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1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78화
59. 귀감(1)
가짜 국대 방영 며칠 전.
때는 본선 경기조차 시작하기 전이었다.
“아, 희철 씨? 어서 오세요.”
희철은 가짜 국대 제작진이 일하고 있는 스튜디오로 찾아왔다.
“앉으세요.”
희철이 자리를 잡고 앉고, 그의 연인도 옆에 착석했다.
이어서 장 피디가 들어와 인사를 건넨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장 피디는 심호흡을 몇 번 한 후에야 말을 꺼냈다.
“촬영 과정 중…… 희철 씨의 사정에 대해서, 겪고 계신 고통에 대해서 저희가 조금 알게 됐습니다.”
“아…….”
희철의 표정은 별로 변화가 없었다.
그저 올 것이 왔다고만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군요.”
그에 장 피디의 마음의 짐은 조금 덜어졌는지, 준비했던 말을 쏟아냈다.
“저는 희철 씨의 이런 환경에서 시련을 극복하고,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에 굉장한 감명을 받았습니다.”
희철은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저는 태생이 방송쟁이입니다. 미디어가 갖고 있는 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쓸 수 있다고 믿고, 그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충 무슨 말이 나오는지 직감했는지, 희철의 연인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희철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안 됩니다.”
“……!”
“방송에 내보내고 싶다는 거 아닙니까? 안 됩니다. 애초에 가짜 국대 같은 프로그램 역시 예전의 저였다면 전혀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이건 선을 넘었군요.”
너무나 간단한 거절에, 장 피디는 잠시 말 문이 막힌다.
그러나 그가 어떤 인간인가?
방송국 시절 벽이랑 대화해서라도 방송을 개편해 냈던 사람이다.
“희철 씨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의미가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제2의, 제3의 국희철이 나와서 또 시빌엠을 이끌 수 있는 겁니다.”
“어떻게 귀감이 된다는 겁니까?”
희철의 목소리가 사나워졌다.
“어떤 게. 제 상황 중에서 대체 어떤 게 누군가의 귀감이 됩니까?”
“…….”
“제2의, 제3의 국희철? 그런 건 나올 필요도 없고, 나와서도 안 됩니다. 누가 그게 되고 싶답니까?”
장 피디는 잠시 벙어리가 되어 마른침을 삼켰다.
“누가 죽을병에 걸려서, 저주에 묶인 사람마냥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승을 향해 달리고 싶다고 하겠습니까?”
하아.
희철은 기어코 이 이야기가 나오고야 말았다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장 피디님께는 항상 제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팀이 이런 인지도를 얻게 해주시고, 지금 팔자에도 없는 호사를 누리는 게 가짜 국대라는 프로그램 덕이니까요.”
희철은 자신이 감정적으로 나섰던 것을 만회하려는 듯 말을 이었다.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약한 면을 방송에 내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못할 짓이고요.”
희철의 눈이 자신의 연인에게 향했고, 장 피디의 눈은 바닥으로 떨궈졌다.
‘역시…… 안 되나?’
장 피디가 가짜 국대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극복’이었다.
이들이 삶을 어떻게 극복했고, 어떻게 자신들이 원하는 걸 이어나갔는지.
장 피디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삶의 의미가 없습니다…….”
“예?”
“어떻게 귀감이 되느냐고 물으셨잖습니까? 희철 씨의 인생이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미?”
“요즘 인생 말입니다. 저뿐이 아니죠. 대부분이요. 삶의 의미가 뭔지 모르고 살아가요. 아니, 차라리 모르면 다행이지. 다른 이상한 게 의미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
희철은 뭔 말을 하는지, 한번 해보라는 듯 가만히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장 피디는 옳다구나 하고 참아왔던 것을 다 쏟아냈다.
“요즘은 말이에요. SNS에 나오는 화려한 인생만이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스포츠 카를 소장하고 펜트하우스에 사는 게 전부인 것처럼! 그런 것처럼 보이게 해요. 지금 미디어가.”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그리고, 그런 삶도 좋은 삶이긴 합니다.”
“물론 그게 좋은 삶인 건 맞죠. 그런데 그게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겁니까? 왜 다 부질없는 게 되나요? 왜 그냥 맨날 출퇴근하고 단순 업무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필요없는 인생이 되나요? 왜 연예인이 세상의 중심이고, 세상의 관심을 못 받으면, 의미가 없는 게 됩니까? 그럼 가짜 국대가 없었다면, 조선의 우승이 의미 없어집니까?”
“…….”
희철의 눈이 흔들렸다.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으니까! 희철 씨는 지금까지 오셨잖습니까? 스스로 의미를 찾으셨잖습니까? 그러니까 저는 이 세상에 대고 소리치고 싶은 겁니다!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이런 삶은 어떠냐!”
