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2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90화
63. 몽골의 초원(1)
약 10분 전.
1경기 직후였다.
치이이이이익…….
캡슐이 열린 후, 희철은 별다른 세레모니나 덕담 한마디도 없이 곧장 벤치로 향했다.
그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걸었다.
‘……결국.’
그는 느껴졌다.
곧 발작이 일어날 신호였다.
경기 중에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는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몸 상태가 작년이라고 좋았던 건 아니지만, 이번 연도는 최악이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자신의 몸 상태는 최악인데, 팀의 상태는 최상이었다.
새로 영입한 아몬드뿐 아니라, 기존에 있던 멤버들도 모두 절정의 기량이었다.
아몬드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정말 신께서 이번 연도 기적을 점 찍어 주신 건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알고 있는 건, 그에게 주어진 기회가 몇 번 없다는 것이다.
“하아…….”
식은땀이 등에 축축하게 배어 나온다.
게임 중에 흐른 것이 아니라, 단순히 경기장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중에 흐른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쿠키! 쿠키! 쿠키!”
그가 경기장 관중석 근처로 다가오자, 관중들이 환호한다.
쿠구구구구구!
우렁찬 북소리와 수많은 응원 도구들이 내는 소리가 귓가로 스쳐 간다.
‘그래.’
그는 위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거의 다 왔어.’
이 수많은 관중들이 지금 국가 대항전을 보러 와줬다.
재작년, 작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심지어 저들의 응원 도구.
괴수 브랜드에서 판매한 물건들.
저것들이 전부 선수들의 스폰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제 프로팀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희철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산에 다 오르진 못해도, 산 중턱까진 구경한 느낌이었다.
“허억…… 헉…….”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중턱의 공기도 충분히 깨끗하고, 시원했다.
이곳에서 꼭대기를 바라보면 아른아른하게 그려진다.
후배들이 그 위에 올라 깃발을 꽂고 있는 모습이.
자신의 이름을 언급해 주며, 눈물짓는 모습이.
그것만으로 희철은 이미 정상에 오른 것만 같았다.
한 인간은 어차피 인생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순 없다.
그다음 대가 이어서, 그때 안 되면 그다음 대가…….
이게 인간이 지금의 문명을 이룩한 방식이다.
시빌 엠파이어를 하면 느껴지지 않던가?
인류가 얼마나 원대하게 발전해왔는지.
그들이 만약 자신의 꿈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어떤 이들은 평생 건축한 자신의 건물이 다 지어지는 걸 보지도 못한 채 눈을 감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자손들에게 그 건물의 설계도를 넘기고, 방법을 전수한 뒤 눈을 감는다.
인류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희철은 자신이 그 과정의 아주 일부에라도 참여하고 있음을 감사한다.
‘세월이 이렇게나 무섭군.’
처음 이 대회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후대에나 누릴 것들을 이렇게 공들여 만들어갈 것이라고는.
어쩌면 부모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 그들은 자식들을 위해 자신들은 제대로 누리지도, 구경하지도 못할 자산을 쌓기도 한다.
희철은 아직 그런 마음까지는 알지 못한다.
아이가 없으니 알 턱이 있나.
‘아이는…… 내겐 사치겠지.’
벤치에 도착한 그는 자신의 연인을 떠올리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쿠, 쿠키 님!?”
“희철이 형!!!”
* * *
복잡 미묘한 표정이지만.
싱크 탱크 팀의 분위기는 딱 이런 말로 축약이 가능했다.
올 것이 왔구나.
“그렇구나. 희철이 형이…….”
치승은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린다.
그도 사람인지라 낙심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인간 김치승은 여기에 없다.
이 팀에서 활동하는 한 그는 싱크 탱크의 리더.
사실상 희철의 유지를 가장 강하게 이어받은 사람이었다.
“그럼 그때 얘기됐던 매뉴얼대로 가자.”
“……그래.”
다른 싱크 탱크의 일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때를 위해 대비한 계책이다.
쓰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제가…… 들어가는 건가요?”
사랑이 확인하듯이 한 번 더 물었다.
“긴장되시겠지만. 어쩔 수 없네요.”
“정말 들어갈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서…….”
“……”
희철에게 사정을 들었을 때.
그는 단순히 혹시 모를 부상 따위에 대비한 인력이라고 했다.
사실 그녀는 후보 선수로서가 아니라, 싱크 탱크 팀에 참여한다는 느낌으로 이 자리에 있는 셈이었다.
혹은 스크림에서 상대 지휘관이 되어주는 정도?
그런데 진짜 들어갈 일이 이렇게 빨리 생기다니.
‘왜 나였던 걸까?’
사랑은 이 싱크 탱크 팀에 속해 있으면서 이런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장 여기 있는 치승이 들어가는 게 희철과 가장 비슷하게 플레이할 수 있지 않을까?
왜 자신을 뽑은 건지, 무엇을 느낀 건지, 사랑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에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명 치승도 자신이 들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가겠습니다.”
일단 간다고 하는 수밖에 없다.
경기는 2분 내로 시작된다.
“브리핑은…… 할 필요 없다고 믿겠습니다.”
치승은 안심시키려는 듯 씩 웃으며 사랑의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다.
* *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기실을 나서 필드로 향하자 관중들의 함성이 귓가를 거세게 때렸다.
“……!”
축소된 사랑의 검은 동공 위로 비친 경기장은 너무나 거대했다.
마치 마지막 결승을 치렀던 그곳처럼.
그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 만이지?
