에서 이 정도로 불편했던 적은 처음이다.
그래도 있는 힘껏 자세를 수그리고, 몸을 비틀어댔다. 어떻게 해야 왼쪽으로 가는지 뭘 해야 오른쪽으로 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있는 위치에서만 옮기면 저건 피할 수 있었다.
차악!
예상대로였다. 도끼날이 머리칼만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와아아아아!
-헐!
-피했다!
-개오져!
좋아하긴 이르다.
다음도 있었다.
-엥 이건 어쩌라고!?
-ㅅㅂ 자비가 없누
-으
-적당히해 판타지아아아아!
-오우맨…….
채팅들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날붙이 2개.
기다란 창과 검이다.
매서운 속도로 아몬드를 향해 날아온다. 그것도 각기 다른 방향에서.
대체 점프를 얼마나 높게 시킨 건지, 저것들을 피하기 전에는 바닥으로 내려갈 기미가 없다.
-둘 다 피하는 건 무리인데?
-걍 체크 메이트 아녀?
-가불기ㅋㅋㅋ
-이거 혹시 한 대 맞는다고 안 죽음? 어쩌라는 거야
후우우우욱!!
그러는 사이, 이미 대검이 아몬드의 턱 끝으로 날아들었다.
아몬드는 기를 쓰고, 림보 자세로 몸을 틀었다.
사악…….
코끝이 미세하게 긁힌다. 구현된 핏방울이 눈 밑에 튀었다.
대검은 피해졌다.
-오오오오오!
-쒯!
-이걸 피해!?
-근데 나머지는?
그런데 다음은─
곧바로 사각에서 찌르고 들어오는 창이 있었다.
하나는 피하기 쉬운 각일지 몰라도, 마치 이렇게 피할 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정확히 그곳을 파고드는 창은 어떨까.
이건 아몬드가 봐도 피할 각이 안 보였다.
대신 다른 각은 보였다.
아몬드의 팔이 길게 뻗었다. 아직 스쳐 날아가고 있는 대검의 손잡이 쪽으로.
탁──
-!?!?
-허
-엥?
[어어어어! 지, 지금 아몬드 선수!! 대검 손??]유하연이 말을 다 이을 시간도 없었다.
말 그대로 찰나.
그 찰나의 순간에, 검을 잡은 아몬드의 팔이 격렬하게 깔끔한 호를 그렸다.
카아아아아앙!!!
요란한 굉음과 함께, 눈부신 불꽃이 튄다.
거대한 검에 거대한 창이 갈려 나가며, 불을 일으킨 것이다.
-???
-!!
-헐
-허……!?
검을 공중에서 낚아채서, 다음 다가오는 창을 쳐냈다.
응용이다. 단순히 피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여기 나온 오브젝트를 이용해서 막아내기까지 한 것이다.
타악.
다시 온전한 타일로 착지한 후. 그제야 들려오는 함성.
[?? 쳐, 쳐냈습니다아!!!]유하연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쩌렁쩌렁 외쳤다.
[공중에서 대검을 잡아서 창을 쳐냈어요! 와아!! 대단합니다! 눈으로 보고도 못 믿겠네요!]채팅창도 폭발할 듯이 쇄도한다.
-ㄷㄷㄷㄷㄷㄷㄷ
-형님 이젠 무섭습니다!
-ㅁㅊㅁㅊㅁㅊㅁㅊ
-호오오올리! 모오오오올리!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한 번만 봐줘라! 아몬드! 한 번만 봐줘라! 아몬드! 한 번만 봐줘라! 아몬드! 한 번만 봐줘라! 아몬드!
-어이어이 미쳤냐고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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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주혁은 엔지니어에게 되물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었는지 궁금해서요. 그게 통계 연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엔지니어는 아몬드가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하는데. 주혁은 난생처음 듣는 얘기였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안 합니다만?”
“……예?”
“그런 거 안 한다구요. 아까 인터뷰에서도 말했잖습니까?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
엔지니어는 할 말을 잃었다.
‘진짜 그냥 뇌가 그렇게 생겨 먹은 거였다고?’
그의 기준에서 참 재미없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실 이건 결론이라고 할 수도 없다. 어떤 과학자가 ‘신이 그렇게 만들었는데요?’ 같은 걸 결론으로 생각할까.
와중에 주혁은 그를 수상하게 생각하며 되묻는다.
“그런 걸 왜 물으시는 겁니까?”
“제 통계, 그리고 기존의 연구 결과 꽤 오랜 기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이런 수치는 나오지 않거든요. 이건 단순 추측이 아니라…….”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상현은 아주 높은 확률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냥 트레이닝이 아니라 과부하가 걸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고강도의 트레이닝.
아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이미지 트레이닝을 열정적으로 반복했을 거란다.
“보통 그 정도까지 하진 않거든요. 그럴 바엔 그냥 직접 신체 훈련을 하죠…….”
듣다 보니 알겠다.
‘아.’
주혁은 그 이미지 트레이닝이 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추측으로는 가상 현실 기량을 위해서 특훈을 하신 거 같습니다. 그래서 혹시 그 특별한 트레이닝 방법이 어떤 건지…….”
처음 캡슐방에서 활을 쐈을 때의 상현이 왜 그렇게 자연스러웠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왜 그가 캡슐에서 저런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하는지…….
이제야 퍼즐이 맞춰진다.
‘꿈을…… 꾼 거야.’
상현의 이미지 트레이닝은 꿈이었다.
늘 꿈꿨던 것이다.
너무나 절실하게 꿈을 꿨던 것이다.
그는 10년간 사실 한 번도 양궁을 놓은 적이 없던 것이다.
적어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의 오른팔이 멀쩡한 그 머릿속 세계에서만큼은, 한 번도.
10년간 활을 잡지 못하고, 꿈꿨던…… 아니, 꿈만 꿔야 했던 그 절망스러운 현실이, 지금의 아몬드를 만들어냈다.
가상 현실 세계에서 말도 안 되는 기량을 보여주는 아몬드를.
그 기량은 운 좋게 신에게 재능을 선물 받아서 생긴 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절망 덕분이었다.
아주 깊고 깊은 시커먼 절망의 구렁텅이, 어둠뿐인 그곳에서 겨우 빚어낸 단 하나의 보석이 지금의 아몬드인 것이다.
“저…… 괘, 괜찮으신겁니까?”
엔지니어가 당황해서 물었다.
주혁은 그제야 자신의 눈가를 닦아낸다. 소매가 축축해졌다.
“아…… 이게 그…….”
주혁이 무어라 변명을 하려는 순간.
[지금! 30분을 돌파했습니다아! 전자파의 기록 돌파가 코앞!! 과연 역사가 다시 쓰일 수 있는 걸까요!?]모두의 눈이 다시 방송 화면으로 향했다.
주혁은 찌질하게 눈물이나 흘린 걸,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게 됐다.
‘이거 뭔, 유상현도 아니고.’
주혁은 괜히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모니터로 옮겼다.
“쟤는 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거 안 해요. 그냥 천재입니다.”
“아……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