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1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79화
59. 귀감(2)
가짜 국대가 방영되고 있는 한편, 주혁은 한참 굿즈 관련 일을 하다가 잠시 등받이를 뒤로 기대며 쉬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의 모니터 한편엔 역시나 가짜 국대가 틀어져 있었는데.
원래는 채팅 관리도 하고, 한 명이라도 머릿수 보탠다는 마음으로 보던 거다만.
이젠 진짜 내용이 궁금해서 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이렇게 잠시 머리를 식히면서 영상을 쳐다보는 것이다.
[여기 모인 분들은 절대 못해서 모인 게 아닙니다.]영상에선 아몬드가 메가폰을 잡고 달리기를 시키고 있었는데.
‘학교 생활이 보인다. 보여.’
주혁은 처음에 그저 양궁부에서도 저러고 다녔을까 등의 재밌는 상상에 피식 웃기만 했는데.
[여러분은 단지 커브샷보단 뛰는 거에 더 재능이 있을 뿐입니다.]이 말에 그는 저도 모르게 등받이에서 등을 떼며 흠칫했다.
“!?”
절로 자세가 바로잡히는 자신을 보며 자동으로 어느 한때가 떠오른다.
「너네가 일을 못해서 청소시키는 게 아니라, 너넨 일보다 이 청소에 더 재능이 있는 거 같다니까?」
아성 신입 시절 들었던 말이다.
그 과장의 화법은 지금도 PTSD였다.
‘저 자식…….’
주혁은 이 말을 인용해서 쓰는 상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심이구나.’
상현은 지금 커브샷을 가르치는 데 진심이었다. 가져다 쓸 수 있다면 그런 빌런 놈의 노하우까지 쓸 정도로, 그는 멤버들에게 커브샷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근데 왜 뛰는 거야?’
다만 왜 사람들을 뛰게 하는지는 몰랐다.
* * *
인터뷰 스튜디오에 쿠키가 앉아 있다.
[훈련 방법을 의도하신 건지]쿠키는 처음에 갸웃하더니, 그게 커브샷 훈련에 대한 질문이라는 걸 듣고는 피식 웃었다.
“아뇨. 커브샷에 대한 건 하나부터 열까지 아몬드에게 부탁했죠. 저도 모르고, 여기 계신 궁수 플레이어분들도 잘 모르는 거라…… 그냥 전적으로 위임했습니다.”
-사건의 발단 ㅋㅋㅋ
-역시 사람은 완장 찬 걸 봐야 ㄷㄷ
-“자리가 사람을 바꾼다”
그 대답에 쿠키의 머리 위에 이런 글자가 떠오른다.
[그게 화근이었군요…….]-화근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각성 계기 ㅋㅋㅋㅋ
-인터뷰의 악마에서 훈련의 악마로 ㄷㄷ
쿠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렇게 덧붙인다.
“뭐…… 저는 결과적으로 커브샷 훈련에 만족합니다.”
왠지 모르게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는 쿠키였다.
-좋아하시는 거 같은뎈ㅋㅋ
-대신 굴려주니까 좋나봄ㅋㅋㅋㅋㅋ
-???: 이, 이게…… 권력?
치지지지직.
화면이 바뀌고, 이제 한참 뛰어서 지쳐 버린 멤버들이 다시 비춰졌다.
상현은 꽤나 멀쩡해 보였고, 그와 평소에 러닝을 하던 사람들은 적당히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평소 운동과 거리를 두고 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기어 다녔다.
“허억…… 헉…….”
“미친…….”
“허어…… 헉…… 허, 허리가 커브돼야 커브샷 쏘는 거야? 어? 왜 이러는 거야?”
그 이후로도 이런 훈련(?)은 반복됐다.
커브샷을 제대로 못 쏘면 뜀박질 멤버 명단에 올랐다.
결국 멤버들은 숙소에 돌아가서도 커브샷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 추운 날씨에 건장한 체육계 남성의 달리기를 따라다니느니, 커브샷을 한시라도 빨리 익혀야 했다.
