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0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73화
57. 처음(2)
딜량보다도 훨씬 압도적인 지표였다.
다른 선수들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오로지 아몬드만 끝을 뚫을 듯이 나아가고 있다.
“아…… 제가 아까 딜량 그래프 뚫어버렸다고 하셨을 땐, 아, 그냥 좀 과장해서 표현하시는구나 했는데…….”
캐스터는 얼떨떨해져 그래프를 다시 한번 본다.
“이 그래프는 진짜 뚫렸는데요? 지금 화면에 다 안 담겨요!?”
-ㄹㅇㅋㅋㅋㅋㅋ
-그래프 뚫림(찐)
-왜 진짜냐고 ㅁㅊㅋㅋㅋ
“이게 뭐죠?”
“맵 활용도죠. 총 이동 거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축구에서 왜 필드를 넓게 쓴다고 하잖아요?! 그런 겁니다!”
그랬다.
이 그래프는 병사들의 맵 활용도를 나타낸 지표였다.
-활동량??? 미쳤네 ㄹㅇ
-아니 ㅋㅋㅋㅋㅋㅋ
-캬
-이동거리구나
그래프 옆에는 미니맵에 각자의 동선이 표시되고 있었는데.
캐스터는 아몬드의 동선과 이동 거리를 보더니 갸웃한다.
“저…… 이거 좀 실례되는 말이지만! 1세트에 아몬드 혼자 게임 한 거 같은데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차이였다.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ㅠㅠ
-거의 그런듯
-200명 게임을 혼자 캐리하는 무친넘……
-ㄹㅇ 괴물이네
“예. 아무래도 이 지표로 보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아.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1세트 기억나십니까? 커브샷의 향연?”
1세트에서 조선은 바이킹을 상대로 커브샷을 선보였다.
바이킹이 워낙에 방패와 엄폐물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해서 원거리 무기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데.
그걸 역으로 커브샷으로 카운터를 쳤던 경기가 1세트다.
“아! 제대로 된 카운터 펀치였죠! 바이킹은 생각지도 못했다가 맞아서 아주 제대로 KO였거든요!?”
본래 카운터로 맞으면 몇 배는 더 아픈 법.
바이킹은 갑작스러운 조선의 단체 커브샷 공격으로 제대로 격파당했었다.
그런데, 이 전략에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아몬드 선수는 원래 커브샷을 쓰지만! 다른 선수들은 자리를 외워서 그걸 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움직이질 못했어요!”
“아!”
여기서 지표가 극단적인 이유가 드러난다.
아몬드가 활동량이 높을 수밖에 없는건, 완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게 아몬드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럼 팀이 움직여야 할 활동까지 전부 아몬드가……?”
즉, 전투 장악적인 측면에서 아몬드는 정말 거의 혼자 활동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예! 애초에 1세트는 그렇게 된 계획이었던 거죠! 대신 아몬드한테 아주 특별한 능력을 부여해서! 그걸 훨씬 잘하게 했던 겁니다!”
-도라애몬드 전략ㅋㅋㅋ
-이걸 다 아몬드한테 일단 넘기기?ㅋㅋㅋ
-럭키 본투비 맞다니까 ㅅㅂ
-패궁러랑 다른게 뭐임!ㅋㅋㅋ
-궁안궁이 쩔긴했음
킹귤이 맵을 짚으면서 아몬드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 지었다.
“아몬드가 궁! 안! 궁! 계속 바꿔가면서 이렇게 적들을 끌고 다니고 시간을 낭비시키면서. 완벽하게 1세트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캬
-ㄹㅇ 제대로 캐리했누
-커브샷도 아몬드가 알려줬을 텐데 개쩌네
-대단하다! 도라애몬드와 노진쿠키!
“아. 그렇군요. 아몬드 선수는 역시 잘 알겠습니다. 자, 그럼 오늘 아주 장안의 화제가 될! 2세트! 2세트 MVP 설명 한번 해주시죠?”
“아, 예, 커피의 경우는 이런 지표보단 장면 위주로 보면서…….”
* * *
MVP 선정이 됐을 때.
상현은 가짜 국대 인터뷰 중에 불려 나갔음에도, 그리 놀란 편은 아니었다.
본래 성격 탓도 있겠으나 애초에 거의 모든 승리 게임에서 MVP를 받은 사람이다.
그러니 여기서 또 받는다고 놀라는 것도 웃긴 일일 터다.
그러나 두준의 사정은 달랐다.
“……!”
그의 눈은 튀어나올 듯 커다래져, 전광판을 올려봤다.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자신의 아이디를 주시했다.
“저, 저게…… 지금…….”
전광판에 자신의 얼굴이 떠오른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set1: AAlmond] [set2: Coffee]“나야?”
확실하게 떠 있었다.
커피라고.
