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0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72화
57. 처음(1)
파앙……!
총성처럼 울린 편전의 파공음.
이때부터였다.
아몬드에겐 이 모든 것이 느리게만 보였다.
편전은 바이킹의 총지휘관의 머리에 명중했다.
그의 전신이 휘청거리며 쓰러지기 시작한다.
팅…….
방금 전까지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활시위가 춤을 추듯 나풀거린다.
조선의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손을 치켜 올리고, 입을 크게 벌리며 고함을 내뱉었다. 궁수부대의 모두가 아몬드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역동적이다. 공기를 다 집어삼킬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며 눈을 부릅떴다.
“조서어어어어어어언……!”
중계진이 벌떡 일어나며 의자가 뒤로 천처히 넘어갔다.
관중들 역시 일어났다. 아몬드 팝콘이 이리저리 날아갔다. 그들은 채 다 삼키지도 않은 채 입을 쩌억 벌려 무어라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일어서는 것을 넘어 의자 위로 뛰어올라, 마치 공중부양을 하는 듯했다.
태극기가 펼쳐진다.
북을 치는 응원단의 북 가죽이 깊게 패여 들어간다.
쿠웅──
그리고, 총지휘관의 머리가 땅에 닿았다.
이때서야 아몬드의 귀에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장에 벼락이 내리쳤다.
빛이 아닌, 소리로 빚어낸 벼락이다.
다시 모든 것들이 제 속도로 돌아왔다.
“조선! 총지휘관의 머리에 애깃살을 박아넣습니다! 이게 조선이죠! 이게 활 문명입니다아!!”
중계진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친다.
[승리]게임의 시스템이 조선에게 승리를 선언함과 동시에.
둘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외쳤다.
“쥐~ 쥐이이이이이이이!!!”
붉은 함성이 경기장을 다시 한번 뒤덮는다.
-ㅠㅠㅠ
-와
-진짜 이겨버리네
-캬
-도랐다
* * *
조선이 바이킹을 이겼다.
이 속보는 현장을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 어디보다 빠르게 퍼져 나간다.
이미 4시대로 진입한 그 순간부터 준비되었던 기사들이 게임 웹진에서 줄줄이 쏟아졌다.
[바이킹 2:0으로 완파, 돋보인 쿠키의 전략] [유쾌하지만은 않은, “한맺힌 반란” 조선 바이킹 2:0 “완파”] [국가대항전, “무력의 바이킹”을 때려눕힌 “문인의 전략” 조선]일단 당장 조선의 승전보를 알리는 기사들이 먼저였다.
모든 헤드라인이 표현은 달랐으나, 의미하는 바는 똑같았다.
꼴찌 조선이 파워랭킹 상위권인 바이킹을 2:0으로 완파했다.
댓글 수도 순식간에 증식됐다.
-오늘 경기 봤는데 진짜 재방으로 또 볼듯 너무 인상적이었음
└진짜 ㅠㅠㅠ
└발할라 뺏은 경기는 이번 국가대항전 올타임 넘버원일 수도 있음
└222 맞음 4시대 전쟁 한 거부터가 낭만인데 ㅋㅋㅋ 체탐인까지 ㄷㄷㄷ
조선이 2대 0으로 완파했다는 것도 강한 인상을 남겼으나.
게임 웹진에 올라온 기사이니만큼, 누리꾼들은 게임 내용에 포커스를 맞췄다.
애초에 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라 하는 4시대 총력전이 나왔기 때문이다.
-와 난 ㅅㅂ 조선이 이길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배틀 쿠르저 대 캐리어 뽑고 우주 전쟁하는 경기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재요……
└중세 우주 전쟁 ㄹㅇ ㅋㅋㅋ
└나도 ㅋㅋ 이겨도 개날빌로 이길 줄 알았음ㅋㅋㅋㅋ
조선이 이기더라도, 이런 전면 총력전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쿠키마저도 이러려는 계획이 아니었으니, 정말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과정으로 반전의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니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웹진의 기사뿐이 아니었다.
커뮤니티는 수많은 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오며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엠불은 당연히 폭발 직전이었고, 릴프로마저 위험해지는 사이즈.