다음 날도 쏘지 못하면, 또 뛰게 되니까.
그리고 그들은 꿈에서도 커브샷을 쏘기 시작했다.
“지, 진짜예요…… 그 왜…… 어떤 일에 너무 몰두하면 꿈에서도 한다고 하잖아요? 진짜 꿈에서도 제가 그걸 하고 있더라니까요?”
얼굴이 가려진 채, 목소리가 변조된 사람이 마구 하소연했다.
-엌ㅋㅋㅋㅋ
-뭐야 뭔 범죄자냐곸ㅋㅋ
-수상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마치 고발 프로그램에 나온 범죄자나 내부 고발자 같은 느낌이었다.
“죽겠으니까…… 죽겠으니까 이거 무조건 해야 된다 생각이 든 거죠. 어휴 지독한 놈…… 리더면은…… 그 좀 있잖아요? 타의 모범, 귀감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근데…… 이거 방송에 안 나가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지 알 것 같은데
-왤케 벌벌 떠냐
-아몬드 쉑 뭘 했길래 ㄷㄷ
-인트로가 이거구낰ㅋㅋㅋ
치지지직.
화면이 넘어간다.
[조선 vs 바이킹 1경기]대회에서의 장면이다.
정해진 자리에 서서, 모두가 완벽한 커브샷을 쏘는 모습.
수많은 화살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서로의 자리를 찾아 나아가 적들에게 꽂힌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흥분하여 방방 뛰는 장면이 나온다.
반면, 바이킹 관중들의 당황한 표정이 보인다.
-ㅠㅠㅠ
-이거 레전드였지
-캬
-다시 봐도 지리네
-크~
이윽고 조선의 승리 장면까지 빠르게 나온 후, 다시 화면이 넘어간다.
아몬드가 인터뷰 자리에 앉아 있었다.
[훈련의 비결이 달리기인지]그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인다.
[원리를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그는 자신 있게 고개를 젓는다.
-??ㅋㅋㅋㅋ
-묵비권ㅋㅋㅋㅋㅋ
-뭐하자는거 ㅋㅋㅋ
[솔직히 그냥 괴롭힌 거죠?]아몬드는 이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이건 대답을 안하냐고 ㅋㅋㅋ
-팡어: 이거 악마의 편집이지? 그렇다고 말해줘 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이때,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둥…….
[그리고, 2경기]영상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치지지지지직.
“도끼 들고 온 병사들만 쏙쏙 빼 죽이고 있죠!! 이게 원거리의 무서움입니다! 필요한 적만 쏙쏙!!!”
“아몬드! 아몬드 점점 쏘는 속도가 빨라지죠! 팡어가 쏘는 속도가 빨라졌…….”
이윽고, 바이킹 전의 2경기가 하이라이트 부분만 빠르게 넘어갔는데.
“……조선 병사들! 부활도 안 하고 영혼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어요! 이걸 위해서어어…….”
“모두가! 모두가 믿었던 겁니…….”
온갖 우여곡절 끝에, 조선군 전체가 부활하는 장면에서 느려졌다.
“전군!”
우우우웅……!
하얀빛이 내려오며 전군이 부활하고, 식빵이 칼을 빼 들며 외친다.
“공겨어어어어어억!”
모든 군이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선수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식빵의 목소리였다.
[처음엔 다시 살아날 줄 몰랐거든요. 이게 준비해 온 전략이 아니니까…… 근데 매 날리기 있잖아요.]휘이이이이……!
그녀의 시야에 비춘 매 날리기 효과가 클로즈업됐다.
[그거 때문에 알았어요. 아. 두준이가 뭔가 하고 있구나. 그럼 체탐인을 호위하는 일이겠구나.]쿠구구구궁……!
수많은 병사들이 격돌한다.
그들 중 가장 앞에서 돌격해 싸우는 사람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마라탕이었다.
