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0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75화
58. 판도라의 희망(1)
조선과 바이킹의 경기 결과, 2:0.
과정은 몰라도 결과로선 조선의 압승이다.
이는 국가 대항전 전체에 꽤 큰 파장을 일으켰다.
“뭐? 조선이 2 대 0으로?”
“그럼 조선 대 페르시아가 붙는 건가?”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군.”
“말도 안 돼…….”
국가대항전에 참가한 각종 관계자들은 조선이 본선까지가 한계라고 생각했다.
“언더독 돌풍은 보통 예선에서 끝나는데.”
예선은 운이 좋으면 뚫어낼 수 있다.
상대를 딱 한 판만 이기면 되니까.
조선의 예선을 보면, 오로지 한 판만 이긴다는 마인드로 짜온 전략이 꽤 많이 보인다.
그렇게만 해도 예선을 통과하는 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본선은 달랐다.
“어떻게 그런 선수 풀로 다전제를 이긴 거지?”
본선부터는 여러 번 싸워서 이기는 ‘다전제’이기 때문이다.
한번 매치업이 붙을 때마다 상대를 최소 2~3판을 이겨야 하는 승부.
최대 다섯 판까지도 연장되는 이 장기간 승부에선, 실력 외의 변수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다전제에서 이겼다는 건 얘기가 다른데…….”
“그렇지. 완전 다르지.”
단판과 다전 승부는 e스포츠계에서 늘 완전히 다른 종류로 치부되었다.
다전제에선 상대의 전력을 파악한 후, 그에 맞춰 다음 경기를 재구성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싱크 탱크의 유연성과 선수들의 체력.
그 체력이 내려간 1선 대신 먼저 무기를 받을 2선 선수들의 실력 등…… 요구되는 게 훨씬 많아진다.
이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자본의 힘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자본이 가장 모자란 팀이 조선인지라, 다른 팀들에겐 충격적인 소식인 것이다.
“1선이 계속 뛰었다는 거 같던데.”
“조선은 2선부터는 실력이 확 내려가니까.”
“맵 선택권 때문이 아닐까?”
“그나마 2 대 0으로 이겨서 이길 수 있었던 걸 거야. 3경기 풀로 뛰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
다른 팀들은 이 소식을 이해해 보기 위해서 조선의 맵 선택권이 주요했다든가, 2연승이었기에 오히려 이긴 것이라든가 등의 궤변 아닌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만큼 조선의 지금 행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며, 위협적인 것이다.
“젠장, 전혀 생각도 안 하던 팀이 올라오기 시작했군.”
“하…….”
이유는 간단했다.
대비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알고 있던 놈이 잘한다고 하면 어떻게 잘했는지 대강 상상이 되지만.
본선에서 조선은 그야말로 신예.
이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아무도 잘 알지 못한다.
조선을 상대할 팀이 아니라면, 그다지 관심도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조선이 바이킹을 완파해 버리니 혼란스러울 것이다.
대처를 모르니까.
특히나 곧 다음 상대로 만나게 될 페르시아의 입장에선 더욱 그랬다.
“……조선?”
페르시아의 총지휘관 ‘엘리퍼’는 경기가 끝난 후 소식을 전해 듣는데.
“조선이 올라왔다?”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비췄다.
승리 인터뷰를 할 때까지만 해도 미소가 만연했었는데.
지금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스코어는?”
“2 대 0이라고 합니다.”
“…….”
엘리퍼는 그 스코어를 천천히 음미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외투를 챙겼다.
“의외의 복병이었군.”
바이킹에 대해서는 꽤 많이 생각을 해뒀는데. 조선에 대해선 별다른 대비를 해놓지 않았다.
문제는 32강과 16강 사이의 텀은 굉장히 짧다는 것이다.
‘대비를 할 시간도 없고.’
16강, 바이킹에 대한 대비가 전부 무위로 돌아갔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다.
“경기 내용 핵심만 뽑아서 나한테 보내고. 싱크 탱크 회의 소집해. 오늘 제대로 자긴 글렀다.”
32강과 16강은 단 이틀 만에 이뤄진다.
남은 시간이 하루뿐이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지금 경기 하이라이트라도 보기 위해 국가 대항전 라이브 중계로 향했다.
페르시아전이 아닌 조선전을 중계하는 채널이 존재했다.
엘리퍼는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일단 그 채널로 들어가 중계를 틀었다.
하이라이트라도 나오면 그걸 보고 아니면 라이브 중계 타임라인을 뒤로 돌려서 다시 보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저희가 이길 거라 봅니다.] [어…… 자, 자신감! 좋습니다?! 근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코끼리를 캡슐에 넣을 수가 없으니까.]‘뭐라는 거야. 이 자식이.’
