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2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94화
64. 코끼리(2)
사랑의 눈썹이 찡그려진다.
‘방금 뭐지?’
명령을 듣지 않았다.
분명 명령을 내렸는데, 병사들이 망설였다.
‘뭐 하자는 거야?’
이런 경우는 예상하지 못했다.
‘국대팀이 이런다니.’
그녀가 되새기고 있는 건 아까 전 초반 러쉬 상황이다.
조선의 실패로 끝났지만, 사랑의 눈에 보였던 회심의 각이 존재했다.
야만 병사들이 후퇴하는 척하면서, 조선 궁병들이 파고들어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었다.
그런데, 뜻대로 움직인 건 아몬드 하나였다.
나머지는 모두 돌격을 망설였고, 어물쩡거리다가 이미 상황은 종료됐다. 그 잠깐의 각은 결국 아몬드 혼자 취해내고 사라졌고.
사랑은 나머지 병사들에겐 금광으로 우회하라는 다른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만은 제대로 수행됐다.
무슨 차이일까.
아몬드는 겁이 없고, 딱히 의문을 품지 않는다?
글쎄. 모르겠다.
차이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솔로 랭크에선 이런 적이 없다.
아니, 있다고해도 큰 차이가 없다.
어차피 적도 비슷한 상황이니까.
그런데 지금 페르시아는 다르다.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있다.
누가 봐도 저들은 하나의 팀이다.
‘팀…….’
그녀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었다.
물론 지휘관이 명령을 해도 제대로 먹히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런데 상대는 다르다.
상대는 하나가 돼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왜 하나가 아닐까?
「네가 오라면 내가 가야 되냐!? 어?」
「야. 우주야. 참아. 참…….」
「나도 딜러야! 씨발! 나도 투자 받아야 된다고! 더러워서 안 해! 새끼야!」
꿀꺽.
그녀는 마른침과 함께, 옛 기억을 삼켜냈다.
‘일단은…… 3시대로.’
2시대에서 전투 구도는 이미 거의 다 지나갔다.
조선은 3시대를 준비해야 했다.
* * *
몽골의 초원, 겨울.
겨울의 황폐함이 차갑게 깃든 곳.
초원이 거의 다 사라져 양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고, 사슴도 당연히 많지 않았다.
식량을 사냥으로 얻어내는 게 쉽지 않은 맵이었다.
와중에 페르시아는 가장 식량 효율이 좋은 멧돼지를 먹지 못했다.
다만 농경에 대한 보너스 팩션이 있었다.
[무슬림의 축복]육식을 가려 먹는 대신, 땅에 축복이 깃든다. 농경의 효율이 다른 문명보다 더 좋게 된다.
이는 페르시아뿐 아니라, 다른 무슬림 문명도 마찬가지였고.
농사란 게 그렇듯, 농경 보너스 역시 시간이 갈수록 그 힘을 발휘하여 이 척박한 땅에서 코끼리를 일으킬 수 있게 만들어냈다.
뿌우우우우──!
쿠웅.
코끼리가 첫발을 내딛는 진동이 울려 퍼지자, 페르시아 관중들의 환호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지금 코끼리 방어력 업그레이드까지 되어 있어요. 이게…… 페르시아는, 계속 말씀드리지만, 업그레이드가 시간만 많이 들고 공짜거든요!?”
“아…… 이게 지금 조선이 각궁의 화력으로 뚫어낼 수 있는 수준입니까!?”
“신기전이 나와야 하는데.”
신기전이 있다면 코끼리에 적격이겠으나, 그건 4시대의 물건이다.
3시대에 그런 게 나와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럼 뭐가 대체재죠?”
“아무래도 공성병기가 일단 있어야 하는데…….”
공성병기라면 코끼리에게 제대로 된 대미지가 들어갔다.
코끼리 방어 타입이 ‘건물’과 같은 판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은 공성병기를 전혀 생산하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공성병기 생산 공장조차 짓지 않았다.
