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3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06화
68. 괴수 대전(3)
사랑은 애초부터 이 맵에서 2시대의 러쉬만으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다리를 올라가면서, 그리고 편전을 받은 뒤 보여준 사격 실력은 정말 발군이어서 전투 변수가 유리하게 풀리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침투한 조선군이 활동할 수 있었던 영역은 ‘성벽 위’였다.
여기서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게임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현대전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공군이 한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든다고 해도, 정말 그 땅을 차지하고 점령하기 위해선 지상군이 개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대의 성벽 맵은 지상군이 초반에 밀고 들어갔다가는 무슨 변수가 터질지 모르는 악랄한 맵이었다.
오르막길, 좁은 입구, 높은 성벽 등. 도저히 2시대 기술로는 극복이 안 되는 것들투성이다.
성벽 위 계단에서 목이가 5배에 가까운 병력을 버텨낸 것처럼 페르시아도 똑같이 지상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성벽 위에 조선군이 있으니, 앞의 모든 장애물 중 하나 정도는 조선의 편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본진까지 뚫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페르시아의 터틀링 노하우는 그리 녹록지 않다.
더군다나 이번이 세 번째 패스트 궁병 러쉬다.
이미 적 지휘관 엘리퍼도 초반에 오는 러쉬를 막는 것에 대해 몸이 풀린 상태.
여기서 무리해서 지상군을 넣어 2시대에 끝내려 했다면 확률은 낮았다.
그러니 사랑은 다른 수를 준비했다.
그녀는 4시대를 설계했다.
저번 경기에서 느낀 바가 있다. 페르시아를 상대로 코끼리를 보지 않고 끝내려 한다면 오히려 승부처가 별로 없다는 걸.
페르시아는 문명의 특수성 때문에 식량 자원, 금광 자원에 있어 효율이 압도적이다.
이는 단순히 금광을 빨리 캐는 프랑크나 재정 운영이 수월한 로마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냥 드는 돈이 얼마 없는 거다.
업그레이드 비용이 없으니까.
그러니 후반으로 갈수록 유리해지는 게,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가 있었다.
그 지역 자원을 빨리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쓰는 돈은 얼마 없으니까.
여기서 페르시아의 터틀링이 강력한 이유가 나온다.
한 지역에 아무리 많은 방어탑을 투자해도 남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 지역을 아주 오랫동안 버리지 않고 쓸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 딱히 돈 들어갈 구석이 없으니까.
그러니 2시대에 그런 강력한 압박에도 페르시아는 버텨냈고, 멀티를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자원 피해를 입어도, 쓰는 돈이 얼마 없으니 버텨지는 것이다.
그런 페르시아가 큰돈을 쓰게 되는 시점.
‘코끼리.’
그게 바로 코끼리였다.
사랑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결국 코끼리를 죽여야, 페르시아를 죽이는 거야.’
페르시아의 아껴진 모든 자원이 코끼리에 투자됐다면, 코끼리를 잡는다면 페르시아는 무너지는 것이다.
‘그전에 죽이려 해봐야 손해만 보고.’
코끼리가 나오기 전 페르시아는 오히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돈을 손해 봐도, 돈이 남으니까.
똑같은 숫자의 군대로 싸우는 것 같아도, 사실 돈 적으로 보면 페르시아는 그 절반 정도 군대로 싸우는 셈이다.
그 전투에서 조선이 이겨도 돈으론 손해가 나는 상황이 이어진다.
애초에 기울어진 저울인 셈이다.
저울의 불균형이 맞춰지는 순간.
그게 코끼리가 나오는 순간이다.
뿌우우우우──
역설적인 일이다.
어쩌면 코끼리의 등장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셈인데.
되려 그들을 낭떠러지로 몰아세운다.
‘됐다. 나왔어.’
그래서 사랑은 그들이 코끼리를 진출시킬 때, 오히려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코끼리들이 자신들을 보호해 주던 성벽을 허물게 되는 타이밍.
쿠구구궁……!
성벽 위에 올라선 조선 궁수들을 못 견뎌 결국 성벽을 부숴 버리는 선택을 해버리는 페르시아.
