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1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80화
59. 귀감(3)
경기 당일.
똑똑.
누군가 숙소의 문을 두들겼다.
팡어도 상현도 이미 옷을 다 입고 경기 준비를 하던 상황이라, 별생각 없이 문을 열었는데.
“아. 상현 씨.”
또 의사였다.
“깜빡 잊고 그날 그냥 갔지 뭐예요.”
뭘 잊었다는 건지는 그녀가 내민 손을 보면 금세 알 수 있었다.
‘USB?’
USB였다.
상현은 이게 무슨 그때 말한 파장 변경식에 관한 자료 정리해 둔 건가 싶어서 일단 받았는데.
“전용 캡슐이 아니라서 고생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 네.”
“그래서 준비해 드린 거예요. 이게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난 후에도, 상현은 이 USB에서 뭔 정보를 보고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는 말인 줄로 알았다만.
“그걸 캡슐에 꽂으세요.”
아니었다.
이거 자체가 해결책이라는 듯 하다.
“꽂아요……?”
“네. 대회 측에도 소견서랑 같이 보내서 말해놨으니까. 현장에서 간단한 검사만 한 후에 허락해 줄 거에요.”
“그러니까, 이걸 꽂기만 하면 된다구요?”
상현의 머리로는 도무지 잘 상상이되지 않아 되물었다.
그런데 맞단다.
“네. 부팅하기 전에 꽂으시고 부팅하세요. 자동으로 사용자 설정을 최적화시켜 주는 거예요. 전용 캡슐만큼은 절대 안 되지만, 그래도 지금보단 훨씬 나으실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설정 최적화였구나.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상현 씨?”
“?”
혹시 팔이 많이 괜찮아지시면요…….”
의사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왁! 소리치듯이 말하곤 사라졌다.
“킹덤 다시 해줘요!”
“!?”
순간 상현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딱딱하게 굳었다.
‘킹무새였어.’
* * *
선수 대기실.
상현은 아까의 일을 떠올리며 USB를 만지작거렸다.
‘팔이 어디까지 나으려나…….’
파장 변경식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 정말 팔이 나을지, 나아도 얼마나 나을지도 의문이었다.
일반인으로서는 그 치료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긴 힘들었다. 아마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상현은 USB를 꽉 쥐며, 잠시 눈을 감았다.
「킹덤 다시 해줘요.」
킹덤을 다시 할 일이 생길까?
그때,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와 의식을 끊는다.
“선수님들! 입장입니다! 입자아앙!”
대기실의 모든 선수들이 일어서기 시작한다.
“갑시다!”
“크아아아!”
“가자! 가자!”
팡어가 그의 등을 괜히 툭툭 두들기며 싱긋 웃어 보였다.
“이, 인마. 떠, 떨지 마, 마라.”
“……”
누가봐도 팡어가 떨고 있었기에, 상현은 굳이 그걸 지적해 주지도 않았다.
그냥 밖으로 걸어 나갈 뿐이었다.
“와아아아아아……!”
그를 맞이하는 건 밝은 빛과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우레와 같은 함성.
경기장 한구석을 채운 붉은색의 응원단이 보인다.
저번 경기보다 수가 적어 보인다.
상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까지 오게 될 줄은 솔직히 아무도 몰랐을 테니까.
그래도 그들 모두가 열과 성의를 다해 응원 도구를 휘두르며 환호를 보내주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팅!
[Key Player]전광판에 상현의 얼굴이 나왔다.
이어서 그의 플레이와 재미 삼아 만들어놓은 오각형 모양의 스탯 지표 등이 옆에 떠올랐다.
이전 경기에서는 없었던 건데, 아무래도 본선 한 경기가 치러지고 나니 이런 데이터도 생긴 모양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를 향한 응원이 쏘아졌다.
그러나 그 소리는 페르시아 관중들의 소리에 막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저 반대편 전광판엔 페르시아의 키 플레이어가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우오오오오오오!”
“워어어어어!”
희한한 소리를 내는 응원이었는데, 다분히 위협적인 소리였다.
‘KeNin’
케닌.
이란의 에이스가 가진 아이디였는데.
본래 아이디는 케밥 닌자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치 워리어 같은 느낌일 것이다.
‘저 사람이구나.’
쿠키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여러 번 들었던 이름이었다.
심지어 디너 파티에서 만났던 몽골 사람들에게도 들었었다.
「아마 시빌엠에서 제일 잘 쏘는 친구야.」
「신궁이네 어쩌네 하는데. 물론 우린 동의 못 하지.」
동의 못 한다고는 했으나, 굳이 언급해 줬던 걸 보면 그들도 의식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대표적인 활 문명이 몽골, 오스만, 조선 그리고 페르시아인데.