“이거 그냥 배제한 건가요?”
코끼리가 나오는 걸 배제한 플레이일까? 캐스터가 당황한 듯 물었으나. 킹귤은 고개를 저었다.
페르시아전에 그럴 리가 없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다만 지금 상황을 최고순신이 잘 읽고 있는 거죠.”
-최고순신ㅋㅋㅋ
-최고민숰ㅋㅋ
-ㅋㅋㅋㅋ
-궤도순신은 ㅇㄷ?
-???: 지평좌표계어쩌구저쩌구……
“코끼리가 오는데 공성병기 없는 게 잘 읽고 있는 거예요!?”
“공성병기를 뽑지 않고 막아야…… 조선에게 기회가 있을 겁니다.”
공성병기는 비싸다.
코끼리만큼은 아니어도, 어찌 됐든 비싼 병력이다.
특히 관련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다 보면 금세 금광이 거덜 나곤 했다.
“조선은 반등을 노리니까. 최대한 보병들 숫자를 늘려서 그걸로 막으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아! 그렇죠! 지금 궁병 돌립니다!? 이런 거죠!”
조선 본진에서 궁병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지금 코끼리를 막아야 하는 상황에 오히려 뒤로 빼놓고 적진으로 공격을 가는 것이다.
“구, 궁병들 이렇게 많이 빼면 이게…….”
캐스터는 이 시점에 궁병을 본진에서 빼서 적에게 보내는 상황에 당황했으나, 킹귤은 흥분했다.
“조선! 이게 공성 병기를 뽑지 않고! 보병을 늘린 이유고! 이게 바로 승부수죠!? 이대로 시간 더 끌리면 어차피 답이 없으니까! 병력을 몰래 빼서 적을 견제하는 거예요!”
킹귤의 눈에 이건 승부수였다.
조선은 공성병기 대신 보병 인력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마 궁수도 안 뽑고! 편전도 안 했어요! 그냥 땡 보병! 그 상태로 일부 보병을 적진으로 돌려서 코끼리 생산에 태클을 걸겠다는 거죠!”
조선 지휘관은 지금 가장 가성비 있는 방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또 눈에 띄는 점은 보병의 구성이다.
“아니, 근데 검수부대를 30이나 뽑았어요!? 방어엔 궁수들이 더 좋지 않습니까!?”
여태 본 조선 중에 검수부대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이다.
“코끼리는 원거리 무기가 거의 안 먹히니까, 검수부대로 공략해야 합니다. 공성병기 대신! 사람 갈겠다! 이거죠!”
그들은 모두 코끼리를 사냥하기 위한 자들이었다.
-가성비로 잘 뽑았누
-사람 또 갈아? ㅋㅋㅋ 대학원임?
-아 사람 갈아서 ㅋㅋㅋ 막는거구나
-조선식 수비ㄷㄷ
-최교수 폼 미쳤다~
“일단 저는 좋은 판단 같습니다! 특히 궁수들이 지금 페르시아 쪽으로 가는 거! 잘 침투해서 농사 인력만 죽여놔도! 코끼리 생산에 차질이 생기거든요!?”
코끼리를 막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식량원을 끊어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지금 진격해 오는 코끼리 다섯까진 막을 수 있어도, 그 이상 계속 추가되면 막지 못할 수 있으니까. 좋은 전략일 수 있겠습니다.”
“아. 조선, 근데 코끼리 다섯인 것도 모르는 거 아닌가요?!”
문제는 이게 코끼리 다섯을 막는다는 전제하에 실행된 작전이라는 것.
“엘리퍼가 워낙 자원을 잘 굴려서, 예…… 다섯까진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그랬다. 조선은 사실 코끼리가 다섯이나 모였을 거라 예상하긴 힘들었다.
* * *
조선 본진의 성벽 위.
그곳엔 수많은 궁수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아몬드도 그중 하나였다.
공격조가 아니라 방어조로 편성됐다.
그 외 아몬드의 동료라 할 수 있는 1선 궁수들도 전부 근처에 있었다.
