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1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87화
62. 우물(1)
몇 분 전.
페르시아의 3궁이라 불리는 자들 중 하나가 죽고.
이제 숲에 남은 궁수는 단둘이었다.
바로 에이스인 케닌, 그리고 우플라.
그들은 본진으로 돌아가는 걸 잠시 포기한 채, 아몬드를 향해 속사를 퍼붓고 있었는데.
“분명히 맞는 각인데 왜 안 되는 거야?”
“……젠장.”
희한하게도 맞지 않는 모습에 당황한다.
이 각도에서 보면 분명 맞고도 남는 사격이었는데.
정말 이상하게 놈이 살아 있는 모습.
경험해 보지 못한 회피술에 최고 에이스라 불리는 케닌마저도 당황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방법을 쓰는 건지.”
케닌은 인상을 험악하게 굳히며 외친다.
“계속 쏘면서 엄호해! 내가 앞으로 가 볼 테니까!”
케닌은 한 발씩 앞으로 가면서, 활을 쏴댔다.
나무 뒤에서 얼쩡거리는 저 녀석을 당장에라도 꼬챙이로 만들겠다는 듯 그의 연사 속도는 점점 빨라졌는데.
‘어?’
그제서야 케닌은 상대의 움직임에 뭔가 특이점을 발견한다.
‘뒤로 가고 있었어?’
먼 거리에서 보면 좌, 우의 움직임은 간파되지만 전, 후의 변화는 느끼기 어렵다.
특히나 그게 한두 발짝 차이라면 더욱 그렇다.
마치 스포츠 중계 화면에서 골이 들어간 건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았다.
그렇다.
아몬드는 그들의 화살이 닿을 수 있는 사거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밖에 안 오네.’
커브샷의 각도를 고려했을 때, 그들의 화살이 오는 거리를 가늠하게 된 것이다.
그 경계가 처음엔 두루뭉술한 면으로 인지됐으나, 어느새 정확한 선이 되어 그어지게 됐고.
아몬드는 한두 발짝 차이로 적들의 화살을 흘릴 수 있었다.
현실이었다면 화살이 조금이라도 그에게 대미지를 줬겠지만.
일정 거리를 날아가고 나면 완전히 물리력이 ‘0’이 되게끔 세팅된 게임 안의 환경이라 가능한 기예.
“젠장! 사거리가 안 닿는 거였어!”
케닌이 그렇게 외치는 순간─
“──케닌! 조심해!”
계속 나무 뒤에서만 왔다 갔다 하던 아몬드가 한 발짝 나온다. 이제 반격에 나선 것일까?
기리릭.
그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활시위를 당겼다.
[집중]“!?”
케닌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왠지 모르겠지만 100퍼센트 맞을 거 같아.’
궁수로서의 감이 말해줬다.
저놈이 지금 당긴 저 화살에 누구 하나는 무조건 맞게 된다고.
그래서 몸을 날려 피한 것이다.
아무리 잘 쏘는 궁수일지라도, 미래를 예측할 순 없다. 이렇게 급격하게 몸을 날리면 헤드샷 정도는 피한다.
쉬이이익──
역시나, 아몬드의 화살이 그의 머리가 있던 곳을 훑고 지나간다.
거의 0.001초의 차이였다.
집중 팩션의 힘으로 엄청난 가속을 받아 날아오는 화살.
이게 조선 활의 무서움이었다.
그런데, 케닌은 씩 웃었다.
‘됐다.’
퍼억!
케닌이 쐈던 화살이 아몬드의 옆구리에 맞은 것이다.
그렇다.
그는 몸을 날리면서도 한 발을 투척했던 것이다.
적에겐 마치 겁을 먹고 도망치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케닌은 그 찰나의 순간에 화살을 쏜 것이다.
‘커브가 아니어도 맞는 각을 주면 어떡하냐. 멍청한 놈.’
그뿐이 아니다.
우플라가 도망가며 쐈던 화살 역시, 그에게 적중한 듯 보였다.
털썩.
아몬드가 그대로 바닥으로 누워 버렸으니까.
“나이스!!”
케닌과 우플라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했다.
그만큼 쓰러뜨리기 힘든 적이었다.
“이게 페르시아지! 으하하하!”
케닌은 단순한 관용어구로써 말한 게 아니었다.
조선 활은 조선 활의 무서움이 있다면, 페르시아는 페르시아의 무서움이 있다.
바로 파르티아식 장전을 활용한 엄청나게 민첩한 무빙샷.