제3자 입장에선 이게 페르시아의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한 수로 보였겠으나.
사랑의 입장에선 이는 철저히 계산된 영역이었다.
애초에 성벽 위를 끝까지 지킨 이유가 페르시아가 제 손으로 이 성벽을 부수게 하려던 것이다.
부수지 않곤 못 배기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성벽이 부서지면…….
[기마 돌격대]쿵!
맵의 중앙쯤에 배치되어 명령을 기다리는 이 수많은 기마병들이 앞으로 나온다.
전장에 충원했어야 할 병력을 죄다 기마병으로 만든 이유.
[점령]단숨에 페르시아를 점령하기 위함이다.
높고 두꺼운 고대의 성벽이 하나 남김없이 다 사라졌으니.
이 수많은 돌격대가 이제 어느 방향으로든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스릉!
선두에 선 식빵이 지휘관의 검을 빼 들고 외쳤다.
“돌겨어어어어어어억!!!”
* * *
4시대라니.
킹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명령이 얼마나 빠른 거야.’
이런 극한 전투 와중에 또 몇 발 빠르게 4시대로 가다니.
엄청난 멀티 태스킹이었다.
그러나, 그를 정말 놀라게 한 건 다른 것이었다.
조선 본진 근처 한가득 모여 있는 기마 돌격대.
이들은 성벽이 무너지자마자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니.’
조선이 왜 지원군을 보내지 않았는지, 왜 궁수들을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성벽에서 물리지 않았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
‘성벽을 다 부수게 한 거야.’
조선은 공성 병기 하나 없이, 적의 코끼리를 이용해 적의 성벽을 다 부숴 버린 것이다.
초반 러쉬부터 언덕 탱크 전략까지 모두 최소 비용으로 성벽을 부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이게 신인?’
실전. 그것도 국가대항전 16강전이다. 심지어 이 경기를 지면 집에 가야 하는 경기.
그런 상황에 이런 빌드업이 가능한 게 진짜 신인인가?
‘아님 그냥 신인가?’
찌르르…….
그의 눈가에 또 이상한 떨림이 생겼다.
‘뭐야. 왜 이래.’
킹귤은 자신이 국가주의적 감동에 심취한 것이라 여기며, 일단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거였습니다아!? 조선이 이걸 위해서 여태 병력을 모았어요!!”
“예!? 근데 왜 지금인가요!”
“지금 성벽이 다 무너졌잖아요!!!”
“……허어어억?! 그, 그렇네요!?”
-ㄷㄷ
-와
-미쳤다
-헐
-맞네 ㅁㅊ
-헉
-ㅋㅋㅋㅋ와
채팅창에는 감탄사만이 연이어 주르륵 올라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도 2시대부터 조선이 해온 일들이 똑같이 들어있으니.
페르시아가 자신의 코끼리로 스스로 성벽을 부숴 버리는 순간.
자기 돈을 자기 성벽을 부수는 데 쓴 순간.
조선의 기마대는 준비되어 있다.
그 모든 흐름이 하나로 이어지는 지금 이 순간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가자아아아아아아!”
거의 8할의 관중들이 일어나 있었다.
누군가는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누군가는 손을 위로 들며 파도를 탔다.
쿠구구구구……!
흙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리는 80여 명의 기마대 돌격대.
그들이 전 맵을 가로지르면서 빠르게 9시를 향해 접근했다.
“기동성! 조선은 빠르게 치고 빠르게 빠지고! 돈은 적게 쓴다! 이게 최순신의 조선이에요! 공성병기!? 그거 느려! 잘못 쓰면 공성 변기야! 난 안 써!”
“적어도 페르시아전에선 이게 맞는 거 같습니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ㅋㅋㅋ
-돈 싸는 변기 ㄷㄷ
-누구한테 하는 말인가요?
-최순신 접신ㄷㄷ
-공성병기가 리버 같긴함ㅋㅋㅋ
“지금 기마대! 이거 들어가면! 코끼리들은 느려서! 느려서! 이거 일일이 못 막아요!!”
