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0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74화
57. 처음(3)
두준은 그랬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본선 진출, 본선에서의 승리, MVP 선정, 거대한 경기장에서의 인터뷰, 그리고 자신을 향한 엄청난 환호성.
그 음파가 겹쳐 공명하는 한가운데에서, 두준은 마이크 앞에 섰다.
어쩌면 가장 꿈꿔왔던 순간.
그는 어떤 때를 떠올렸다.
아몬드라는 스트리머가 우리 팀에 올 때 말이다.
‘이해 못 했었지.’
그는 아몬드가 우리 팀에 온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 중 하나였다.
실력적인 의구심도 품었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두준이 이해가 안 됐던 건 다른 부분이다.
‘그 이유를.’
아몬드가 왜 국가 대항전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가?
그는 소위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다.
과거엔 어떤 힘든 일이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아몬드는 방송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으며 여기 있는 이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익과 인기를 누리고 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국가 대항전의 행군은 고될 것이다.
두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사람은 못 버틴다고.’
버틸 이유가 없는 사람은 필요 없다.
실력은 둘째였다.
실력이 출중해 봐야, 이 고난의 행군을 버티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는 국가 대항전의 선수로서 기능할 수 없었다.
이미 숱한 사례들을 봐왔다.
실력은 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 결국 다시 자기 본래의 삶을 위해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잘못된 건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건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가 대항전이라는 이 시스템은 두준처럼 어딘가 잘못된 인간들을 원하는 듯했다.
그렇기에 결론이 나왔다.
버틸 이유가 없는 사람들은 받지 않는다.
이는 치승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치승이 이런 대답을 들려줬다.
「아몬드는 버틸 이유가 있어요.」
「뭐? 그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국대가 되고 싶대요.」
「……국대?」
처음이었다.
그런 이유로 여길 들어오는 사람이.
「그런 게 버틸 이유가 되는 거야? 뭣보다…….」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린 국대가 아니잖아?」
두준은 상당히 오랜 기간 불신했다.
아니,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이 중요한 순간에 왜 그 이야기가 떠오르는 걸까?
치승이 쓰게 웃으며, 건네줬던 그 답변이…… 왜 기억 속에서 끄집어져 머리를 가득 채운 걸까?
「그 사람은 우리가 국대 같대요.」
두준이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마이크가 그에게 들이밀어지고, 리포터가 질문을 건네온다.
환호성 때문인지, 뭐라 말하는지 잘 들려오지 않았다.
두준은 입술을 깨물며 무언가를 참아냈다.
‘그렇게 생각해 본 건 처음이었어.’
치승이는 몰라도 두준은 그런 것에 환상 같은 게 없었다.
이 게임에 그리 오랜 기간 몸담고 있었지만, 두준은 처음 생각해 봤다.
국가대표라니.
이런 게임으로 그런 게 가능할까.
오히려 부끄럽기만 한걸.
우린 가짜니까.
‘그런데 그게 버틸 이유가 되는구나…….’
껍데기뿐인 가짜여도, 그에겐 그것만으로도 버티는 이유가 되었다.
그 증거로 지금 그의 옆에 이렇게 서 있지 않은가?
“커피 님……?”
리포터가 걱정스러운 듯한 어조로 그의 안색을 살핀다.
관중들의 환호성도 웅성거림으로 점차 바뀌어간다.
눈가가 왜 이렇게 뜨거운가 했더니.
아무리 질끈 감아도 막아지지 않았나보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겨우 건네받은 채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뭐라 말씀하셨었죠.”
“아. 승리 소감이요! 그리고 MVP에 처음 선정되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두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옆에 선 상현과 잠시 눈을 마주쳤다.
그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건 다른 여기 모든 사람들처럼 걱정도, 당혹스러움도 아니었다.
그저 응시하고 있었다. 어떤 힘을 그에게 건네고 있는 듯했다.
“저, 저는요.”
두준의 목젖이 한 번 요동쳤다.
“저는 저희가 국대라고 생각 한 번도 안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누군가 우릴 국대라고 봐주셨습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축축하게 젖은 목소리를 한 번 삼켰다.
“처음……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어요.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하고…… 국대 한다고 뭐…… 밥 먹여주나…… 싶고…….”
피식.
두준은 괜히 울음을 내쫓기 위한 듯한 웃음을 저 혼자 터뜨렸다.
“그런데, 누군가 한 사람이 그렇게 강하게 믿으니까. 기적이 일어났어요. 점점…… 점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주셨어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그냥 게임 하는 사람들이…… 국대라고 해주셨어요.”
