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2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96화
65. 반동(1)
“아, 아몬드가 코끼리에 올라탔어요!”
“다섯이나 있는데!?”
“그 다섯 순식간에 밖으로 밀려나 버립니다?!”
중계진의 입장에선 미처 해설도 다 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다섯이 코끼리 밖으로 밀려났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아니, 화살 막고! 밀고! 베고! 하니까! 그냥 갑자기 코끼리 위에 아몬드밖에 없어요!?”
“침입한 각! 그 각이 엄청 날카로웠던 것 같습니다!”
-ㄷㄷ
-아까부터 판단 미쳤네
-이, 이게 아몬드?
코끼리 위에 올라선 건 아몬드 단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코끼리는 여전히 페르시아의 명령을 듣는 탈것이었고.
아몬드는 그걸 멈춰야 했다.
‘병사 하나가 단신으로?’
킹귤의 눈엔 그럴 수 있는 각이 선뜻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몬드는 고민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킹귤은 그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응원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부탁해 도라애몬드! 코끼리 멈춰어어어어!”
제대로된 해설이 될 리가 없었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멈춰!”
-이러다가 4차원 주머니도 거덜나겠누
-또라애몬드 ㅋㅋㅋ
-최고다이순진구!
-몇 번 소환하냐 ㅅㅂ 대나무 헬리콥터도 연비라는게 있을 텐데?
모두가 큰 기대를 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선수 홀로 코끼리를 멈출 수 있다는 건, 기대가 아니라 기적이다.
그러나 잠시 후.
킹귤의 눈, 아니,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뭐!?’
아몬드 혼자서도 해낼 수 없고, 뛰어난 지휘관 혼자서도 해낼 수 없는.
“이, 이게 무슨…….”
그야말로 기적.
이런 것에 무어라 과정을 해설하는 게 의미가 있을 리가 없었다.
촤아아아아아악──
그의 검이 코끼리의 정수리부터 코 끝으로 내달리며 붉은 선을 그어냈을 때.
관중석엔 순간 정적이 흘러버릴 정도였다.
이란의 관중들은 설마설마 하는 기분으로, 한국의 관중들은 이게 정말인지 의심하는 표정으로.
“코…… 코끼리…….”
킹귤의 목에 핏대가 치솟으며, 코끼리의 거대한 몸이 땅으로 꺼져내렸다.
“잘랐다고오오오오오!!!”
쿠우우웅!
뿌연 먼지와 함께, 수많은 페르시아 보병들이 깔려 죽고.
순식간에 지상은 지옥이 되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아니라 어지러운 유황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
성벽이 무너질 때 어이없을 정도의 숫자가 사라진 것처럼.
페르시아 병사들도 그렇게 사라졌다.
-???
-헐
-와
-코끼리 잘랐ㅋㅋㅋㅋㅋ
-엥??
-허
-코절 ㄷㄷ
-ㅁㅊ????
-에반데
-ㅈㄹㄴ
한국의 관중들조차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직접 당한 페르시아의 병사들은 어떻겠는가.
모두가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조차 못했다.
* * *
코끼리를 혼자 쓰러뜨렸다는 건 국가 대항전 역사에 분명히 길이 남을 업적이었으나.
만약 이게 게임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그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모든 전쟁사는 승자의 기준에서 다시 쓰이기 때문이다.
“쥐쥐이이이~”
[패배]조선은 패배했다.
“아…… 아쉽습니다.”
페르시아로 파견됐던 조선 궁병들은 촘촘히 박힌 방어탑의 아성을 뚫지 못했고.
페르시아의 지휘관 엘리퍼는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했다.
코끼리 한두 마리가 죽었다고 해도, 식량 견제가 실패로 돌아간 이상 코끼리는 계속 왔다.
RTS라는 게 그랬다.
전투를 잘하는 건 어디까지나 일부였다.
“병사 하나가 코끼리를 이길 게 아니라, 애초에 병사 하나가 코끼리를 상대하는 상황이 나오면 안 되는 것. 그게 RTS입니다.”
-크
-맞말
-ㅠㅠ
-마린 한마리로 럴커 잡지말고 그냥 그때 탱크가 나와야 된다ㅋㅋㅋ
-그게 본질이긴함
-그래도 아쉽
-속보) 히잡 공장 주문 취소 폭주로 파산
결국 전쟁은 자원과 보급, 끈기의 싸움이었다.