“페르시아 병력은 지금! 성벽 근처에서 조선이랑 싸우느라! 이리저리 퍼져 있고, 진형도 전혀 안 잡혀 있습니다아!”
페르시아는 전투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다.
병력 숫자는 얼추 비슷할지라도, 제대로 싸울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조선이 기마대로 달려올 거라는 상상은 전혀 못 하고 있었다.
조선의 완벽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아. 근데!”
때로는 완벽한 전략에도 운이라는 게 작용하기도 한다.
페르시아는 여기서 몇 가지 행운을 겪는다.
첫 번째 행운.
[코끼리 이동 속도 연구 – 완료]때마침 코끼리의 이동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아아…… 코끼리 속업 됐어요!?”
“이럼…….”
두 번째 행운.
“지금 추가로 투입되는 코끼리 두 마리가! 이거랑 마주치겠는데요!?”
아무 생각 없이 본진으로 가라고 찍어둔 코끼리 두 마리와 그 위에 탄 10명 남짓의 병력.
이들과 조선 기마대의 경로가 겹쳤다.
“속업 아니었음 사실 안 마주칠 텐데!!”
코끼리의 이동 속도가 기본 말에 가깝게 빨라지면서, 이들이 마주칠 확률이 급상승했다.
“어어……!”
결국 페르시아의 시야에 드러나고 말았다.
“아! 알았어요! 페르시아 눈치챘어요!?”
[전속력 이동]엘리퍼는 이미 코끼리의 이동 명령을 수정했다.
콰과과과광!
엄청난 박력으로 달려 나가는 코끼리들.
“아아아! 주, 중간에 만나요!?”
“이, 이거 조선! 피해야죠! 피해야 합니다!”
“기마대는 코끼리 마주치면 너무 효율이 안 좋아요! 심지어 속업 됐거든요!! 다 넘어지고 난리 납니다!?”
코끼리는 기본적으로 다른 탈것들에게 강했다.
그 압도적인 크기와 단단함으로 밀쳐 버리면, 작은 탈것들은 금세 무력해져 버리니까.
“코끼리 들어가는 위치가 너무, 너무 좋은데요!?”
기마대가 달리는 허리를 정확히 찌르고 들어오는 코끼리 둘.
콰아앙──
상아 뿔에 서너 명이 날아가고, 발길질에 너덧이 뒹군다.
전부 사망이 아니라 할지라도, 전투에서 이탈된 건 매한가지.
“아아아아악! 조선! 억울하다아아아! 억울해!!!”
-ㅁㅊ ㅈ사기네 ㄹㅇ
-아……
-한의 정서 ㄷㄷ
-방금 말에 올라타있던게 킹귤인가요?
-ㅅㅂ 운빨 ㅈ망겜
-하ㅁㅊ
쿠구구궁!
강력한 추돌로 인해 흙먼지가 높이 치솟았다.
“아. 조선! 지금 기마대 흐름 끊겼는데! 그래도 나머지는 달려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코끼리 상대할 게 아니라! 본진으로 침투해야 돼요!”
허리가 끊겼지만, 머리라도 달려 나간다.
그게 본래라면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선 기마대는 머리를 돌려 코끼리를 바라봤다.
“에에!? 싸우나요!?”
그렇다.
조선은 애초에 코끼리를 피할 생각이 없었잖은가?
페르시아가 이들을 발견한 건 어쩌면, 페르시아의 행운이 아니었다.
스릉!
식빵과 커피가 동시에 검을 빼 든다.
조선의 행운이었다.
“아! 조선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요! 지금 저기 떨어져서 달려오는 기마병?! 저거…….”
“아아아?!”
* * *
후우.
모래색의 평원 위, 거대한 회색의 괴물체를 보며 식빵은 그때를 떠올렸다.
「기마대로 코끼리를요?」
쿠키와 페르시아전을 연습하던 때였다.
쿠키는 기마 돌격대로도 코끼리를 잡을 수 있다며, 연습에 들어갔었다.
물론 페르시아 플레이어가 컨트롤하는 코끼리가 아니라, 그냥 연습용 인공지능이 상대였다.