그들 중 가장 파워 랭킹이 높은, 아니, 그냥 전 문명에서 가장 파워 랭킹이 높은 몽골이 인정한 사람이란 뜻이다.
게다가 팬들이 지어준 그의 별명은 신궁 ‘아라쉬’라고 한다.
아라쉬라는 게 페르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 속 영웅인데. 활을 잘 쏜다고 한다.
‘신궁…….’
상현의 기억 저편에서도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신예! 초신성! 최연소! 이게 신궁입니다! 우리가 찾던 신궁이에요! 유상현 선수!」
「맞습니다. 지금 엑스텐! 너무나 완벽한…….」
툭.
멍하니 걷다 보니 앞 사람과 부딪혀 버렸다.
“어, 혀, 형. 멈추래요.”
“아.”
악수를 위해서 자리에 멈췄어야 했나 보다.
말을 못 들었다.
상현은 옆으로 돌아 악수할 사람을 확인했다.
‘아라쉬…….’
아까 전광판에서 봤던 사람이 바로 옆이었다.
라이벌 구도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 주최 측에서 자리를 정했나 보다.
사진과는 다르게 실제로 보니 꽤나 다부진 체격에 운동 좋아하게 생긴 사람 느낌이다.
“응……?”
그 사람도 상현을 알아본 건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멀리서 안내원이 손으로 사인을 보낸다.
악수를 하라는 뜻이었다
상현은 아무 생각 없이 평소처럼 손을 내밀었는데.
‘?’
꽈악……!
놈이 있는 대로 악력을 쥐어짜는 게 아닌가?
상현의 오른손이 대처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놈이 흰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다.
상현의 이마에서 주룩 식은땀이 흘렀다.
‘별놈이 다 있네.’
고통스러웠으나, 이를 악물며 기다렸다.
신체적 고통은 몰라도, 정신적 고통을 다스리는 것만큼은 최상위인 상현이다.
‘악력은 보통 지속성이 짧으니.’
곧 힘이 풀린다. 상현은 그때까지 기다렸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스륵.
놈이 힘을 잠시 풀었다.
본인도 더 하다간 근육 경련이 오겠지.
‘됐다.’
이때, 상현은 이를 꽉 물며 그가 힘을 줬다.
진짜 활을 당기던 손의 악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부상이 있는 팔이지만, 재활 치료를 거치면서 애초에 악력 훈련은 선수 시절보다 많이 했다.
콰드득──!
상현의 팔 전체에 핏줄이 솟는다.
본인의 팔도 덜덜 떨리기 시작했으나, 상관없었다.
“!!!”
놈의 표정이 아주 볼만하게 일그러졌기 때문이다.
놈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눈을 부라린다.
‘그러면 뭐 어쩔 건데.’
상현은 더 손을 부숴 버릴 듯 꽉 쥐어줬다.
사람들이 다 악수를 마치고, 뒤돌아가는데도, 그는 놓지 않았다.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가장 마지막에서야 손을 놔줬다.
악수가 끝나고 나서, 케닌은 자신의 손을 확인하며 그를 노려봤으나.
상현은 툭툭 목을 긋는 시늉만 하고는 뒤돌았다.
걸어가는 상현의 오른손이 시뻘개져 있었다.
상태가 어떤지 한번 보기라도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놈이 지가 이겼다고 생각할 거 같아서 애써 참고 상현은 그냥 캡슐만 보고 걸었다.
덜덜덜…….
그럼에도 역시나 성치 않은 오른손이기에 미세하게 계속 떨리고 있었다.
아마 이렇게까지 힘을 줬던 경험이 최근엔 없었기 때문이다.
“후우…… 하필…….”
그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의사가 줬던 USB를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뒀던 것이다.
심판이 다가와 그 USB를 건네받더니, 자신의 단말기에 꽂아 어떤 프로그램을 돌린다.
허락이 떨어진 후, 상현이 캡슐 안에 들어가 USB를 꽂는다.
[사용자 설정 최적화 진행 중…….]평소 보던 로딩 문구가 아닌, 다른 문구가 떠올랐다.
최적화가 완료된 후.
[Civil Empire] [Loading…….]대회용 클라이언트의 대기 화면이 뜬다.
* * *
“아아! 아몬드 선수가 엄청난 자신감을 방금 보여줬어요! 상대 에이스에게!!”
한편 중계진은 아몬드의 행동에 놀라고 있었다.
아마 아몬드가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게 카메라에 잡힌 모양.