조선도 페르시아도 이를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 경기에선 페르시아가 그런 부분에서 훨씬 앞서갔다.
“예. 물론 2시대의 전투에서 뭔가 변수가 조선 쪽으로 크게 좋게 터져주지 않아서…… 따라잡기가 힘들어 보였습니다만. 역시나 언급하신 게 RTS의 정수가 되겠습니다.”
캐스터가 언급한 조선의 초반 전투 변수의 불발.
여기서부터 소위 스노우볼이라는 게 굴러가지 않았다.
“예. 사실 조선이란 문명이 여기서 불리한 게 이런 점이거든요. 기본적으로 자원에 관한 팩션이 없다 보니, 지금 최고다이순신 선수가 하는 것처럼 혹은 쿠키 선수가 하는 거처럼 전투에서 변수를 좋게 가져온 다음 그걸 환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죠.”
조선은 전투로 자원을 만들어야 하는 문명이었다.
이게 조선의 RTS라는 게임에서의 딜레마였다.
“몽골은 애초에 팩션에 약탈이라는게 존재해서, 그걸 시스템적으로 도와주는데. 조선은 그렇지도 않거든요.”
“그렇습니다. 순전히 지금 플레이어들의 재해석으로 이렇게 전략을 만든 거잖습니까? 작년만 해도 이런 식으로 안 했다고 제가 들었어요. 맞나요!?”
“예. 그렇습니다. 이번 연도부터 시작된 쿠키의 로드맵이라고 할까요? 조선이란 문명의 해석에 대한 대전제가 바뀐 건데. 이게 지금까지는 먹혔어요.”
“아. 그렇군요.”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만난 팀들은 조선보다 전투를 못하는 팀이었다는 거죠. 그게 팀워크 때문이든 지휘관의 전술 지휘 때문이든. 여튼 전투 변수를 조선보다 좋게 가져가지 못하는 팀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페르시아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랬다.
1경기 때도 사실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
“1경기에서도 숲에서 궁병들이 전멸할 뻔한 위기가 있었고. 최상위권 궁수를 제외하면 페르시아의 궁수들 수준이 더 높습니다.”
“아…….”
작심한 듯한 킹귤의 말에 캐스터가 탄성을 뱉었다.
-ㅠㅠ
-킹귤 화났냐고 ㅋㅋ
-팩폭 ㄷㄷ
“원래 릴에서도 같은 화신으로 미러전 할 때 그 실력 차이가 완전 확연히 드러나거든요? 지금 같은 활 문명이라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그의 말이 정확했다.
같은 무기를 주로 쓰는 문명끼리의 대결에선, 약간의 실력 차이도 극명하게 드러나곤 했다.
지금 페르시아와의 전투가 그랬다.
“그러니까 조선. 1경기 이겼다고 방심하면 안 되고! 단합! 확실하게 해서 이긴다는 생각을 해야 돼요! 지금 전체적인 전투력의 수준 차이가 분명히 보입니다!”
킹귤은 조선 경기를 쭉 보며 무언가를 발견했다.
중계 화면에는 필요할 때만 나오지만, 해설자들이 보는 분석 데스크엔 지휘관의 핑이나 명령이 전부 찍힌다.
‘이런 식으론 안 돼.’
신인 지휘관이라고 불신하는 듯한 움직임을 그도 감지했다.
그 역시 팀플레이 게임을 했던 프로게이머이기에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사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이들이 명령을 수행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망설이는 것일 뿐인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급박한 수준 높은 경기에선 그 잠깐의 망설임은 곧장 명령 불이행으로 이어져 버린다.
명령을 이행할 기회가 순식간에 사라지니까.
-킹귤 왜 화났누
-무서어 ㅠㅠ
-이길 수 있다! 가즈아ㅏㅏㅏㅏ
-할 말은 한다! 귤카콜라!
-한 판 더 지면 끝나니까 팩폭하나봄
-아 활문명 미러전이라 이런거구나 ㅅㅂ
-이거 지면 견까들 또 신나겠누
-닥치고 응원이나 하자ㅠㅠ
-쿠키 어디갔어 ㅠㅠ 3경기엔 나옴???
* * *
선수들이 대기실로 오기 전.
“왜…… 왜 이런 일이…….”