[진짜 기적이라면 이런 게 기적이겠다 생각했습니다. 진짜 끝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다시 살아나고. 식빵 님의 그 ‘공격!’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드는 거예요.]그의 옆에서 싸우는 사람에게도 카메라의 포커스가 옮겨갔다.
목이, 그가 베어 넘긴 바이킹의 피가 느리게 튀어 오르고 있었다.
[식빵 누나가 진짜 우렁찬 목소리로 ‘공겨어어억!’ 하는데. 아. 이겼구나. 그때 알았죠.]이어서 조선군은 기세를 그대로 이어 달려 나가며, 게임은 승리로 끝났다.
[이기고 나서 이 생각밖에 없었어요. 아 빨리 나가야지. 나가서 소리 질러야지.]캡슐이 열리고, 롸떼가 튀어나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다른 사람들도 나와 그처럼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고, 누군가는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이윽고 아몬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소감이요…….]화면 속 아몬드는 캡슐에서 이제 막 나오고 있었다.
땀에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는 뒷모습.
그의 등엔 KOREA라는 글자가 큼지막이 박혀 있었고.
그를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내달려오고 있었다.
[그때…… 처음…….]천천히 재생되는 화면 덕에 그를 향해 달려오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지나갔다.
롸떼, 팡어, 당근, 스팸 등…….
모두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활짝 웃으며, 환호하며,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 기쁨을 전하지 않으면, 어디론가 불타 없어져 버릴 것처럼.
[처음 느꼈어요.]쿵.
아몬드와 수많은 선수들이 부딪치며 서로를 끌어안는다.
활짝 웃는 얼굴로.
[난 이제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다.]바이킹과의 2경기는 어쩌면 아몬드가 가장 주목받지 못한 경기였다.
그럼에도, 그는 오히려 그 경기에서 난생처음 어떤 감정을 마주한다.
[잠깐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처음이었어요.]그간 걸어왔던 길이, 그 모든 발자취가 한 번에 빛을 내며 아름답게 타오르는 것 같은.
[어쩌면 팔이…… 팔이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어느 순간, 화면은 점차 인터뷰하고 있는 아몬드로 바뀐다.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말을 삼키고 있었다.
“좋았어요…… 그만큼.”
그의 대답은 이미 끝났음에도, 화면은 한참 동안 꺼지지 않고 그의 모습을 비췄다.
-ㅠㅠㅠㅠ
-하ㅠㅠㅠㅠ
-진짜 다행이다 ㅠㅠ
-에휴ㅠㅠㅠ
잠시 후, 화면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쿠웅!
[가짜 국대] [Fake Athlete]타이틀이 나왔다.
이로써 가짜 국대가 종료됐다.
-ㅅㅂ개같이 울었다
-에라이ㅠㅠ
-그래서 달리기는 계속 시킨다는거네?
-아몬드 선수가 이 경기를 계기로 마음에 평안을 찾기를 바랍니다
-광광 우럭……
-아몬드 유망주 때부터 알던 사람들은 진짜 가슴이 미어지겠다ㅠㅠ 어휴ㅠㅠ
-근데 아몬드 말고 다른 선수들도 시간 되돌리기 싫을듯? 또 뛰어야되잖어
* * *
가짜 국대가 업로드되고 약 한 시간 후.
중계방송이 켜졌다.
[국가 대항전 16강) 조선 vs 페르시아]“안녕하십니까! 떠돌이 용병 여러분! 오늘 국가 대항전 16강의 중계를 맡은 캐스터, 김상훈.”
“해설의 킹귤입니다.”
“반갑습니다아아!”
-ㅎㅇㅎㅇ
-ㄱㅈㅇ~~
-어우 렉;
-사람 많은거보소 ㅋㅋ
-경기 시작도 안했는데 ㄷㄷ
-ㄷㄱㄷㄱㄷㄱ
캐스터가 조선의 지난날을 되새기며 운을 떼었다.
“정말 힘들고 힘든 싸움이었지만! 우리 조선! 16강에 왔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아주 세계적으로! 전 세계에서 난리거든요!?”