“도망치는 줄 알았냐!? 어!? 으하하하하!”
몸을 날리면서 도망치는 와중에도 쏠 수 있는 게 페르시아의 활이며, 그런 와중에도 정확도를 잃지 않는 게 페르시아의 3궁이다.
이들의 몸짓으로 앞으로의 상황을 판단해선 안 된다.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중에도, 반가운 듯 악수하려는 듯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갑자기 활을 꺼내 쏴 상대를 죽일 수 있었던 게 페르시아의 궁병들이다.
“가자! 본진으로!”
케닌과 우플라는 본진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체됐으나, 페르시아는 궁병 몇으로 상황을 뒤집은 경험이 많았다.
* * *
이 시점부터였다.
중계진이 페르시아 본진의 숲 부근을 본 것이.
“어어어!?”
“아몬드 선수!?”
아몬드는 들판에 누워 있고, 페르시아 궁수들은 본진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 이러면 게임 이상해질 수도 있거든요!?”
-헐 졌구나
-이제 막 쓰러졌나보네
-ㅠㅠㅠㅠ
-오래 버텼다
-졌잘싸……
아몬드가 저들에게 당하긴 했으나, 시청자들은 그리 위기라고 생각지 않는 듯했다.
“아. 이래서! 이래서 페르시아가 아직 버티나 봅니다! 근데 겨우 두 명 추가되는 걸로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겨우 둘이 숲에서 풀려나 본진으로 가는 것으로 뭐가 달라지겠냐는 생각 때문이다.
이미 페르시아 본진엔 조선 궁수들 다수가 일꾼들을 충분히 괴롭혀 주고 있고, 야만 병사들의 싸움조차도 점점 조선이 밀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이 승기를 제대로 잡은 와중에 둘이 뭘 할 수 있겠는가.
“달라질 수 있죠!”
킹귤은 이 둘이 뭔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궁수 몇 명으로 1, 2시대 위기를 넘긴 적이 다수 있는 게 페르시아입니다! 활 문명인 데다가! 터틀링에 강한 문명이니까요! 그게 어떻게 구현됐겠어요!?”
조선이 아몬드를 중심으로 한 궁병 부대의 힘에 초반 위력을 많이 기대듯.
페르시아도 3궁을 중심으로 한 1선 궁수 부대의 힘으로 위기를 넘기거나, 승부를 결정지은 적이 많았다.
“특히나 초반엔! 에이스 한둘이 상황 뒤집기 쉽거든요!?”
더군다나 지금은 무기를 보급받은 병력이 별로 없는 초반 상황이다.
에이스 병력 몇이 전장을 결정지을 확률이 높다.
조선이 초반 결정력이 높아진 이유도 에이스 병력들의 전투력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었으니.
그 힘을 경험해 본 조선 쪽 시청자들은 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앗……
-ㅅㅂ 이거 우리가 많이 하던건가?
-맞네
-ㄷㄷ 위기네 그럼
-아씨ㅡㅡ
-에바야
-역시 우물 안 개구리였나
-FAREWELL “우물”
그간 숨어 있던 아몬드를 음해하고 싶은 자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약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번에 밀기로 한 캐치프레이즈는 ‘우물 안 개구리’인 모양이다.
-32강까지는 우물리그임 ㅉㅉ
-그래도 우물 안에선 젤 잘했습니다 ㅎㅎ
-ㅋㅋㅋㅋㅋㅋㅋ진짜 실력차 지리네
국가 대항전이 잘나갈 땐 기를 못 펴고 숨죽이던 자들이 활 대 활 대결에서 밀리는 듯하니까 하나둘 튀어나온다.
바꿔 말하면 아몬드가 지금 타이밍에 적에게 당한 건 그만큼 큰 피해였다.
여태까지 그의 죽음으로 경기가 흔들렸던 적이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아…… 아몬드 선수. 잘 버텼습니다만! 빨리 다시 부활하고! 전장에 참여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몬드가 빨리 부활해서, 다시 전장에 참여한 뒤를 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해결책이 없는 상황.
“지금 일꾼 피해 집계! 보시죠!”
“아, 페르시아…… 역시 터틀링 장인인가요? 처음 당하던 것보단 나름 막고 있어요!?”
페르시아는 본진 근처에 방어탑을 추가로 지으면서 일꾼 피해를 줄이고 있었다.
이 피해라도 점점 키워서 완전히 끝내야 했는데.
안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시대엔 공성병기도 없으니, 이것만으로 끝낼 순 없을 거다.