치승은 경기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건 무슨 아마추어팀도 아니고!”
저도 모르게 꽥 소리를 질러버리는 치승.
“오, 오빠 진정 좀. 선수들 오면 그러면 안 돼.”
물만두는 선수들의 멘탈을 걱정하는 듯했으나, 옆의 곱스피어는 치승처럼 단단히 화난 것 같았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야. 어떡하지!? 깨물어버려!? 으아아아아아!”
물만두는 곱스피어에게도 매달리며 말려본다.
“아니야. 무슨 진짜 괴수냐고…… 진정해봐. 사실 최고다이순신 님 오더 방식도 조금 낯설잖아.”
“뭐!?”
치승은 휙 고개를 돌리며 물만두를 바라봤다.
“왜, 왜 그래…… 무섭게…….”
“아니. 뭐? 그러니까 어떤 부분이?”
“어, 으음…….”
“나도 뭔가 느껴서 그래. 말해봐.”
치승도 미묘하게 그녀의 오더 방식이 수행하기 껄끄럽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수행할 시간이 좀 부족해 보여. 정해진 시간 안에 내려오는 오더가 더 많다고 해야 하나.”
“어…… 또?”
“또 그러다가 없을 때는 아예 없고.”
“자, 잠깐…….”
치승은 뭔가 생각난 듯, 자신의 노트북에서 파일 하나를 재생시킨다.
[최고다이순신 랭크 경기 분석] [#13]이 수많은 분석 파일들은 최고다이순신을 스카우트할 때 저장해 놨던 것들이다.
“이제 와서 그걸 봐서 뭐 어쩌게.”
“이제라도 해야지. 가만히 있으면 쿠키가 돌아오냐?”
치승은 온 집중력을 쏟아 그 파일을 쳐다봤다. 재생 속도는 2배.
그는 뭔가 깨달은 듯 다른 파일을 열어 재생해 보기를 반복하고는 중얼거린다.
“역시…….”
확실히 쿠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다.
“전술 명령이 굉장히 많아. 애초에 이길 상황을 만들고 들어가는 게 쿠키라면 이 사람은 못 이길 상황을 들어가서 이기려 하는 사람이야.”
“아…… 그래서 당황하는 거구나. 선수들이.”
“근데 그뿐이 아니야. 병사들이 당황한 것도 있지만, 신뢰를 못 하는 것도 있어.”
거기에 지금 조선 병사들은 지휘관을 신뢰하지도 않고 있다.
그게 명확히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기에 치승이 화가 났던 것이다.
이에 물만두가 대답한다.
“쿠키가 아니라서…….”
그녀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회피하고 있던 진실을 내뱉는다.
“쿠키만 가능하잖아…… 이런 조선을 살리는 건.”
이때, 전략 회의실 문이 열렸다.
지이잉.
휠체어 소리와 함께 그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서 쿠키 님이 다시 오신대요?”
“……”
“다시 와서 조선 살리신대요?”
갑작스레 등장한 그녀에게 싱크 탱크 팀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게…….”
“다시 못 오시잖아요.”
“예. 이번 경기에는 힘들 겁니다.”
“그럼 절 믿어야지. 별수 없는 거죠?”
“예…… 그쵸.”
그랬다.
선택지가 없었다.
“선수 대기실로 가요. 다 모아 놓고 할 말이 있으니까.”
치승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휠체어 손잡이를 이미 잡고 있었다.
‘화난 거 같긴 한데. 생각보다 흔들리진 않고 있어.’
그는 지휘관 본인이 가장 흔들렸을 거라 생각했다.
신임받지 못하는 지휘관이라니.
안 그래도 경력이 없는데, 중요한 순간에 패배까지 했다.
앞으로 신임은 더 받지 못할 테고, 다음 경기도 힘들 수밖에 없을 텐데.
생각보다 그녀는 전혀 흔들리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입장 전보다 훨씬 또렷한 눈을 하고 있었다.
분명 경기 경력이 없는 지휘관일 텐데, 불안하긴커녕 치승은 심지어 기대가 되기까지 했다.
이 사람이 선수들을 모아 놓고, 뭐라 말할 것이며, 어떻게 신뢰를 얻을 건지.
쿵.
선수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일순간 모든 선수들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
순간 적막이 흐르고.
그녀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