“왜. 너무 못생겼냐? 저게 너 맞아.”
툭, 바름이 그에게 수건 한 장을 던져주며 툭 내뱉는다.
“나가기 전에 땀이나 닦아.”
그녀도 다른 수건으로 흐른 땀을 닦고 있었다.
역시 이번 경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어…… 모, 못생기긴 했네. 누구 덕분에 더 그렇게 보여.”
두준은 말은 그리하면서도 입은 헤벌쭉 웃으며 그녀가 건넨 수건으로 이마를 훔쳤다.
피식.
바름은 그냥 한번 웃고는 대기실로 사라졌다.
두준이 감상에 젖어 있게 내버려 두고 싶었다.
“야.”
그런데, 두준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
“너 진짜 서류 다 광탈했었냐?”
잠시의 침묵.
바름은 고개만 돌린 채 두준을 빤히 바라볼 뿐, 아무 말도 없다.
두준은 쓰게 웃으며 저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아니다. 그냥 가서 쉬어라. 이 오빠는 인터뷰 준비 좀 한다.”
그럼 그렇지.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이렇게 대뜸 물으면 무슨 말인지도 모를 것이다.
무슨 서류? 라고 되물어올 게 뻔했다.
그런데─
“나 과 수석이야.”
그녀 역시 같은 기억을 떠올렸던 걸까?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 양 대답해 줬다.
두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인 채, 입가에 웃음을 띤다.
왠지는 모르겠다.
‘과 수석이면 대체 왜 떨어진 거야.’
진짜 왠지 모르겠다.
“그럼 얼굴 때문에 떨어졌네. 포토샵 좀 하라니─”
──퍼억!
바름의 수건이 날아와 두준의 얼굴을 강타해 버렸다.
* * *
“예! 아! 말씀드리는 중! 대체 불가한! 우리 조선 팀의 핵심! 에이스! 아아몬드 선수! 커피 선수보다 앞서서! 지금 인터뷰 준비 중입니다!”
인터뷰는 1세트 MVP부터 진행됐다. 즉, 아몬드의 인터뷰가 먼저였다.
-본겜 입성
-간만에 인터뷰의 악마 부활하냐?ㅋㅋㅋ
-편전보다 무서운 마이크
-인터뷰의 악마 “발할라” 해버리기~
수많은 시청자들이 기대감을 품으며 채팅창에 한마디씩 던졌다.
게임이 끝났는데도, 시청자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조금씩 늘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아몬드가 그동안 보여준 인터뷰가 있기에, 그만큼 기대하는 것이다.
‘무슨 말 하지…….’
물론 당사자는 그 기대에 응할 의사도 없으며 사실 능력도 없었다.
적어도 본인이 생각하기엔.
그러거나 말거나, 아몬드가 전광판 화면에 나오자 채팅창은 더욱 폭주했다.
-아몬드! 아몬드!
-엄마! 전 왜 아몬드가 아니죠!? 엄마! 전 왜 아몬드가 아니죠!?
-도발당할 다음 상대가 누군진 몰라도 미리 애도를 표합니다 x
-ㅠㅠㅠ
-캬 아몬드 인터뷰 ㅋㅋㅋ
-지금 들어왔는데 이제 게임 시작했네요~ 개이득~
채팅창뿐이 아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축구 경기였다면 결승골이라도 터진 줄 착각했을 법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야!! 지금 현장 분위기가 경기 끝나고 잠시 식었다가! 다시 화아악! 끓어올랐죠!?”
“그렇습니다! 역시 아몬드 선수 하면! 활 다음은 마이크 아니겠습니까?!”
-ㅁㅊㅋㅋㅋㅋ
-활 다음 마이크 ㅋㅋㅋ
-쉣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채팅창 말대로, 어쩌면 본 게임! 진짜 지금부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선의 본 게임은 지금부터인 거죠! 조선은 이제 시작입니다! 여러분!”
인터뷰는 늘 보던 그 리포터가 똑같이 맡았다.
본선을 취재를 위해 일본까지 온 모양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상 세계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진짜 현실에서 이뤄지는 인터뷰라는 것이고.
리포터도 상현도 서로 실물을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저 사람이…….’
리포터는 상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되뇌었다.
‘저게 인터뷰의 악마 실물!’
꿀꺽.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마이크를 움켜쥔다.
가상 현실 인터뷰와 다르게 채팅창도 볼 수가 없어서 시선을 둘 곳이 없었다.
시선 둘 곳을 찾는 이유는 간단했다.
‘무슨 저렇게 생겼어……?’
가상 현실로 마주하는 것과 현실로 마주하는 게 이 정도의 긴장감 차이를 만들 줄 몰랐던 것이다.
‘아…… 내 인터뷰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휙휙.
그녀는 고개를 거세게 저으며 악마의 현혹 권능에 저항했다.