[낭만 승리로 언더독이 이기다니 진짜 이건 레전드다] [뭐? 가짜 국대??? 나한텐 이게 진짜야……] [와 ㅅㅂ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감동 ㅠㅠㅠ]특히나 전략적인 눈이 높은 엠불에선 쿠키의 이번 전략이 돋보인다는 칭찬이 많았다.
[걍 1경기 궁안궁 전략부터 쿠키의 압승] [맵 선택권 활용을 이딴식으로 또라이처럼 한 사람은 쿠키가 유일함 (정보있음)] [쿠버지 ㅠㅠㅠ 시바 ㅠㅠㅠㅠ 드디어 빛을 보냐고ㅠㅠㅠㅠㅠ] [5년 전 신인 시절부터 쿠키 팬이었는데ㅠㅠㅠ 아ㅠㅠㅠㅠ]엠불엔 특히나 쿠키의 팬들이 있었다.
이들은 하루 이틀로 형성된 팬덤이 아니었다.
비록 수는 적을지라도, 신인 시절 외에 한 번도 본선을 진출한 적이 없던 쿠키를 여태까지 응원해 온 진짜 팬들이다.
아마 단순히 텍스트로 우는 표시만 남기는 게 아니라, 실제로 우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카메라에 5년 전 총지휘관이었던 이태용이 잡혔을 때.
그리고, 그가 승리에 감격하여 눈가를 훔치고 있는 걸 봤을 때.
많은 이들이 이미 그를 따라 눈물을 삼키고 있었으리라.
캐스터 역시 감격한 듯 마이크에 대고 외친다.
“아아, 지금! 이태용 전 지휘관을 비추는데요! 그렇습니다! 조선이! 해냈습니다! 국가 대항전 창립 이래! 조선의 본선에서의 첫 승리! 토너먼트 첫 승리입니다!”
“예! 이태용 씨가 피운 불씨가! 쿠키의 손으로 넘어와서 드디어! 드디어 첫 번째 불을 일으킵니다! 5년! 5년이 걸렸습니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이들은 5년을 달렸고! 지금 시빌 엠파이어를 통해! 전 세계에! 조선도 가능하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에 중계진의 목소리가 잠시 묻혔다.
지금 캡슐이 하나둘씩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계진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목에 더 핏대를 세우며 이들에게 더 환호하라, 더 소리치라 부추기고 있었다.
“예! 더! 더! 환호해 주세요! 이제 선수들이 나옵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선수들!”
양 팀의 캡슐이 전부 열리고, 선수들이 하나둘 필드에 발을 내디뎠다.
* * *
캡슐 뚜껑이 열린 후, 관중들의 실제 함성이 귀에 꽂히는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제서야 상현은 실감했다.
‘이겼어.’
이겼구나.
조선이 16강에 진출했다. 그것도 바이킹을 2:0으로 이기고.
역사상 본선 첫 승리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뜨거운 환호성 가운데.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그의 이름이 연호됐다.
상현은 저도 모르게 가슴 쪽으로 손을 움켜쥔다. 가슴속 어딘가에서 뜨거운 것이 울렁거렸다.
“아몬드! 아몬드……!”
끝없이 그의 이름이 들려온다.
한국 관중들이 있는 곳은 경기장의 4분의 1밖에 안 되지만.
동그랗게 뚫린 하늘을 따라 한 바퀴 빙 돌아 경기장을 본다.
상현은 이 함성이 마치 경기장 전체에서,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난트전에서도 이런 경험을 했던 적 있다만.
‘달라.’
그땐 실제 경기장이 아니라 가상 현실이었다.
역시 현실은 다르다.
피부로 느껴진다.
팬들의 저 함성이 피부를 파고 들어와 뼈를 타고 진동하며 심장에 꽂혀온다.
쿵, 쾅, 쿵, 쾅…….
그들이 만들어내는 진동과 파동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혈관을 타고 퍼져 나간다.
이 수많은 사람들의 거대한 에너지, 기류가 전부 유상현이라는 한 사람을 향해 쏘아지고, 그것이 그의 전신에 깃든다.
전기가 흐르는, 이 모든 과정을 ‘짜릿하다’라는 말로 압축하기에 아쉽다.
상현은 차라리 이런 표현을 쓰고 싶었다.
* * *
잠시 후.
선수들의 대기실 옆, 간이로 만든 인터뷰 존이다.