이 말은 지휘관은 사실 수비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즉, 지금 공격을 들어가는 조선군은 코끼리 생산을 방해하기 위한 인력이지, 정말 적의 숨통을 끊는 게 아니었다.
결국 승부처는 이곳, 조선 본진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막기만 하면, 이길 거야.”
당근이 성벽 너머 먼 곳을 보며 중얼거렸다.
쿠구구구궁……!
그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대지의 진동이 느껴졌다.
이후 몽골의 초원이 자랑하는 널따란 지평선에 회색 구름이 피어올랐다.
“온다.”
뿌우우우우우──!
커다란 전함이 출발하는 듯한 고동소리와 함께 코끼리의 거대한 전신이 언덕 너머로 떠올랐다.
이 거리에서 보기에도 압도적인 크기.
신이 크기를 정할 때 실수한 것 같은 이질적인 거대한 동물은 다름 아닌 인간을 등에 태우고 있었다.
그 등에 탄 인간들의 화살촉이 조선의 궁수들을 향했고.
코끼리의 거대한 상아는 조선의 성벽을 향했다.
쿠우웅!
쿠웅!
코끼리의 거대한 발자국이 초원 위에 드리울 때마다, 심장이 요동쳤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들이 내는 것인지, 페르시아의 관중들이 내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온다아!”
팡어가 손을 치켜 올린다.
꿀꺽.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사격 준비!!!”
그르르르륵.
각궁의 위협적인 울음소리도 오늘만큼은 초라하게 들린다.
뿌우우우우우우우──!
코끼리의 고함 소리와 함께, 상아가 탑처럼 우뚝 솟았다.
동시에 잔뜩 흥분한 탓인지, 걸음에 가속이 붙으며 점점 빨라진다.
쿵!
쿠웅!
조선군의 눈에 비친 코끼리는 점점 거대해진다.
“후우…….”
긴장에 숨은 가빠지며, 화살 끝에 걸린 하얀빛은 밝게 타오른다.
이제 곧이다.
쿠우우웅─
팡어의 눈이 번뜩였다.
“──발사아아아아아아!!”
파아아아앙!
조선군이 일제히 명령에 맞춰 시위를 놓았다.
새하얀 화살들이 폭포처럼 우르르 몰려간다.
코끼리 위에 탄 자들이 방패를 들어 올린다.
퍼버버버벅!
방패로 미처 가리지 못한 자, 혹은 재수 없게 방패 사이로 화살이 들어간 자들이 코끼리 위에서 떨어진다.
이미 죽은 시체를 동료들이 밀어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코끼리는 계속 앞으로 뛰었다.
이제 페르시아의 활도 사거리가 닿을 만한 거리.
“방패애애!”
처억!
보조 지휘관, 식빵의 명령에 따라 방패를 든 병사들이 궁수 앞에 달려와 방패를 올린다.
그와 거의 동시에 페르시아 궁병들의 화살이 우수수 박힌다.
퍼엉……!
방패 하나가 부서지기까지 했다.
그들의 연사력 때문이었다.
“숫자 많으니까. 진짜 장난 없네. 송사리 같은 놈들이.”
팡어가 방패 뒤에 숨어서 중얼거리다가 다시 손을 치켜든다.
“다시 당겨!!”
미리 집중 팩션을 당기라는 뜻이다.
“제대로 코끼리 위에 있는 놈들을 노린다아!”
“예!”
이제 코끼리가 성벽에 닿기 직전이다.
“쏴아아아!”
휙.
팡어가 방패 위로 몸을 드러내며 다시 활을 쏜다.
아몬드도 코끼리 위에 탄 녀석의 빈틈을 최대한 노려 쐈다.
퍼엉!
코끼리 위에 있던 몇몇 병사들이 또 떨어진다.
아까보다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바, 박는다아아아아!”
선두에 선 코끼리의 상아가 성벽에 부딪친다.
쿠웅──!