장 피디는 확신했다.
희철이 갖고 있는 삶의 태도는, 이 세상이 돌아가게 하는 수많은 작은 삶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우리가 비록 세상의 스포트라이트와 대단한 부를 쌓진 못해도, 우리도 의미는 있어…… 라고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희철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이 없다.
장 피디는 다시 한번 두 손을 모으며 부탁한다.
“그러니까…… 방송 허락해 주시면, 제가 반드시 만족할 만한 퀄리티로 만들겠습니다.”
하아.
희철은 한숨을 내쉬며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냈다.
“어떤 사람이 그러더군요.”
“……예?”
“대회 우승하면 자기 사연을 말해주겠다고.”
누구 얘기를 하는 거지?
장 피디는 순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더니 정말 우승을 하고, 정말 말을 하더군요. 그 사람도 저 못지않은 아픔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하더군요.”
“……!”
장 피디는 희철이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장 피디님 말씀이 맞습니다. 귀감이 된다는 거요.”
“……!”
“귀감이 되네요.”
아몬드가 쿠키에게 영향을 끼쳤던 거란 말인가?
그 시절부터?
장 피디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며,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되는 건가?’
장 피디는 희철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라면?”
“우승하면 그때 공개해 주세요.”
“……!”
우승?
장 피디는 차마 우승 확률이 너무 적다는 말을 하진 못했다.
아몬드 역시 그 말을 했을 때 아무도 그가 우승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그는 대신, 씩 웃으며 희철의 손을 맞잡았다.
“알겠습니다.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
[가짜 국대 ep.7 귀감] [지금 최초 공개 중!]한 시간의 기다림 끝에, 가짜 국대가 시작됐다.
-또 치승이 원시인 놀이하고 있냐
-크 벌써 보인다 보여
-드가자~~~
-싱크 탱크 호들갑 기대중ㅋㅋㅋㅋ
-바이킹 대전 레전드인데 ㄹㅇ
사람들은 바이킹 승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 여겼으나.
이번 시작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
-뭔 상황이여 저게
-ㅋㅋㅋ벌써 웃기네
아몬드가 하얀 모자를 눌러 쓰고, 메가폰을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 아.”
그 앞엔 수많은 선수들이 도열해 있었다.
-얼차려라도 주냐?
-이게 뭔ㅋㅋㅋ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몬드한테……
메가폰을 타고 그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여기 모인 분들은, 단지 ── 뿐입니다.”
삐이이이.
가운데가 묵음 처리되었다.
뭔진 몰라도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매우 침울했다.
-??
-정답! 벌레일!
-게임을 못할?
-뭐냐곸ㅋ
“출발!”
아몬드의 출발 소리와 함께, 곧바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선수들의 모습으로 넘어갔다.
“허으어걱……!”
“으아아악!”
그리고, 목소리가 변조된 채로, 모자이크 뒤에 숨어 인터뷰하는 사람의 말.
“죽겠으니까…… 죽겠으니까 이거 무조건 해야 된다 생각이 든 거죠. 어휴 지독한 놈…… 리더면은…… 그 좀 있잖아요? 타의 모범, 귀감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근데 이거 방송에 ──”
삐이이이.
또 음성 모자이크 효과음이 가로막더니.
쿠웅!
[가짜 국대] [Fake Athelete]타이틀이 나오면서, 인트로가 끝났다.
-대체 뭔 상황이냐곸ㅋㅋㅋㅋ
-벌써 기대되누 ㅋㅋㅋ
-가짜 국대 폼 미쳤다이~
[바이킹전 D-4] [커브샷 훈련]때는 바이킹과 붙기 전.
모두 일렬로 서서 활을 붙잡고 있었고, 아몬드만 걸어 다니며 자세를 잡아줬다.
-캬
-아몬드 실세누 ㅋㅋㅋ
-뉴비 아녔냐?
-이제 아몬드가 가르치는거여?
물론 커브샷 훈련이기 때문에 가능한 그림이었다.
아몬드 혼자만이 커브샷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니까.
쿠키가 특별히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게 아니라, 이렇게요.”
“아…… 그렇구나.”
“아니, 그게 아니라. 이렇게.”
“이, 이렇게가 뭔데?”
파앙.
아몬드가 시범 삼아 활을 쏘자, 앞의 장애물을 우회한 화살이 표적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타격한다.
“이렇게.”
“…….”
아몬드는 가르치는 데에 대단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참 쉽죠?
-밥아저씨냐고 ㅋㅋ
-밥아몬드 폼 미쳤다이~
-이렇겤ㅋㅋㅋ
아몬드는 팔짱을 끼더니, 대단한 솔루션을 내리는 양 엄포한다.