MVP 선정 전에 잠시 인터뷰를 따기 위해 그들은 상현과 몇몇 선수들을 불러 질문을 던졌다.
“본선에서 첫 승리를 거두셨는데. 승리했을 때 소감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 말에 상현은 아까 생각했던 바를 이야기해 줬다.
“이젠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다…….”
“아…… 예?”
인터뷰하던 가짜 국대의 작가는 잠시 놀라며 그를 다시 쳐다봤다.
“그렇게 느꼈어요. 이젠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다.”
“…….”
들려온 대답은 제작진으로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분명 예상치 못한 답변이지만,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미 그 의미를 아는 듯 떨리는 목소리지만, 인터뷰이기에 한 번 더 물어본다.
“시, 시청자 분들에게 조금 더 설명해 주시면…… 조, 좋을 것 같습니다.”
상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생각한 뒤 천천히 말을 꺼낸다.
“잠깐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처음이었어요.”
상현의 목소리도 사뭇 떨리고 있었다.
긴장 때문이 아니다.
그는 긴장으로 목소리를 떨지 않는다.
후에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이는 두려움이다.
그는 이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두렵다.
그럼에도 꼭 영상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생각해 주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이렇게 바뀌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다.
이번 국가 대항전을 진행하면서, 상현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어쩌면 처음 아성을 그만두고 스트리머를 시작하면서 겪은 것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 큰 변화가 오고 있었다.
어쩌면 이 감정은 순간의 벅차오름에 불과할 수 있다. 찰나에 스쳐 가는 충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조차 의미가 있었다.
잠깐이라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한순간이라도 과거를 그리지 않은 적이 없었던 그였으니까.
그런 그가 관중들의 환호성 속에서 잠시나마 그때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떨리는 입술을 겨우 열어 말을 이어간다만.
“제가 팔이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아, 아몬드 님!”
스태프 중 하나가 들어와 급하게 그를 불렀다.
손짓을 보고 무슨 일인지 알아챈다.
아몬드는 일단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다음에 말할게요.”
“아, 네, 네.”
작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출구 쪽으로 안내했다.
밖으로 나가보니 커다란 스크린에 자신의 얼굴이 떠 있었다.
* * *
MVP가 선정되었다.
MVP는 게임당 한 명씩.
[set1: AAlmond] [set2: Coffee]각각 아몬드와 커피였다.
“이야!? 커피!? 커피가 지금 MVP에 처음 올랐죠!”
“아아아! 그렇습니다! 이거 고무적입니다!? 물론! 2세트! 아주 받을 만했어요! 체탐인의 길을 뚫어주고! 그에 맞는 적절한 판단의 연속이었습니다!”
-크
-와 커피 ㄷㄷ
-ㅊㅊㅊㅊ
-캬
-감동 ㅠㅠㅠ
“자. 그리고 아몬드 선수. 역시나 엄청난 활약이었는데. 1세트 MVP니까 먼저 설명해 볼까요?”
중계진은 각종 지표를 보면서 이번 선정 이유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는데.
“예! 1세트의 아아몬드! 한국인은 역시 아아죠!? 그래서…….”
이 말을 뱉어놓은 킹귤이 잠시 말이 없다.
“그게 끝입니까? 한국인은 아아라서 MVP입니까?”
“아뇨. 잠깐 화면 좀 넘기느라…….”
-타이밍 보소 ㅋㅋㅋㅋ
-끝이겠냐고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얼어죽어도 아몬드”
-뭔ㅋㅋㅋㅋ
킹귤은 자료를 찾았는지, 아몬드가 왜 MVP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기 시작한다.
“우선 이 딜량 그래프 보세요. 그냥 뚫어버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릴 아니에요. 시빌 엠파이어입니다. 근데 딜 그래프가 이래요!”
-ㄷㄷ
-미쳤네 ㅋㅋㅋㅋ
-와
-캐뤼
-크
-진짜 와캬퍄다 ㅁㅊ
킹귤이 강조하고 싶은 지표는 딜량만이 아니었다.
“이거도 보시죠.”
다음 지표를 보는 순간 캐스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뿐이 아니다.
-?
-캬
-엥?ㅋㅋㅋ
-헐
-ㄷㄷㄷ
-크
채팅창엔 오로지 감탄사만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