‘진짜 악마 그 자체야!’
정신을 번쩍 차리며 눈을 부릅뜬 채, 그녀는 마이크를 들고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아몬드 님!?”
와아아아아아아아!
상현이 무어라 말을 뱉기도 전에 다시 한번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그의 이름이 연이어 외쳐졌다.
“와. 열기가 엄청나고, 지금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세요! 기분이 어떠십니까!?”
상현은 잠시 고개를 끄덕인 뒤, 마이크 쪽으로 다가갔다.
“아. 예. 좋습니다.”
리포터는 과장된 몸짓으로 한 번 고개를 끄덕인 뒤, 제대로 된 질문으로 들어갔다.
“오늘 1세트 MVP로 선정되셨는데요! 1세트 최대의 승리 요인이 뭐였다고 생각하십니까?”
“패션이요.”
그 순간 상현과 코치석 쪽에 있는 사랑의 눈이 마주쳤다.
사랑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있었다.
“에……? 어떤 팩션이요? 역시 집중일까요?”
“패션이요.”
“아…… 예?”
리포터의 눈이 이리저리 좌우를 오갔다.
슬슬 다시 머리가 어지럽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
-팩션이 아니라 패션이라 한거임????
-엌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맞말이긴함ㅋㅋㅋㅋ
-발렌시아가 밈 영상인줄 ㅅㅂ
-도랏냐곸ㅋㅋ
“그, 그러니까…… 오, 옷을 잘 입어서 바이킹을 이겼단 말씀이세요?”
“그게 시작이긴 합니다.”
리포터는 인이어로 뭔 정보를 받아들이고 나서야 어색하게 웃으며 반응할 수 있었다.
“아아…… 디너파티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된 매, 맵 선택권! 이거 말씀하시는 거군요!? 와아 하,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대답! 잘 들었습니다!”
-??
-아무말 대잔치 ㅋㅋㅋㅋ
-앜ㅋㅋㅋㅋ
-이거 올튜브에 ㄹㅇ 올라올거같음ㅋㅋㅋ
-존멋이네 시바 “패션이요”ㅋㅋㅋㅋ
-바이킹이 모르는 한가지…… 패션.
그리고, 리포터의 인이어로 또 정보가 들어왔다.
아까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정보.
“아……!”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지금! 지금 속보로 들려온 소식입니다! 페르시아가 16강으로 진출하면서! 조선의 다음 상대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술렁, 술렁.
웃음이 떠들썩하던 관중석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헐
-페르시아ㄷㄷ
-이렇게 될 거 같긴하더라
-올 것이 왔군 ㅅㅂ
-무섭다
-누구 하나 쉬운게 없누
“다음 상대인 페르시아에 대해서 어떤 각오를 갖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상현은 그 질문에 잠시 고민했다.
페르시아가 다음 상대로 정해진 것도 방금 전의 일이었으니, 딱히 멘트를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다.
물론 다른 선수들로부터 페르시아가 유력하다고 듣고는 있었다.
그는 고민을 마치고, 마이크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이길 거라 봅니다.”
-대뜸ㅋㅋㅋㅋ
-그저 이김
-크
-캬
-이거지
“어…… 자, 자신감! 좋습니다?! 근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코끼리를 캡슐에 넣는 게 쉽진 않아서요.”
“???”
쿠키가 하던 농담을 바꿔 말한 건데.
못 알아듣나?
아몬드는 으쓱하며 덧붙인다.
“코끼리가 선수보다 게임을 잘한다고 해서…….”
-캬
-크~
-이야
-혓바닥 드리블이 미쳤누
-도발이 아니라 각오를 말하라고 ㅋㅋㅋㅋㅋㅋ
-도발할 때만 미친듯이 돌아가는 호두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는말이긴함ㅋㅋㅋㅋ
-코끼리를 캡슐에 넣으면 져주겠다 선언
-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
-김정은급 도발 능력 ㄷㄷ
페르시아 관련된 유명한 밈이었다.
페르시아의 에이스 선수는 코끼리다라는 말.
이는 그만큼 코끼리 팩션이 강력하다는 걸 뜻하는 것인데.
아몬드는 일부러인지 뭔지 그걸 선수가 약한 걸로 이해해 버린 것이다.
리포터는 얼른 다음 질문으로 넘긴다.
“아! 그러면! 오늘 아몬드 선수님을 제외하고 또 엄청난 활약을 한 선수가 있다면…… 누구라고 생각하실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전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슥.
그는 간단하게 손으로 가리켜 대답을 대신했다.
그가 가리킨 건 커피, 두준이다.
-크
-커피
-ㅠㅠㅠ
-캬
-존멋
다음 인터뷰 상대인 두준이 자연스레 앞으로 나오자,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두준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마이크에게 다가갔다.
두준에겐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