엘리퍼의 얼굴이 굳는다.
그리고 그 딱딱한 얼굴 표면에 마무리 일격을 꽂듯이 마지막 말이 들려온다.
영어 자막과 함께.
[그쪽 문명은 코끼리가 선수보다 게임을 잘한다고 해서요.]와장창.
엘리퍼의 침착한 얼굴 표면이 깨져 나가며 일그러진다.
* * *
조선의 승리가 불러온 파장이 긴장감만은 아니었다.
그들과 싸워야 하는 자들의 입장에선 어떨지 몰라도, 팬들의 입장에선 축제 분위기였다.
즉, 이쪽은 긴장이 아닌 흥분이다.
주혁의 컴퓨터가 순간적으로 느려진다.
“오우 렉…….”
커뮤니티 서버에 사람이 너무 몰린 것이다.
엠불 같은 작은 커뮤니티는 결국 다운되어 버렸고, 릴프로 역시 서버가 생사를 몇 번 오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주혁은 겨우 들어가 대강의 반응을 살핀다.
[다음 페르시아 경기 예상] [속보) 오사카행 티켓 매진] [인터뷰의 악마 재소환 ㄷㄷ]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현장 가서 볼 걸 ㅠㅠㅠ] [진짜 레전드 경기였다].
.
.
결국 멈춰 버린 스크롤.
“뭐야…… 멈췄네.”
주혁이 띄워놓은 수많은 창 중에 몇 개가 먹통이 되어버렸다.
“흠.”
그럼에도 주혁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그는 커뮤니티 반응 정도야 그냥 눈요깃거리 정도로 보기 위해 띄워놓은 것일 뿐이었다.
“뭐, 상관없지.”
오늘 경기를 이렇게 멋지게 이겼는데, 아무리 온라인 커뮤니티가 짓궂다 해도 모두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누구 하나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빅) 다시는 쿠버지를 의심하지 말라
빅) 태정태세문단세쿠……
빅) 인싸들이 즐겨 입는다는 궁안궁 팩션
빅) 아몬드: 승리 요인 “패션”
그저 누가 더 이 승리를 멋지게 포장하느냐, 웃기게 포장하느냐로 빅 게시판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을 뿐이다.
이걸 악플러들과 아몬드의 전쟁으로 비유한다면, 아몬드 공군이 무차별 폭격으로 악플러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후.
이미 아몬드의 지상 점령군까지 다 들어가서 곳곳에 숨은 저항 세력까지 일일이 손수 사살해 버린 상황.
완전한 승리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뛰어난 지휘관이라면, 이미 완전한 승리를 거둔 전쟁터에 별 관심을 둘 리가 없었다.
주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미 경기 결과에 대한 왈가왈부엔 관심이 없었다.
그냥 습관처럼 들어가서 재밌는 반응을 긁어오려 했던 것인데.
그런 건 사실 지아가 알아서 스크랩해 가면서 잘 편집에 활용할 것이다.
‘난 이거가 더 중요하지.’
주혁의 시선이 다른 창으로 옮겨 간다.
회사의 돈이 움직이는 일.
[굿즈 판매량 추이]굿즈는 신생 회사인 ‘믹스넛츠’의 유일한 자체 생산 자금이다.
주혁은 이게 현재 회사에겐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판매량 추이 그래프를 보며 분석한 것들을 한참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잠시 검색을 위해 유명 포털에 들어갔다.
본래는 이 포털에서 제공하는 쇼핑몰 판매량을 보기 위해서인데.
‘어?’
그의 눈을 사로잡는 한 유명 포털의 메인 기사 하나가 있었다.
[장안의 화제 “가짜 국대” 그들의 승리는 “진짜”였다.]메인 언론사에서 나온 기사였다.
‘여기서까지?’
단순히 바이킹을 몇 대 일로 이겼다는 식의 보고형 기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내용이 담긴 기사였다.
심지어 댓글 개수를 보니 심상치가 않았다.
그래서 주혁은 지금 포털의 뉴스 순위를 보는데.
“!?”
깜짝 놀라고 말았다.
“1위……?”
해당 기사가 포털에서 1위를 하고 있었다.
“와.”
물론 그런 경우가 있다.
평소 별 주목을 못 받던 인물이나 사건도 기사가 적절한 타이밍에 터지면 화제성을 갖게 되는 거.