“여기서 조선 러쉬가 막히면! 어떻게 됩니까?!”
“그래도 큰 이득이긴 하거든요? 의도치 않게 3시대 승부를, 혹은 4시대도 볼 수 있는데…….”
게다가 이 두 궁병이 돌아가서 다시 방어를 성공시키면 정말 애매해진다.
조선은 전진된 상태의 병영 관련 건물들이 무의미해질 것이고, 그간 과하게 투자한 돈도 무색해진다.
3시대 전투로 가서 결국 4시대까지 질질 끌리게 될 것이다.
-4시대??
-페르시아 상대로 4시대는 ㄹㅇ 안됨
-아
-에바다
-ㅠㅠ
-풀업 페르시아 보는거냐 ㅋㅋㅋ
“페르시아가 모든 업그레이드가 공짜인 대신에…… 시간이 많이 들거든요?”
“예. 그 시간을 계속 학자 숫자를 늘리면서 단축시킬 수 있죠? 그래서 4시대쯤 가면 그냥 공짜로 마구마구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4시대로 가면, 페르시아 모든 병력이 풀업그레이드가 된 상태로 나오게 되는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체력 방어력 업그레이드 풀로 장착된 코끼리…… 이거 보고 싶지 않거든요!?”
-ㄹㅇ
-끔찍
-ㅋㅋㅋㅋ
-윽
-팡어야 힘내 ㅠㅠ
그런 꼴을 보지 않기 위해선 페르시아 본진에 들어간 궁병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일꾼들을 거의 몰살시켜야만 했다.
혹은 지금 오는 페르시아 두 에이스들을 상대로 이겨야 했다.
“자, 지금 본진 안에 들어간 조선 궁병들! 숲에서 병력이 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대비해야 됩니다! 지금처럼 궁병 전체 숫자가 적을 때 에이스 둘은 크거든요?!”
대비를 한다고 이길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드는 자들이다.
아몬드조차 그들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 게 최선이었다.
“이거 왜 쿠키는 핑 안 찍죠!? 대비해야죠!”
“그러게요! 이거 못 보고 있습니까!?”
쿠키는 본진 쪽 궁수들에게 핑을 찍지 않고 있었다.
숲에서 두 궁수가 온다고, 알려줘야 하는데.
-뭐지?
-???
-지금 바빠서 못 볼 수도
-아
-하필??
왜인지는 다음 순간 밝혀졌다.
“어!?”
킹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ㄴㅇㄱ
-헉
-엥
-?
* * *
“겨우 시간 맞춰 가겠군.”
“그래.”
케닌과 우플라.
둘은 마음 놓고 숲속에서 전력으로 질주하며 얘기를 나눴다.
“아마 조금 늦었을 텐데.”
“수습할 수 있다.”
케닌은 당장에라도 자신이 도착하면 모든 게 수습되리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근데 저 자식…… 조금 위험하던데.”
우플라는 뒤쪽에 쓰러진 아몬드의 시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봤자지. 결국 죽었잖아?”
“…….”
케닌은 진짜 위협이 되는 라이벌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었다.
“그래. 죽긴 했지. 우리 팀 여덟 중에 여섯을 죽이고.”
“신경 거슬리게 하지 마. 다음 전투만 생각하─”
케닌이 바락 인상을 구기며 잠시 뒤를 돌아보는데.
“일곱.”
낯선 목소리가 끼어든다.
‘어……?’
너무 놀라서일까.
케닌의 눈에서 모든 상황이 천천히 흘러간다.
‘뭐야. 미친. 우플라?!’
하얀빛으로 발광하는 무언가가 우플라의 안면부를 뚫고 튀어나오며, 붉은 물결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이 모든 것이, 방울 하나하나가 춤을 추는 것이. 천천히 느리게…….
‘우플라! 죽은 거야!? 대체 누가! 한 놈 더 있던 거냐?!’
그의 축소된 동공 안에 비친 누군가.
누군가 서 있다.
동료의 머리가 거의 터져 나가듯이 사라진 자리 너머, 피로 물든 그 장막 너머.
마치 지옥의 입구 저편에서 이승 쪽을 노리는 듯, 붉은 세상 안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이미 또 하나의 화살을 당기는 채로.
기리릭…….
아몬드가 중얼거렸다.
“여덟 명이었구나? 당근한테 말해줘야겠네.”
우우웅!
하얀빛이 발광한다.
케닌의 입이 천천히 쩌억 벌어진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런 의문이 스치고 지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다 죽여놓고 이제 와서 뭘 보고한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