온 세상이 휘청인다.
조선군이 중심을 못 잡고 연체동물처럼 넘어진다.
성벽 위가 아니라, 파도 위에 올라탄 듯했다.
“일어나아아아아!!”
“바로 밑이다아아! 쏴아!”
코끼리의 머리 가죽, 그 결이 다 보일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었고.
놀랍게도 코끼리의 등이 성벽의 높이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
그만큼 거대한 것이다.
코끼리 등에 탄 페르시아 궁병들이 날렵한 움직임으로 성벽으로 파고든다.
코끼리는 공성차의 역할까지 가능한 것이다.
“쏴아아아!”
“올라왔다!”
“파고들어라!”
양 측은 곧장 서로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피유웅!
피융!
“크억!”
“악!”
“여기도 올라왔다! 올라왔어!”
조선군이 순식간에 십수 명이 쓰러졌다.
이제부턴 명령에 따라 싸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여긴 안 돼.’
서쪽 문의 성벽 위는 이미 페르시아 군이 많이 넘어와 버렸다.
일단 물러나서 쏴야 했다.
아몬드는 죽은 방패병의 방패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 냅다 뛰었다.
퍼억!
퍼벅!
그의 방패에 화살이 숱하게 박혔으나, 이동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쿵.
그가 방패를 내리꽂듯이 내린 후.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그르륵.
조준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는 이내 시위를 조용히 나줬다.
약 1초 정도의 집중을 받은 화살은 곧게 날아가 성벽 위 페르시아군의 머리 하나를 뚫어버렸다.
퍼억!
“저기! 저기에도 있─”
그의 머리가 뚫렸을 즈음 아몬드는 이미 다른 화살을 쐈고.
──퍼억!
목격자는 그대로 쓰러지며, 수많은 보병들의 발수건이 되어버렸다.
수많은 병사들이 아몬드를 지나쳐 그 시체들을 밟고 달려 나간 것이다.
“죽여어어어어!”
“으아아아!! 지원군이다!”
“검수들!”
조선의 지원군이다. 검수들이 다른 쪽 성벽에 있다가 내달려온 것이다.
이때 조선이 성벽 위를 다시 점령하게 된다.
그러나─
“어……?!”
──콰과과과과앙!
성벽이 무너져내린다.
그 위에 있던 병사들도 모두 순식간에 아몬드의 시야에서 꺼져 버렸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전부 사라졌다.
대신 그 틈은 흑회색의 먼지가 빼곡히 매워 버렸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하얗게 빛나는 상아.
뿌우우우우우──!
서쪽 문의 성벽이 무너진 것이다. 상아에 뚫린 것이다.
쿠웅!
먼지가 걷히며, 회색빛의 거신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가 조선 본진에 거대한 첫발을 내디딘다.
쿠우우웅!
폐허가 되어버린 서문이 밟혀 으스러진다.
‘무너졌어…….’
아몬드마저 그 광경에 혼을 빼앗겨,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그간 분명 진경기도 있었다. 특히 스크림에선 조선의 본진이 뚫린 적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확실하고, 압도적으로 무너뜨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사람과 싸우는 게 아니라, 거대한 산과 싸우라는 것 같았다.
‘이건…….’
아몬드는 다시 활을 당기며 확신했다.
‘뭐라도 해야 돼.’
여기서 뭔가 해내지 못하고 이대로 당한다면, 확실하게 진다.
이 경기뿐 아니라, 다음 경기도.
티잉.
그때, 그에게 무언가 명령이 떨어진다.
[근접 무기 이용]성벽 위에 떨어진 수많은 칼 쪽에 핑이 찍히고.
[공격]이어서 공격 명령이 떨어진다.
피잉!
그 명령이 떨어진 곳은, 명백하게 코끼리의 등 위였다.
등 위 궁병들을 죽이라는 것일까?
아니었다.
그랬다면 활로도 충분하리라.
[코끼리 사냥]그들 포함, 코끼리를 죽이라는 명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