“예! 사실 어…… 처음 있는 일이죠!? 아몬드 선수가 마이크를 안 잡고 있을 때 상대를 도발한다?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ㅋㅋㅋㅋㄹㅇ
-가짜 국대 보니까 메가폰 잡아도 도발하던데
-방금 뭐임 ㄹㅇㅋㅋㅋ
-유노윤호급 살인예고 ㄷㄷ
-크 이게 패기지
-스타성 무쳤누 ㅋㅋㅋㅋㅋ
“아, 킹귤 님. 상대 선수에 대해 잠깐 말씀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아, 예. 물론입니다.”
킹귤이 잠시 자료 화면을 넘기더니,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페르시아와 조선전을 기대한다 했을 때 제일 먼저 언급됐던 라이벌리죠. 시빌엠에서 가장 활을 잘 쏜다는 평가를 받는 게 바로 이 ‘케닌’ 선수입니다.”
“예!? 아 그래요!?”
“그렇습니다. 특히 이 페르시아에 3궁이라 불리는 선수들이 있는데요. 3명의 활을 잘 쏘는 선수들인데. 그 중에서도 케닌은 독보적이죠.”
-ㄷㄷ
-케닌 유명하지
-페르시아가 활을 잘쏘는구나
-해외에선 이미 이걸로 커뮤니티 도배됨
“아. 괜히 오늘 Key Player 띄워주고! 서로 양쪽에 배치한 게 아니네요! 지금 해외 커뮤니티 반응을 보니까! 아주 뜨겁습니다!?”
“예. 뭐 한국이 그래도 활을 제일 잘 쏠 것이다. 그래도 시빌 엠파이어에선 케닌이다. 아몬드는 더 증명해야 한다 등등! 갑론을박이 치열한데. 오늘 결과가 나오겠죠!?”
“말씀 중에! 선수들이 캡슐에 하나둘 자리를 잡습니다! 곧 게임 시작되겠군요!”
선수들이 모두 캡슐에 들어간 후.
캐스터가 일어나 경기에 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제 곧 게임이 시작되니까.
“자 여러분! 조선이 이 자리에 설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조선은 왔습니다!”
킹귤도 덩달아 일어나서 고래고래 외쳤다.
“그렇죠! 16강에 와버렸습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립니다! 기적! 기적이에요! 기적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번 페르시아전에서 한 번 더 그 기적을 선보일 수 있을까요!?”
“아! 저는 기대해 봅니다! 바이킹전 때 보여줬던 저력! 그걸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리고! 오늘 에이스로 거론된 아몬드 선수! 똑같은 궁수 에이스에게 지고 싶지 않을 거거든요!?”
“예! 선수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저희도 같이! 열심히 응원하면 되겠습니다! 자, 말씀하시는 중에! 선수들이 모두 준비됐답니다!”
경기장의 전광판에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16강]조선 0
페르시아 0
캐스터가 마지막 구호라는 듯, 우렁차게 외쳤다.
“조선 대 페르시아! 페르시아 대 조선! 국가 대항전 본선 16강 경기!”
모든 선수들이 필드에 소환되기 시작했고.
“시자아아아아악! 합니다아아아아!!!”
홀로그램이 경기장을 뒤덮으며 이번에 선정된 맵의 지형을 만들어냈다.
[가로지르는 산등성이]* * *
게임이 시작된 후.
쿠키는 일단 맵의 이름부터 확인했다.
‘가로지르는 산등성이군.’
양쪽에 거대한 평원이 있고, 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산맥이 있는 맵이었다.
적에게 가고 싶다면 저 산을 넘어가거나, 돌아가야 하는 맵이다.
‘산 자체가 그리 험한 편은 아니라서 넘는 게 어렵진 않아.’
물론 험준한 산골짜기 같은 맵에 비하면 산세가 동네 야산 수준에 불과했다.
넘는 것 자체는 일이 아니란 뜻이다.
다만 여길 넘는 데 어찌 됐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중요했고, 자칫 게임이 수비적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팩션상 여기가 승부처가 되려나.’
쿠키는 일단 일꾼들을 각각 자원에 배치하면서 병사들을 산맥 쪽으로 보냈다.
어차피 본진 주변 정찰은 천천히 해도 괜찮았고, 산맥으로 일단 투입시키는 게 우선이라 판단한 것이다.
산맥은 정확히 6시와 12시 방향으로 맵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조선의 진영은 9시 방향, 동쪽이었다.
이 동쪽 진영의 절반엔 적이 들어오려면 한참 시간이 소요되고.
이건 상대편도 마찬가지다.
‘어……?’
그런데, 이때였다.
불현듯 어떤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난다.
‘상대도 산맥 때문에 우리 진입이 늦을 거라고 생각할 텐데.’
상대도 방금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그런 생각과 함께 어떤 전략이 뇌리를 관통했다.
[이동]팅.
쿠키는 갑자기 몇몇 병사들의 이동 경로를 조금 바꾼다.
그리고, 일꾼 하나를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