“예, 그렇죠? 애초에 시빌 엠파이어는 우리나라에서 인기 게임이 아니라, 해외 인기 게임이니까요! 지금 북미권 커뮤니티 쪽에서 조선을 응원하는 팬들이 굉장히 늘었어요!”
“아. 그렇습니다. 북미의 아즈텍이 떨어지면서, 사실 응원할 팀이 사라졌었는데! 조선으로 눈을 돌린 것 같습니다!”
-ㄹㅇㅋㅋ
-북미성님들 ㅋㅋㅋ
-아 떨어졌구나 ㅋㅋㅋ
-크
-천조국 서포트 ㄷㄷ
-???: TSM! TSM! TSM!
이는 중계진의 과장이 아니라, 진짜 진행 중인 현상이었다.
애초에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도 언더독의 반란을 해외에서 응원해 주는 건 꽤 흔한 현상이다.
언더독이 이렇게 높이 치고 올라오는 게 너무 드문 현상이라 잘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아아 북미 쪽에서도 우리 조선을 응원해 준다고 하니! 정말 든든합니다. 지금 관중석에 솔직히 한국 팬들이 조금 없거든요?!”
저번 경기보다도 한국 관중들이 더 적었다.
이는 예매 방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예! 16강은 32강이랑 날짜 차이가 얼마 없어서! 예선 중에 한 번에 예매하거든요? 아무래도 우리 팬분들이 본선 진출을 많이 예상하지 못하셨고! 거기에 16강까지 올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 못 하셨겠죠!?”
“예, 아아. 굉장히 좋으면서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온라인 관중은 뒤지지 않는 한국 팬들이니까요!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승리해서 8강 가면!? 그땐 달라요!”
킹귤이 씩 웃으며 욕심을 표출한다.
-ㅋㅋㅋㅋㅋㅋㅋ
-페르시아는 진짜 힘든데
-8강 ㄷㄷ
-그럼 ㄹㅇ 레전드지 ㅋㅋㅋ
-난리난다 ㄹㅇㅋㅋㅋㅋ
-생각만해도 짜릿
킹귤의 가정에 캐스터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아! 난리 나겠죠! 8강부터는 관중석 예매가 아직 시작 안 했거든요!”
조선의 본선 진출 확률을 너무 낮게 봐서 32강, 16강 티켓은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지 못했으나.
8강부터는 얘기가 달랐다. 16강 경기를 보고 예매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8강 가면 무조건 예매간다
-8강 가면 일본 가야제~
-ㅋㅋㅋㅋㄹㅇ 무조건이지
-난 8강 가면 4강까지 한번에 살거임 ㅂㄷㅂㄷ
채팅창을 보며 캐스터가 힘을 보탠다.
“예! 8강은 오늘 16강이 끝나면 예매 시작이에요! 그때부턴 한국분들도 엄청 참여할 거란 말입니다! 지금 채팅창에서도! 너도나도 8강 가면 티켓 산다고! 지금 외쳐주고 있어요!!”
“제가 아이디 다 적었거든요!? 8강에 오셔야 됩니다! 진짜로!”
-ㅋㅋㅋㅋㅋㅋㅋㅋ
-없으면 밴당하나요?ㅋ
-날강도누 ㅋㅋㅋ
-이게 뭔ㅋㅋㅋ
이어서, 화면에 각 국가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나오고 있었다.
“좋습니다. 저희가 벌써 8강을 기대하고 있는데. 지금 이게 설레발이 아니라! 그만큼 조선의 기세가! 소위 말하는 폼! 이게 아주 절정이죠!?”
“맞습니다. 지금 장면들이 나오는데 예선부터 쭈욱. 이게 하나하나가 정말 미쳤거든요!”
“아. 지금 말씀하시는 중에!”
텅!
경기장 조명이 갑작스레 어두워지고, 입구에 화려한 조명이 쏘아진다.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환호와! 박수로! 맞아주시죠!!!”
양 측의 선수단이 경기장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시청자 43.5만]이제 곧 게임이 시작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