아마 시빌 엠파이어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지금 본선에서 첫 승리를 거두면서 엄청난 트래픽이 몰린 상황에, 적절하게 쏘아진 기사.
그리고…….
‘아. 디너 파티 편!’
띠링.
[가짜 국대 ep.6 패션 국대]미뤄졌던 가짜 국대가 업로드되었던 타이밍이기도 했다.
* * *
지이잉.
상현의 주머니 속 휴대폰이 알림을 울린다.
[아몬드 채널 업로드 알림] [가짜 국대 ep.6 패션 국대]자신의 채널에서 올라온 영상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그러나 상현은 그 알림을 확인하지 않았다.
지금 문 앞에 찾아온 사람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사람…… 여기까지 왔어?’
송하나였다.
그의 팔과 사랑의 다리에 관해 연구하는 의사다.
의사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연구원에 더 가까운 사람이며 그녀의 직원들도 다 의사가 아니라, 소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나저나 바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여기까지 와서 뭐 하는 거야.
설마 병원 안 가서 잡으러 왔다?
말이 안 된다.
“상현 씨. 저 차단했죠?”
송하나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눈이 뭔가 무섭다.
“아…… 아뇨?”
“호오. 그래요? 그럼 지금 전화 가고 있죠?”
헤헤.
“…….”
상현은 결국 차단했음을 인정했다.
“어휴. 일단 옷이라도 제대로 입고 나와보세요. 왜 차단당했는지는 알 것 같으니까. 여기 호텔 로비에서 기다릴게요. 드릴 말씀도 있고…….”
“아…….”
그제야 상현은 자신이 상의를 반쯤 벗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여기서 전혀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라 이런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당황했다.
“옷이 왜요?”
‘응?’
그런데, 갑자기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 문 옆에서 쏙 고개를 내밀었다.
송하나의 머리보다 한참 낮은 위치에서 내민 고개였다.
아주 어린아이거나, 아니면 누군가 휠체어 정도에 앉아서 내미는 높이였다.
그녀는 얼굴을 내민 뒤, 다급히 손으로 눈을 가렸다.
“아.”
손가락을 그렇게 쫙 펴고 가려봤자, 다 보이는 거 아닌가?
“로비에서 봐요.”
휙.
그녀는 고개를 재빠르게 내빼며 로비로 향해버렸다.
* * *
상현은 옷을 제대로 입은 후, 로비로 향했다.
호텔 로비에 놓여진 소파엔 송하나 그리고 웬 서양인 남자 하나, 그 맞은 편에 최사랑이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인 거야.’
애써 일부러 피하던 사람이 찾아왔으니, 상현의 표정은 그리 좋진 않았다만.
최사랑까지 같이 왔다는 점에서 뭔가 이야기 정도는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녀 역시 자신만큼 이 일에 민감한 사람인데, 설마하니 허튼 정보로 오라 가라 하진 않을 거다.
“안녕하세요. 제대로 인사드리네요. 타지에서 보니 이렇게 반갑고 좋아요?”
하하.
송하나가 맑게 웃으며 옆에 남자를 소개했다.
“제가 미국에 연구 보냈었다고 했죠? 그 연구소에서 나오신 분이에요.”
그 남자는 한국 예법에 맞추려는지 어색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자신을 ‘네이슨’이라 소개했다.
그 외 주절거리는 건 상현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단지 최사랑 쪽을 보며 그녀의 옆에 앉을 뿐이었다.
그녀가 눈짓으로나마 무슨 일인지 알려줄 것이라 여겼는데, 사랑은 그냥 송하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일단 제가 죄송하다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송하나가 말을 꺼냈다.
죄송?
상현은 벌써 심장이 벌렁대며 불안해졌다.
진료 몇 번 안 나갔다고, 뭔가 잘못됐나?
“제가…… 이쪽 연구에 우리나라에서 최고인 건 맞습니다만. 사실 의사도 아니고…… 사람의 정신이라든가, 상담 방식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요…….”
물론 의사 자격증은 있습니다.
그것도 미국이랑 한국에서 동시에…… 라고 덧붙이며 송하나는 머리를 긁적인다.
‘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상현은 일단 그녀의 말을 기다리며 빤히 쳐다봤다.
꿀꺽.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기도 했다.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그가, 이 얘기만 나오면 난생처음 반 친구들 앞에서 노래하게 된 내성적인 학생마냥 긴장한다.
상현은 이런 감각을 느끼는 게 싫었다.
이런 상황이 싫었다.
이 긴장감의 끝이 늘 좋지 않았으니.
이 떨림은 그에겐 설렘이 아니라, 불안으로 기억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