“…….”
리포터는 끝까지 말해도 좋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응시해 줬다.
두준은 용기를 내 끝까지 말을 잇는다.
“저는 그래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했었는데. 이게 버, 버틸 이유가 되는가…… 생각했는데…… 아니…… 아니었어요.”
-ㅠㅠㅠㅠ
-왜 울어 ㅠㅠㅠ
-아이고
-ㅠㅠㅠㅠ
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이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을 마쳤다.
“생각보다…….”
두준은 말을 마친 후,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그의 머릿속으로 빛바랜 조명 아래 비친 필름 속 장면들이 스르르 재생됐다.
이 게임을 처음 했을 때, 쿠키를 만났을 때, 국가 대항전을 처음 봤을 때, 처음 바름이를 만났을 때…….
분명 별거 아닌 기억들이었는데.
“훨씬 큰 힘이 되었습니다.”
* * *
대기실에 앉아 두준의 인터뷰를 보고 있던 쿠키, 그의 두 눈이 복잡한 감정을 담은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커피를 안 지 꽤 오래된 터라, 여러 이야기들이 머릿속으로 스쳐 간다.
그렇게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데, 그에게 누군가 다가온다.
“희철아.”
이전 세대의 총지휘관, 이태용이다.
“아. 태용이 형.”
희철은 그가 관람하러 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목소리만으로 그리 놀라진 않았다.
뒤돌아서 태용을 바라본다.
태용은 다가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마. 난 네가 해낼 줄 알았다. 내가…….”
그는 한 움큼 숨을 삼킨 뒤에 말을 이었다.
“내가 제대로 골랐다는 걸 알고 있었어.”
턱.
그가 희철의 어깨 위로 손을 얹으면서 한 말에, 희철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희철이 총지휘관으로 발탁된 후, 조선이 본선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이게 2년쯤 지속되자, 비난의 화살은 그전 지휘관이었던 태용에게도 쏟아졌다.
대체 왜 완전 신인이던 쿠키를 골랐냐, 또 다른 베테랑에게 넘겼어야지, 지휘관이 보는 눈이 없으니 조선이 이 꼴이지…… 등등.
비록 작은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작은 비판들이었다만, 이들에겐 그 세상이 전부였기에 세상 전체가 등 돌린 기분이었다.
‘제대로 고른 걸까.’
사실, 이 의문은 여전히 희철의 머릿속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제서야 태용의 선택이 빛을 발했지만, 어쩌면 너무 먼 길을 돌아온 것일 수도 있었다.
희철은 제 스스로에게 의아했다.
‘아직까지 모르겠다니.’
본선에서 첫 승리를 따낸다면 이 생각이 지워질 것이라 여겼다.
역대 조선이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성과를 낸 것이니까.
그러나 희철은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주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마 그 의문이 떨쳐지지 않는 것이다.
왜 자신을 골랐느냐며 물었던 희철에게 들려준 그 대답.
「주어진 시간이 짧으니까.」
태용은 희철의 몸 상태를 모른다. 적어도 희철이 아는 바로는 그러했다.
그런데 저 말을 듣고도 그렇게 생각하긴 어려웠다.
「그런 걸로 날 선택하면 어떡해. 실력대로 제대로 해야지. 난 괜찮으니까.」
「내가 선택한 게 맞다고, 난 믿어.」
여전히 모호한 말이었으나, 희철은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태용이 자신에게 먼저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희철에게 밀린 그 멤버는 싱크 탱크를 떠났고, 희철은 성적이 안 좋음에도 5년간 지휘관 자리를 지켜왔다.
태용이 왜 자신을 골랐는지, 그게 옳은 선택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 이유를 물어봐도, 태용은 제대로 대답해 준 적이 없었고 희철도 계속해서 자신의 치부를 들키는 듯한 질문을 이어갈 순 없었다.
그냥 묵묵히 주어진 일에 집중했다.
그래서 오늘날이 찾아왔다.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였으나, 이 정도로는 그 이상한 과정을 다 뒤엎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선이 절대 낼 수 없는 압도적인 성과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태용이 선택이 옳았던 것이라고, 희철은 생각할 수 있으리라.
툭. 툭.
희철은 쓰게 웃으며 태용의 등을 두들겨주었다.
“그래. 형이 제대로 골랐지.”
태용이 씩 하고, 밝게 웃으며 끄덕인다.