“내일 러닝 참여하세요.”
“……러, 러닝?”
갑자기 뭔 소리야.
“네. 아침에 뛰는 거.”
“아니. 그거랑 이거랑 무슨…….”
“그럼 쏴보세요.”
파앙.
화살이 커브가 걸리긴 했으나, 목표물에선 한참 빗나가 버린다.
아몬드는 으쓱하면서 “러닝 참여하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
-이게 그건가보닼ㅋㅋ
-뛰는 거랑 뭔 상관이여 ㅋㅋㅋ
-아니 ㅋㅋㅋㅋㅋ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하니까 나도 속겠네
-막무가내식ㅋㅋㅋ
-뛰면 잘 쏴지냐고 ㅋㅋㅋ
치지지직.
화면이 넘어가고, 아까 훈련받던 선수가 인터뷰 장에 나와 있었다.
[혹시 자존심이 상하진 않으셨는지]하얀 배경 위에 글씨가 떠오른다.
선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그 사람이 커브샷을 쏠 줄 아는데. 그런 건 없죠. 근데…….”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레 말한다.
“러닝? 하…… 그게 좀…… 납득이 안 가더라구요.”
들키면 큰일날 것처럼 속삭이는 목소리였으나.
“이거 올리지 마세요. 갑자기 이틀 동안 참여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올라왔다 ㅋㅋㅋㅋ
-아몬드 왤케 무서워하냐고 ㅋㅋㅋ
-러닝이 대체 뭐길래
치지지직.
화면은 그대로 인터뷰 스튜디오였으나, 의자에 앉은 사람이 바뀐다.
[혹시 자존심이 상하진 않으셨는지]똑같은 질문이 주어진다.
질문 대상은 커피였다.
그는 그 말에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이런 전투 훈련은 보조 지휘관의 몫인데. 자존심이 상하긴 했죠. 배우는 입장이 됐으니까.”
커피는 꽤나 솔직하게 인터뷰에 임하는 편이었다.
“잘생기질 말든가.”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상대가 아몬드면 더 그럴듯ㅋㅋㅋ
-아몬드가 너무하긴했네
-커피 호감이누 ㅋㅋㅋ
-이래놓고 환상의 호흡 보여준거냐구~~
이어서 질문이 바뀐다.
[커피님도 훈련을?]커피가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했죠. 커브샷은 검수 부대를 제외하고는 전원이 다 익히라고 했거든요. 사실 당장 실전에서 쓸 사람들은 정해져 있지만. 일단 다 익히는 중이에요.”
-아 이거 다 한거였어?
-어디까지 보신겁니까…… 쿠버지……
-전부 다 했구나
-그럼 나중에 또 쓸 수도???
-쿠버지의 커만양병설 ㄷㄷ
[그럼 혹시 ‘러닝’에 대해 아시는지]그 질문에 커피가 어색한 헛웃음을 마구 터뜨렸다.
“아…… 하하? 러, 러닝……?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근데 제가 그런 걸 할 리가 없죠. 저 보조 지휘관이에요. 일반 병사가 아니라니까요? 저는…….”
치지지지직.
급작스레 화면이 바뀌고,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이 비춰졌다.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하나같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커피도 있었다.
“아. 아. 여러분.”
어디서 메가폰 음성 같은 게 들려온다.
그들 중 가장 선두에 선, 하얀 모자를 눌러 쓴 사람.
-조교냐고 ㅋㅋㅋㅋ
-인트롴ㅋㅋㅋ
-얘 미필 아냐?ㅋㅋㅋㅋㅋㅋ
-뭔데 이 분위기는ㅋㅋㅋㅋ
-권력을 잡은 아몬드 ㄷㄷ
-정보) 미필이 잡는 군기가 더 무섭다
-아닠ㅋㅋㅋㅋ
그는 아몬드였다.
“여기 모인 분들은 절대 커브샷에 재능이 없는 게 아닙니다.”
화면에 클로즈업된 커피가 쪽팔리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인다.
“여러분은 단지 커브샷보단 뛰는 거에 더 재능이 있을 뿐입니다.”
-???
-?
-아니 난 또 감동 연설하는줄ㅋㅋㅋㅋㅋㅋㅋㅋ
-위로하려는줄알았더니 십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그거였어??ㅋㅋㅋ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저런건 아성에서 배운 말투냐?ㅋㅋㅋㅋ
-시밬ㅋㅋㅋㅋㅋ
-너무해 ㅋㅋ
“그러니까 열심히 뛰어봅시다. 자, 출발!”
모든 인원이 커브샷을 마스터할 때까지, 아몬드는 쿠키로부터 절대 권력을 하사받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