「그래. 경로만 잘 잡으면…… 다리 근처 혹은 사이로 가면서 칼로 순식간에 여러 번 대미지를 넣을 수 있어.」
달리는 코끼리의 다리를 베면서 돌격하라는 얘기다.
달리는 코끼리의 역방향으로 질주하는 것부터가 이미 기마병에겐 자살 시도나 다를 게 없는데 말이다.
「이건 너무 위험해요.」
분명 식빵은 그렇게 대답했었다.
「실전에선…….」
스릉!
그러나, 그녀는 지금 칼을 빼 들었다.
[경로 따라 베기]명령이 떨어졌다.
어쩔 수 없다.
“가자아아아아!”
“와아아아아!”
그녀의 소대가 뒤를 따라 말을 달리고, 커피의 소대는 다른 쪽으로 향했다.
코끼리를 사이에 두고, 두 소대가 마치 반으로 갈라진 것처럼.
다그닥! 다그닥!
‘경로를 그려야 하는데…….’
코끼리와 기마대가 서로 마주 보고 달려드는 상황이다.
엄청나게 빠르게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이 상황에 보조 지휘관은 경로를 그려야 한다. 다른 병사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게.
그런데 그게 쉬울 리가 없었다.
아니, 불가능했다.
식빵의 불안한 듯 허공에서 손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어디로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질지 감이 안 잡히는 것이다.
그때였다.
츠스스스스스……!
빛줄기가 떨어져 내리며, 길이 그려졌다.
‘다리 사이!’
식빵의 소대 절반은 다리 사이, 나머지는 밖으로 돌며 벤다.
“저, 저기로!?”
“이거…….”
다리 사이로 배정된 뒤쪽의 병사들이 당황한다.
“그냥 가!”
그녀는 지휘관의 검 외, 하나의 검을 더 뽑아 들었다.
그리고, 잠시 우측을 봤다.
커피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가면 된다고.
식빵은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뿌우우우우──
“!”
귓가에 들려오는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
후우웅!!
코끼리의 두꺼운 다리.
꼭 태풍에 휘날리는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이 들이닥치는 듯했다.
그렇지만, 기마대는 그 사이로 비집고 달려 검을 휘둘렀다.
“계속! 달려어어어어어어어!!”
태풍을 베어버렸다.
촤아아아악!
어떤 병사는 잘못 내달려, 코끼리의 다리에 치여 날아갔고, 어떤 병사는 살았다.
촤아아악!
촤악!
그들은 모두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식빵이 양쪽으로 검을 휘두르며 고래고래 외쳤다.
“계속 달려! 멈추지 마아─”
촤아아악!
그녀의 검이 붉은 피를 휘날리며 춤췄다.
‘어?’
그런데, 시야가 순간 깜깜해지더니.
쿠웅.
“─컥!?”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며, 저 멀리 거꾸로 선 말이 투레질한다.
자신의 말이었다.
우당탕.
[체력 15%]흙바닥을 나뒹굴며, 체력이 빠져나갔다.
다행히 죽진 않았다.
‘일어나야 돼.’
그녀는 얼른 상체를 일으킨다.
그때였다.
뿌우우우우──
코끼리의 상아가 하얀 탑처럼 위로 솟았다.
그리고, 천천히 기울었다.
“쓰러져……?”
코끼리는 쓰러지고 있었다. 그 거대한 그림자는 점점 식빵에게 좁혀왔다.
‘코끼리…… 죽이긴 했는데.’
코끼리는 잡았지만, 그녀는 죽을 것 같았다. 피할 시간이 없다.
식빵은 이 짧은 순간에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보조 지휘관의 목숨은 그냥 1 목숨이 아니었다.
‘이러면 손해잖아.’
쿠웅!
육중한 굉음이 울렸다.
“!?”
분명 코끼리는 쓰러졌다.
그런데 자신은 멀쩡했다.
왜지?
뿌우우우──!
또 다른 코끼리다.
또 다른 코끼리의 상아가 쓰러지는 시체를 받치고 있었다.
‘뭐지……?’
그녀가 올려다본다.
그 코끼리 위에 올라탄 사람은 페르시아군이 아니었다.
조선군이었다.
‘아몬드?’
아아몬드였다.