“그래. 인마. 대회 끝나면, 거하게 쏴라.”
* * *
경기장 외부.
“아몬드!”
제시였다.
그녀와는 경기 후 경기장을 나가며 마주쳤다.
2 대 0 스코어로 패배를 당한 데다가, 경기도 치열했어서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마지막 인사를 위해 상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정말 잘하더라. 귀여워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제시에게 칭찬을 들은 적은 여러 번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전부 생김새에 대한 칭찬이었던 것 같고, 제대로 된 칭찬은 처음 같았다.
“바로 덴마크로 가는 거야?”
“음. 그래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쇼핑도 더 하고 놀다 가도 좋지만, 지금 여론이 별로 좋진 않거든.”
제시는 프로 생활을 하고 있기에 여론에 민감했다.
‘잘하는 나라들은 이런 문제가 있구나.’
역시나 기대를 받는다는 건 힘든 일이다.
항상 밝고 당당한 표정이던 제시도 이렇게 풀 죽은 듯한 느낌이라니.
“내년에도…… 올 거야?”
제시가 조심스레 상현에게 물었다.
그녀는 상현의 사정을 그리고 조선 팀의 사정을 대강은 알고 있었다.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다.
“어. 아마도.”
그래도 상현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피식.
제시는 그의 자신감에 너털웃음을 피운 뒤, 뒤돌아 떠나갔다.
“그럼 또 봐.”
* * *
진 팀은 떠나가고, 이긴 팀은 남는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
조선의 국가 대항전 팀은 숙소에서 모두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흐아~~ 피곤하다.”
상현과 같은 방을 쓰는 팡어.
그는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옷만 대충 갈아입고 침대로 뻗어버렸다.
“아…… 그래도 이겨서! 이겨서 좋다! 어무니한테 할 말 딱 당당하게 하는 그런 아들로 거듭…….”
드르르러엉……!
그는 말을 하다 말고 그냥 잠들어버렸다.
참고로 팡어의 어머니는 그가 퇴사한 후, 그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어른들 생각에선 충격이 큰 것이다.
‘진짜 자네.’
물론 그 아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 지금 잠만 잘 잔다.
아몬드는 이럴 때 보면 자신이 편한 점도 있다고 생각했다.
주혁이만 봐도 부모님과의 갈등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현은 샤워를 마친 후, 침대로 몸을 던져 누웠다.
“……후.”
그는 아직 덜 마른 머리를 쓸어넘기며 팔을 위로 치켜들어본다.
오른팔이다.
들고 있는 시간이 조금 지체되자,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꽈악…….
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힘을 주자 더 떨리기 시작하는 손.
‘2라운드를 뛸 수가 없는 건가?’
알고는 있었다.
예전처럼 그의 전용이 아닌 캡슐을 쓴다면, 아무리 프리미엄 라인이라 해도 힘드리라는 걸.
그럼에도 막상 체감하는 건 달랐다.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커피도 아는 것 같았어.’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커피가 상현만 따로 보내고 말을 밀었을 때, 뭔가 느껴졌다.
분명 커피는 처음에 자신도 같이 도망치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는데.
갑자기 말을 멈추고 뛰어내렸었다.
‘내 손을 잡아서 알고 있던 거야.’
상현이 눈치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닐지라도, 오른손에 관련된 건 워낙에 민감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누군가 그쪽에 시선만 보내거나 그의 장애를 눈치채며 동공이 움직이기만 해도 알아챈다.
처음엔 확증이 아니다.
그것이 단순 심증으로 남다가, 결국 나중에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으로서 그게 확증이 된다.
오늘처럼 좋은 결과로 풀리는 행동도 있었지만, 별로 좋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았다.
“하아.”
그는 일단 이 걱정은 접어두고.
베개를 조정해 편한 자세로 널브러졌다.
팡어가 자는 김에 한숨 자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눈을 붙이는데.
똑똑.
누군가 호텔 방 문을 두들긴다.
‘응?’
아마 롸떼나 스팸인 것 같았다.
보통 팡어 방에 모여서 놀기 때문에 이쪽으로 자주 오곤 한다.
‘다들 체력도 좋네.’
게임이 끝난 직후에도 놀려고 이 방으로 건너오다니.
똑. 똑.
또 문을 두들긴다.
“아…… 나가요.”
상현은 느릿하게 일어서며 상의를 대충 걸치며 문을 열었다.
“!?”
문밖엔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서 있었다.
“상현 씨. 저 차단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