그녀가 팀에서 나간 후, 팀이 해체되고,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선 잊혀갔다.
아쉽지만, 그래야 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사정도 언급하지 않고 사라져 버린 프로는 분명 그래야 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그렇게 사라졌으니, 전혀 잊혀지지 않았다.
-전자파 언제 복귀함?
-어차피 전자파 복귀하면 다 때려잡음ㅋㅋ
-전자파만 복귀하면 ck도 부활
-ㅅㅂ 존버 간다 ㅠㅠㅠ
-대체 어디로감???
-얼마전에 방송 켰다는데 구라임?
.
.
.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찾았다. 아니, 찾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를 언급하며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비교하고 있으며, 아직도 그녀가 최고라며 칭송하고 있었다.
사실 그렇지 못한데도.
지금 복귀하면 부활은커녕 오히려 먹칠만 하게 될 텐데도.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전자파야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테니까. 돌아만 와라.] [전자파 없으니까 중국한테 3연으로 따이다니. 이게 나라냐?] [한국이 강한게 아니라 ck가 강한 거였다.]분명 전자파는 사라졌는데.
그들의 세상에선 마치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듯 이야기했다.
그들은 어쩌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걸 찾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야…….
‘나 여기 있어.’
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치밀어오는 감정을 참아냈다.
그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그 무대가 아니라, 생판 다른 곳으로 와버렸다.
“조선 쪽에 약간 소식이 있습니다.”
“이번에 쿠키가 아니라, 새로운 지휘관이 선발로 나오게 됐습니다.”
“예. 선발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 경기는 쭈욱 뛰는 거죠?”
“아, 예. 맞습니다. 교체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중계진의 소개와 함께, 전광판에 떠올랐다.
웅성웅성.
환호성은 금세 의문스러운 소음으로 변했다.
그야 이런 사태를 예상한 관중은 없을 것이다.
선수들은 당황했으나, 오히려 사랑은 이때서야 참았던 숨을 뱉으며 안도했다.
“하아…….”
그녀는 환호성이 더 견디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팅.
전광판 화면에 캡슐을 향해 가는 그녀가 떠올랐다.
휠체어를 탄 여성.
이 또한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중계진도 무어라 더 설명을 보태진 않았다.
“자. 조선의 총지휘관. 최고다이순신입니다.”
그녀가 흔치 않은 여자 총지휘관이든, 휠체어를 타고 있든, 심지어는 이전에 어떤 한 게임을 제패한 유명인이든.
이제 여기선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최고다이순신.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이 이름 하나뿐이다.
단 한 번도 대회에 출전한 적 없는, 솔로랭크에서만 한 시즌 두각을 나타냈던 조선의 지휘관. 현재로선 이게 최고다이순신이다.
“예. 그리고 옆에는 잠시 도움을 주기 위해 나온 김치워리어, 김치승 씨죠? 싱크 탱크의 리더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치승이 손을 흔들자, 관중들이 환호했다.
가짜 국대, 그리고 아몬드 채널에서 담당했던 해설로 이미 얼굴이 꽤 알려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관중석에선 당연히 이런 말도 나왔다.
“근데 왜 치승이 아니라, 저 여자야?”
“김치승이 2대 지휘관이 되는 게 아니었어??”
“아니, 쿠키는 뭔 생각이야?”
“쿠키가 아니라 치승이 판단이겠지. 싱크 탱크가 코치진 같은 건데…….”
“그거랑 달라, 인마.”
관중석에서뿐이 아니었다.
-아니,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갑자기 이런다고??
-실화냐 이거?
-뭐지?
-한 판 이겼다고 지금 여유?
-휠체어 ㄷㄷ
-불안하다
채팅창에서도 새로운 지휘관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글이 많았다.
그야 지금까지 조선의 승리를 이끈 건 아몬드나 다른 병사들의 슈퍼 플레이도 한몫했지만.
그걸 만들어낸 쿠키의 번뜩이는 전략들이 중요했으니까.
그건 게임을 조금이라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 느끼고 있었다.
쿠키는 조선 팀에 필수불가결의 존재다.
“자, 킹귤 님. 우선 새로운 지휘관에 대한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 예. 일단 최고다이순신. 이 아이디를 아마 시빌엠 문명전을 즐기던 분들이면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치이이이익.
캡슐이 열렸다.
사랑은 부축을 받아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녀는 밖에 대기 중인 심판에게 USB를 내밀었다.
심판은 잠시 체크 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은 USB를 캡슐 안에 꽂은 후, 뚜껑을 닫았다.
[사용자 설정 최적화 중…….]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정말 할 줄은 몰랐어.’
갑작스러운 일이다.
이런 적은 프로 시절에도 없지 않았던가.
준비 없이 바로 대회로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 흔한 일은 아니다.
‘정리해 보자.’
그녀는 머릿속 모든 것을 치우고, 일단 지금의 승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패스트 궁병 러쉬가 잘 먹혔었지.’
1경기를 되돌아봤다.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 추천했던 빌드가 정확히 먹혀들었다.
그녀의 생각대로라면 2경기에서도 이들은 막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 막힌다고 하더라도 한 번 더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는 다전제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전이었다.
[시빌 엠파이어]게임이 시작됐다.
슈웅.
몸이 부양하는 듯한 착각과 함께, 순식간에 너른 들판이 있는 곳으로 끌려간다.
점차 시야가 높아지면서 지휘관의 시야로 바뀐 후.
맵의 생김새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몽골의 초원]대부분이 평지로 되어 있는 너른 초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